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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재앙급 핵 먼치킨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11.16 16:12
최근연재일 :
2019.01.07 20:48
연재수 :
48 회
조회수 :
1,414,188
추천수 :
38,656
글자수 :
197,741

작성
18.11.1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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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17
추천
990
글자
11쪽

#1-죽음, 그리고 두번째 삶(1)

DUMMY

키이잉, 하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귀가 먹먹하고 시야가 흔들린다. 뭐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주원은 그렇게 독백하며 비틀비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뭐야?”


분명 방금 전까지 일하고 있었는데. 이 난장판은 뭘까. 주원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일터이지만 익숙하지 않은 광경이 펼쳐져있다. 방호복을 입고 도망치는 사람들. 곳곳에서 피어오르는 자욱한 연기. 귓구멍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소리.


‘이거 설마······.’


원자핵공학과를 나와 지방 원전에 취직한지 3년. 주원은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음을 깨닫고야 말았다. 자욱한 연기와 계속해서 울리는 날카로운 경보음. 시뻘건 경고등이 시야를 불길한 붉은 빛으로 물들여갔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하나.


‘원전사고.’


인간이 일으킬 수 있는 최악의 재해가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현실감이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주원은 결국 욕설을 내뱉고 말았다.


“좆됐네······.”


그는 상황을 대충 깨닫자마자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며 현장책임자, 팀장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늘 거들먹거리던 중년사내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주원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이 새끼. 도망쳤구나.’


푸쉬이-! 잠기지 않은 밸브에서 세찬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풍기는 역한 냄새에 주원이 다급히 코를 막았다.


‘큭.’


이대로는 위험하다. 방호복, 아니면 방독면이라도 챙겨야만 한다. 다행히도 보관함에는 하나의 방독면이 남아있었다. 하지만 벽에 걸린 방독면을 집어 드는 순간, 누군가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익숙한 얼굴에 주원이 입을 열었다.


“······정희형?”

“주, 주원아?”


평소 친형처럼 대해주었던 직장상사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평소와는 달랐다.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자의 절박한 눈빛. 살기마저 감도는 듯한 그 눈에 주원은 자기도 모르게 방독면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형. 설마······.”

“미안하다.”

“욱!”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의 시야가 핑그르르 돌아갔다. 배에서 얼얼한 고통이 느껴졌다. 강렬한 고통에 주원은 방독면을 놓으며 몸을 웅크렸다. 정희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황급히 방독면을 뒤집어쓰고는 출구를 향해 달음박질치는 정희의 뒷모습을 보며 주원이 울부짖었다.


“형! 정희 형! 형이 어떻게······!”

“미안하다······. 미안해! 하지만 알잖아. 나 없으면 우리 어머니는 누가 먹여 살리니······.”

“정희혀엉!”

“미, 미안해!”


달려 나가는 정희를 보며 주원이 멍하니 몸을 일으켰다. 당장이라도 그를 따라 빠져나가고 싶었지만 후들거리는 다리는 말을 듣지 않았다. 코 밑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느낌에 손을 가져다댄 주원은 손가락을 적시는 붉은 선혈을 보았다.


“하, 하하하······. 인생 한 번 좆같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고아원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를 악물고 공부해서 간신히 취업했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친한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이딴 최후를 맞게 될 줄이야. 참으로 비루하고, 비참한 삶이었다.


“하하하······. 씨이발.”


그때 주원의 눈에 들어온 것은 잠기지 않은 밸브와 기형적으로 꺾여있는 레버. 누구 하나 잠글 생각조차 하지 않고 도망간 탓에 아직도 사납게 증기를 뿜어내고 있는 밸브를 보며 주원은 고아원의 가족들을 떠올렸다. 피는 섞이지 않았어도 망설임 없이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 이들. 그리고 그들은 발전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다.


“그래. 어차피 뒤질 거면, 퉷. 마지막에 폼 좀 잡아보자고.”


피가 섞인 침을 뱉으며 주원은 홀로 걸어 나갔다. 도망치는 이들과는 반대방향으로. 비틀거리는 다리와 멍해지는 정신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면서. 주원은 꺾일 리가 없는 방향으로 꺾여있는 조절레버를 보며 욕설을 토했다.


“씨발. 레버는 누가 이따구로 만들어 놓은 거야?”


밸브의 앞에 서자 세찬 증기가 얼굴을 때려 눈조차 제대로 뜰 수 없었다. 하지만 주원은 그것을 붙잡았다. 뜨겁게 달구어진 밸브에 손이 익어 갔지만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 생각하며 밸브를 돌렸다.


“잠겨, 잠겨라!”


모두가 도망간 장소에서 홀로 남아 주원은 계속해서 울부짖었다.


“잠기라고오!”


짐승의 울음소리에 가까운 괴성이 터져 나왔다. 뜨겁게 달아오른 증기는 그의 감각을 빼앗아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원은 힘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이유 따위는 필요하지 않았다. 그저 발버둥일 뿐이다. 쓰레기 같았던 인생의 마지막에 부려보는 헛된 오기일 뿐이다. 독기 하나로 살아온 삶이다. 밑바닥 인생의 마무리에 영웅행세 정도는 괜찮지 않겠는가?


취이이-. 독이 오른 주원을 이기지 못한 걸까. 결국 밸브는 증기를 뿜어내는 것을 멈추었다. 밸브가 잠긴 것을 느낀 주원은 바닥에 몸을 뉘였다. 더 이상은 움직일 수 없었다. 목구멍에서 피가 차오르는 탓에 숨을 쉬는 것조차 힘겨웠다.


“크, 크크······.”


