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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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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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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35,429

작성
19.04.0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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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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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세계대회편 31

DUMMY

"이건 또 뭐야?"



입구에 새롭게 꾸며진 시설에 류열이 물었다.

물어볼 만 한게 이제 곧 비슷한 실력자들과 경기하러 가야 하는데 어디 뒷골목의 바처럼 생긴 시설이 있다면 누구나 궁금할 것이다.





"주최측의 배려로 만들어진 특별 시설입니다. 시합을 하러 가기 전. 혹은 관전하시면서 뭔가 드시고 싶을때 멀리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이요."

"주최측이..."



그건 본부장의 지시로 만들어진 거나 마찬가지잖아?

여러 어그로로 사냥꾼들 사이에서 쓰레기와 동의어가 된 본부장 재무진의 얼굴을 떠올린 류열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아뇨. 됐습니다."




혹시 여기에 뭘 탔을지 아냐고.

속으로 투덜거리며 단호하게 거부한 류열은 콧방귀를 끼고 친선경기를 관람하러 나갔다.

소문만 들어봤지 직접 부딪힌 적은 없었던 각국의 실력자들의 기술을 볼 수 있어서 좋아졌던 기분을 나빠지게 할 필요는 없었다.



직원이 계속해서 기분나쁜 웃음을 짓는것을 눈치채지 못한 류열은 전망이 좋은 곳을 찾았다.



VIP룸에서 볼때는 다 내려다보이니 신경쓸 필요가 없었지만 아래로 내려오니 한눈에 경기장 전체를 파악할 만한 장소가 적었다.


위와는 달리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위로 올라가서 볼까...아냐. 곧 불릴지도 모르는데 그냥 있자."




친선경기는 완전랜덤으로 두명. 또는 세 명의 순위권자들을 선택해 경기를 치루게 한다.

방금전에 대련을 했더라도 언제 불릴지 모르는 것이다.



좋은 구경장소를 찾던 류열은 반가운 얼굴을 발견하고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익환 형님!"

"류열."




모두가 축제를 즐기는 와중에도 격무로 본부에서 일을 하고 있던 익환이었다.

무슨 임무냐고 물어도 통 말해주지 않았고 얼굴 본 지가 오래되었던 류열은 한달음에 그의 곁으로 달려갔다.



"일 다 끝나셨어요?"

"응. 아니...이제 시작인가."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을 어딘가 결의에 차 보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낀 류열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볼까 하다가 눈치없는 짓이라며 그만두었다.


그는 대신 둘 모두가 즐거울 만한 화제를 꺼냈다.



"가온이 경기 보셨어요?"

"그럼. 현장에서 보진 못했지만 재방으로라도 꼭 챙겨봤지. 대단하던 걸."

"맞아요. 설마 장첸놈에게 이기고 가람 누님이 힘들게 익혔던 그 기술과 비슷한 기술도 쓰고...현수가 봤으면 엄청 대견해 했을걸요."

"그렇겠지."

"그 애가 정부공인 순위권자급 실력자가 되다니...현수 죽었던 날 애가 너무 참담하게 있길래 걱정했는데 현수도 이제 걱정 놓았을 거예요."




익환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더 대견해 할진 모르겠지만. 가온이에겐 그게 시작이야."

"그렇겠죠. 훨씬 강해지겠죠. 당연히 대견해 하지 않을까요?"



서로 핀트가 어긋난 말을 한다. 익환은 그걸 눈치챘으면서도 조용히 중얼거렸다.





"길었지...정말로."




결코 닿을 수 없을 것 같았던 목표. 드디어 오늘 모든 것이 결판난다.




[오오!! 마스카 선수의 얼음덩이를 사정없이 파고드는 드릴~!!]

"햐. 진짜 별 주술이 다 있구만...아 그러고 보니 형님. 가온이 녀석 어제보니까 호운놈이랑 같이 붙어다니던데요."

"호운씨랑?"



눈에 이채를 띈 익환에게 툴툴거리는 류열.




"걔랑 호운놈 사이에 뭔가 거래가 오고간 모양인데...가온이 녀석. 어울릴 사람을 잘 골라야 하는데."

"어제부터?"

