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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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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212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22 19:00
조회
1,116
추천
32
글자
10쪽

#3-청금루(3)

DUMMY

#011


“꺄아아악!”


석인이 험상궂은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소녀 같은 비명을 질러대었다.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당황과 경악, 그리고 공포가 서려있었다.


그는 청금루의 주인으로써 온갖 인간군상을 만났다. 그것은 석인이 뒷세계에서 닳고 닳은 자라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런 자가 공포에 질려 여자아이처럼 비명을 지르다니. 석인을 아는 자라면 절대로 믿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석인은 대체 몇 년 만에 느끼는 것인지도 모를 만큼 강렬한 두려움을 느꼈다.


“주, 주, 죽은게 아니었어······?”


날카로운 석인의 비명에 시온이 인상을 쓰며 검지손가락을 들어 입술 위에 가져다대었다.


“쉿.”

“······읍.”


석인의 입이 다물어졌다. 석인은 당황하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입술은 그의 의지를 따르지 않았다. 시온이 능글맞게 웃어보이며 말을 이었다.


“왼손 들어.”


석인이 왼손을 들었다. 그가 자신의 의지에 반하는 왼손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오른손 들어.”


이번에는 오른손이 치켜 올라갔다. 뭐가 그리 우스운지 시온은 킥킥대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왼손 들지 말고 오른손 들었다가 왼손 들고 오른손 내리지 말고 양손 내리고 점프 세 번.”


석인의 몸은 시온의 명령을 충실하게 따랐다. 그는 마치 보이지 않는 실에 매달린 꼭두각시가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공포로 얼룩진 석인의 눈을 응시하며 시온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20년이 지났는데도 복종각인은 멀쩡하군. 역시 내가 건 저주야.”

“······으으.”


20년 전, 왕씨 할아범의 부탁을 받은 시온은 석인에게 하나의 주술을 걸었다. 제 5옥급 저주술, 스틱스의 각인. 까다롭기 그지없는 저주이지만 각인이 새겨진 자는 술사의 명령에 거부할 수 없게 된다.


복종의 각인은 오랜 세월이 지났어도 멀쩡히 작동하고 있었다. 훈계를 해서 정신을 차리게 하거나 하는 귀찮은 짓을 하기 싫어서 강제로 굴복시켰던 것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풀릴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소득에 시온이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읍! 으읍!”


다문 입술 너머로 무언가를 전하고 싶어 하는 석인의 모습에 시온이 거만하게 손을 내저었다.


“뭔가 말하고 싶은 모양이군. 허락하지.”


푸핫. 굳게 다물어졌던 석인의 입술이 다시금 통제를 찾았다. 입술을 매만지던 석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죽었다고 들었는데.”

“죽었지. 죽었었어.”


시온의 눈이 짙은 녹빛으로 물들었다. 동시에 지금까지와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짙은 어둠이 드리었다. 질척거리는 살기에 석인은 숨통이 조여 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죽음을 넘어 돌아왔다.”


* * *


시온의 정체를 알게 된 석인은 진로를 바꿨다. 그들이 향한 곳은 지하의 암시장이 아닌 석인의 집무실. 시온은 태연하게 가죽의자에 몸을 기대었다.


“이거 참 일이 편하게 됐어.”


시온은 꽤나 기분이 좋았다. 사실 지금의 시온은 돈도 힘도 없다. 그래서 라-치크의 저주에 쓰였던 해골 아티팩트를 팔아 돈을 마련할 생각이었는데 일이 생각보다 잘풀린 덕이다.


“옛날에 복종각인을 새겨놓은 애송이가 청금루의 주인이 되어있을 줄이야.”

“하하······.”

“왜. 불만이라도 있나?”


석인이 어색한 웃음을 흘리자 시온이 픽 웃었다.


“뭐. 처음에야 당연히 그랬습니다만······.”


시온이 눈을 찡그렸다. 석인의 웃음은 가식으로 짓는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미약한 호의. 이해할 수가 없었다. 두드려 패고 복종의 저주까지 걸어놨는데 왜 호감을 표하고 있단 말인가?


“지금은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죠. 물론 아직 무섭기야 하지만.”

“······취향 참 특이하군. 괴롭힘당하는게 좋냐?”

“아뇨.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석인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제가 강제로 약거래에서 손을 끊고 2년 정도 였던가······말바르산 시체가루가 약에 섞여 유통되는 바람에 난리가 났었거든요.”

“시체가루? 설마 좀비파우더 말하는 거냐?”


좀비파우더. 인체에 흡수되면 강렬한 쾌감을 가져다주지만 일정량 이상을 섭취하면 영과 육을 좀먹으며 인간을 괴물로 변질시키는 물건. 시온은 좀비파우더가 나돌았던 한 이계의 도시를 본 적이 있었다. 약에 취한 아비가 자식의 머리를 물어뜯고 거리 곳곳에 내장이 내걸린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도였다.


“하. 그걸 들여오다니. 어지간히도 미친놈이 있었던 모양이군.”

“결국 연합이 직접 나섰고 약에 손을 대던 조직들이 싹 쓸려나갔죠. 규모 있는 조직 중 한국에서 살아남은 것은 저희 청금루 뿐입니다.”

“운이 좋았군.”

