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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님의 서재입니다.

세상의 파멸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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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E
작품등록일 :
2017.07.04 19:27
최근연재일 :
2020.09.01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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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3.26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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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세계대회편 27

DUMMY

유익한 시간이었다.




정부공인 순위권자들과의 만남후 숙소로 돌아온 가온의 감상은 그랬다.





'장첸 처럼 순위권자의 특혜를 위해 그 자리에 오른 이들이 상당할 거라 여겼는데...영웅의 집단이었어.'




그들 대부분이 진지하게 커튼을 없애기 위해 분투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타입의 커튼을 만나냐에 따라 어떤 대응을 할 것인가란 대화를 나눌때 상상조차 못했던 방법들이 툭툭 튀어나와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나랑은 달라.'




가온과 다른점이 있다면, 그들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커튼을 없애려 한다는 것이다.

복수를 위해, 커튼 자체를 없애기 위해 사냥꾼이 되려하는 가온과는 근본부터 다르다.



어쩐지 조금 착잡해졌다.

갑작스런 모임이 끝날 때까지 미헤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것도 착잡함에 박차를 가했다.





'애초에 어울리지 않는데다 나에게 진지한 관심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뭐를 기대했던 거냐며 자조한 가온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루이스와 이자견과 아까했던 회의를 이어서 할까 했지만 현재 시각은 03:00시.



그렇지 않아도 요즘 다망한 둘에게 실례일 것이라고 생각한 가온은 그만두기로 했다.




'익환형님은 잘 하고 계실까.'




이 대회에서 한번도 얼굴을 비추지 않은 가온의 조력자이자 마음의 지주.

그가 제때 움직여야 이번 일이 잘 풀릴 것이다.



그리고. 일이 잘 풀리면 그땐. 재무진을.




"......"




그때를 상상하기 위해 눈을 감는다. 피투성이로 벌벌떠는 그 늙은이를...

하지만 웬일일까. 눈을 감는 순간 의식이 블랙홀처럼 빙글빙글 돌더니 급격한 수마가 뎦쳐왔다.




순간 눈을 뜰까 했지만 이 느낌은 익숙한 느낌이었다.

바로 마우스의 공간으로 갈 때의 느낌.



가온은 저항을 멈추고 어둠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잠시 후.





컴컴한 방에서 눈을 감고있어서 온통 시꺼매야 할 시야에 비친것은 마치 우주같은 신비한 공간이었다.



어둠과 빛이 한데 어우러져 은은한 빛을 내는 공간은 틀림없이 마우스의 공간이다.

그리고 가온을 불렀을 마우스는...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헉헉 몰아쉬었다.



"...왜 그러고 있어요?"

"무리를 했으니까 그렇겠지?"



당연한 것을 왜 묻느냐는 듯 그를 바라본 마우스가 후우 숨을 내쉬더니 평소의 기세를 되찾았다.




"저항하지 않아줘서 고맙군. 보통은 무서워서 거절할 텐테. 그 왜. 의식은 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가위 눌리는 거요? 뭐 그 비슷한 느낌이긴 했지만...그런데 이런것도 가능했군요?"



이런 것. 즉 현실에 있는 가온에게 간섭하는 것도 가능했냐는 말에 마우스는 씁쓸한 기색을 띄었다.



"엄청 무리했지. 한동안은 못해. 성공해서 널 여기로 데려온다고 해도 네가 나가길 원하면 그걸로 끝이고."

"그런데 절 부르신 이유는 뭐죠?"




흐름을 마스터하고 다음 경지로 넘어갔으니 새로운 기술을 알려줄 생각인 걸까?




"아니. 새로운 기술은 됐어. 솔직히 네가 단시간에 화신경지에 이를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재능이 있구나 너."

"화신경지..."



그게 뭐냐고 자세히 물으려던 순간 마우스가 손을 내밀어 그의 말을 막았다.






"내게 들으려 하지마. 굳이 조언하자면 화신경지는 누군가에게 듣는 것보다 자신이 느끼는 게 백번 나아. 섣불리 조언했다가 그걸로 이미지가 굳어져버리면 가능성이 막혀버릴 수도 있으니..."

"뜬구름 잡는 소리 같은데요. 아무튼 저번처럼 거대 공룡 여러 마리랑 동시에 싸우거나 거인이랑 싸우거나 공룡왕이랑 싸우거나 그럼 되는 건가요?"




흐름을 얻기 위해 했던 숱한 고생들을 떠올리며 말하자 마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이야기나 할까 해서 불렀어."

"이야기? 에메라에 대한 거요?"

"아니. 잘 자는 휴화산을 굳이 건드릴 필요는 없지. 지금 당장은 말이지만..."




에메라가 아니라면 자신을 부른 이유는 뭘까? 고민하던 가온은 마음에 걸리던 걸 말했다.





"그러고 보니 전에 안내시스템이..."

"그래. 그것 때문에 불렀어."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한 마우스가 그림자로 이루어진 얼굴을 조금 찡그렸다.



