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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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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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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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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4.03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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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세계대회편 30

DUMMY

친선경기 첫째 날에 있었던 트러블은 단순한 사고라고 설명 되었다.

목격자들이 있는데 둘러대기가 말이 되냐는 둥 내부에서 말이 많았지만 한창 달아오르는 분위기인 세게대회에 찬물을 끼얹기엔 뭐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즉, 어른의 사정인가..."

[그런 셈입니다만...]




대화 상대. 이자견은 어디까지나 껄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혼자서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있던 가온은 마음속으로 물었다.




'어제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시고요?'

[네. 당신의 말을 듣고 나서 곧바로 탐색을 해 봤지만...강력한 기운에 가로막혀 제 천리안이 제대로 기동하지 않았습니다.]



가온은 어제 느껴졌던 기척이 너무나 신경쓰여 웬만하면 연락하지로 않기로 했던 이자견에게 추적을 부탁했다.


하지만 그녀의 천리안은 방금 말했던 것처럼 먹히지 않았다.

이자견의 천리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은 여왕개체 때 뿐이었다.




'역시 여왕개체와 관련이 있나. 재무진은 그런 걸 어떻게 손에 넣었지.'




알 수 없는 기척의 추적은 못했지만 그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인지는 파악한 이자견이 가온에게 헬렌이 있었다고 말해주었다.



뭔가 일을 일으키려는 속셈이었다면 좀 더 은밀하거나, 아니면 좀 더 화려하게 진행했을 것이었다. 그 일은 재무진으로서도 갑작스러운 트러블임이 틀림없었다.




[새로운 9위에게 의심을 사는 모양이던데 그건 괜찮습니까?]

"아이나 녀석인가요."




아어제 가온을 찾아온 듯 했던 아이나. 그녀는 물었다.




'너. 어떻게 언니의 기술을 쓰고 있는 거야?'

'한 번 봤어.'




적당한 진실을 섞어 대답하자 아이나는 입을 꾹 다물고 그냥 가 버렸었다.

그게 의심의 행동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번 세계대회에서 그녀가 자신을 방해할 일은 없을 거라고 가온은 생각했다.




"네. 괜찮습니다. 한동안은요."

[......]



한동안은. 그 말이 마음에 걸렸던 것이리라.

요즘의 이자견은 엄청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그녀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재무진과 정면으로 승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 불안감은 그녀를 배신하여 혐오감을 느끼게 만들었던 가온에게 뭔가 물어보게 하기 충분했다.




[괜찮겠지요?]



그녀의 심정을 헤아린 가온이 잠깐 입을 다물었다가 씨익 웃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더 강해요."



일부러 목소리를 낸 가온이 덧붙였다.



"기대 이상으로 밟아 드리죠."



자신만만한 말.

그 말에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든 이자견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을 다문 순간, 누군가가 가온의 뒤에 척 섰다.



"뭘 흉흉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냐? 댁은."




가온은 놀라지 않았다. 목소리의 주인이 지척까지 다가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숨기려고도 않는 난폭한 기운은 모를래야 모를수가 없었다.



"호운 씨."

"어디 고급진 곳에서 먹고 있을까 했는데 무난한 데를 고르는구만. 돈 없어? 사줄까?"

"되게 호의적 이시네요."

"당연하지. 댁 덕분에 엄청 벌었는데."




원래 호운은 좀 좋아보이는 옷을 입고 다녔지만 오늘은 모피로 된 외투를 걸침으로써 돈이 많아보이는 인상을 주었다.



"해서 말인데...댁. 다른 사업 아이템 없어?"

"다른?"

"시치미 떼지 말고. 나한테 조각 넘겼을 때부터 뭔가 계획해 둔 거 있었지?"



뭔가 오해를 하는 것 같았다. 가온이 피식 웃었는데 그걸 어떻게 해석했는지 호운이 히죽 웃었다.



"역시나."

"역시나 라니요..."

"시치미 뗄 생각은 말라고. 그 정도의 저력을 아무도 모르게 10년 넘게 숨겨왔을 뿐더러 그 귀한 조각도 그 계집애한테 쌩으로 넘겨주고. 뭔가 더 없을거라고 생각하는 게 이상하지."





