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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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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재앙급 핵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11.16 16:12
최근연재일 :
2019.01.07 20:48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2,955
추천수 :
38,652
글자수 :
197,741

작성
18.12.18 19:00
조회
23,625
추천
764
글자
9쪽

#5-신의 대행자(7)

DUMMY

위압이 거두어졌음에도 주원은 굳이 움직일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기사들을 훑자 그들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주, 죽어어!”

“끄으······.”


수십의 기사들이 서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것은 살기 위한 본능이었다. 절대적인 강자를 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호감을 사기 위한 본능적인 행동. 얼마 지나지 않아 서 있는 기사들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생각보다 감흥이 없네.’


주원은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방금 수십의 사람을 죽였음에도 피 한방울 묻지 않은 깨끗한 살갗. 자신이 직접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저들이 악마의 힘을 쓰는 악인이라서 그런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내가 이상해졌거나.’


기묘할 정도로 고요한 정신에 주원은 피식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사람을 죽였다. 그럼에도 일말의 죄책감조차 느껴지지 않다니. 새삼 스스로가 더욱 멀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념을 털어내며 주원이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는 어때?”

“이제 괜찮을 거에요.”


하스티엘의 손에 어려있던 하얀 빛이 거두어지자 레닉스가 몸을 꿈틀거리다 이내 눈을 떴다.


“으으······으!”


턱. 정신을 차린 레닉스가 가장 먼저 한 것은 자신의 검을 찾는 것이었다. 물론 그의 검은 이미 멀리 떨어져 있었기에 그의 손은 땅바닥만을 더듬을 뿐이었다. 한순간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던 레닉스는 주원의 얼굴을 마주하자 푸욱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군.”


주원의 얼굴을 보자 쓰러지기 직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죽음의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검은 머리의 청년. 그리고 수십의 기사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져있었고 그는 살아남았다. 복부에 났던 커다란 구멍도 메꾸어져 있다.


“육포값이라니까요.”

“육포값치고는 과한 듯하지만, 정말 고맙네.”


레닉스는 차오르는 눈물을 애써 억누르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생사를 같이해왔던 동료들이 모두 죽었다. 앞으로는 용병단일도 할 수 없을 테고, 그는 이제 퇴물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온갖 감정들이 소용돌이쳤지만 레닉스는 그런 상황에서도 감사를 잊지 않았다.


‘대단한 아저씨네.’


주원은 내심 감탄을 터트렸다. 사람이 극한상황에 몰리면 보통 억지를 부리고는 한다. 왜 같이 가 주지 않았냐, 왜 더 빨리 도와주지 않았나. 주원은 그런 말을 들을 각오까지 하고 있었다. 인간이란 때로 구역질 날 정도로 이기적일 수 있음을 너무나도 잘 알았으니까.


“이제 어쩌실 겁니까?”

“······.”


레닉스가 입을 다물었다. 가리우스 제국의 기사들이 습격한 데다 의뢰인까지 죽었는데 산맥을 넘을 이유는 없다. 그렇다고 션로우 산맥은 혼자 넘을 수 있을 만큼 만만한 곳도 아니었다. 주원은 그런 레닉스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면 르피엥까지 동행해드릴 수도 있는데요.”

“······괜찮나? 너무 신세를 지는 듯한데.”


과한 빚을 지는 것 같은 기분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사양할 상황이 아니었다. 주원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꼼짝없이 션로우의 몬스터들에게 잡아먹힐 테니까.


“괜찮습니다. 뭐 오래 걸리지도 않고.”

“고맙네. 정말로······.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지.”


레닉스는 그리 말하며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 보니 서로 소개도 하지 않았던가. 레닉스일세. 레닉스 용병단장이었지만······이제는 그냥 늙은 용병일 뿐이군. 고향에 계신 어머니와 같이 농사나 지어야겠어.”


피가 덕지덕지 말라붙은 손이었지만 주원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맞잡았다.


“주원입니다. 박주원.”