"네. 둘이서 VIP룸에서 경기 관람했던 모양인데...외국 사냥꾼들이랑 어울려서 인맥 넓히려는 건가 싶었더니 뭔지 모르겠네."

"...생각이 있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그래도 호운은 아니라고요 호운은. 입을 뿌우 내민 류열이 경기에 시선을 집중했다.




"...그런데 말이에요. 오늘 묘하게 고루고루 싸우는데?"

"그렇지?"

"형님도 느꼈어요?"



첫째날과 둘때날 경기는 말 그대로 랜덤이란 느낌이었는데 오늘은 수십의 순위권자들이 최소 한 번은 출전할 정도였다.



"작위적인 냄새가 강하게 나는데요."

"생각대로일거야."

"히야. 재무진 그 양반 진짜 무슨 생각이래. 볼거리를 많게 하겠다는 속셈인가."

"...글쎄."



익환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아마 상상 이상의 생각을 갖고 있겠지."









"찾았다 마인."

"......"




난간에 턱을 괴고 경기장을 내려다보던 마인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리나가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고 알렉스는 그 옆에서 고개를 홱 돌린채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야아~"



힘없이 인사한 마인에게 다가간 리나가 그를 잡아끌었다.



"우리 피해 다니지 말라고."

"피해다닌 건 아닌데..."

"뭘 아니야."



리나가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그 정도로 다른 놈들처럼 널 피해다니거나 하진 않아."




그 정도란것은 마인이 가온과 싸우기 위해 둘을 공격한 것을 말하는 것이리라.




"...그치만. 꼴사납잖아."

"뭐가?"

"별짓 다해가며 붙었는데 결과가 완전히 깨졌잖아."




마인이 이렇게 풀죽은 모습을 처음본 리나가 입을 다물었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지.

그때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웃기고 있네."



두 사람이 동시에 알렉스를 보자 그가 날카롭게 말했다.




"고작 한번 진 걸로 그렇게 궁상을 떨면 난 뭐가 되는데."

"......"

"......"




두 사람이 의외라는 얼굴로 바라보자 알렉스가 짜증스럽다는 목소리로 외쳤다.




"뭐!!"

"아니...네가 서투르게나마 위로를 할 줄은 몰라서."

"내가 언제 위로했냐!"




버럭 소리지른 알렉스가 칫 혀를 차더니 중얼거렸다.



"넌 우리의 동경으로 굳건히 있어. 이가온이란 쥐새끼는 나중에라도 쳐 잡으면 되잖아."

"...응. 고마워."




알렉스에게 뒷덜미를 잡혀 질질 끌려가던 마인이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알렉스. 왜 그렇게 한국을 싫어해?"

"어엉?"




예민한 질문에 날카롭게 반응한 알렉스. 하지만 마인이 간절한 얼굴이었기에 그는 노기를 누그러뜨리며 망설였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렸다.



"빌어먹을 양부가 한국인 이었다. 더는 묻지 마."



눈을 크게 뜨는 리나와 흐응 흥미없다는 듯이 대답한 마인. 그가 중얼거렸다.



"알렉스도 나랑 비슷했구나."

"까고있네."



투덜거린 그가 마인을 다시 질질 끌고갔다.



"둘 다 고마워."

"하지 마. 간지럽다."





마인은 뻥 뚫린 마음이 채워져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로베르토는 이렇게 달래줄 사람이 있을까.













마인이 생각한 로베르토는 경기조차 보지 않고 숙소 구석에서 웅크려 앉았다.



스승인 엘런은, 그를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다.






'실망하신게 틀림없어.'




스승님이 말했던 절대 그 힘을 개방하지 말라던 당부를 어겼다는 죄책감이 그를 짓눌렀다. 동시에 이가온에게 증오심이 들었다가 최종적으로는 본인에 대한 혐오로 이어졌다.



이가온이 무슨 잘못이겠는가.




'스승님은 아침부터 어딜 가신거지.'



아침부터 모습을 감춘 스승을 떠올리며 그는 알 수 없는 오한에 떨었다.



'공기가 기분 나빠...'




방 안에서 궁상만 떨고 있으니 계속 분위기가 다운되는 거라고 자책한 로베르토는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문밖으로 나왔다.