"엘미리오라는 소녀가 뭐라고 했는지 기억해?"

"분명...12지신이라고."




12지신.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그거 맞죠? 아마 중국의 율력..."

"그런 짧은 역사는 됐고."

"짧다뇨..."




중국 역사가 짧다니. 가온은 이 사람 대체 몇 세대 전 사람이지? 하고 떨떠름한 감정을 느꼈다.



"설마 방벽에 가로막혀 세계몇몇곳은 완전히 단절된 이 시대에 그 흔적을 아는 자가 있을 줄이야..."

"그게 대체 뭔데요?"




마우스가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된 건 처음이었기에 가온은 궁금했다.

엘미리오가 전설상의 커튼이라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뭐가 뭔지 알 수 있을리가 없다.




"네 안내시스템...그 여자는 12지신에 대해 반드시 알라고 했지?"

"그랬죠."

"그래...그 의견에 대해선 나도 찬성이지만."




번뜩.


그림자로 이루어진 얼굴이지만 가온은 마우스의 눈이 반짝였다고 느꼈다.




"절대로. 지금 당장은 놈들중 어떤 놈을 만나더라도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지 마라."

"네? 무슨 소리세요? 만나다뇨?"



전설상의 커튼 아닌가? 이미 사라진지 오래이지 않을까?






"설마...그 12지신이란 거 여왕 개체를 뜻하는 겁니까?"




여왕 개체.

토지를 썩어 문드러지게 만들고 인류의 대지를 커튼의 대지로 만들어 버리는 최흉 최악의 개체.


처음 태어나고 그 후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이 불가능했기에 현재는 살았는지 죽었는지 알 수조차 없다. 인공위성으로는 커튼의 영역을 볼 수도 없다.



좀 강한 개체였다지만 갓 태어났던 여왕의 강력함을 몸소 체험해본 가온으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랬던 놈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현세에 없다."

"...무슨?"



계속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다니. 대체 뭐길래 말하기를 망설인단 말인가?




"현재 알려줄 수 있는 건 놈들을 그냥 커튼. 그렇게만 생각하면 안 된다는 거다. 전에 내가 내 이름을 말하려 했을때 내 몸이 사라지던 거 기억나? 그에 거의 상응하는 패널티가 존재한다."

"......"





갑자기 불러와서 뭘 이야기하나 싶었더니 정말 뜬금없는 이야기였다.

현재는 재무진으로도 머리가 복잡한데...



"싫어도 나중에 부딪혀야 할 거다. 어쨌건 내 충고대로 적대적인 행동을 취하지 마."

"어째서요? 커튼이라면 응당 쳐 죽여야 할..."

"죽을테니까."

"......"





순간 정적이 흘렀다.





"붉은 커튼의 힘이 있는데..."

"그래도 죽어. 너라면 더 성장하겠지만...지금 당장은 안 돼."




붉은 커튼의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아는 가온으로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지금은 신경쓰지마. 지금 신경쓸 건 네가 생각한 대로 재무진인가 하는 인간에 대해서잖아? 아니면 미헤유인가?"

"미헤유씨 이야기가 여기서 왜 나와요..."

"크크크. 능력 좋은데. 아니. 실제로 능력이 좋은가. 으음..."



어쩐지 재미없다는 듯 숨을 내쉬는 마우스.



"어쩐지 너 도와주기 싫어졌다."

"......"

"뭐. 반쯤 농담이고."

"반은 진담입니까..."

"재무진이란 놈이 손에 넣은 힘은 간략적으로 말해 인간을 커튼으로 만드는 방법. 강력하고 재능있는 육체일수록 엄청난 능력을 가진 실험체가 탄생할 확률이 높다..."




가온은 문득 도미니온을 떠올렸다.

시합이 끝난 후 그를 찾아 다녀보았지만 역시나 허사였다. 아마 재무진이 일을 일으킬 당일날까지는 나타나지 않으리라.



"그 도미니온이란 녀석. 재능은 있지만 솔직히 아직 피지도 않은 꽃이잖아? 그런 녀석도 지금의 너와 어느정도 싸울 수 있게 되었으니 정부공인 순위권자란 놈들이 변한다면 끔찍하겠군."

"그렇죠."

"하지만 이겐 네가 반격의 방법을 찾았지. 아니...네가 아니라 이자견인가?"

"될지 안 될지 불확실 하지만요."

"안 되면 붉은 커튼으로 죄다 쓸어버리면 되니 그렇다 치고...또 다른 힘은 '소년' 이 준 커튼들이겠군."



소년.


언젠가 에메라도 그 비슷한 호칭을 썼었던 걸로 기억한다.


"가장 오래된 자...커튼들 사이에서 그렇게 불리는 좀 특이한 커튼이지. 엄청 강력하지만 자기 영역에서 나오질 않으니 한동안은 만날 생각 하지 않아도 된다. 다른 오래된 녀석들도."




가온의 생각을 읽고 미리 선수를 친 마우스가 말을 이었다.





