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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망팀 코치로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8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406
추천수 :
23
글자수 :
82,469

작성
22.05.1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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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선수 찾아내는 법(5)

DUMMY

채팅창에 불이 붙었다.


근데 그건 그거고, 나는 지금 내 눈에만 보이는 상태창이 보여주는 상승치에 눈이 돌아버릴 것 같았다.


[명성치가 상승합니다.]

[명성치가 다량 상승합니다.]

[명성치가 폭발적으로 상승합니다.]

[악명이 상쇄됩니다.]


뭔가 긍정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지금 상태창을 외쳤다가는 어그로가 너무 많이 끌릴 것 같아서 일단은 참아냈다.


‘형, 대답 안 해 줄거야?’


정신부터 차려야지.


“아니, 준상아. 무슨 말이야. 너 지금 팀 생활 잘 하고 있잖아. 우리 너 줄 돈 없어.”


-그건 맞제

-ㅇㅈㅇㅈ 무슨 패왕이 2부리그로 옴 ㅋㅋㅋㅋ 얼마나 페이컷할라고 ㅋㅋㅋ

-ㅇㅇ 그건 좀 오바야


‘형이 제대로 감독 맡은 팀이면 금방 올라갈 거 아니야. 그럼 1~2년 정도 참는 거야 상관없어.’


“또 일단 뱉고 본다. 내가 계속 말했지. 프로게이머 전성기 짧아. 니가 제대로 대접 받을 수 있는 기간 동안 잘 챙겨놔야 돼. 너 나중에 내 꼴 나고 싶어?”


‘형이 뭐 어때서. 나 형 같은 재능 있으면 바로 코치 할 거야.’


얘가 오늘 뭐 잘못 먹었나, 나한테 금칠을 해주려고 작정을 했나보다.


“아니, 석형아. 얘 왜 이러냐? 원래 이런 성격 아닌데?”


“아씨, 형! 나한테 말 걸지 말고 빨리 패왕님께 집중해. 지금 형이랑 통화중이시잖아.”


-ㅇㅇㅇ 패왕이 이렇게 말 길게 하는게 얼마나 귀한 일인줄 앎?

-폐급 새기야 얼른 집중해라

-아니 오신다잖아 임마;; 정신차려;;


반응들이 이상했다. 하긴. 나한테는 그냥 준상이일 뿐이지만, 패왕이라는 닉네임을 얻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게이머인만큼 팬들도 많고, 관심도도 높겠지. 내가 적응하지 못했을 뿐이다.


“왜 그러는건데, 임마. 팀이랑도 이야기 안 됐을 거 분명하고. 똑바로 말해봐.”


‘난 예전부터 맘에 안들었어. 형이 보낸 선수 중에 형이 보내고 싶어서 보낸 선수가 누가 있어? 그리고 가고 싶어서 간 선수도 많지 않아. 난 정말 가기 싫었어. 팀끼리 이야기 끝냈다고 하고, 부모님도 설득되서 어쩔 수 없이 간 거지.’


“그러냐. 왠지 그 당시에 연락이 안되더라.”


‘형도 그래. 나중에 다시 연락할라 그러니까 형이 내 전화 안받았잖아.’


“이미 가서 잘 하고 있는 애 연락을 뭐하러 받냐.”


‘형은 뭐 항상 그랬지. 여튼 대답은?’


“아직은 아니다.”


‘아직?’


“야. 준상아.”


나는 진지하게 준상이의 이름을 불렀다. 비록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준상이에게 내 포부를 당당히 밝히고 싶었다.


“나 엄청 열심히 할거야. 나 이 팀 못 버려. 내가 맨날 욕하면서도 남은 이유, 생각해봤는데 이 팀에 대한 애정 때문인 것 같아. 존나 유치하지만, 난 내가 게이머 시절 내가 받았던 그 응원을 저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죽어라 살릴거야. 지금은 너한테 미안해서 못 데려오지만, 1부리그 가고, 팀 커지면 내가 어떻게든 너 데려올거야.”


‘어. 듣고 있어.’


“그러니까 너 똑바로 열심히 하고 있어. 지금은 니가 널 희생해서 날 도와주려 한 거잖아. 나중에는 내가 당당하게 너 영입할테니까, 넌 실력유지만 하고 있으란 소리야. 이해해?”


