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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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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216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18 18:00
조회
1,336
추천
35
글자
8쪽

#2-너흰 필요없어(4)

DUMMY

#007


“으. 더럽게 실금은.”


오크의 지독한 소변냄새에 시온이 코를 틀어쥐었다.그리고 작게 속닥였다.


“너는 내 적이냐?”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살려만, 살려만 주십시오. 역병의 신이시여!”


쟈이라크에게서는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흉폭함을 찾아볼 수 없었다. 눈앞의 사내가 그 시온 폴링라이트임을 알아본 순간 쟈이라크는 완벽하게 굴복하고 말았다. 이계의 자들에게 있어서 시온과 영웅들은 그러한 존재였다.


“역병의 신이라. 그 별명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취익. 자, 잘못했습니다! 용서, 용서를!”

“오크치고는 참 혓바닥이 길어.”


시온의 싸늘한 중얼거림에 쟈이라크가 입을 다물었다. 칠흑의 사슬에 닿은 살갗이 문드러지며 상상 이상의 고통을 전해주고 있었지만 그는 신음 하나 흘리지 않았다. 그저 공포로 파르르 떨리는 눈을 들어 시온을 조심스레 바라보고만 있었다.


“나를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빠르겠지. 라-치크가 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 우습지 않나? 샤그람의 대족장이 고작 병 따위로 쓰러졌다니.”


키득거리는 소리가 어두운 복도를 울렸다. 쟈이라크의 녹빛 피부가 새하얗게 질렸다. 저 남자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공포로 굳은 머리는 답을 내지 못했다.


“다섯 번의 기회를 주마. 네 짓이냐?”

“그, 그건······. 그게 아니라······.”


라-치크가 쓰러진 것은 그의 짓이 맞았다. 하지만 쉽게 고백할 수는 없었다. 시온 폴링라이트가 왜 그를 찾아왔는지는 몰라도 라-치크가 쓰러진 것을 불쾌하게 여기는 것은 분명했다. 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알면서도 쟈이라크는 혼나기 싫은 어린아이처럼 말을 흐리고 말았다.


“기회 하나가 사라졌다.”


시온이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그의 손짓에 반응한 칠흑의 사슬이 거세게 조여지며 쟈이라크의 살갗을 조였다.


“취이이이익!”


파득. 한계까지 조여진 칠흑의 사슬이 쟈이라크의 왼팔을 끊어내었다. 한낱 고깃덩이로 변한 팔이 바닥을 굴렀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격통이 쟈이라크의 뇌리를 거세게 후려쳤다. 격통으로 시야가 하얗게 물들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 이제 네 번 남았다.”


시온의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으며 쟈이라크는 전율이 전신을 내달리는 것을 느꼈다. 다섯 번의 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은 탓이다. 두 팔과 두 다리, 그리고 머리. 모두 다섯 개. 비오듯 흘러내린 식은땀이 콘크리트 바닥을 적셨다.


“제가! 제가 했습니다! 인간, 인간 저주술사를 고용해서······.”

“역시나군. 자세히 설명해봐라.”

“취, 취익. 저주는 잘 모릅······.”

“세 번 남았다.”

“취이이이이익!”


콰득. 이번에는 오른다리였다. 수많은 전장 속에서 그를 지탱해준 다리가 바닥을 구르는 모습에 쟈이라크는 단순한 육체의 고통보다도 더욱 큰 슬픔을 느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느껴지는 것은 공포. 눈앞의 상대에게서 벗어나고 싶다는 두려움.


“마,마, 말씀,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 건 전부 말씀드릴 테니 제발······.”


쟈이라크가 필사적으로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격통과 공포를 참고 있는 탓에 두서가 없었지만 대략적인 것들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그가 고용한 저주술사는 거대한 의식을 통해서 라-치크한테 저주를 걸었고 주술진을 보존시켜야 저주가 유지된다고 했다고 한다.


“역시나. 어딘가에 주술진을 유지시켜야 라-치크 같은 괴물한테 저주를 걸 수 있겠지.”


물론 전성기의 시온이라면 그런 구차한 준비 따위가 없어도 상관없지만 그것은 그가 최고의 저주술사였기 때문이다. 어지간한 저주술사라도 강대한 상대에게 저주를 걸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준비가 필요한 법이다.


“그래서 마법진이 어디 있다고?”

“제, 제 방에. 여기 바로 앞입니다······. 해, 해제법은 모릅니다. 정말로 몰라요. 애초에 풀 생각도 없었던 터라······.”

“기대도 안했다.”


