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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라면 맛이 왜 변했을까?

술을 많이 마시고 난 다음날은 라면이 먹고 싶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국물과 면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칼칼하고 목구멍을 사정없이 긁고 내려가는 따스함이 그리운 모양이었다. 평일에는 라면 먹을 일이 거의 없지만, 주말이 되면 늦잠에 취한 집사람이 밥하기 싫고 게으름 부리고 싶은 탓에, 대부분의 일요일 아침에는 어김없이 라면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웃긴 것은 내가 파블로프의 개도 아니고, 그걸 반복하다 보니 집사람이 라면을 끓여주지 않으면 라면 나오지 않느냐고 도리어 내가 묻게 되었다.


"라면 안 끓여줘?"


그러면 사람 수대로 계란을 넣어서 끓여주는데, 큰딸아이를 제외하고 나머지 식구들은 반숙으로 만들어서 건져먹는다. 여러번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 계란의 익는 정도를 다르게 한다고? 귀찮은것 같기도하고 대단한 기술 같기도 해 보인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끓여낸 라면과 곁들여 먹는 반찬으로는 김치와 단무지가 궁합이 잘 맞는 편인데, 단무지는 냉장고 안에 부재중일 때가 많지만 2%가 부족한 느낌을 준다. 김치가 나의 라면 시식에 일생의 동반자가 되어 주었다. 내가 입맛이 변한 것인지, 아니면 라면 공장에서 맛을 다르게 만든 것인지. 과거에 비해 라면의 맛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집사람이 라면을 맛없게 끓이나? 그건 아닌 것 같다. 왜냐면 집사람은 늘 그저 그렇게 끓였고 지난주도 지지난 주도 그런 상태의 라면을 균등한 품질로 제공했기 때문에 조리자로서 품질 하락에 기여하지 않은것 같았다. 내가 입맛이 변한 것인가? 


어쩌면 내가 땀을 흘리지 않아서 맛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아 시장이 천하에 다시없을 감미료요. 반찬인데 괜한 라면을 의심했다. 오랫동안 나의 혓바닥을 만족시켜주고, 위장을 든든하게 해준 라면에게 텍스트를 재 조합해 사과한다.


미안하다. 라면아...


댓글 6

  • 001. Lv.7 석류하늘

    19.07.21 15:04

    온몸의 세포가 강렬하게 에너지를 원하면, 아무 맛이 없는 맹물도 달게 느껴지는 그것 이군요. 아픔과 고난이 있기에 평화의 시간이 달게 느껴지는 그것 이구요. 한마디로, 이런게 '인생의 맛' 일까요. 살아있음을 느끼는 맛. 하핳ㅎ

  • 002. Lv.45 유나파파

    19.07.22 07:48

    심오한 말씀!

  • 003. Lv.52 사마택

    19.07.21 15:41

    라면이 예전에 비해 맛이 없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쇠고기 기름으로 라면을 튀겼는데 지금은 식물성 기름. 더군다나. 웰빙 바람이 불어서 사람들이 라면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며 라면 회사를 뭐라뭐라 해서 신라면의 조미료가 변했다고 하네요. ㅜ..ㅜ

  • 004. Lv.45 유나파파

    19.07.22 07:47

    아... 기름 때문이었나요?

  • 005. Lv.16 임향조

    19.08.19 00:09

    이걸 보고 경건한 마음으로 라면 끓이러 내려갑니다.
    주말이 끝났습니다...행복한 한 주 보내십시오!

  • 006. Lv.45 유나파파

    19.08.28 21:56

    ㅋㅋㅋ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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