‘와, 뭐라고? 와 진짜 어이가 없네 크크.’


준상이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그 웃음이 뭔가 시원했다. 기분이 꽤 좋아보였다.


‘형이나 똑바로 해. 정치질 좀 그만 당하고. 말 막하고 나서 미안해가지고 괜히 주장형 불러다가 애들 맛있는거 사주라면서 카드 주지 말고.’


“너 임마, 그거 어떻게 알았···어?”


‘형, 내가 바보야? 다른 애들도 다 알아. 알았어, 형. 기다릴테니까 연락 꼭 줘.’


그리고 준상이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살짝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과 함께 난 힘이 빠져서 의자에 주저앉았다. 아니, 내가 언제부터 일어서서 전화하고 있었지?


“와, 코치님. 거의 연설을 하셨네요.”


아, 방송하고 있었지.


슬쩍 시청자 수를 보니까 10만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이 방에 들어와 있었다. 잠깐. 10만명?


“엥? 10만명? 어? 맞아?”


“형 보러 온 거 아니고, 박준상 선수 목소리 들으러 온 겁니다. 국내에서 활동은 잘 없으니까.”


“아···”


-그건 맞는데, 이 형 좀 멋있네.

-ㅋㅋㅋㅋㅋㅋ 우끼끼즈 이런 인간 두고 망팀 된 거 실화냐?

-아니 근데 ㅋㅋㅋ 박준상이랑 천명준, 김호진이면 진짜 눈 좋은 건 맞나본디?

-ㅇㅈ 그 셋이면 진짜 ㅇㅈ이지.


분위기가 꽤 순해져있었다.


“형, 근데 정말로 형이 걔네 다 발굴한 거라면, 그 팀이 어떻게 망해?”


“뭐, 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고, 이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을 거라는 건 확실하지.”


“오, 자신감~”


그 때부터는 방송의 느낌이 변했다. 예전 팀에서의 이야기, 특히 준상이의 연습생 썰 같은 것을 푸는 것이 주가 되면서 동시에 내 홍보를 섞어넣었다. 물론 내가 주도한 것은 아니었고, 석형이의 능력이었다.


“와, 그러니까 패왕 박준상 선수가 처음 선보인 미친 크롤 전략이 형 손에서 나왔다는거네?”


“결과적으로만 보면, 그렇지. 근데 지금 준상이가 하는 거는 내 손에서 나온 거 아니야. 최적화나 빌드 구성이 많이 달라졌어.”


“그럼 형 또 형이 만든 빌드 있어?”


“어..”


대체적으로 이런 식이었다.


-아니, 그럼 천명준이랑 김호진 선수 초반에 썼던 빌드들 전부다 저 양반 손에서 나온거야?

-선수 보는 눈에 빌드 깎는 장인인데 왜 욕을 그렇게 디지게 먹었대?

-저 정도면 인성 나빠도 ㅇㅈ 아니냐?

-모셔가야지 ㅋㅋㅋ


“제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닌데요. 인성 나쁜 것도 사실이니까요.”


“왜요?”


솔직한 내 심정을 말했다.


“전 별들의 전쟁 못하는 선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엌ㅋㅋㅋㅋㅋㅋ

-ㅁㅊㅋㅋㅋㅋㅋ

-아니 아저씨 노빠꾸시넼ㅋㅋㅋㅋㅋ


“맞잖아요. 빌드를 깎아서 몇 분에 뭐 해라, 몇 초에 뭐 해라, 움직임은 어떻게 가져가라 다 설명을 해줘도 그걸 흡수를 못하면 게임 하면 안돼.”


“형, 정신 차려. 어떻게 해준 세탁인데.”


하지만 어떻게 하겠는가, 이게 내 속마음인데. 준상이랑 통화를 하다가 긴장이 풀리자 입도 덩달아 풀렸다. 가만히 있으려고 했는데, 생각하다보니 억울했다. 그리고 내 인성? 터졌는데 뭐 어떡하겠냐!


“그리고 난 제일 어이없는게 아까 전화한 놈들 중에 김경준이, 너 임마. 너는 내가 견제당하고 나서 가스 부족하면 시발, 가스 캐는 일꾼 확인하라고 백 번을 말했는데 그걸 끝까지 못고치고!”


