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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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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재앙급 핵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11.16 16:12
최근연재일 :
2019.01.07 20:48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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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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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7,741

작성
18.12.1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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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9
글자
9쪽

#5-신의 대행자(8)

DUMMY

파울로는 권태를 이기지 못하고 하품을 짓고 말았다. 대체 이놈의 시련을 언제 끝내고 다음 시련으로 넘어갈 수 있을지. 이런 변방의 별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발목이 잡혀서 짜증이 잔뜩 치솟고 있었다.


“으응?”


그의 눈썹이 미세하게 꿈틀거렸다. 그와 심령으로 연결된 악마들. 가리우스 제국의 곳곳에 심어놓았던 수족들 중 꽤 많은 숫자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적어도 한 도시가 통째로 사라진 것이 틀림없었다.


“······이거 또 재밌게 되었군.”


지루함을 달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 그는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 * *


“통제력이 좀 많이 느셨나 봐요?”

“슬슬 감이 잡히더라고.”


션로우 산맥의 입구에서 방사선의 여파가 줄어드는 것을 본 하스티엘이 혀를 내둘렀다. 주원 또한 생각했던 대로의 결과에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피폭전염이 있더라도 한번 방출된 방사선은 점점 힘이 쇠해지기 마련. 몇 달간 방사선을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대충 감이 잡혔다.


주원은 당당히 성문을 열어젖혔다. 피를 토하며 고꾸러진 악마들의 어깨를 토닥이며 노고를 치하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성문 안쪽에는 빗장이 걸려 있었지만 힘을 주니 삐그덕, 하는 소리와 함께 빗장이 부서져 나가며 열린 성문이 그를 반겼다.


“와. 악마 천지네. 천지.”


인적없는 도시를 둘러보며 주원이 혀를 내둘렀다. 수많은 시체들이 널려 있었지만 그 중에서 사람의 형체를 하고 있는 것은 없었다. 죄다 머리에 뿔이 돋은 괴물들의 시체만 가득했다.


“······이건 좀 심한데요오.”

“얼마나 됐는지는 몰라도 사람들이 왜 모르고 있는 거야? 이렇게 큰 도시가 다른 곳이랑 교류가 없나?”

“으음. 이 정도 숫자면 변신마법을 쓸 수 있는 개체도 꽤 있을 법한데요.”

“그래도 도시 전체가 악마소굴이 됐는데 모를 수 있나? 이거 조금 수상한데.”


주원이 하스티엘을 바라보았다. 그녀 또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듯했다.


“역시 제국 전체가 이 꼴이라고 생각해야겠지?”

“그렇겠네요. 웬만해선 움직이는 대지신이 왜 움직였나 했더니만······. 이러면 제국을 조종한다는 흑마법사는 상당한 실력자일 것 같은데요.”


하스티엘이 말을 흐렸다. 확실히 주원은 강하다. 하지만 방사능을 제외한다면 아직 그는 다른 순례자보다 월등한 강함을 지니고 있다고 여기기 힘들다. 숙련된 마법사는 항상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는 법이고, 방사능을 막아낼 수단이 그중 하나라도 있다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상당한 실력자라면 어느 정도?”

“순례자일 가능성을 고려하면······. 으음. 방심했다가는 한순간에 당할 수도 있을걸요?”

“그 정도야?”

“주원씨가 강하기는 해도 장단점이 너무 뚜렷하잖아요. 특히 상대가 마법사라면 절대 쉽게 모습을 드러내려고는 안 할거에요.”

“그럼 확실히 곤란하네.”


주원도 몇 번이고 생각했던 문제점이었다. 방사능은 약한 다수를 상대할 때, 혹은 근접거리에서의 전투라면 압도적인 강함을 지닌다. 그저 가까이서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죽음이 퍼져나가 목숨을 앗아가고 만다. 칠백만의 고블린도, 행성을 멸망시킨 세균병기도 손쉽게 해치웠다.


하지만 아수라처럼 방사선이 통하지 않는 몸을 지녔거나 초장거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 상대로는 답이 없었다. 리틀보이나 체내 핵분열이라는 비장의 수단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체 몇 개의 목숨을 깎아 먹게 될지도 모르는데 함부로 쓸 수 없다. 시련 하나를 클리어하는데 그렇게 낭비할 수는······.


‘음?’


머리를 번뜩 스치고 지나가는 생각에 주원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하스티엘. 제국 멸망의 기준이 뭘까?”


시련 클리어 조건은 분명 가리우스 제국의 멸망이었다. 그런데 멸망이라면 여러 가지가 있을 것 아닌가. 황제가 죽는다거나, 아니면 뒤에 숨은 흑마법사를 물리치거나.


“수도 빼고 도시가 다 멸망했으면, 그걸 제국이라고 부를 수 있어?”

“어? 어!”


굳이 수도까지 찾아가서 흑마법사를 상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주원의 시련은 제국의 멸망이지 흑마법사의 소탕이 아니니까. 그저 악마들이 차지한 도시들을 붕괴시키기만 해도 제국은 자연스레 몰락하리라.


“쉽게 가보자고. 일단 오래 돌아다녀야 하니까 먹을 것 좀 챙기자.”


주원은 작게 웃으며 길거리에 위치한 상점을 향해 걸어갔다. 상점에는 사람의 손길이 꽤 오래 닿지 않았는지 먼지가 자욱했고 식재료는 썩어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간신히 멀쩡한 음식 하나를 발견한 주원이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또 육포야? 악마는 음식도 안 먹는데? 왜 죄다 상해있어.”

