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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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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214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21 18:52
조회
1,201
추천
36
글자
11쪽

#3-청금루(2)

DUMMY

#010


서울 가리봉동. 시온은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 거리에는 같은 도시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길거리를 오고가는 이들도 어딘가 모르게 살벌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여긴 그대로구만.”


하지만 그런 음산함 또한 시온에게는 반가울 뿐이었다. 알아보지도 못할 만큼 변한 것보다는 20년이 지나도 여전히 어두침침한 이 거리가 더욱 나았다. 시온이 미소를 머금으며 검은 후드를 눌러 썼다.


‘암시장이 이 근처였었지.’


가리봉동에는 아는 이들만 있는 암시장이 있다. 전후에 세워진 가리봉동의 암시장은 밤거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꽤나 유명한 장소였다. 이계와 뒤섞이기 전부터 이능을 부리던 이들은 이곳으로 모여들었고 시온 또한 여러 번 발걸음을 하곤 했었다.


대낮에도 어딘가 암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거리였지만 시온은 오히려 편안함을 느끼고 있었다. 라카쉬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도 싫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도 밝아서 같이 있자면 어딘가 어색함을 지울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청금루. 오랜만이야.”


시온이 발걸음을 멈춘 곳은 인적 드문 거리에서도 외딴 곳에 위치한 음식점이었다. 낡은 유리벽에는 각종 음식이름들이 한자로 쓰여 있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변하지 않은 가게를 보며 시온은 정다움을 느꼈다.


딸랑. 문을 밀어젖히자 몇 개의 탁자들이 놓인 작은 내부가 한눈에 들어왔다. 시온이 조용히 시선을 돌려 가게를 둘러보았다.


“······.”


기름때가 잔뜩 낀 탁자에 앉아 달각거리며 마작을 치던 사내들이 시온을 흘겨보았다. 그 옆에서는 창백한 사내 하나가 대접을 들고 미친 듯이 내용물을 삼키고 있었는데 비릿한 피 냄새가 진동했다. 더러운 벽지 곳곳에는 검붉은 핏자국이 말라붙어있었고 시온은 그것이 진짜 사람의 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담배를 꼬나 물은 종업원의 시선이 시온에게로 향했다.


“어떻게 오셨어요?”


종업원이 담배를 아무렇게나 비벼 끄며 퉁명스레 물었다. 한국인이 아닌 듯한 어눌한 말씨였다. 시온은 종업원과 마작을 치는 사내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가벼운 미소로 받아넘겼다.


더럽고 좁은 가게이지만 시온은 청금루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이곳은 암시장으로 이어지는 입구. 약속된 암호를 종업원에게 대면 지하에 위치한 암시장으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시온이 알고 있는 암호는 20년 전의 것이기에 아직도 통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고기를 좀 사고 싶은데.”

“무슨 고기요?”

“양고기. 두발 달린 놈으로.”


어떻게 왔냐는 질문에는 고기를 사러. 무슨 고기냐는 말에는 두발달린 양고기. 이것이 정해진 암호였다. 만약 암호가 바뀌지 않았다면 종업원은 시온을 깊은 곳으로 안내해주리라.


“······.”


하지만 시온의 대답에 가게의 차갑게 얼어붙었다. 종업원은 말없이 시온을 노려보고 마작을 치던 사내들도 손을 멈추고 눈빛 또한 싸늘하게 가라앉혔다. 한참동안 시온을 노려보던 종업원이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너 뭐니?”

“고기 사러 왔대도.”


마작을 치던 사내들이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손에는 날붙이가 들려있었다. 검면에 새겨진 붉은 글자들과 날카로운 예기를 보아하니 어떠한 힘이 깃든 물건으로 보였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입구를 지키는 경호원들인 모양이었다. 연장을 꼬나 쥔 사내들이 얼굴을 한껏 찌푸리며 내뱉었다.


“너 경찰이지?”

“어디서 십년도 넘은 암호를 알아 와서는. 우리가 그렇게 만만해보이나?”


시온이 툴툴거리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었다.


“아. 역시나.”


종업원이 담배를 물어들고 불을 붙이자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날붙이를 쥔 사내들이 시온을 둘러싸는 모습에 종업원이 걸음을 옮겨 가게의 안쪽으로 향했다.


“사장님 불러오게 죽이지는 마라. 도청기 확인하고.”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종업원은 그제야 위화감을 느꼈다. 평소라면 씩씩한 대답이 돌아와야 할 터지만 가게는 놀랍도록 조용하기만 했다. 종업원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글쎄. 직접 해보지?”

“······너 진짜 뭐니?”


종업원이 마주한 것은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사내들과 그 아래에서 키득대는 소년이었다.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마치 밧줄처럼 변해서 사내들을 옭아매고 있었다.


“몇 번을 말해. 고기 사러 왔다고.”

“이게······!”


종업원의 손이 카운터의 아래쪽으로 내려갔다. 그곳에 놓인 것은 한 자루의 권총. 하지만 종업원은 그것을 쥐지 못했다.


“너. 그걸 쥐면 내 적이다.”


방울져 떨어진 식은땀이 기름때로 얼룩진 카운터를 적셨다. 종업원은 덜덜 떠는 손을 위로 올리며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히고 말았다. 꽤 오랜 세월을 이 바닥에 굴러왔기에 알고 있었다. 저런 분위기를 풍기는 자들은 위험하다는 것을.


“무슨 일이냐?”

“사, 사장님······!”


가게의 안쪽에서 덩치 큰 사내가 휘적휘적 걸어 나왔다. 사장이라 불린 사내는 가게 안쪽을 휘둘러보더니 천장에 매달린 경호원들을 보고 탄성을 내었다.