“혀, 형 잠깐만.”


“박성준이, 너는 시발 컨트롤 연습맵까지 만들어줬는데 마이크로 컨트롤을 드럽게 못해서 초반에 맨날 게임을 터뜨려 먹으면 내가 전략짜는데 엄청나게 애를 먹잖아. 맞아, 아니야!”


“그, 성준이가 초반을 좀 못하긴 했는데.”


“석형이 너도 마찬가지야! 내가 그딴식으로 맨날 안전하게 게임하면 지나가던 개도 너 상대로 땡더블 갈긴다고 이야기를 해도 경기만 나가면 벌벌, 벌벌! 그러니까 맨날 프로리그 경기 나가면 맞춤 전략 당해서 뒈진 거 아니야!!”


“아아니, 내 현역 시절 이야기는 왜 꺼내!”


“후, 후욱, 후.”


갑자기 몰아서 말을 하니까 숨이 찼다. 그래도 아까부터 하고 싶었던 말은 다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방장 갑자기 관통당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엌ㅋㅋㅋㅋ갑자기 스플래쉬 데미지 오졌구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이형 인성 나쁜거 맞넼ㅋㅋㅋㅋ어케 숨겼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형. 이러면 형 세탁된거 말짱 도루묵이야.”


“미안.”


“진정했어?”


“응.”


쏟아내고 나니까 시원하기는 했다.


“형, 앞으로도 팀원들한테 이런 식으로 말할거야?”


“이 정도는 괜찮지 않나?”


“어, 그러니까. 생각보다 이 정도면 피드백 받는다 치고 괜찮다 싶어서.”


“그래, 딱 이 정도로만 할게. 욕은 안하고, 시간도 15분 내로 끊어서 하고, 게임 껐을 때는 녹음기 안 돌리고.”


“잠깐, 평소에는 어떻게 했는데?”


내 옛날 모습을 떠올려봤다. 보통 잘못 하나 발견하면 경기 전체를 정배속으로 돌려보면서 한 시도 욕설을 쉬지 않았었던 것 같고, 이해했는지 확인해서 이해 못하면 그 작업을 2~3번은 반복했다. 그리고 나서 밥 먹을 때도 물어보고, 확인하고.


“어, 어우야. 형 미쳤어?”


“그리고 나서 일주일 안에 안 바뀌면 버렸지.”


“그 전에 나가 떨어진 애들도 많았겠는데?”


“많았지. 버렸지.”


“미친새끼 아니야 이거?!”


석형이가 갑자기 욕설을 뱉었다. 나로써는 너무 당연한 일인데,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선수들이 많기는 했었다. 그래서 내 스스로도 바뀌어야겠다고 생각한거고.


“그래서 임마, 그렇게 안한다고. 피드백은 아무리 길어도 한 판당 30분 안 넘길거고. 욕은 최대한 안 섞을거고. 쉴 때는 확실히 쉴 수 있게. 그래도 열정 없는 선수는 못 받아.”


“아까는 15분이라매, 왜 갑자기 2배로 늘었는데?”


“생각해보니 게임 정배속으로는 다 보면서 이야기 해야 될 거 아니야.”


“게임을 왜 다 봐, 필요 포인트만 봐야지!”


그렇게 한참을 혼났다. 어느새 준상이의 등장으로 시끄러웠던 방의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았고, 시청자도 평소 시청자 수준으로 돌아가있었다. 한 5만명 정도?


“석형아, 근데 너 원래 이렇게 시청자 많아?”


“큼, 당연하지. 나 성공한 사람이야.”


“와, 진즉에 방송하지. 내가 너 별들의 전쟁에는 재능 없다고 예전부터 그랬었잖아.”


-갑자기 쏴버린다고?

-ㅁㅊ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쏴버리는 코치

-아닠ㅋㅋ 존나 웃기네 안돼욧! 우리 방장 게이머 경력에 부심 있다구욧!


“부심이요? 얘도 게이머 부심이 있어요?”


진짜 궁금해서 물어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엌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채팅창은 신이났고, 석형이의 얼굴은 벌개져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히 나도 흥겨워져 웃고 말았다.


“형은, 형은 뭐 얼마나 대단···하긴 했지.”


