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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망팀 코치로 살아가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게임, 퓨전

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8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98
추천수 :
23
글자수 :
82,469

작성
22.05.12 17:59
조회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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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4쪽

선수 찾아내는 법(2)

DUMMY

“상태창”


= Team Manager Status

이름: 이진명

나이: 32

명성: -973 -> -960 (New!)

소속: Diamond Monkeys

직위: 코치 (감독 대행)



코치 능력치

지능 85

카리스마 4->5 (New!)

리더십 2

운영 3->4 (New!)


상태창에서 바뀐 내용들을 확인해봤다. 방금 미팅이 영향이 있었는지, 여전히 극악의 수치기는 하지만 미미하게 명성이 오른 것을 확인했다. 카리스마와 정치도 하나씩 올랐는데, 여전히 바닥을 기는 수치다.


“온라인 연습생이 있다고 했지..”


집에 오자마자 컴퓨터 앞에 앉아 팀원 현황판 파일부터 체크했다. 온라인 연습생이 한 명 남아있다는 말을 손 과장에게서 들었었다. 모든 팀원들이 배를 버리고 떠난 줄 알았는데, 아직 한 명이라도 남아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띠리리링-


파일을 열고 있는데,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요즘은 전화 올 곳도 없을텐데. 그래도 일단 받고 봤다.


“여보세요?”


-이진명 감독님 되십니까?


감독이라니. 뭐 이제 아무도 없으니까 감독이긴한데. 처음 들어보는 호칭이라 신선했다.


“네, 맞습니다.”


-그 동아빌딩 건물 연습실 때문에 연락드렸습니다. 언제 짐 빼주실건지 여쭤보려구요.


“아, 네···.”


현실이 금방 자각되었다. 감독이라는 호칭 하나에 기뻐할 때가 아니었다.


“혹시 시간은 언제까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정리할 게 많아서 조금 바빠서요. 죄송합니다.”


-계약기간은 한 달 정도 남았고, 월세도 선 입금 받았고. 그 기간안에만 빼주시면 됩니다. 저번에 통화한 분이 재계약은 안하신다고 하시던데. 맞죠?


“네, 맞습니다.”


-부동산에 내놨으니까, 가끔 사람들이 왔다갔다 할 수는 있어요. 웬만하면 미리 연락은 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예, 그럼.


뚝 하고 전화가 끊겼다. 잠깐 부풀어 올랐던 기분이 축 가라앉았다. 현실자각펀치를 제대로 얻어맞은 기분이다.


얼른 정신차리고 선수현황표를 다시 들여다봤다. 연습실은 없어도, 선수는 있어야 팀이 굴러간다.


“흠..”


1군, 2군 선수들의 현황표는 확실히 업데이트가 되어있었다. 전원 탈퇴라서 깔끔하게 금방 읽혔다. 하지만 이미 망해가는 팀의 운영팀이 일을 제대로 할 리가 없었다. 온라인 연습생 명단은 모두 그대로였다.


“13명이라.”


어쩔 수 없이 하나씩 전화를 걸어봐야 할 판이었다. 한 명도 아는 이름이 없었다. 온라인 연습생이라면 그냥 발 한 짝만 이쪽 세계에 걸치고 있는 느낌이라서,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도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다이아몬드 몽키즈의 이진명이라고 합니다.”


-팀 나간다고요. 연락하지 마세요.


-별들의 전쟁 안합니다.


-내가 니 밑에서 왜 게임을 더하냐? 미쳤냐?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사서함으로-


마음을 잡는다고 잡았는데, 정신적 타격이 축적되어가는 것이 시시각각으로 느껴졌다.


“에휴. 이번이 5번째인가.”


다섯 번째 전화를 건다. 이름도 처음들어보는 연습생이다. 이정민?


“여보세요?”


-네, 여보세요?


“어.. 혹시 이정민씨 핸드폰 아닌가요?”


-맞는데요?


정신에 잠시 혼란이 왔다. 우리 팀에 여자연습생이 있었던가? 물론 별들의 전쟁 판에 여성 프로게이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숫자가 매우 극소수다. 10프로 남짓할까? 이름도 중성적이라서 여자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다이아몬드 몽키즈의 이진명이라고 합니다.”


