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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전기면도기

전기면도기는 내 수염이 날자리를 민둥산으로 만들었다.

아내가 생일 선물로 사준 저가의 필립스 전기면도기는 수염이 나는 자리 근처로 몇번만 슥슥 지나가도 사각사각 소리가 나면서 피부 위로난 수염들을 모조리 베어버린다. 마치 산소에 자라난 풀들을 베는 예초기처럼 말이다.

예전에도 아내가 생일 선물로 면도기를 사준적이 있는데, 워낙 수염 숯도 적고 털들이 자라는 시간이 늦어서 잘 사용하지 않았었다. 문구점을 할 때에 가게에 가져다 놓았는데 직원녀석만 신나게 면도기를 사용하더니 기어코 박살을 내놓았다.

이스턴 프라미스라는 영화를 보면 초반부에 어린 녀석이 이발소에서 사용하는 옛날 면도칼로 사람 목을 따서 죽이는데 너무 잔인해서 아직까지 완청을 못한 영화이다.

아날로그 면도는 그것대로 맛이 있겠지만 한정없이 게으른 나로서는 질색이다. 나는 수염이 코밑에 조금 입옆에 조금 턱밑에 잔뜩 몰려있는 형상인데, 많이 자라나면 그 모양새가 아주 흉해진다.

그에 비하면 전기면도기는 충전만 잘해주면 버튼하나로 면도가 해결되니 편리하기 그지없고 세안을 한다던지 거품을 씻어낸다든지 하는 것이 없어서 내게는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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