“내가 뭐 대단하냐. 나도 재능 없이 꾸역꾸역 올라온건데. 그리고 나 현역 이야기 싫어한다 임마.”


나는 의도적으로 채팅창을 외면했다. 현역 시절은 내가 이야기 하고 싶지 않은 흑역사의 시절이었으니까. 별로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뭐 좋아. 그렇다 치고. 형 오늘 나온 목적에 대해서 슬슬 이야기 해볼까?”


-3시간 만에 본 목적.

-와 시발 인트로 ㅈㄴ 길었다 진짜 ㅋㅋ

-이제 본 목적은 8시간 동안 하나요?

-노방종ㄱ


별별 채팅이 다 올라왔다.


“사실, 저희 다이아몬드 몽키즈 팀에 남은 선수가 없어서요.”


나는 숨김 없이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2주라는 시간이 남았고, 후원사도 없다. 선수는 단 한 명 뿐이다. 그래서 그 시간동안 3명의 선수를 추가로 영입해야 하며, 준프로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한정으로 해서 테스트를 볼 생각이다. 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3일 뒤에 테스트를 봅니다. 제발 많은 지원 부탁드릴게요. 제가 최선을 다해서, 온 힘을 다해서 코칭하겠습니다. 무재능이라고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제 영혼을 걸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냅다 일어나서 방송 오기 전부터 준비했던 그랜절을 시도했다.


“어···?”


그랜절은, 온 몸을 물구나무 세운 상태에서 절을 하는 고난이도 동작이다. 당연히 나 같은 운동 부족이 쉽게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도 아까 집에서 혼자 해봤을 때는 그럭저럭 할 수 있었는데, 여기서는 뭔가 잘못된 기분이었다.


“어? 형? 잠깐만, 어?”


콰당탕탕탕타아아아앙-


똑, 또록..


내 몸이 그대로 넘어가 컴퓨터 책상을 후려찼고, 책상 위에 올라가있던 컵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물을 쏟아내는 등 난리가 났다. 그리고 나는 머리가 하얗게 질리는 고통에 책상과 부딪친 발꿈치 부분을 매만지면서 눈물을 찔끔 짰고, 그 장면은 실시간으로 중계됐다.


그리고, 난 실검에 올랐다.










“형, 성공이야.”


석형이는 킬킬 거리면서 맥주를 들이키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아려오는 발꿈치에 안티푸라민을 바르면서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임마, 여기 피멍 들었다, 피멍.”


“피멍이 뭔 상관이야. 꽈당남으로 유명해졌으면 됐지.”


“광대로 아는거 아니냐 사람들이. 나 코친데.”


“크큭, 됐어, 됐어. 인방은 화제성이 최고야. 알아서 사람들이 실어날아 줄거야. 박준상 선수가 도와준 것도 신의 한수였고.”


“그러게 말이다. 갑자기 준상이가 나타날 줄은 나도 몰랐네.”


“형은 진짜, 미리미리 알려줬으면 내가 포맷을 다르게 짰을 거 아니야. 내가 팀 나온지 너무 오래되서 아무것도 몰랐네. 박준상에 김호진, 천명준을 형이 키웠으면 지금 형 포지션이 많이 달라진다니까?”


나는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왜 달라진다는 걸까. 내가 뭘 호구처럼 살아온 걸까. 쉽지는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나는 이용만 당한거다, 이거구나?”


“그렇지. 싫겠지만, 형 자기 실적은 여기저기 알리고 다녀야 돼. 가만히 있는다고 사람들이 알아주는 거 아니야. 막말로 형이 그 실적 전 세계에 다 알렸으면, 지금 몽키즈가 이 모양 이 꼴 이겠냐고. 스폰서도 좀 더 붙었을거고, 유망주 명가로 명성도 좀 더 알렸겠지.”


“그런가.”


그것 또한 나의 무능이다. 코치는 코칭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라는 걸 요즘 들어 부쩍 느끼고 있다. 내 카리스마, 운영, 리더십 능력치가 바닥인 이유가 다 있었던 모양이다.


“형, 그래도 감 좀 있던데? 오늘 재밌는 장면 꽤 많이 나왔어. 나 평소에 시청자 1만 나올까 말까야. 근데 오늘 5만이 고정으로 끝까지 갔으니까, 이 정도면 진짜 핫 한 방송이었다는거야.”


