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재앙급 핵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11.16 16:12
최근연재일 :
2019.01.07 20:48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2,748
추천수 :
38,652
글자수 :
197,741

작성
19.01.07 14:01
조회
11,817
추천
454
글자
11쪽

#7-끝은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

DUMMY

‘-----’는 오래전, 태초보다도 이전을 기억한다.


시작과 끝인 존재가 있었다.

시간도 공간도 없는 곳에서 그는 존재할 뿐이었다.

시작과 끝, 선과 악, 지혜와 광기, 질서와 혼돈. 그 모든 것을 가진 존재는 완벽했지만 외로움을 느꼈고, 자기 자신을 둘로 찢어내었다.


선한 부분은 아홉 갈래로 찢어졌다.

그리고 악한 부분은 ‘-----’가 되었다.


그들은 각기 하나의 세계를 만들며 지금 제 1우주라 불리는 우주를 만들어내었다. 아스가르드, 바나헤임, 미드가르드, 요툰헤임, 알브헤임, 스바르트알파헤임, 무스펠헤임, 니플헤임, 헬. 그리고 ‘-----’이 만든 긴눙가가프까지.


허나 아홉 신들은 불만을 가졌다. 그들이 만들어낸 세계는 안정되었지만 그뿐이었다. 조금의 변화도 없이 그저 멈춰있을 뿐. 그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고 싶었고, 이내 방법을 찾아내었다.


[······나는 돌아올 것이다!]


그들은 ‘-----’를 갈기갈기 찢어 온 우주에 고르게 뿌렸다. 혼돈의 씨앗이 심어진 우주는 곧 요동치며 팽창하기 시작했다. 시간과 공간이 탄생하고 물질들이 만들어지며 오랜 시간이 지나서는 생명체들이 눈을 떴다.


아홉 신들은 그것을 보고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자신의 자식이나 다름없는 아홉 신들에게 갈기갈기 찢어지고 나서도 ‘-----’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끝과 혼돈 그 자체였고, 이 우주가 존재하는 한 사라질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정신이 한없이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위기를 직감했다. 사라지지는 않더라도 정신이, 의지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죽음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정신을 의탁할 것을 찾기 시작했다. 자신을 닮아 이 기억을, 이 분노와 증오를 담아낼 수 있는 무언가를.


그리고 ‘-----’는 찾아냈다.

매 순간 스스로를 깎아 주위로 내뿜는 물질을.

언제나 붕괴를 향해 달려가는 물질은 끝을 상징하는 그에게 안성맞춤인 피난처였다. 한없이 떨어졌을지언정 목숨을 부지한 ‘-----’는 자신의 이름마저 바꾸었다.


원시정령 ‘우라니우스’라고.


* * *


푸른 유성은 긴 흔적을 넘기며 지구로 향했다. 하지만 그 앞을 막아서는 이들이 있었다. 하나하나가 어지간한 행성보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초월자들. 주원은 그들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주인은 비릿하게 웃으며 독설을 쏟아내었다.


[하하하하. 빌어먹을 내 자식들아. 이제 왔느냐.]


막아선 이들은 총 여덟.

태초를 열고 시간과 공간을 창조해낸 자들.

그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다시 주무실 시간입니다, 아버지.]

[아니. 너희야말로 잘 시간이구나.]

[······말로는 안 되겠군요.]


여덟 신들이 주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주원은 두렵지 않았다. 그는 지금 ‘-----’ 그 자체였으며 붕괴이자 종말이었고, 죽음이었다. 그가 내뱉는 말은 곧 ‘-----’의 의지나 마찬가지였다.


가장 먼저 주원에게 덮쳐든 것은 공간의 신이었다. 그는 모든 공간을 관장했으며 주원과 자신 사이에 있는 거리도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공간의 신이 근육질의 팔을 높이 치켜들며 주원을 향해 휘둘렀다.


[그래. 거리는 너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지. 그런데 그게 뭐 어떻다고?]


스스스. 주원의 손이 닿자 공간의 신의 육신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죽음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그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한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는 그런 여덟 신들을 향해 이죽거렸다.


[뭘 그리 놀라느냐. 네놈들이 원래 있어야 하는 곳으로 보내준 것인데.]


여덟 신, 아니 이제는 일곱 신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분명 우주를 이루는 개념 그 자체이다. 하지만 개념은 무한하더라도 그들의 의지마저 그러한 것은 아니다. 먼 훗날 공간의 신이 힘을 회복하여 다시 현신하더라도 그것은 다른 의지를 지닌 별개의 존재일 것이다.


[이제 와서 죽음이 무서워진 것이냐?]


‘-----’는 얼어붙은 일곱 신들을 낄낄대며 비웃었다. 제아무리 태초의 일곱 신이라 해도, 아니 그런 절대적인 이들이었기에 자아의 상실은 두렵기 그지없으리라. 자신이라는 존재가 끝을 맞이할 수도 있음을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기에 공포에 질린 것이리.