“저도 안 먹잖아요. 걔네도 마력만 있으면 딱히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 상태를 보니까 점령당한지 꽤 된 것 같네요오.”

“에이. 멀쩡한 게 없어.”


그는 상점을 돌아다니며 그나마 멀쩡한 보존식들을 인벤토리에 쓸어 담았다. 찾아보니 꽤나 다양한 음식들을 발견했다. 돼지고기 육포, 소고기 육포, 닭고기 육포, 양고기 육포까지.


“아니! 뭔 육포의 도시냐고! 왜 육포만 이렇게 많아!”

“국경이니까 보존식을 많이 보관하는 것 아닐까요?”

“쳇.”


투덜대면서도 그는 계속해서 가게들을 뒤졌다. 중간에 곡물을 빻아 만든 건조식량을 발견한 주원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퍼졌다. 하지만 건조식량을 한입 베어 물자마자 바로 그것을 뱉어내고는 육포 하나를 입에 물었다.


“······건빵은 맛있었는데.”


차마 형용하기 어려운 맛이 나는 건조식량을 인벤토리에 챙겨 넣으며 주원이 툴툴대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면서 식량을 챙겼는데도 인벤토리는 찰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특대 사이즈가 크긴 크구나, 주원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오? 대장간도 있네.”


검 하나를 빼어 들며 주원이 킬킬 웃었다. 그러고 보니 순례자가 된지 몇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무기를 쥐는 것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시험 삼아 암석화시킨 피부에 검을 휘두르자 바로 두 동강이 나는 모습에 흥미가 빠르게 식었다.


“이 정도면 대충 다 챙겼나?”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주원은 성을 한 바퀴 빙 돌아 자신이 출발했던 성문으로 돌아왔다.


“굳이 그렇게 다 챙길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요오······.”

“원래 아이템 챙길 때는 구석까지 꼼꼼히 살피는 거야. 그게 남자의 본능이라고.”


그는 낡은 여행자의 옷은 인벤토리 구석에 대충 짱 박아놓고 대신 그럴 듯한 가죽갑옷에 로브까지 두르고 있었다. 판타지라면 으레 있을 법한 아티팩트 같은 것은 하나도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그 정도 양이면 몇십 년은 먹겠네요.”

“후후. 앞으로 옷 헤질 걱정은 없겠어.”


성 하나의 재물을 몽땅 싹쓸이한 주원은 흐뭇하게 웃으며 몸을 날렸다. 다음 도시까지는 갈길이 멀었다.


* * *


“······이게 무슨.”


파울로가 신음을 흘렸다. 얼마 전에 도시 하나가 사라졌을 때는 그저 재밌는 일이 생겼구나, 하는 감상이 전부였다. 다른 나라들이 가리우스 제국의 이상상황을 깨닫고 습격한 줄로만 알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명백히 무언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었다.


‘일주일 만에 도시 네 개가 사라졌다고?’


발라의 어떤 집단도 그런 이동력과 힘을 지니지는 못했다. 만약 있다면 대지교단의 장미기사단 정도이지만 그들은 이미 자신의 손으로 처리했지 않은가.


“젠장할!”


콰앙. 결국 파울로는 처음으로 화를 내고 말았다. 장난 같은 기분으로 하고 있던 황제놀이였는데 갑자기 뒤통수를 맞을 줄이야. 파울로의 분노에 대신들이 엎드린 채로 몸을 떨었다.


“대체 왜 대륙정복 같은 시련이 나와서는······.”


찌릿. 파울로가 엎드려있는 대신들을 노려보았다. 하여간 인간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다들 돌아가라.”


대신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파울로는 정례회의시간이 끝나기 전에는 절대 대신들을 돌려보내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장미기사단이 습격했을 때도 마찬가지였고, 대신들은 뜻밖의 상황에 머뭇거리며 몸을 들지 못했다.


“썩 꺼지라고 하잖느냐, 이 버러지들아! 아니면 이 몸이 직접 황천으로 보내주길 원하는 것이냐!”

“며, 명을 받들겠습니다!”


울려퍼지는 노성에 대신들이 황급히 몸을 일으켜서 달려나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저 악마가 자신들을 보내준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대신들이 사라진 알현실에 검은 어둠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여간, 풀리는 일이 없단 말이야.”


꾸드득. 파울로의 몸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동공이 파충류의 것처럼 세로로 길쭉해지고 이빨이 날카롭게 솟아올랐다. 산양 같은 뿔이 머리에 솟으며 짙은 어둠이 그 몸을 감쌌다.


“어떤 놈인지, 내가 직접 상대해주마.”


완연한 악마의 모습을 취한 파울로의 등 뒤에서 한 쌍의 검은 날개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이빨을 드러낸 악마가 천장을 부수며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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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찬양, 경배, 복종. +145 19.01.03 18,078 6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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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엘리시움(6)-수정- +54 19.01.01 17,561 59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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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5-신의 대행자(12) +54 18.12.23 20,449 681 8쪽
35 #5-신의 대행자(11) +65 18.12.22 20,416 677 9쪽
34 #5-신의 대행자(10) +127 18.12.21 21,513 753 10쪽
33 #5-신의 대행자(9) +60 18.12.20 22,158 733 13쪽
» #5-신의 대행자(8) +39 18.12.19 22,561 729 9쪽
31 #5-신의 대행자(7) +58 18.12.18 23,628 76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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