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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163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23 19:38
조회
1,090
추천
37
글자
8쪽

#3-청금루(4)

DUMMY

#012


시온이 몸을 일으켰다. 예상과는 조금 달랐지만 청금루를 찾아온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일상을 즐기며 권속들의 소재가 파악되기를 기다리면 되리라.


“오랜만에 암시장 구경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피곤하군. 끝나면 연락해라.”

“가시려고요?”

“그래. 그집 식구들은 내가 그냥 어린애인줄 알거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야 새나라의 어린이지.”

“형님이 어린애 행세라니······ 클클······.”

“웃어? 어. 열 받네?”


시온이 머리를 갸우뚱하며 주먹을 들어올렸다. 위협하듯 쳐든 주먹을 보며 석인이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에이. 농담입니다. 농담. 그래도 오랜만에 뵙게 돼서 좋습니다.”

“마음에 없는 소리하지마라. 당분간 저주 풀어줄 생각 없대도.”

“아뇨. 진심입니다. 아버지가 항상 그러셨거든요. 형님은 은혜도 원한도 열배로 갚는 사람이라고. 사업가로써는 가장 이상적인 거래상대죠.”

“왕씨 할아범이 그랬단 말이지······.”


주름이 자글한 노인의 얼굴을 떠올리는 시온의 눈에 상념으로 젖어들었다. 문득 노인이 보고 싶어졌다. 젠장할 늙은이. 그토록 정정하더니 일찍 가서는 향 하나 피워주지 못하게 만들다니.


“그리고 형님. 이건 자그마한 성의입니다.”


석인이 하얀 봉투를 내밀었다. 뭐가 들었는지는 안을 보지 않아도 자명했다.


“자. 사양하지 마시고······.”

“어. 고맙다.”


시온은 망설이지 않고 봉투를 받아 품속에 챙겨 넣었다. 두둑한 느낌이 기분 좋았다. 석인의 눈이 가늘어졌다. 어이없어 하고 있는 것이 역력했다.


“······너무 뻔뻔하신 거 아닙니까?”

“난 원래 거절하지 않는 남자야.”


시온이 품에 넣은 돈봉투를 매만지며 방을 나섰다.


“오랜만에 봐서 나도 반가웠다.”


* * *


“야! 박영신! PC방 가자니까 혼자 어디 갔다 왔어!”


집에 돌아온 시온을 맞이한 것은 지영의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그녀는 말도 없이 나간 시온이 얄미웠는지 입을 삐쭉 내밀고 있었다.


“볼일이 좀 있었거든.”

“칫. 너 그러면 친구 안 생긴다?”

“난 친구 같은 거 필요 없어.”

“······너 참 사람 할 말 없게 만든다. 좋아. 그럼 누나가 첫 번째 친구해줄게. 누가 괴롭히면 말해.”

“그거 참 고맙네.”


시온이 킥킥 웃으며 손에 들린 봉투를 지영에게 건네주었다.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조카를 보는 것 같아서 귀엽기 그지없었다. 겉으로 보기에야 또래여도 사라온 시간이, 그리고 겪어온 삶이 달랐다. 지영이 무엇을 해도 시온에게는 귀여워 보일 뿐이다.


“근데 이거 뭐야?”

“오다가 붕어빵 좀 사왔어. 아저씨는?”

“아빠는 뭐 떠올랐다고 계속 방에서 안 나와.”


실마리를 잡은 모양이군. 시온이 속으로 뇌까렸다. 기본지식도 있고 머리도 좋은 편이니 저번에 건네준 정보만으로도 어느 정도 답을 구한 듯했다.


‘라-치크. 네가 뭘 말하고 싶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구나.’


사실 시온은 지독한 회의감을 느꼈었다. 목숨까지 바쳐 세계를 구했지만 그들은 시온을 배신하고 잊어버렸다. 만약 라카쉬와 지영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의 여정이 일구어낸 평화를 실감하지 못했다면 그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악마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으리라. 가까스로 얻은 두 번째 삶마저 복수의 불꽃으로 불살라 덧없이 스러졌으리라.


“왜 그래?”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너 가끔 보면 되게 어른 같다니까? 힘든 일 있으면 말해. 친구 고민 정도는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고맙다.”


* * *


심야. 라카쉬도 지영도 잠든 으슥한 밤. 시온은 어두운 방안에 홀로 앉아있었다. 어둠이 그의 의지에 따라 요동치고 망령들이 울부짖기 시작한다. 시온이 허공을 향해 손을 내저으며 중얼거렸다.