“그러냐? 난 잘 모르겠던데.”


“맞아. 그러니까 만약 잘 안되면, 인터넷 방송도 한 번 생각해봐. 내가 잘 밀어줄테니까.”


석형이의 말에서 미묘한 뉘앙스를 잡아냈다. 저 자식 저거, 지금 공개 트라이아웃이 잘 안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다.


“왜 잘 안 될 것 같은데?”


“뭐가?”


“너 지금 선수 모집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잖아.”


허를 찔렸다는 듯, 석형이는 쓴 웃음을 짓더니 맥주잔을 괜히 빙글 빙글 돌렸다.


“형, 화제는 되겠지. 그렇다고 해서 누가 이 팀에 오고 싶겠어. 후원사도 없고, 환경도 열악하고. 재능 있는 녀석들은 그렇게 안 커도 결국에는 크잖아.”


“그렇긴 하지.”


“2주? 게이머 준비하는 애들이 요새 얼마나 진지한데, 그렇게 풍비박산 날 것 같은 팀에 왜 지원을 해. 시간 낭비지. 그리고 아무리 세탁, 세탁 해도 형 이 업계에서 이미지 조진 거 하루 아침에 돌아오지 않아. 괜히 거기 지원했다가 다른 팀에서 찍히면 어떡하냐라고 생각하는 애들도 꽤 있을거야.”


석형이는 생각보다 냉정했다. 그래, 어쩌면 저게 당연한건데 내가 지금까지 너무 편의주의식 해석으로 살아왔는지도 모르지.


“그래, 니 말이 맞기도 하다.”


“뭐, 그래도 아예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 난 형 믿어. 형 같은 사람이 그렇게 굳게 마음 먹었을 때 얼마나 무서운 인간인지도 알고.”


“그러냐.”


“형 근데 2부리그도 무조건 준프로 자격이 필요한가?”


“응?”


그 말에 갑자기 멍해졌다. 1군 로스터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무조건 커리지 매치를 통과하여 획득하는, 준프로 자격증이 필요했다. 그리고 나서 프로게임단에 소속되어서야 프로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는 구조였다.


하지만 2부리그도, 사회인 리그도 웬만하면 준프로 자격증이 있는 이들로 구성되어 돌아갔다. 그랬기에 나는 당연히 2부리그도 준프로 자격증이 필요하다고만 생각했다.


“형, 생각해봐. 준프로 딴 애들 그리 많지 않아. 그리고 그런 애들이 내 방송을 보고 흔들린다? 쉽지 않은 일이지. 근데 준프로가 아니라면? 그냥 래더점수로만 애들을 모집한다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을텐데.”


“그렇긴 하지, 잠깐. 규정을 한 번 찾아봐야겠다.”


“어. 규정 찾아보고 연락줘. 만약 준프로 규정 없으면, 내가 방송에서 한 번 더 언급해줄게. 그 공개 팀원 모집이라는 거, 준프로 자격증 필요없다더라. 실력 자신 있는 애들 나가봐라. 뭐 이런식으로. 형 그래도 점수는 제한 둘 거지?”


“어, 그래도 2400은 넘어야지.”


“그 정도면 뭐. 2400이면 상위 1%잖아. 내 방송 보는 애들 중에도 종종 있을거야.”


석형이를 만나기로 한 선택이 참 잘한 선택이다 싶었다. 이런 조언을 얻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못했다.


“그, 어쨌든 형. 망하면 우리 같이 합방이나 하자고. 콜?”


“됐다, 이눔의 자식아.”


“크크크, 왜 재밌었잖아?”


재밌긴 했다. 하지만 나한테 더 재밌는 건 별들의 전쟁이고, 그보다 더 재밌는 건 성장과 우승이다.


“나중에, 한 30년 뒤 쯤에 은퇴하면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


“됐네요, 그런 틀딱 방송 아무도 안 본 다. 이 양반아. 들어갈거지?”


“응.”


“조심히 들어가고, 응원할게, 형.”


석형이라는 좋은 인연으로 추가적인 기회를 얻은 기분이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지만,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지는게 왠지 벌써 뭔가를 이룬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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