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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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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재앙급 핵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11.16 16:12
최근연재일 :
2019.01.07 20:48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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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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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56
글자수 :
197,741

작성
18.12.17 19:13
조회
23,656
추천
663
글자
9쪽

#5-신의 대행자(5)

DUMMY

주원의 냉랭한 대답은 그를 당혹시키기에 충분했다. 거절당할 것이라고는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었기에, 그는 완연한 당황의 기색을 숨기지도 못한 채로 되물으려 하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아쉽게 되었군.”


대화는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는 주원에게 무언가 사정이 있으리라 짐작하고 굳이 되묻지 않을 만큼 어른이었고, 주원 또한 그것이 썩 달가웠다. 호의를 베풀어 준 것은 고맙다만 속내를 밝히는 것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운이 좋다면 또 어디선가 보겠지. 여행길 조심하게나. 발라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발라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대충 인사말을 따라 하며 고개를 숙여 보인 주원이 발걸음을 옮겼다. 레닉스는 사뭇 아쉬운 눈길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지만 다시 불러세우지는 않았다. 주원의 발걸음이 시장 어귀에 다다랐을 때, 하스티엘이 물어왔다.


“그래도 도움을 받았는데 너무 차가운 것 아니에요?”

“그럼 어떻게 해?”


주원이 퉁명스레 답했다. 그라고 레닉스에게 고마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차갑게 대하는 것이 무례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저 사람들이랑 같이 가서 다 죽여버리라고? 내가 자다가 힘 조절 실패라도 하면 싸그리 몰살인데?”

“······좀 더 상냥하게 거절할 수도 있잖아요.”

“상냥하게 답하면 이유를 물어봤겠지. 그럼 내가 여러 별을 오고 가는 순례자라고 말을 해줬어야 했나? 아니면 방사선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한테 내 힘을 설명해줘야 해?”

“······.”


하스티엘이 입을 다물었다.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주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내뱉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썩 달가워하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시련이 끝나면 볼일도 없는 사람이야. 괜히 엮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작은 천사는 주원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지독하리만큼 냉철하고, 그렇기에 외로운 사내. 주원은 마치 상처받고 싶지 않은 어린아이처럼 몸을 웅크리는 것처럼 보였다. 연민이 고개를 드는 것이 느껴졌다.


‘불쌍한 사람.’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세상에 홀로 남았다. 그를 맡은 친척은 학대를 일삼았고 간신히 그에게서 벗어났어도 세상이 그를 바라보는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희망을 잃지 않았었다. 이를 악물고 살아나갔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평생을 버림받아온 삶. 생의 마지막에서 주원은 필사적으로 손을 뻗었다. 주원의 삶을 알고 있었기에 하스티엘은 정희와 주원의 관계는 친형제 이상임을 알았다. 그렇기에 그것은 더욱 잔혹했으며, 지독한 슬픔을 가져왔다.


하스티엘은 정희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되 당연한 일을 행했다고 여겼다. 솔직히 친한 동생보다 홀어머니를 더 우선하는 것이 인간의 도리라고 생각하니까. 물론 주원 또한 그 정도는 알았다. 그렇기에 배신당했다고 말할망정 분노는 솟지 않았다.


다만, 그가 슬퍼서 견딜 수 없는 것은, 또다시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주원에게 친절하게 대하는 이들은 결국 시간이 지나면 자신의 가족을 택하고는 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것이 당연함을 안다. 하지만, 그렇다면. 그 진짜 가족이 없는 주원은 무엇이란 말인가?


홀어머니를 위해 친동생 같은 주원에게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두르던 정희. 친부모처럼 여기라고 말을 해놓고 정작 진짜 자식이 생기자 그를 고아원에 보낸 이모 부부. 우리는 영원한 가족이라고 지껄여놓고는 진짜 가족이 자신을 찾자 망설임 없이 떠난 고아원의 동생.


결국 주원은 깨닫고야 만 것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타인의 최우선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보고는 무언가가 뒤틀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스티엘은 주원이 왜 발전소 사고를 목숨을 바쳐 막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너희들과는 다르다. 나는 그런 나약한 관계에 묶이지 않아서 이렇게 할 수 있다. 허나 동시에 지독한 외로움을 느끼며 이렇게 중얼거렸으리라.


아. 결국 마지막까지 혼자구나.


“뭐야? 왜 그래?”


자신의 머리를 끌어안는 작은 천사의 모습에 주원이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하스티엘은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옛날처럼, 수호천사로서 사람들을 지켜볼 때처럼 주원을 끌어안아 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녀가 입을 열었다.