이상한 고평가에 고개를 저을려는 찰나. 가온은 이목이 집중되었다는 것을 의식했다.

가온은 평범에 가까운 외모라 모자를 눌러쓰거나 고개를 숙이고 있으면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지만 호운은 어디서 봐도 눈에 띄는 외모와 복장인 것이다.





"...호운 씨. 친선경기 안 나가세요? 인센티브도 줄 텐데."

"그거 나갈 시간에 다른 사업 하겠다. 돈보다는 명예 같은 거 때문에 하는 거지만, 적어도 난 돈이 더 중요해서 말이지."



하지만. 하고 호운이 웃었다.




"네가 보러 가고 싶다면 내가 특등석으로 안내하지."

"음..."




어제 오늘 호감을 사는 행위는 대부분 끝마쳐 두었다. 사실 반드시 필요한 일은 아니지만 재무진과의 싸움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던 것이어서 이젠 그만둬도 상관없었다.



단지.



로베르토와 마인을 만나지 못한 것이 조금 불만이었다.




'지금 만나도 화내거나 도망 갈 뿐이고,호운의 호의를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거기다 순위권자들의 기술도 한번 더 봐두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그럼 부탁드리죠."

"어라? 진짜 받아들여?"

"아. 빈말이셨으면 딱히 가지 않아도..."

"아니 그럴리가! 한창 경기할 때인데 여기에 있기도 하고. 어째 안 갈 것 같았는데 나야 좋지. 따라와라."




낄낄 웃으며 몸을 일으키는 호운.




"저 사람. 호운이지?"

"덩치 되게 크다..."

"옆에는 이가온? 생각보다 덩치가 크진 않구나."




오히려 왜 내가 덩치가 크다고 인식되어 있었던 거지.



"강해보인다는 뜻 아니겠냐."



가온의 기색을 눈치챈 호운이 즐거운 듯이 말하고는 그를 이끌고 한창 친선경기가 진행되고 있을 경기장으로 향했다.



호운이 그를 데려간 곳은 순위권자들이 사용하는 VIP룸이었다.

대부분의 순위권자가 친선 경기를 위해 내려갔고 나머지도 기술 구경을 하러가서 지금은 텅텅 비어있었다.



"한 번 와봤지? 거기 있는 거 아무거나 마시라고."

"네."




유리벽에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자 경기장이 한눈에 내려다보았다.

단순히 높아서 잘 보이는 게 아니라 경기장을 잘 관찰할 수 있게 고심한 흔적이 보였다.



경기장에선 마침 김류열이 상대 선수를 마구 공격하는 중이었다.

상대 선수는 거대한 바위같은 것으로 주위를 두르고 있었는데 김류의 주먹이 휘둘러질 때마다 거대한 바위가 푹푹 깎여나갔다.


상대 선수는 반격할 낌새를 엿보았지만 도무지 기회가 오질 않고 있었다.




"대단하네..."

"근접전에 관해선 일류니까."



호운과 류열은 견원지간인줄 알았는데 순순히 인정하는 호운을 보고 의외라는 감정을 느꼈다. 가온은 어제 그도 현장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혹시나 싶어 물었다.




"어제."

"응?"

"어제 사고가 났던 현장에 있으셨다면서요. 그 이상한 침입자."

"그랬지."

"그 놈. 뭐 특출난 점은 없었나요?"




관심없어 할줄 알았는데 의외로 호운은 흐음. 하고 고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너무 많아서 문젠데. 일단 여왕개체의 기운이 느껴진 건 너도 알고 있을테고."

"네. 저랑 아이나도 그걸 느끼고 그쪽으로 가고 있었으니까요."

"그런 주제에 사람이랄까 커튼이랄까. 구분이 안 가는 놈이었어. 어딘가의 실험체 같은 거 아닐까."




좀 소름돋는데 그래. 호운이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아마 정답을 말한 호운에 조금 놀라서 바라보자 그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일단...스팩이 엄청났어. 기술은 없는데 스팩만으로 나랑 류열 형씨를 밀어붙였으니까. 아마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으면 진짜 힘들지 않았을까?"

"그 정도였나요?"