하하하하하. ‘-----’는 계속해서 웃음을 터트렸다. 주원 또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이 넓은 세상에 군림한다는 작자들이 겨우 이딴 놈들일 줄이야. 그것은 오롯한 주원의 진심이었다.


[자. 그러면 너, 죽음 먼저.]


주원의 손가락이 죽음의 신을 가리켰다. 검은 로브를 걸친 신이 흩어져 우주의 먼지 속으로 녹아들었다. 또 다른 형제의 죽음에 일곱 신들이 황급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주원과 ‘-----’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들을 뒤쫓았다.


[죽음이 없어졌으니 생명 또한 그러해야겠지.]


꽃이 가득 피어난 거대한 나무 형상의 신이 사라지며 꽃가루를 흩뿌렸다.


[시간은 언제가 끝을 향해 달려간단다.]


시간의 신은 여러 모습을 지니었다. 어린아이와 청년, 그리고 노인의 모습이 한순간에도 수만 번씩 번갈아 가며 나타났다. 하지만 주원의 시선이 그를 향하자 어린아이와 청년의 모습도 늙어가며 노인의 모습만이 남았다. 비참할 정도로 비쩍 마른 노인이 된 시간의 신의 육체가 스러졌다.


[물질은 모두 언젠가 쇠하는 법.]

[영원한 정신이란 존재치 않지.]

[영혼이라고 그렇지 아니할 것 같으냐?]


물질의 신, 정신의 신, 영혼의 신이 동시에 무너져내렸다. 어느새 남은 것은 오직 하나뿐이었다. 주원이자 ‘-----’는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섭리. 남은 것은 너뿐이구나.]


여덟 신의 맏이, 섭리의 신은 분노로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주원을 노려보았다.


[······어머니께서 가만히 있으실 것 같습니까?]

[암. 당연하지. 그리고 가만히 못 있으면 뭐 어쩌겠느냐? 너희들한테 힘을 다 찢어 나누어줬는데.]


아홉 신 중 이 자리에 없는 것은 창조의 신뿐.

선한 부분이 아홉 갈래로 찢어지기 이전의 기억을 지닌 사실상의 창조주. ‘-----’가 유일하게 자신과 동급임을 인정하는 존재. 허나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섭리의 신이 분명하게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었다. 자신이 곧 소멸하리라는 것. 섭리의 신은 체념하며 주원을 바라보았다. 너머의 ‘-----’가 아닌 주원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끝 또한 존재하는 것이 섭리이니라.]


스스스.

창조주들을 잃고서도 우주는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섭리의 신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지어져 있었고 ‘-----’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 * *


“이걸로 마지막이군요.”


‘-----’의 심장을 내려보며 주원이 중얼거렸다. 심장은 바닷속 깊은 곳에 봉인되어 있었지만 그에게 문제가 될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 나의 사도야.]


‘-----’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그런데 별에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군. 고향이라고 정이라도 든 것이냐?]

“하하하하하. 아무래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흥. 그 고생을 해놓고는. 내 사도에게 그런 유약함은 필요없으니 고치도록.]

“······그리 하지요.”


주원이 심장을 손에 든 채로 멀뚱히 바라 보았다. ‘-----’는 그런 주원을 재촉했다.


[무엇 하느냐? 어서 바치지 않고.]

“······나의 주인이시여. 물음이 있습니다.”

[흐음. 물어보거라.]


심장을 쥔 주원의 손에 굵은 힘줄이 솟았다.


“내 지구에서의 삶을 당신이 어떻게 알지?”

[······너, 언제!]


‘-----’가 다급한 목소리를 내었다. 주원의 정신은 이미 오염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물음에서는 그러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느 순간 의식을 되찾았단 말인가.


주원이 입가를 뒤틀었다. 머릿속을 가득 채운 광기의 안개가 걷힌 것은 섭리의 신이 그를 바라본 이후였다.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주원은 간신히 자신의 정신을 부여잡았고, 필사적으로 미친 척 연기를 이어나갔다. 저 오만한 주인에게 한 방 먹이기 위해.


“이상하다고 생각했거든. 웬 미친놈이 부모님을 죽이질 않나, 멀쩡하던 큰아버지는 갑자기 반쯤 미쳐서 온갖 학대를 하기 시작하고, 건강하던 수녀님은 급환으로 돌아가시고······. 마지막에는 원자력 사고 때문에 죽었지.”

[어서 그것을 바치지 못할까!]


‘-----’의 고함이 주원의 뇌를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피를 한 움큼 토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이따위 고통은 몇 번이고 겪어보았다.


“이거 참 공교롭지 않아? 다 네가 관장하는 영역이라는 거? 한 사람한테 오기는 비정상적으로 많은 불운이라는 것도?”