“주원씨. 그거 알아요?”

“뭘?”

“어떤 사람들한테는 수호천사가 있어요. 수호천사들은 그 사람의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지켜보고 그들의 영혼을 잡아끌어 천국으로 이끌어준답니다.”

“헹. 나랑은 상관없는 얘기잖아? 수호천사가 있었으면 내 인생이 그 모양이었겠어?”

“······후후. 글쎄요?”

“엉? 무슨 뜻이야?”


작은 천사는 배시시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오랜만에 수호천사 역할을 할 생각을 하니 앞으로 바빠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 *


“······음. 조금 너무 오래 쉬었나.”

“제가 뭐랬나요오.”


레닉스와 마주치고 싶지 않다는 핑계로 르피엥에서 실컷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다 보니 벌써 이주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있었다. 물론 피로가 풀리기야 풀렸지만 어째 게으름을 피운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스티엘의 눈총을 피하며 주원이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이 산맥은 얼마나 큰 거야?”


주원의 물음에 하스티엘이 눈을 감았다.


“으음. 일반적인 길을 사용하면 사흘은 걸리겠네요.”

“내 속도로?”

“네에. 보통 사람은 몇 주는 걸려요.”

“그런데 일반적인 길로 사흘이라는 건, 일반적이지 않은 길도 있다는 뜻이지?”

“후후. 눈치도 빠르셔라.”


하스티엘과 주원이 서로를 마주보며 작게 웃었다.


“솔직히 주원 씨는 몬스터나 지형을 걱정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직선거리로 달려가면 반나절이면 충분해요.”

“좋아. 가볼까?”


하스티엘이 튜닉 가슴팍의 주머니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는 어서 출발하라는 듯 그의 가슴팍을 툭툭 두드렸다. 주원의 허벅지가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하!”


슈우욱-! 기합성과 함께 주원의 몸이 공중으로 도약했다. 높은 가지를 디디며 숲을 누비자 주위 풍경이 주욱 늘어졌다. B++랭크의 민첩을 지닌 주원은 이미 어지간한 기차보다도 더욱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다른 이가 본다면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의 속도였다.


“오. 저쪽인가 보네.”


주원은 숲의 위를 뛰어다녔다. 넓게 트인 시야는 그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주었다. 나무의 꼭대기를 밟고, 다시 한번 도약. 만약 밟을 곳이 없다면 공중을 박차며 뛰어오르는 그 모습은 한 마리의 날짐승 같았다. 숲의 위를 날던 새 몇 마리도 주원을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마치 새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주원은 자신이 초월적인 존재가 되었음을 다시금 실감했다. 상식은 더 이상 그를 옭아맬 수 없었다. 끝을 모르는 상쾌함이 가득 차올랐다.


* * *


주원이 산맥의 사분의 삼 지점을 지날 때쯤, 그는 이질적인 소리를 들었다. 금속음과 비명. 조용한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것들. 주원은 금세 소리의 발원지를 찾아내었다.


“산적인가?”


나무의 꼭대기에 앉아서 내려다보니 대략적인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칼을 든 사내 수십이 상인무리들을 덮치고 있었다. 주원은 인벤토리에서 육포 하나를 꺼내며 질겅질겅 씹었다.


“이미 거의 끝난 것 같은데.”


상인과 그들이 고용한 용병으로 보이는 이들은 이미 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칼을 든 사내들은 냉혹하게도 널브러진 시체에 다시 한번 검을 휘두르며 확인 사살을 해대었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용병은 단 하나.


“누군지는 몰라도 고생이 많네.”


살아남은 용병은 꽤나 솜씨가 대단한지 칼이 든 사내 둘을 동시에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여흥에 가까운 것. 다른 사내들은 이미 용병의 동료들을 사살한 뒤 가만히 서서 그것을 지켜보았다.


“안 도와줄건가요?”

“조금 일찍 봤으면 모르겠는데······. 지금은 이미 늦은 것 같은데? 저 사람 중상인 것 같고······어?”


홀로 남은 용병을 살피던 주원이 경악성을 내뱉었다. 용병의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흉터가 낯이 익었기 때문이다. 주원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박박 긁었다. 그리고는 나무 위에서 뛰어내렸다.


“에이. 젠장. 저 아저씨는 왜 여기 있는 거야?”


그의 입에는 아직 육포가 물려있었다.


“그래도 육포 값은 해줘야지.”


작가의말

밤에 한편 더 올라갑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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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찬양, 경배, 복종. +145 19.01.03 18,095 6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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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6-엘리시움(6)-수정- +54 19.01.01 17,576 59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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