"그래. 그 뭐냐...굳이 비교하자면. 네 아빠나 강일 어르신. 또는 붉은 커튼에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디까지나 힘만으로 봤을때 말이지만 말이야. 호운이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말했다는 것을 느낀 가온은 잠깐 고민에 빠졌다.



대체 뭐지? 그 놈...



[마스터. 지금은 재무진에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닐런지.]

'...알고있어.'



전에 엘미리오에게 12지신에 들은 이후로 부쩍 참견이 많아진 안내시스템의 말을 들으면서 가온은 호운이 언급했던 이이협을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재무진은, 이이협은 어떻게 할 생각일까?

오늘은 어디로 출장가서 여기 없다지만 놈이 일을 일으킬 셋째날은 이이협이 떡하니 대회장 안에 있을텐데.



그를 제압할 수단이 있다해도 놈의 가진 전력에 엄청난 피해를 입을 건 분명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이협을 멈출 만한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까.



'...전력이 하나 늘어도 나쁠 건 없겠지?'



재무진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이상, 대비는 아무리 해도 부족하다.

어차피 서로 찔리는 구석이 있는 호운이다. 가온은 그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호운 씨."

"엉?"

"내일 말인데..."













"후우."



가은은 며칠째 업무에 시달려서 피로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곧 끝이기도 하고...이게 끝나면 드디어 그 녀석이 본가에 돌아오게 되는거네.'




그 사실에 설레임을 느꼈다.

10년전. 본가에서 쫒겨나던 그의 뒷모습이 아직도 머리에 새겨져있었다.

금의환향. 퇴마 이씨 가문의 입장에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객관적으로 보면 충분히 그렇게 부를만한 가온의 귀환.




'특별히 물심양면 도와줄테니 은혜는 몇배로 갚으라고.'




흐뭇하게 웃은 가은은 오늘 퇴마 김씨 가문으로 간 아버지와 언니를 떠올렸다.

김일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무슨 볼일인 걸까.



자신만 두고갔지만 자신의 업무 처리 능력을 믿고 그런 거라며 가은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집무실로 향하던 그녀가 모퉁이를 돈 순간. 누군가와 부딪힐 뻔 한 그녀는 꺄악 소녀다운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섰다.



소리는 소녀다웠지만 주술을 응용하며 곧바로 몸을 뺀 그 솜씨는 과연 퇴마 이씨 가문 다웠다.



'누구? 왜 기를 못 느꼈지?'



이렇게 거리가 가까운데 기척을 전혀 못 느끼다니. 의아해하며 바라보자 거기선 어이쿠 하고 똑같이 놀란 재무진이 눈을 끔뻑하던 참이었다.


그를 보고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가은이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가은양 아닌가."

"네 본부장님. 실례했습니다."



곧바로 그를 지나치려는 그 순간.



"그런데 가은양."

"네?"

"아비나 아들. 하다못해 자네 누이와는 달리...경계심이 너무 없구만."

"네...?"



다음 순간.

그녀는 기묘한 어둠에 휩싸였다.










벤치에 앉아서 대기중이던 프랑스의 순위권자들.



'하아...케인씨에 대한 단서는 조금도 못 찾았는데. 뭘 하고 있는거지 난.'



한숨을 쉰 루카스가 미헤유를 흘깃 보았다. 그녀는 케인의 죽음에 더불어 가온에 관해서도 스트레스를 느끼는 중이었다.



'...스스로가 한심한 거예요.'



자신이 먼저 그를 멀리했는데 이제와서 이 따위 감정이라니.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녀는 핸드폰에 비친 엘미리오와 가온이 분식점에 갔었던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비단 그 둘만 있는 게 아니었는데도.






그리고 헬렌은.



"...네 주인님."



방금 전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주인의 말을 듣고 히죽 웃었다.






가온에게 붉은 커튼에 대해 더 물어보려고 결심한 아이나.

강한 자들의 경기를 보고 있음에도 어딘가 기운이 없는 마인.

그리고 기운이 없는 로베르토.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학생들과 샤냥꾼. 그리고 수십의 정부공인 순위권자들.


그들을 보고 사악한 웃음을 짓는 재무진.





각자의 상념을 담고 둘째날도 싱겁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드디어.



친선경기 셋째. 마지막 날의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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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소원권 (1) 20.08.22 160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2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2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69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8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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