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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이필당

캐나다에서 덴버로 파견지를 옮긴 친구의 사촌형. 그러니까 어릴때 그 친구의 아버지 태권도 도장에서 그집안 형제들 사촌들 나까지 쪼롬히 앉아서 품세하고 겨루기하고, 샌드백 두들기던 것이 엊그제 같다. 친구의 사촌형이지만 내게도 사촌형 같은 존재다. 두툼하고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배려심 넘치고 잔정이 흘러 넘치는 사람이다. 도서관에서 글을 쓰다가 오랫만에 형에게 전화를 받고 당산역으로 향했다. 최대한 빨리 발걸음을 옮기며 지하철을 탔는데도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형을 이십분이나 기다리게 했다.

"고기 좋아하지? 맛있는데 데리고 가 줄게."

몇 분이나 걸었을까? 사람이 북적이고 맛집이라던 그집에 문에 '임대'라는 배너가 걸려있었다.

"어. 장사 잘 되는 집인데 왜 닫았지? 경기가 안 좋긴, 안 좋은가보다."

결국 발걸음을 옮겨 '이필당'이라는 보쌈집을 찾았는데, 테이블, 의자 모든 것들이 오랜 세월을 거쳤음을 짐작케 했다. 할아버지, 할머니 손님들이 많았고, 맛있는 녀석들에 방송 출연을 했는지 그런 방송로고 흔적도 보이고, 여느 가게들처럼 신문기사로 홍보된 내용이 액자에 담겨져 벽면에 걸려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맛. 홍보야 누가 하든 어떻게 하든 할 수 있는것 아닌가?

 

고기가 야들야들 했는데, 삼겹살과 목살인지 두 부위가 반으로 나뉘어서 나왔다. 야들야들하고 퍽퍽함을 느낄 수 없었다. 김치속이 예술이었는데 미나리와 당근맛이 확연하게 느껴졌는데, 여태 살아오면서 미나리와 당근이 보쌈 김치속으로 들어있는 것을 맛본적이 없었다. 단맛을 과하지 않게 재료본연의 맛으로 확 끌어올렸는데, 과히 혼자 먹기 아까운 맛이었다. 이 맛을 보면서 덴버에 있는 친구가 이 자리에 같이 있었으면하고 간절히 바랬고, 집사람이 이 보쌈과 김치속을 같이 곁들여 먹으면 어떤 감탄사를 내뱉을지가 궁금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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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001. Lv.52 사마택

    19.07.17 14:21

    우와 꿀맛, 핵맛이겠네요. 보기만 해도 맛있을거 같아요. 저도 어제 족발 먹었죠. 남은 살점을 라면에 넣어서 오늘 해장했습니다.

  • 002. Lv.45 유나파파

    19.07.18 00:34

    하하하. 마무리 잘 하시면서 잘 드셨네요. 이필당 혹여나 지나가실일 있으면 한번 드셔보세요. 맛납니다 ㅋ

  • 003. Lv.28 검고양이

    19.07.17 14:31

    한 눈에 보아도 맛이 있어 보이네요 유나파파님*^^*

  • 004. Lv.45 유나파파

    19.07.18 00:35

    네. 엄청이요. 고기도 맛나지만 김치속이 아주 아주 좋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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