-아···네.


목소리부터가 떨떠름하다. 그래도 전화를 계속 받아주고 있는게 어딘가 싶다.


“혹시 아직 저희 팀에서 탈퇴 안 하신 거 맞나요?”


-네, 그렇긴 한대요..


됐다! 찾았다! 드디어 첫 번째 선수를 찾아내는 순간이었다.


-근데 그만두려구요.


쿠궁.


찾은지 1초만에 그만둔다고 하는 학생을 앞에 두니 머리가 핑 도는 느낌이었다. 아니, 왜? 아. 이유는 많구나.


“그, 혹시 왜 그러시는 건지 알 수 있을까요? 다른 팀으로 이적하시는건가요?”


-저보고 재능 없다고 하셨잖아요.


“누가요?”


-···코치님이 그러셨잖아요. 기억도 못하세요?


아, 시발.


“제가 언제 그랬었죠..?”


-입단테스트 볼 때니까, 벌써 한 1년 반 정도 되가는 것 같네요. 말씀하신대로 1년 반 동안 온라인 연습생이면 재능이 없는 게 맞겠죠. 팀도 이렇게 된 마당에 접으려구요.


“아, 잠깐, 잠깐, 끊지말아봐요.”


-예?


“잠깐만이라도 좋으니까, 연습실로 한 번 와볼래요? 마지막으로 한 번 테스트보고, 제가 확실하게 말씀드릴게요. 진짜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셔도 안 늦잖아요.”


-이미 마음 결정 다 하고 무슨 일 할 지 알아보고 있었는데요.


“별들의 전쟁, 재밌잖아요.”


-그렇긴 한데···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본다는 생각으로 와보세요. 제가 눈 하나는 좋거든요. 개인화면을 봐야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있으니까, 마지막으로요.”


물론, 실제로 보고도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그녀의 뜻을 존중해 줄 생각이긴 했다. 아무리 내 사정이 급하다 해도, 재능이 없어 그만두겠다는 사람의 바지춤까지 부여잡았다가 나중에 원망을 듣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로 가면 되나요?


“여기 주소가..”


대략적으로 주소를 불러주고 나서 한숨을 돌렸다. 그래도 팀에 남아있다는 온라인 연습생 한 명은 찾았다. 남은 인원들도 혹시 몰라 전화를 돌려보긴 해야지.






남은 인원에게 전화를 돌려보긴 했지만, 욕만 푸짐하게 얻어먹었다. 정중하게 전화를 받는 사람이 없었다. 내 평판이 이정도였나 싶어서 어질어질했다. 내가 그렇게 막말을 많이 했던 사람인 것도 새삼 다시 알았고···


똑똑똑


“네, 누구세요?”


올 사람이 한 명 밖에 없기는 했다.


“이정민입니다.”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보니 생각보다 말짱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하나 서 있었다. 나이는 생각보다 어려보였다. 끽해야 10대 후반 정도의 나이? 프로게이머를 하기에 늦은 나이는 아니었다.


“반갑습니다. 이진명입니다.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시죠?”


“네, 편하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그럼 그렇게 할게.”


나는 간략하게 우리 팀의 사정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코칭스태프는 없고, 선수도 단 한 명밖에 없으며 로스터를 2주안에 채우지 못하면 공중분해 된다는 것 까지.


“그렇게 됐다는 건 얼핏 들어 알고 있긴 했어요..”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까, 아까 말한대로 개인화면이랑 움직임 좀 봐줄게.”


“저기, 근데요.”


운을 띄워놓고서도 정민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대충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예상은 갔다. 자기가 받아들여져도, 이 팀이 터지면 어떻게 되냐는 거겠지.


“무슨 말 할 지 아는데, 만약 이 팀이 잘못되더라도 네 실력이 확실하다면 어떻게든 갈 팀을 찾아봐줄게. 좋은 실력 가지고 있는데 이대로 묻히는 건 크게봐도 이 판 손해야.”