* * *


레닉스를 르피엥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 하스티엘이 입을 열었다.


“주원씨.”

“응?”

“왜 도와 주신 거에요?”


나무 위를 뛰어넘던 주원이 하스티엘을 찌릿, 하고 노려보았다.


“뭐야. 불만이야?”

“아뇨. 불만이 있을 리가요. 만약 주원씨가 그냥 지나가려 했으면 제가 억지를 부려서라도 도우라고 강요하려고 했는데요. 그냥······.”

“평소에 내가 하던 행동이랑 너무 다르다고?”


하스티엘은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의 긍정. 순례자가 된 이후로 주원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살았다. 그래서 칠백만의 고블린을 죽일 때도, 수십의 기사들을 죽였을 때도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사실 주원이 생각해도 레닉스를 도와줄 이유는 없었다. 육포값? 레닉스가 없었더라도 바가지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목숨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육포값으로는 충분하고도 남았다. 그럼 왜 그를 들쳐메고 하루를 뛰어 르피엥까지 다시 갔다 온 것일까.


“내가 말했잖아. 이제는 살고 싶은 대로 살고 싶었다고. 저 아저씨 도와주고 싶었어. 그냥 그뿐이야.”


주원은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며 몸을 놀렸다.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


‘정희형······.’


만약 형이 있었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었던 사내. 그는 아직 신입이라 실수를 일삼던 주원을 항상 도와주었다. 같이 술 한잔 하고 있노라면 자신도 아버지가 없다며 주원을 토닥여주고는 했었다. 부모님을 잃고 나서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가족 같은 정을 품었었다.


그랬기에 분노했다. 망설임 없이 주먹을 날리고 방독면을 가져가던 모습에 배신당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잠깐의 고민은 해 봐야 했던 것 아니었냐고 분을 삭였다. 고작 몇 달 전의 일임에도 왠지 정말 오랜 일처럼 느껴졌다.


‘뭐야. 애새끼도 아니고.’


그딴 일로 분노를 품다니. 정희의 사정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과거의 자신이 어리게만 느껴졌다. 그렇게까지 화가 날 일이 아니었음에도 무슨 부모의 원수 마냥 이를 박박 갈았다는 사실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지구로 돌아가면······.’


정희는 살아 돌아온 그를 보며 어떻게 반응할까. 주원이 알고 있는 그라면 분명 눈물을 쏟으리라. 그리고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몇 번이고 머리를 숙일 것이다. 그래. 주원이 알고 있던 정희라는 남자는 그러했다.


‘먼저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해줘야겠네.’


그리고 나서는, 발전소를 폭발시키려 했던 놈들에게 복수를 해줘야 하리라. 가슴이 상쾌해지는 기분이었다. 주원은 미소를 머금은 채로 하늘 높이 뛰어올랐다.


* * *


“······하스티엘. 저거 내가 잘못 보고 있는 건가?”

“······아니요오.”


가리우스 제국의 국경에는 높다란 성벽이 쌓여있었다. 주원이 뛰어넘지 못할 높이는 아니었지만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다. 창을 들고 경비를 서고 있는 존재들은 아무리 보아도 인간이 아니었다.


인간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덩치에 수북한 검은 털, 머리에서 솟아난 굵은 뿔까지. 아무리 보아도 악마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창을 들고 경계를 서고 있었다.


“그다지 강한 악마는 아닌 것 같은데요. 기껏해야 하급 정도? 그래도 전의 기사들보다는 강할 거에요.”

“국경이라고 신경 좀 썼나 본데. 문제는 저게 얼마나 있느냐지.”


악마 한둘을 상대하는 것은 그닥 어렵지 않다. 쥐도새도 모르게 다가가서 골통을 부수면 제아무리 악마라도 어떻게 살아남겠는가. 하지만 만약 악마군대가 있다면 답이 없었다. 이기기야 하겠지만 추가생명 몇 개를 잃는 것은 뻔했다.