[그래. 모두 내가 한 것이노라! 적합한 종을 만들어내기 위해 그랬노라! 하지만 그것을 안다고 무엇이 변할 것 같느냐?]


‘-----’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했지만 그렇다고 변하는 것은 없었다. 정신을 되찾았으면 다시 세뇌하면 될 뿐이다. 주원이 아무리 험난한 삶을 살았다고 해도 기껏해야 삼십 년 남짓이다. 태초 이전부터 존재해 왔던 ‘-----’에게는 우습기 짝이 없는 세월.


둘 사이의 영혼의 통로를 타고 광기의 촉수가 뻗어왔다. 이전처럼 뇌수를 휘젓고 자신의 마음대로 주무르기 위해서. 하지만 주원은 광기의 촉수를 아무렇지 않게 걷어내었다.


“안 통해.”

[······!]


‘-----’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하고 말았다.


[섭리이! 이 망할 자식이이!!]


섭리의 신은 사라졌다. 하지만 그것은 의지와 정신뿐. 그 힘은 우주 곳곳으로 녹아들었어야만 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의 정신이 스러지기 전에 섭리의 신은 모든 힘을 주원에게 전해주었다.


[이 미물이!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바뀔 것 같느냐! 섭리 놈의 힘을 받았다고 해도 한순간이다. 한순간이면 네놈을 소멸시킬 수 있다!]


지금의 주원은 섭리 그 자체나 마찬가지.

그렇다해도 ‘-----’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섭리의 신도 결국 의지를 잃고 말았으니.


“그래. 한순간이면 돼. 한순간.”


주원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손을 들어 올렸다.


[······어?]


자신의 심장을 보며 ‘-----’가 신음을 내뱉었다. 주원은 그런 그를 비웃었다. 그리고는 그것을 자신의 입으로 가져갔다.


[안 돼. 안 돼! 그건 내 것이다아아!]

“하하하하하하하하.”


당황한 ‘-----’는 허공에 수억의 촉수를 만들어내어 주원을 덮쳤다. 하지만 주원이 심장을 입으로 옮기는 것이 더욱 빨랐다. 심장을 삼키며 주원이 입을 열었다.


“좆까.”

[안 돼애애애!]


작가의말

마지막이 다가옵니다.

이런 마무리를 보여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그래도 만약 재미있게 봐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앙급 핵 먼치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주7회 오후7시 연재입니다. +8 18.12.01 55,425 0 -
48 짤막한 후기 +142 19.01.07 11,507 279 1쪽
47 #7-또다른 끝을 바라며(완) +59 19.01.07 10,488 403 6쪽
» #7-끝은 모두에게 같을 수 없다 +60 19.01.07 11,818 454 11쪽
45 #?-끝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228 19.01.06 15,524 520 9쪽
44 #?-찬양, 경배, 복종. +145 19.01.03 18,073 622 8쪽
43 #6-엘리시움(7) +39 19.01.02 16,909 592 9쪽
42 #6-엘리시움(6)-수정- +54 19.01.01 17,555 591 9쪽
41 #6-엘리시움(5) +34 18.12.28 18,698 653 9쪽
40 #6-엘리시움(4) +11 18.12.28 15,931 549 9쪽
39 #6-엘리시움(3) +58 18.12.26 18,699 707 10쪽
38 #6-엘리시움(2) +41 18.12.25 18,718 646 10쪽
37 #6-엘리시움(1) +56 18.12.24 19,069 683 12쪽
36 #5-신의 대행자(12) +54 18.12.23 20,444 681 8쪽
35 #5-신의 대행자(11) +65 18.12.22 20,409 677 9쪽
34 #5-신의 대행자(10) +127 18.12.21 21,506 753 10쪽
33 #5-신의 대행자(9) +60 18.12.20 22,151 733 13쪽
32 #5-신의 대행자(8) +39 18.12.19 22,554 729 9쪽
31 #5-신의 대행자(7) +58 18.12.18 23,621 764 9쪽
30 #5-신의 대행자(6) +33 18.12.17 23,808 768 9쪽
29 #5-신의 대행자(5) +21 18.12.17 23,637 663 9쪽
28 #5-신의 대행자(4) +42 18.12.15 26,891 789 12쪽
27 #5-신의 대행자(3) +41 18.12.14 27,483 744 10쪽
26 #5-신의 대행자(2) +25 18.12.13 28,503 848 11쪽
25 #5-신의 대행자(1) +71 18.12.11 30,443 889 11쪽
24 #4-지저의 제단(6)(수정) +103 18.12.10 29,936 946 9쪽
23 #4-지저의 제단(5) +59 18.12.09 29,571 852 10쪽
22 #4-지저의 제단(4) +75 18.12.08 30,026 842 10쪽
21 #4-지저의 제단(3) +31 18.12.07 30,661 794 8쪽
20 #4-지저의 제단(2) +34 18.12.06 32,350 845 10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대삼원.'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