"'소년' 이 넘긴 최상급 커튼들. 몇 마리나 넘겼는지가 중요한데..."

"최상급 커튼이 그렇게 간단히 넘길 만큼 널려있는 개체였나요?"

"물론 아니지만. '소년'은 좀 특별해서 자기 휘하의 최상급 개체를 얼마든지 넘겨줄 거야. 어차피 다시 얻을 수 있으니까."

"......?"



가온의 의아한 심정을 읽었을 텐데도 마우스는 말해주지 않았다. 그렇다는 건 이것도 뭔가 패널티가 있다는 뜻이리라.


"그리고 재무진이란 놈 본인이 사용할 힘. 이게 관건이겠지만...뭐 걱정은 안 되네."

"약한가요?"

"아니. 네가 세."

"......"



아까 12지신한테는 덤비지 말라 해놓고 강하다고 하니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가온을 보며 마우스가 키득키득 웃었다.



"재무진이란 놈은 순위권자들의 친선경기가 끝난 후 준비한 어떤 것으로 순위권자들을 무력화 시킨 뒤 실험체들을 얻고. 전세계에 뿌려둔 자신의 수하들을 일으켜 세계를 점령하기 시작한다...영화에서도 쓰이지 않을 소재구만. 세계 점령은 불가능할 테지만 커튼들이 엄청 유리해지긴 하겠군."




재미있다는 듯 중얼거리는 마우스. 그의 말대로 재무진은 순위권자들이 지친 틈을 타 일을 벌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자신의 실험체로 삼을 것이다.


아마 전세계에서 모인 우수한 학생들을 포함해서.


친선경기는 총 3일간 진행된다.

첫날과 둘째날은 랜덤으로 각 국가가 맞붙으며 셋째날은 전 국가의 순위권자들이 모여 여러형식의 대련을 펼칠 예정이다.



즉 재무진이 움직일 날은 셋째날이 틀림없었다.





"재무진의 작전대로 된다고 해도 세계 점령이 불가능한 건 역시 사냥꾼들이 우수하기 떄문인가요?"

"그것도 있다만...일단 성급 사냥꾼이라 불리는 녀석들 때문에 힘들 걸. 단순히 힘으로 밀 거 였으면 '소년' 이나 다른 가장 오래된 녀석들이 했겠지. 재무진이란 놈이 내부에 있는 적이라 그 정도로 먹히는 거지."




마우스가 가온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뭐. 네랑 네 동료들이 세운 계획이 있는 한 뭣도 못 하겠지만. 이자견을 동료로 받아들인 건 정답이었다. 루이스나 익환이란 남자도 뛰어나지만 역시 그녀는 특별하군."

"......그렇죠."




이자견에게 께름칙한 감정을 느낀 가온이 애매하게 대답했다.




"결국 오늘 절 부르신 건 그 12지신 떄문이군요?"

"그게 태반이지. 그것도 있고...그 재무진이란 놈에게 신경쓰이는 점이 하나 있어서."

"신경쓰이는 점이요?"



이 정체불명의 마우스에게서 걱정이란 감정이 느껴졌기에 가온은 조금 긴장했다.




"정확히는 재무진이 아니라 그 곁에 있는...뭐랄까. 좀 이상한 기운이야."

"뭔데요? 그것도 패널티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거에요?"

"아니. 그저 나로서도 뭔지 알 수가 없어. 실험체 중 하나인 것 같기는 한데...에라 모르겠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괜히 신경만 쓰게 만들어놓고...속으로 투덜대던 가온을 보고 키득거리던 마우스가 손을 흔들었다.





"그럼. 네 복수중 하나가 끝난 뒤에 보자고. 푹 자."




직후 가온의 몸이 빨려들듯 어디론가 이동했다.

눈을 떠보니 숙소의 침실 위였다. 핸드폰 시계를 확인하자 1분도 지나지 않았다.



"...찝찝하게스리."




가온은 찝찝한 풀기 위해 샤워를 하고 곧장 침대에 누웠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오래토록 증오해온 원수와 곧 부딪힌다는 것이 실감이 나질 않았다.



'...죽인다.'




주문처럼 되뇌이고 억지로 눈을 감는 가온.






그리고 다음 날.


드디어 세계대회 친선경기가 열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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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 소원을 이루어주는 자 (1) 20.08.23 158 3 15쪽
369 소원권 (2) 20.08.22 159 3 20쪽
368 소원권 (1) 20.08.22 160 3 23쪽
367 동기부여 20.08.21 162 4 27쪽
366 에메라의 이야기 20.08.20 162 2 11쪽
365 파멸? (10) 20.08.18 169 4 28쪽
364 파멸? (9) 20.08.17 158 3 20쪽
363 파멸? (8) 20.08.16 155 2 20쪽
362 파멸? (7) 20.08.15 167 2 21쪽
361 파멸? (6) 20.08.14 163 3 16쪽
360 파멸? (5) 20.08.14 165 3 21쪽
359 파멸? (4) 20.08.12 173 3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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