별들의 전쟁 판은 여성 선수에 대해 관대하다. 물론 실력이 받쳐준다는 전제하지만, 같은 실력이라는 전제하에 보통 여성 선수들이 훨씬 더 많은 인기를 구가했다. 그렇기에, 정민이도 잠재력이 충분하다면 채가고 싶어하는 팀은 꽤 많겠지.


“···감사합니다.”


정민이는 그 정도로 말을 마치고 개인 장비를 세팅하더니 게임을 준비했다.


나는 정민이를 두고 별들의 전쟁 프로씬에 대한 생각에 잠시 잠겼다.


세 종족 중 한 종족을 골라, 마치 예전 스타크래프트처럼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RTS게임. 별들의 전쟁은 옛날의 스타크래프트처럼 황밸이라고 불리우는 세 종족을 기반으로 조금 더 매끄러워진 시스템과 그래픽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된 게임이었다.


등장한지는 어언 10년. 2030년쯤 등장했으니, 이미 올드 게임이라면 올드 게임이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인기는 최절정이었고, 별들의 전쟁 탑급 프로게이머는 수십억의 연봉도 우스웠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영상 판매나 광고 모델 등의 수익모델의 창출이 생각보다 더 크게 이루어졌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비해 발달한 의학기술로 프로게이머의 수명도 꽤 늘어났으니, 요즘 학생들 중 많은 수가 프로게이머를 희망 직업으로 꼽는 것도 괜한 이유가 아니었다.


“저, 감독님? 코치님? 세팅 끝났는데요.”


“코치님이라고 불러. 아직 감독은 적응이 안되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전략에 대해까지 생각이 번져갈 때 쯔음, 정민이가 말을 걸어왔다.


자기 장비랍시고 컴퓨터에 연결해 놓은 장비들을 보니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끽해야 3만원 돈 할까 싶은 마우스에 키보드도 만 원 안팎의 저가형. 온라인 연습생은 정식 연습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니 어쩌면 당연한 형편일지도 몰랐다.


“정민이 너 몇 살이지?”


“올해로 딱 20살 됐습니다.”


고민이 많을 시기이긴 했다. 아직까지 데뷔를 못했는데 여전히 온라인 연습생이라면, 마지막 도전이라는 생각으로 여기 오기엔 충분한 동기가 됐으리라.


“그래, 그럼 게임 한 판 보자.”


뒤에 앉아서 정민이가 게임 하는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솔직히 말하면, 내 기준에는 완벽한 미달이었다. 내가 그렇게 호들갑을 피웠던 명준이에 비하면 달 앞의 반딧불 같다는 게 적절한 비유일 것이다.


기본기는 좋았다. 그런데, 딱 기본기만 좋았다.


번뜩이는 센스 같은 것은 찾아볼 수도 없었고, 아무리 방어의 종족인 인류라지만 여기저기 두들겨 맞기만 했다.


“지금 하고 있는게 래더게임이지?”


“네.”


“점수대가 몇 점이나 돼?”


“2500 정도요.”


한숨이 푹 나왔다. 별들의 전쟁 래더 시스템은 시즌이 끝나갈수록 최고점이 높아지는 형식이다. 시즌 중반에 도달한 지금, 천상계라 부를 수 있는 챌린저의 점수대는 3000점 이상. 현재 정민이는 딱 마스터 정도의 수준에서 두들겨 맞기만 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흠..”


나도 모르게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듣자마자 정민이의 플레이가 극도로 소심해지기 시작했다. 한 박자 늦은 멀티, 한 박자 늦은 진출. 그 모든 것이 스노우볼이 되어 굴러가니 점점 더 경기가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10분, 20분, 40분.


정민이의 집중력은 떨어지지 않았다. 기본기만으로 버티는 수준이지만, 어떻게든 근근히 게임을 이어나갔고 끝끝내 방어만으로 승리를 가져왔다. 보는 나도 어이없었지만, 게임을 하는 상대방도 어이가 없었던 듯 하다.


supersuper크롤: 와 이딴 ㅄ한테 지네 겜 접을란다.

- supersuper크롤 님이 나가셨습니다.


승리!



