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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찜질방 피서

혹독한 여름 더위에 지금 살고 있는 집은 실온을 기본적으로 삼십 도를 훌쩍 넘기게 만든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차고, 이마를 타고 자동적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샤워를 하고 나와도 그때뿐이고, 선풍기를 켜도 뜨거운 바람이 나온다.

그래서 더위를 피해 미사 힐링스파로 왔다. 용산드래곤힐스파 같은 곳이 좋기는 하지만 주차비, 입장료, 기타 부대시설 이용료들이 터무니없이 비싸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설이 매우 낙후되고 오래되어 위생적이지 못해 보인다. 식혜라도 사 먹으면 마치 사기당한 기분이 마구 치밀어 오른다. 계산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쯤이면 상쾌하고 좋아야 할 기분이 막 침잠하고 계산서를 보면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시골 사람 골려먹은 서울 부잣집 사람들을 만난 그런 기분이 들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미사 힐링스파라는 저렴하고 편하게 놀다 올 수 있는 곳을 찾아낸 것이다. 다행히 차를 이용하면 집에서부터 17km로 생각보다 멀지 않아서 부담 없이 다닐 수 있는 거리고, 주변 공터에 차를 대면 주차비도 해결되고 식사도 괜찮은데 식비도 생각보다 들지 않아서 그나마 다른 찜질방보다는 덜 사기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세 번째 이용하게 되었다.

별생각 없이 노트북을 가지고 왔는데, 막상 가지고 오니 전원 꽂을 곳이 눈에 띄지 않는다. 텔레비전 아래 전원이 있었는데 아내가 번개같이 자리를 차지해서 노트북을 연결하고 보니, 창가 턱에 노트북을 안성맞춤으로 놓을 수가 있었다. 창에서 상업 지구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내려다보였는데, 비가 와서 그런지 유동인구가 거의 없었다. 비가 적셔놓은 시가지는 저마다 저 짙은 색감을 뿜어냈고, 건물들은 저마다 자기들이 더 새것이라고 뽐내는듯했다. 검은색 반팔 티셔츠에 검은색 반바지, 검은색 우산에 흰 운동화를 신은 아저씨가 기세 당당하게 PC방과 뷔페 간판이 보이는 곳 사이를 걸어간다. 위에서 내려다봐서 그런지 머릿속이 하얗게 비어있는 것이 자세히도 보인다. 아마도 내가 자신을 이렇게 훤하게 내려다보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를 것이다. 몇 초 안되어 젊은 아가씨인 듯 보이는 여자가 바퀴가 작고 장바구니가 달린 앙증맞은 자전거를 타고 비옷을 입은 채 뽑기 월드와 미사랑 부동산, PC방 앞을 지나 횡단보도 앞을 아슬아슬하게 지나간다. 도로에는 불법주차된 차들이 도로 양편에 불규칙하게 늘어서 있다. 뽑기 월드는 한때 유행이 되었던 사행성 오락인데, 아프리카 소희짱을 비롯한 일부 BJ들이 너도나도 뽑기 콘텐츠로 재미를 톡톡하게 보면서 뽑기방으로 전국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것이다. 인적도 드물고 차도 드문드문 다니는데, 막 짓고 있는 건물의 토대 안에서 갓 자라나는 죽숙이나 아이들의 이빨처럼 철근과 철골이 뾰족뾰족하게 드러나 보인다. 그런 것들을 보면 기대 반 우려반 생각이 든다. 과연 투자한 만큼 수익이 발생할까? 대구의 혁신도시나 세종시처럼 유령도시 꼴이 나지 않을까? 근래에는 지방은 성공의 예가 극히 드물어서 성공이 매우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감기 기운이 가시지 않아서 이 찜질방의 시원한 호프로 내 여가를 완성하지 못하는 것이 매우 섭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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