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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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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상] 돼지 껍데기

나는 젊은 날에 신촌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것을 좋아했었다. 젊은날의 호주머니는 너무나 가벼워 값비싸고 호사스러운 것들을 입안에 넣을 수준이 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찾아낸 대안은 값싸고 흐물거리며 물컹거리는 돼지껍데기였다. 사실 돼지껍데기는 맛자체가 그다지 존재하지 않는 식재료인데 본래 재워서나오는 간장베이스의 소스와 초장, 콩가루 등의 부수적인 얌념을 범벅해서 먹는 것에 불과하다. 그 얼마되지 않는 양의 돼지껍질을 질겅거리면서 소주로 배를 채우면 갈팡질팡하며 목적없이 경주하는 젊음의 아드레날린이 조금은 잦아들기도 했었던것 같다. 사실 신촌에는 ‘신촌 돼지 껍데기 뒤집혔네’라는 단골 가게도 있었지만 연세대가 가까워서 마치 미국의 아이비리그의 모범생들 같은 차림의 젊은 대학생들이 삼삼오오 뭉쳐서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노는데 그것은 마치 그들만의 세상 같아서 한편으로는 부럽고 존경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이런 병신같은 생각은 사회적인 환경과 내 자괴감에서 기인한 것이 대부분이다. 어릴 때부터 학벌에 대한 동경과 타인과 비교당하는 삶속에서 진정한 내 자신은 사라져 버린지 오래였다. 그것은 내 부족한 능력과 게으름탓이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이런 마음이 아버지를 거쳐 나에게서 자식들에게로 대대로 내려가는 것 같아 매우 슬프고 원통하다. 차별과 겉치레 없이 세상을 온전히 나의 페이스로 살아가야 하는데 남은 인생마저도 내 인생이 아닌것 같아서 애석한 가운데 서서히 침잠되며 그저 살아 갈뿐이다.


댓글 2

  • 001. Lv.52 사마택

    19.05.22 21:14

    공감 되는 대목이 있어서 뜨끔.
    그거와는 별도로 전 돼지 껍데기 지금도 좋아합니다.
    요즘은 제대로 하는 집이 별로 없더군요.
    잡내가 심하고...
    전 돼지 껍데기의 씹을수록 고소하한 향내와 식감과 소리가 즐겁더군요.
    아, 돼지껍데기에 소주가 생각나네요. 조만간 함 가봐야겠네요.

  • 002. Lv.45 유나파파

    19.05.22 21:33

    ㅜㅜ

    맞습니다. 먹고 싶어도 취급하는 곳도 제대로 하는 곳도 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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