그의 몰골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 양 손은 가죽이 벗겨져 속살을 드러내고 증기를 쐰 얼굴에는 노란 물집이 한가득 잡혔다. 계속해서 방사선을 쐰 내장 또한 이미 제 기능을 잃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그래도 좀 멋있었나?”


의식이 멀어지는 것을 느껴졌다. 주원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내뱉었다.


“참 좆 같은 삶이었어······.”


* * *


“으음······.”


주원이 눈을 뜬 곳은 온통 새하얀 공간이었다. 벽도 천장도 없이 끝없는 공간의 가운데에서 주원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박주원씨. 일어나셨나요?”

“여기는······?”


그는 멍하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분명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지옥 같았던 발전소의 한 가운데에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아무리 보아도 발전소가 아니었다. 아니,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기묘한 공간이었다. 그리고 가장 기묘한 것은 그의 앞에 서있는 여인이었다.


“하하. 역시 뒤졌구나.”


은빛이 감도는 백발을 길게 늘어트린 미모의 여인. 그녀의 등 뒤에는 한 쌍의 날개가 달려있었다. 교회를 다닌 적 없는 주원이라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그녀는 전형적인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천사는 은빛의 눈을 깜박거리더니 주원을 향해 웃어보였다.


“네. 안타깝지만 그렇게 되셨네요.”

“······어쩔 수 없죠.”


주원의 얼굴에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천사님. 저는 천국에 갑니까?”

“아뇨.”

“······역시 지옥이군요. 망할. 교회 좀 다닐걸.”


얼굴을 와락 일그러트리는 주원을 보며 천사가 싱긋 웃었다.


“아뇨. 박주원씨는 지옥에도 가지 않을 거에요.”

“······무슨 소립니까?”

“저희는 박주원씨에게 특별한 기회를 드리려고 해요.”


주원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는 기회라는 것이 공짜로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가 살아온 세상은 늘 합당한, 혹은 과한 대가를 요구했으니까. 천사는 주원의 굳어진 얼굴을 보더니 손을 내저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박주원씨는 충분한 자격이 있으시니까요. 박주원씨가 아니었다면 결국 원전은 붕괴하고 지구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벌어졌을 거에요. 수십만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요!”

“그렇군요.”

“그래서 저희는 당신에게 새로운 목숨을 드리려고 해요!”

“······정말입니까?”


주원이 물음을 던졌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숨길 수 없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이미 끝났다고 생각한 삶이다. 그런데 새로운 목숨을 준다니. 기쁘지 않을 턱이 없다.


‘그래. 이번에는 정말 멋지게 한 번 살아보자.’


새로운 삶. 지금까지 비루하고 가난한 인생과는 작별하고 그도 남들처럼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주원의 머리에 한 가지 의문이 스쳐지나갔다.


“잠깐만요. 만약 제가 다시 살아나면 죽은 자리에서 살아나는 겁니까? 그러면 곤란한데······.”


그가 죽은 장소는 원전사고의 중심지. 그곳에서 다시 살아난들 몇 분 만에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천사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주원을 빤히 쳐다보다 이내 탄성을 질렀다.


“아! 생각해보니 설명이 좀 부족했네요! 주원님은 지구에서 다시 살아나시는 게 아니에요!”

“예?”


지구에서 다시 살아나는게 아니면, 뭐 달에서라도 살라는 소리인가? 의문 가득한 주원의 표정에 천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후후. 지구가 유일한 문명이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하답니다. 이 우주는 드넓고 수많은 별과 차원들이 존재하니까요.”

“······그럼 다른 별이나 차원에라도 떨궈준다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순례자가 될 기회를 드리는 거죠!”

“순례자요?”


생소한 단어에 주원이 미간을 찌푸렸다.


“별과 차원 사이에는 순례로라 불리는 보이지 않는 길들이 펼쳐져 있어요. 특별한 자격을 지닌 자들만이 순례로를 이용할 수 있죠. 순례자란 순례로를 쓸 자격을 얻은 자들이에요! 수많은 강자들이 바라마지않는 영광스러운 기회랍니다!”

“안 할래요.”

“네에!?”


주원의 단호한 말투에 천사가 눈을 크게 떴다.


“왜, 왜요! 정말 영광스러운 기회라니까요! 신격조차 될 수 있는, 원래라면 보통 인간에게는 주어지지도 않는 기회란 말이에요오!”

“아니. 뭔지 잘 모르겠는데······.”


주원이 머리를 긁적였다.


“온 우주의 강자들이 바라마지 않는다면서요? 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거기에 어떻게 끼어듭니까? 새로운 삶이 솔직히 끌리지 않는 건 아니지만요.”

“읏······.”


천사가 말을 흐리더니 곤란한 듯 손가락을 꼬물거렸다.


“······사, 사실 당연히 순례자가 될 줄 알았던 무인 하나가 등선을 택하는 바람에 공석이 하나 생겼단 말이에요. 그래서 급하게 한 명이 필요한데······.”

“그건 그쪽 사정이고요. 새로운 목숨을 받으면 뭐합니까? 바로 죽을게 뻔한데.”


천사는 지금까지의 공손한 태도는 어디로 갔는지 주원에게 다가와 그의 소매를 잡고 끌었다. 그녀는 울상을 지으며 주원에게 애원했다.


“제발요! 부탁드려요! 저 못 메꾸면 진급누락당해요오!”

“안 한다니까요! 그냥 천국이나 보내줘요!”

“제발!”

“안 해요!”


천사는 이제 울상을 짓는 것 정도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만 같았다. 울먹거리던 천사는 눈가를 소매로 쓱쓱 닦더니 무언가 결심을 내린 듯 고개를 들었다.


“조, 좋아요! 그럼 이렇게 해요! 제, 제 사비를 보태서 후원자 뽑기를 하게 해드릴 게요!”


작가의말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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