“어르신 덕분이죠. 만약 어르신이 손을 끊게 해주지 않으셨다면······어후.”


석인이 생각하기도 싫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연합은 인류를 위협할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잘 움직이지 않는다. 하지만 한 번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그들은 개미새끼 하나 남겨놓지 않는다. 결국 석인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시온 덕이었다.


“물론 조금 과격한 방법이긴 했지만 죽는 것보다야 낫죠. 어르신께는 감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흥. 애송이가 말재주만 늘었구나. 내 얼굴을 보자마자 꽥꽥 비명을 지르던 놈이. 그래도 저주는 안 풀어줄 거다.”


시온이 의자에 푹 잠겨들었다.


“그리고 무슨 어르신이냐.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네. 형님.”

“의자가 편하고 좋구나. 좀 잘사나봐?”


석인이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하. 한국 암시장은 저희밖에 안 남았으니까 확실히 여유가 좀 있죠.”

“잘됐네. 그럼 내 부탁 좀 들어줘라.”


시온이 후드 주머니에서 네 장의 종이를 꺼내들었다. 각 장에는 붉은 잉크로 복잡한 문양이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


“이 문장을 쓰는 놈들이 있는지 조사해줘. 만약 있으면 소재도 파악해주고.”


시온이 원하는 것은 복수. 열두 영웅이라 불리고 있는 자들과 연합을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리는 것. 하지만 지금의 시온은 무력하기 그지없다. 힘을 되찾으려면 얼마나 걸릴지 알 수도 없다. 심지어 힘을 되찾는 것에만 열중할 수 있을 정도로 상황이 좋은 것도 아니다.


그래서 시온은 권속들을 찾으려하는 것이다. 붉은 잉크로 쓰인 문양은 그의 권속들을 상징하는 문양. 만약 그들이 연합의 손길을 피해 살아남았다면 돌아올 주인이 자신들을 찾을 수 있도록 저 문양을 쓰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그들의 힘이 절실했다.


“저희 의뢰비는 조금 비쌉니다만······.”

“여유있다며?”


쳇. 석인이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왠지 그럴 것 같다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줄이야. 하지만 복종각인이 새겨진 이상 어쩔 수 없다. 석인이 투덜대면서도 문양들을 챙겨 서류더미 위에 쌓았다.


“그보다 형님······.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됩니까?”

“뭘?”

“뭘이라뇨. 20년 전에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형님이 영웅 중 하나가 되었다는 극비정보를 입수했을 때도 깜짝 놀랐지만 그건 시작이더군요. 연합은 형님의 존재를 완전히 지워버렸습니다.”


석인의 물음은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시온이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


“저희 쪽에도 연합의 요원이 찾아와 형님은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며 정보를 모두 파기하라고 했습니다. 지금 형님은, 그 시온 폴링라이트라는 존재는 단순한 헛소문이 되어버렸어요.”

“크크. 그래도 정보상이라고 꽤 많이 알고 있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정보통제가 이루어졌습니다. 밤의 주민이라면 모두 시온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벌벌 떨었는데 이제는 형님을 직접 만난 자가 아니라면 그 이름을 알지도 못해요.”

“유명했다고는 해도 악명이었으니 썩 나쁜 일은 아니지 않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시온이 작게 클클대었다. 하지만 그 웃음소리는 사람의 폐부 깊숙한 곳을 긁어대는 듯한 울림을 품고 있어서 석인은 전신에 소름이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모습이 변했지만 그가 마주하는 존재는 공포의 상징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배신당했다. 연합놈들한테. 한 번 죽었다가 되살아났지. 아쉽게도 신의 아들 같은 고귀한 태생은 아니라서 사흘이 아니라 20년이나 걸렸지만 말이야.”

“······배신이요?”

“그 얘기는 그만. 기회가 된다면 얘기해주지. 지금은 불쾌해서 미칠 것 같군.”


석인은 더 이상 묻지 못했다. 시온의 눈동자 속에서 타오르는 증오의 불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석인이 바짝 마른 입술을 핥았다. 호기심은 남았지만 본능이 더 파고들면 위험하다며 쉴 새 없이 경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석인이 억지로 화제를 돌렸다.


“연합의 눈을 피하려면 꽤 고생하시겠군요. 그럼 어디 머무시는 곳은 있으십니까?”

“크크. 세상 참 많이 변했더군. 웬 오크교수 집에 얹혀살고 있다.”

“아. 혹시 샤그람 부족의 후계자 말씀이십니까?”

“······어떻게 아냐?”


석인이 피식 웃었다.


“오크 교수가 몇이나 된다고 모르겠습니까. 어. 잠깐.그러고 보니 며칠 전에 관악샤그람파가 몰살당하고 대족장 라-치크가 눈을 떴다던데 설마······.”

“예리하기도 해라. 그것도 나다.”

“형님이니 놀랍지도 않군요.”


시온이 입가를 비틀었다.


“왜. 그 정보도 팔게?”

“저주라도 풀어주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죠. 뭐 팔 생각도 없지만. 형님 정보를 팔려고 하면 바로 연합에서 출동할 걸요?”

“그래. 당분간은 비밀로 해둬라. 그럼 너한테 떨어질 떡고물도 적은 양은 아닐 테니까.”


그렇게 말하는 시온의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어서 석인은 몸을 부르르 떨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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