숙소에서도 미세하게 들리는 친선경기장의 메아리 소리.

머나멀게 느껴지는 그 소리를 들으며 착잡한 표정을 짓던 로베르토는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지는 발걸음을 겨우 뗐다.



자꾸 춥고 오한이 들었다. 이렇게 마음이 약해져 있었던가. 자책하며 목적지 없는 걸음을 옮긴다.



"......"



갑자기 우뚝 멈춰선 로베르토.

그건 마음문제가 아니라 어떤 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우수한 주술사와 사냥꾼들이 모인 이 곳에서는 결코 있어서 안 될 기척을!



천장의 짙은 어둠속.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괴생명체가 혐오스러운 손톱을 꺼내들고 먹잇감을 노린다.




[그르르르.]



이윽고 괴생물체는 포식하기 위하여 그 육즁한 몸을 내던졌다.




콰차앙-!!





얼음송곳이 포식자의 복부를 꿰뚫고 천장까지 치솟았다.

치익. 강렬한 냉기의 하얀김이 떠다니며 포식자를 쩌적 얼렸다.




"...커튼?"



얼음송곳 끝에 꿰인 괴생물체를 보며 로베르토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대체 어떻게 커튼이 여기에 있단 말인가?



당황하던 그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이곳이 어떤 곳인가? 내로라하는 사냥꾼들이 전부 모인 경기장 아니던가.



정부공인 순위권자 수십이 있는데 커튼 하나에 쫄 것 없다.

다만 한국 입장에선 난감할 거라 생각한 로베르토가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고심하고 있을, 바로 그때.







쿠구웅.




경기장이. 대지가 뒤흔들린다.

동시에 로베르토는 몸속을 강렬하게 휘젓는 어떤 기운을 느끼고 급하게 주술을 끌어올렸다.



그 기운은 로베르토의 내부를 진창으로 만드려는 것처럼 날뛰다가 이내 주술에 가로막혀 사라졌다.





"...지금...뭐..."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강대한 기운의 폭발.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크오오오

아아아아

우오오오



"......?!?!"




말도 안 된다.

커튼 한 마리가 들어온 것도 한국의 방위를 의심할 것이지만. 이건. 이 숫자는. 이 기운은.





로베르토의 기감에 수십, 아니 수백마리의 커튼의 기척과 그에 비등한 불길한 무언가의 기척이 느껴졌다.



폭발과 기운은 모두 친선 경기장에서 일어났다.

로베르토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달랬다.



괜찮을 거야.

거기엔 정부공인 순위권자만 수십이라고.


















"크...으악...!!"

"대체 이게 뭐...!!"




충격.


대회장의 광경은 그 한마디로 충분했다.

커튼 사냥꾼들이. 그것도 정부공인 순위권자들이 일제히 구토나 현기증을 일으키며 몸을 가누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류열도 예외가 아니었다.



몸내부는 물론 주술을 사용하는 감각마저 진창이 된 것을 피부로 느낀 그가 어떻게든 주술을 짜내어 몸을 회복시키려고 애썼다.



"으윽"



미헤유 정도가 그나마 상태가 나아보였다. 그녀는 당장이라도 다른 사람들을 구조하고 싶었지만, 경기장 곳곳에 느껴지는 기운에 그럴 수도 없었다.



"어째서...커튼이...!!"



관중들은 갑자기 느껴진 감당못할 기운과 이해할 수 없는 현상. 그리고 현재 실시간으로 느껴지는 포식자의 기운에 얼어붙었다.



그 순간.

전광판에 불이 팟 켜지고 익숙한 얼굴이 나타났다. 재무진이다.

이 사태를 파악하고 뭔가 해결책을 제시하러 왔다.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이 전광판을 쳐다보았을 때.




[푸후흐흐.]



놈이. 웃었다.




[이야아...나는 기쁘다네.]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다.



[훌륭한 실험체들이 이리도 많을 줄이야!]











"시작됐군."



경기장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고층빌딩의 옥상.

가방을 매고 있던 가온이 조용히 뇌까렸다.





"기대해라 재무진. 오늘로 넌 끝이다."






재무진과의 최후의 싸움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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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파멸? (7) 20.08.15 169 2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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