“제 4옥급 저주술. 욕인慾人의 굴레.”


하지만 어둠은 고요히 꿀렁일 뿐 시온의 부름에 답하지 않았다. 시온이 이럴 줄 알았다는 듯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침대 위에 드러누웠다.


“역시 아직은 3옥급 저주가 한계군.”


시온이 사용하는 저주술은 지옥의 이름을 따온 것. 제 1옥 림보를 시작으로 더욱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저주의 위력이 강해진다. 8옥급 저주술 정도가 되면 도시 하나를 멸망시키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지금의 시온은 3옥급 주술을 몇 번 쓰는 것만으로도 탈진할 것이다.


관악 샤그람파의 오크들을 몰살한 것도 그들이 평화에 찌들어 있었기에 손쉽게 넘어간 것이지 만약 전투태세를 취한 수십의 오크를 한 번에 상대했다면 부상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시온은 자신이 지독하리만큼 약해져 있음을 실감하고는 쓰게 웃었다.


생각해보니 라-치크의 저주를 푼 것도, 청금루의 일이 잘 넘어간 것도 운이 좋았던 덕이었다. 만약 라-치크에게 걸린 저주가 시온이 만든 것이 아니었다면, 석인에게 복종각인이 걸려있지 않았다면 꽤나 수고를 들이게 되었으리라.


“새삼, 비참하기 그지없구나.”


하지만 주저앉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당장이라도 전신을 불사를 것만 같은 이 증오의 불꽃을 쏟아내기 전에는 주저앉을 수 없다. 복수. 그것만큼은 잊을 수 없다. 잊어서는 안 된다. 아무리 지금의 일상이 평화롭고 즐겁더라도 말이다.


“그래도 생각보다 좋은 물건을 얻었어.”


시온의 손에는 해골이 하나 들려있었다. 눈구멍에서 보랏빛 불꽃이 타오를 때마다 짙은 사기邪氣가 넘실거렸다. 관악샤그람파를 토벌하면서 얻은 아티팩트. 옛날의 시온이라면 거들떠도 보지 않았을 물건이지만 지금은 이만한 것이 없다.


“여기서 힘을 끌어 쓰면 5옥급······. 아니, 6옥급 저주도 한 번 정도는 쓸 수 있겠군.”


시온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마력이다. 최대한 많은 망령과 마물을 부려 힘을 얻는 일반적인 흑마법사와 달리 저주술에 통달한 시온에게는 마력이 무엇보다 가장 절실했다.


“천천히 하지 뭐. 놈들은 내가 부활한 것도 모를 테니 말이야.”


그리 말하며 침대에 누운 시온은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 * *


시온은 꿈을 꾸었다. 짙은 안개로 둘러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처절한 울음소리만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우······.]


희미하기 그지없는 울부짖음. 하지만 시온은 똑똑히 들었다. 피를 토하는 듯한 울음소리에 서려있는 원한과 증오마저 알 수 있었다. 안개 너머로 희뿌연 형체들이 보였다. 시온은 그들을 보고 싶었지만 안개는 그것을 허락지 않았다. 그는 결국 쓴웃음을 머금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리를······.]


망령들이 울고 있었다. 그들은 시온이 짊어진 죄업. 떨쳐낼 수 없는 의무. 그리고 그리워 미칠 것만 같은 친우들의 흔적. 배신당한 것은 시온뿐이 아니었다.


“조용히 좀 해. 잠 좀 자자.”

[······잊지 마······.]

“그렇게 말 안 해도 잊을 생각은 없어.”

[······.]


울부짖음이 잦아들었다. 시온의 얼굴에 깊은 슬픔이 얼룩졌다. 지키지 못한 친우들을 마주하는 것은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러고 보니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어.”

[······.]

“열두 영웅이라는 놈들이 세상을 구했대. 동상이 세워지고 사람들의 칭송을 받고······. 나는, 우리는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데 말이야. 참 웃기지 않아? 그딴 놈들이 영웅이라니.”


안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잦아들던 울부짖음은 하늘마저 찢을 듯한 고함이 되어 터져 나왔다.


[······복수를······!]


시온의 눈이 증오로 번들거렸다.


“그래. 영웅행세를 하는 위선자들에게 복수해야지. 그게······.”

[······우리들의······!]

“소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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