“흑마법? 살아남은 자가 있었나?”


사장이 클클 웃으며 종업원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설명해봐라.”

“예, 옛날 암호를 대서 쫓아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 그렇군. 이제야 조금 상황을 알겠어. 거 에르베제트 옹. 보고만 있지 말고 조금 도와주지 그러셨습니까.”


피가 담긴 대접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창백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 눈동자는 선명한 핏빛이었다.


“난 돈안되는 일은 안해.”

“하루이틀 본 사이도 아닌데 야박하기는.”

“할인이라도 한 번 해주고 지껄여라.”

“클클클······. 됐수다.”



창백한 사내가 다시금 피가 담긴 대접에 머리를 처박고 사장이 시온에게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얼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긴 흉터가 인상적이었다. 왠지 낯이 익은 듯한 느낌에 시온이 살며시 눈썹을 찌푸렸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시온을 내려다보던 사장이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거. 흑마법사라면 처음부터 말을 했어야지. 다 죽은줄로 알았는데 어디 시골구석에라도 숨어있었나?”

“무슨 멸종위기종이라도 본 듯한 말투군.”

“본지 꽤 되기는 했지. 연합이 흑마법을 범죄로 규정하고 몇 번이나 소탕하려 들었으니까.”

“그건 몰랐군.”


시온이 미간을 찌푸렸다. 시온은 흑마법사들의 정점, 당연히 세계 각국의 흑마법단체들과도 꽤 친분을 쌓았었다. 그런데 그들이 연합에 의해 소탕되었다니. 절대 달가운 소식은 아니었다. 빌어 처먹을 연합놈들. 시온은 연합에 대한 분노가 커지는 것을 느꼈다.


“따라와라. 흑마법사라면 언제나 환영이니까.”


* * *


사장이 시온을 안내한 곳은 가게 안쪽에 위치한 냉동고였다. 냉동고의 문을 열어젖히자 싸늘한 냉기와 비릿한 피냄새가 진동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고깃덩이들 사이로 짙은 어둠이 깔린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시온은 망설임 없이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보다 흑마법사는 정말 오랜만이군.”


시온을 안내해주던 사장이 입을 열었다.


“누구 소개냐? 스승? 부모?”

“뭐. 스승······이라고 해둘까. 여기 단골이었다고 하더라고.”


무엇이든 팔고 무엇이든 산다. 그것이 청금루의 모토임을 알았기에 시온은 정체를 밝히지 않았다. 청금루의 주요 상품 중에는 정보 또한 있었으니까. 설마 흑마법사가 이렇게 드문 존재가 될 줄은 몰라서 흑마법을 쓰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 나이에 그 정도 실력이라니. 스승 이름을 알고 싶군.”

“말하면 알고?”

“스승이 청금루의 주인이 어떤 존재인지는 말하지 않았나 보지? 대통령이 숨겨놓은 자식 숫자까지 알고 있는 것이 청금루다.”

“주인이라고? 당신이?”

“그래.”


시온이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왕씨 할아범은 은퇴했나?”

“허. 아버지도 알고 있어? 영감탱이는 죽은지 십년도 넘었다.”

“그래. 그렇군······.”


시온이 쓰게 웃었다. 청금루의 주인 왕씨 할아범과는 꽤 깊은 관계를 맺었었다. 시온이 처음으로 뒷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 이런저런 도움을 준 것이 바로 왕씨였었다. 20년 전에도 이미 고령이었기에 어쩌면 이미 명을 달리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서글픈 기분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은 이 왕석인이 청금루의 주인이지.”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이름이었다. 기억을 뒤적이던 시온이 작게 탄성을 질렀다.


“아.”

“꼬마야. 너는 소개도 안하냐?”


어쩐지 낯이 익다 했더니만. 시온이 키득 웃었다. 무엇이든 살고 파는 청금루에서도 단 하나 거래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마약이었다. 물론 도덕이나 윤리 때문은 아니었고 약은 결국 조직을 병들게 할 거라는 것이 왕씨 할아범의 주장이었다.


“내 이름? 들으면 위험할 텐데.”

“걱정도 많군. 세상에 안전한 정보라는 건 없어.”

“후회하지 마라.”


하지만 20년도 더 전, 마약거래에 손을 댄 청금루 조직원이 있었다. 원래라면 발각되는 순간 바로 시멘트에 파묻혀 서해바다에 던져졌을 테지만 그때는 경우가 조금 달랐다. 마약거래에 손을 댄 조직원이 바로 왕씨 할아범의 아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왕씨 할아범은 시온에게 엇나간 아들을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빚이 있었던 시온은 흔쾌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하루. 단 하루 만에 왕씨의 아들은 거래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룻밤사이에 모든 거래처가 박살났기 때문이었다.


시온은 왕씨의 아들에게 다시는 마약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복종의 저주를 걸었고, 그는 공포에 떨며 청금루로 돌아갔다. 원래는 아들에게 벌을 주려 했던 왕씨도 지독한 공포에 시달리는 아들을 보며 뜻을 접었다.


그리고 20년. 마약을 거래하던 철없던 조직원은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노력했고, 나름의 수완을 쌓아 청금루의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운명은 잔인하기 짝이 없어서, 과거의 악몽이 머리를 드밀고 말았다.


“내 이름은 시온. 시온 폴링라이트다.”

“······응?”


석인이 황급히 시온의 후드를 걷어 젖혔다. 시온은 방긋 웃으며 그를 막지 않았다. 그리고 드러난 것은 조금 어려지기는 했어도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석인은 화들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으아, 으아아아!”


새된 비명소리가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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