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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님의 서재입니다.

망팀 코치로 살아가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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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k
작품등록일 :
2022.05.11 18:08
최근연재일 :
2022.05.20 18:05
연재수 :
12 회
조회수 :
399
추천수 :
23
글자수 :
82,469

작성
22.05.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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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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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0.프롤로그

DUMMY

“명준이는 트레이드 하기로 했다.”


“예?!”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같은 기분이었다.


명준이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발탁해서 이 팀의 에이스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온 유망주.


이번 시즌부터 해서 조금씩 올라올 기미가 보여 드디어 빛을 볼 날이 오나 했는데, 트레이드라니?


“아니, 감독님!”


“야 인마 이 코치!”


단 한 번도 감독님 앞에서 목소리를 높인 적이 없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빽 소리를 질렀더니, 노호성이 돌아왔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 굽혔겠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감독님도 아시잖습니까! 명준이 있으면 우리 팀 살아날 수 있어요! 1부 리그도 꿈이 아니라고요!”


“이 코치 이 새끼가 어디서 감독님 말에 따박따박 말대꾸야?”


수석코치라고 하는 일 없이 꼰대짓만 할 줄 알던 조 코치가 목소리를 높여 나를 제압하려 했다.


“말이 안 되잖아요, 말이! 우리 이제 할 수 있어요. 준상이까지는 그래도 이 악물고 넘어갔습니다. 근데 명준이까지 트레이드 하면 우리 팀은 망합니다, 망해요!”


“인마, 이거 완전히 또라이네. 준상이 때도 그렇게 빽빽 소리를 지르면서 난리를 치더니 뭐, 니가 걔네 아빠라도 돼?”


거의 아빠가 맞다.


15살 때부터 내가 좋은 거 먹이고, 슬럼프 왔을 때 몇 날 며칠 붙어서 다독이고, 아프기라도 하면 업고 병원까지 갔다. 명준이는 거의 나를 부모처럼 여긴다.


“이 코치. 무슨 심정인지는 알아. 하지만 우리 구단 내부 사정이 좋지가 않아. 이번에 명준이 못 팔면 공중분해다. 긴 말 하지 말어. 이대로 진행할 테니까.”


“아니 시발, 말이 되는 소리를 하셔야죠! 조금만 더 버티면 성적 오르고 스폰서 붙고 지금 재정난 해결할 수 있을텐데···!”


“뭐? 시발? 이 새끼가 보자보자 하니까!”


조 코치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얼얼하게 한 대 맞고 나서도 분함이 가라앉지 않았다.


“임마. 이거 명준이가 직접 와서 요구한 거야. 이따위 미래도 없는 팀에 더 못 있겠단다. 이제 자기 길 찾아 갈 거란다. 이미 마음 떠난 선수를 어떻게 잡아? 선수 마음 하나도 모르는 니 새끼가 코치니 뭐니 할 자격 있어?”


쿵-


무거운 돌이 갑자기 내 머리위로 떨어진 것 같았다. 뭐? 명준이가? 그런 말을 했다고?


“그, 그게 무슨..”


“이 봐, 이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니가 맨날 자기만 특별취급 하고 싸고 도는 것도 부담스러워 죽겠단다. 제발 자기 미래를 생각해서 놔달라고 직접 감독님하고 나한테 찾아와서 읍소하더라. 임마. 넌 다른 애들 다 제쳐 놓고 명준이 하나만 그렇게 물고 빨고 했으면서 그 자식 속 마음 하나도 몰라?”


조 수석코치의 말이 비수가 되어 나에게 꽂혔다. 명준이가 직접.. 트레이드를 요구했다고..? 그것도 나한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감독님, 진짭니까?”


“···이 코치.”


“감독님, 진짜냐고요!”


“시발! 이 새끼가 진짜 위 아래도 없어! 니가 가서 명준이한테 직접 물어보면 될 거 아니야! 꺼져 이 새끼야!”


휙 내 몸을 돌리더니 발로 걷어차 방문 밖으로 나를 쫓아내는 조 수석코치. 수치스러웠지만, 그런 것 따위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바로 핸드폰을 꺼내 명준이의 이름을 찾았다.


[내새끼]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 연결음만 주구장창 울려 대고 전화를 받아야 할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내가 전화를 걸면 아무리 바빠도 즉각즉각 전화를 받던 녀석인데, 무슨 일이라도 생긴걸까?


“제발, 제발..”


내 인생 전체가 부정당하는 기분이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렇게 30분동안 멍하니 전화를 걸고 나서야, 통화가 연결되는 소리가 들렸다. 그럼 그렇지, 아무래도 씻고 있거나 아님 충격 받아서 어디 한 구석에 처박혀 있었던 모양이다. 걱정마라, 내가 다 해결해 줄 테니.


“여보세요? 인마, 명준아. 너 뭐하고 있었어. 전화를 왜 이렇게 안 받아?”


‘아···씨발···’


“응?”


‘아니 코치님. 제가 전화 안 받으면 그러려니 하셔야죠. 다 들으셨을 거 아니에요.’


“뭐, 그, 그럼 그게 진짜라고?”


‘코치님, 아니 형. 저 아직 어려요. 그리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요. 제가 이 팀의 미래라느니, 앞으로 너만 믿는다느니 그런 부담스러운 소리 더 이상 듣고 싶지도 않구요. 2부리그도 간당간당한 팀에서 더 이상 썩고 싶지 않아요.’


“아니, 인마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그거 누가 해달라했냐고요! 다른 형들 눈치 보이니까 그만 좀 해달라 그래도 맨날 붙어서 코칭한게 누군데요! 그거 때문에 저 형들한테 욕먹은 거 알긴 아세요?’


“어떤 새끼가 그딴 짓을 했는데?!”


‘아, 됐어요. 이미 결정 끝난 일이고 저는 제 살 길 찾아 갈 테니까 형도 잘 사시길 바랄게요. 감사했지만, 서로 입장 차이 때문인 거니까 이해해 줄 거라 믿어요.’


“명준아, 명준아···!”




그렇게 전화가 끊겼다. 호진이, 준상이, 명준이. 내가 이 팀의 대들보로 키우겠다고 큰 맘 먹고 키워낸 녀석들이 줄줄이 팀을 나갔다. 불과 6개월만에 일어난 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쭉정이 같은 녀석들 뿐. 이런 놈들을 데리고 무슨 2부리그 탈출이냐.


“2부리그에서 강등당하지만 않으면 다행이지..”


한동안 찾지 않았던 담배를 찾아 물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 나가야겠지. 어쩔 수 없다.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내가 키우려던 녀석들은 번번히 팀을 떠나거나, 개인 사정으로 게임을 접거나, 혹은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며 실패했다.


후원사는 후원을 지속할 수 없다고 알려왔으며,


감독님과 수석코치는 언제 연락이 닿았는지 다른 2부리그 팀으로 훨훨 떠나버렸다.


나는 빼고.



우리팀의 죄목은 단 하나 뿐이었다.


프로게임단이, 게임을 드럽게 못했다.


돈을 쏟아부어도, 드럽게 못했다. 그냥 못했다. 팬들도 등을 돌렸다.


팀이 망했다.

표지11.png

잘 그리고 싶었는데 실패.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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