정민이는 승리 메시지를 보자마자 의자를 휙 돌려 나를 쳐다봤다. 얼굴 가득히 맺힌 땀방울이 보였다.


무재능.


재능이 정말 없다. 정민이는 저 자리까지 꾸역꾸역 연습과 기본기로만 올라간 친구다. 물론 일반인의 수준에서는 대단한 수준이겠지만, 프로게이머의 시각으로 바라보면 이건 답이 없다.


그래도 피드백은 해줘야겠다 싶었다.


“정민아, 인류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해? 크롤이나 아이어에 비해서.”


“음, 일단 수비가 좋구요. 다른 종족보다 멀티를 조금 덜 먹어도 버틸 만해요. 한 방 붙었을 때 화력도 세고!”


“그래, 기본적으로 너한테 단단함은 있어. 근데 문제는, 단단함만 있고 센스나 견제, 상대방이 뭘 하는지에 대한 이해 자체가 없다는 거야.”


정민이가 진지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길래, 나도 모르게 문제점과 고칠 점을 와르르 쏟아내기 시작했다.


상대방의 진영을 보기만 하고 멀티 견제나 소수 병력 돌리기, 혹은 정석이 아니더라도 상대 병력의 빈틈을 찌르는 반 박자 빠른 공격 같은 것들에 대해서 설명하면서 리플레이를 봤다.


“봐, 이 지점에서 아이어는 아무 것도 없잖아. 전사도 없고, 광자포병만 한 부대야. 근데 니가 움츠리고 나올 생각 아예 안하는 것 같으니까 과감하게 3번째 멀티 먹지? 니가 이 때 나갔으면?”


“여기, 너 병력 남잖아. 전투용 호버바이크 좀 돌려서 멀티 견제 갔으면 어땠을 것 같은데?”


“자, 이때 저쪽은 멀티를 먹으면서 테크까지 같이 올리는 노양심 빌드를 탔단 말이야. 인구수 봐바. 원래 인류랑 아이어랑 차이가 꽤 나야하는 타이밍인데 동 인구수잖아. 아무리 인구수가 140이어도 이때 나갔으면 어땠을 것 같아?”


“멀티를 과감하게 먹어도 돼. 니가 지금 공격가고 있잖아. 그럼 대놓고 멀티 지어버리란 말이야. 본진에서 지어서 날릴 생각하지 말고.”


이런 저런 피드백이 쌓이자 정민이는 어지러운 듯 어느새 수첩을 꺼내 그 말들을 적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기꺼워 하고 싶은 말을 다 쏟아냈다. 꽤 가차없이 말했으니 상처받았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민이의 얼굴이 너무 밝았다.


“우와···”


무슨 반응이지?


“저 이렇게 상세한 피드백 처음 받아봐요.”


이게? 상세하다고? 기껏해야 15분 정도 이야기 해줬다. 매일매일 붙어서 전담관리 받고 피드백을 받는게 프로게이머의 일상인데, 이걸 한 번도 안 겪어봤다고?


“너 전담코치가 누구였는데?”


“저는 없었는데요.”


“없다고? 왜?”


“2군정도는 올라와야 코칭 받을 가치가 있다고..”


“누가 그래?”


“코치님이 그러셨는데요.”


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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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팀으로 살아가는 법! (3) 22.05.20 15 0 15쪽
10 팀으로 살아가는 법! (2) 22.05.19 21 1 17쪽
9 2. 팀으로 살아가는 법! +2 22.05.19 21 1 16쪽
8 선수 찾아내는 법(7) +1 22.05.18 29 1 16쪽
7 선수 찾아내는 법(6) 22.05.18 26 1 25쪽
6 선수 찾아내는 법(5) 22.05.17 34 2 18쪽
5 선수 찾아내는 법(4) 22.05.17 36 2 17쪽
4 선수 찾아내는 법(3) 22.05.16 37 3 11쪽
» 선수 찾아내는 법(2) +1 22.05.12 46 4 14쪽
2 1. 선수 찾아내는 법 22.05.11 41 4 12쪽
1 0.프롤로그 22.05.11 61 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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