“좋아. 이렇게 해볼까.”


주원의 손에 랩터의 이빨이 나타났다. 하레온에서 쓰고는 인벤토리에 넣어놨다가 몇 달만에 손에 드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랩터의 이빨은 날카롭게 날이 서 있었다. 그는 랩터의 이빨을 굳게 움켜쥐었다.


“흡!”


쉬익-! 주원이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잘라내었다. 큰 고통이 느껴졌지만 그는 신음 한번 흘리고 그것을 참아내었다. 이제는 손가락 하나둘 잘리는 정도로는 비명도 나오지 않았다.


“뭐하세요오!”


갑자기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내는 주원의 모습에 하스티엘이 꽥 비명을 질렀다. 한순간 피가 흘러 내렸지만 곧 새살이 뒤덮이며 뭉툭한 흉터를 만들었다. 네 개밖에 남지 않는 왼손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올린 주원이 씨익 웃었다.


“하스티엘. 고블린 잡을 때, 내가 바다 너머에 있는 애들 처리했던 방법 생각나?”

“네? 앗!”

“더티 밤이다.”


휘익! 마치 투수처럼 한 다리를 치켜 올린 주원이 자신의 손가락을 내던졌다. B+랭크의 근력으로 던져진 새끼손가락은 포물선을 그리며 성벽을 넘어 날아갔다. 그리고 잠깐의 시간이 지났을 때, 성벽 너머에서 푸른 빛이 번뜩였다.


“처음 해보는데 꽤 잘됐네.”


잘려나간 신체부위가 일정 시간 후에 방사선을 뿜게 만드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성공적이었다. 방사능 LV5가 된 이후로는 통제력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그가 알고 있던 상식이나 법칙을 뒤엎는 행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풀썩. 경비를 서던 악마들까지 바닥에 쓰러져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주원은 웃음을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이걸 무혈입성이라고 하나?”

“피만 안났지 다 죽였잖아요오······. 아니, 그러고보니 피도 토했는데······.”

“어쨌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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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끝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228 19.01.06 15,528 520 9쪽
44 #?-찬양, 경배, 복종. +145 19.01.03 18,076 622 8쪽
43 #6-엘리시움(7) +39 19.01.02 16,912 592 9쪽
42 #6-엘리시움(6)-수정- +54 19.01.01 17,559 591 9쪽
41 #6-엘리시움(5) +34 18.12.28 18,701 653 9쪽
40 #6-엘리시움(4) +11 18.12.28 15,934 549 9쪽
39 #6-엘리시움(3) +58 18.12.26 18,702 707 10쪽
38 #6-엘리시움(2) +41 18.12.25 18,721 646 10쪽
37 #6-엘리시움(1) +56 18.12.24 19,073 683 12쪽
36 #5-신의 대행자(12) +54 18.12.23 20,447 681 8쪽
35 #5-신의 대행자(11) +65 18.12.22 20,413 677 9쪽
34 #5-신의 대행자(10) +127 18.12.21 21,511 753 10쪽
33 #5-신의 대행자(9) +60 18.12.20 22,155 733 13쪽
32 #5-신의 대행자(8) +39 18.12.19 22,558 729 9쪽
» #5-신의 대행자(7) +58 18.12.18 23,626 764 9쪽
30 #5-신의 대행자(6) +33 18.12.17 23,812 768 9쪽
29 #5-신의 대행자(5) +21 18.12.17 23,641 663 9쪽
28 #5-신의 대행자(4) +42 18.12.15 26,896 789 12쪽
27 #5-신의 대행자(3) +41 18.12.14 27,488 744 10쪽
26 #5-신의 대행자(2) +25 18.12.13 28,506 848 11쪽
25 #5-신의 대행자(1) +71 18.12.11 30,446 889 11쪽
24 #4-지저의 제단(6)(수정) +103 18.12.10 29,939 946 9쪽
23 #4-지저의 제단(5) +59 18.12.09 29,575 85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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