끼익. 시온이 쟈이라크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침대와 탁자, 벽면에 놓인 무기들. 그리고 칸막이 뒤에 놓여진 으스스한 책상. 피로 그려진 역오망성이나 해골이 놓인 책상은 전설 속에 나오는 사악한 마법사가 쓸법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두목씩이나 되는 놈이 왜 이런 건물에서 사나 했더니만. 이걸 지키려고 그랬던 거로군.”


주술진을 향해 걸어가는 시온을 보며 쟈이라크가 공포에 몸서리쳤다. 라-치크에게 저주를 건 인간 마법사의 말로는 자신 말고는 주술을 풀 수 있는 이가 없다고 했었다.


‘그리고 섣불리 주술진을 건들면 저주가 풀리는 걸로 그치지 않고 대폭발이 일어날 거라고 말했지.’


쟈이라크가 시온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저 괴물이 폭발로 죽어준다면 좋을 텐데······. 하지만 만약 살아난다면?’


대폭발이 일어난다 해도 저 시온 폴링라이트가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만약 시온이 폭발에도 죽지 않는다면 그 분노는 분명 쟈이라크를 향하게 될 것이다. 쟈이라크는 차라리 아티팩트가 폭발하며 자신이 순식간에 죽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지금의 시온은 극단적으로 약해져 있었지만 공포에 잠식당한 쟈이라크는 그것을 알 수 없었다.


“호오. 플레제톤의 나병? 하옥下獄급 저주술을 사용할 수 있는 놈이 아직 남아있었나.”


흥미로운 중얼거림이 새어나왔다.


“확실히 꽤 까다로운 저주술이지. 잘못 건들면 식의 중추가 되는 아티팩트가 폭발. 그리고 이 식을 풀 수 있는 사람은 단 둘이야.”


시온이 고개를 홱 돌려 쟈이라크를 바라보았다.


“그게 누군지 아냐?”

“하, 하나는 시전자일 테고 다른 하나는 잘······.”

“그건 말이야. 이 저주술의 창조자다.”


시온이 망설임 없이 탁자위에 놓인 해골을 집어 들었다. 해골의 눈구멍에서 보랏빛 불꽃이 넘실거리며 질척거리고, 사악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시온이 해골을 가볍게 흔들자 눈구멍의 불꽃이 픽 꺼졌다.


“꽤 고생해서 걸어놓은 주술일 테지만······. 이거 내가 만든 주술이거든.”


시온이 손에 들린 해골을 물끄러미 내려다보았다. 꽤나 강력한 부腐의 기운을 내뿜는 것이 절대 값싸보이지는 않았다. 많은 준비와 자본을 사용한 주술이었지만 상대가 너무 나빴다.


시온은 자신이 파훼할 수 없는 주술을 타인에게 알려줄 정도의 멍청이가 아니었다. 영웅으로 일할 때 꽤 많은 저주와 주술을 만들어내고 연합에게 대가를 받고 팔았지만 시온조차 파훼하기 힘든 것들은 절대로 넘겨주지 않았다.


“라-치크 녀석도 이제 곧 깨어나겠지.”


시온이 본 라-치크라는 사내는 바퀴벌레 같은 생명력을 갖고 있었다. 분명 저번 전투에서 반도 아니고 구할 정도를 죽여서 돌려보냈는데 다음 전투 때는 다시 쌩쌩해져서는 글레이브를 들고 덤벼온다. 영혼을 옭아매던 저주가 사라졌으니 체력이 회복되는 것도 얼마 걸리지 않으리라.


“자. 그럼 이제 너를 어떻게 할까.”


냉소를 흘리는 시온의 모습에 쟈이라크가 필사적으로 울부짖었다.


“취이. 사, 살려주십시오! 하라는 대로 다 하지 않았습니까!”

“하긴 팔다리도 하나씩 날려먹고 부하들도 다 죽였으니 이제 아무것도 못하겠지. 그리고 이 해골. 생각 외의 소득이기도 했고.”

“그,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목숨, 목숨만은!”

“원래는 대충 발설금지저주나 걸어서 살려줄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시온이 싱긋 웃었다.


“너 주술진을 잘못 건들면 폭발하는 걸 알면서도 가만히 있었잖아? 그게 영 괘씸하더라고.”

“그, 그, 그런······!”

“역시 너는 내 적이군. 잘 가라.”

“아, 아, 아아아!”


심연의 진창이 쟈이라크를 끌어당겼다. 벗어날 수 없는 늪 속으로 빠져드는 쟈이라크의 얼굴에 새겨진 것은 절망, 원한, 그리고 공포. 온갖 감정으로 뒤범벅된 오크의 얼굴이 그림자 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럼 뒤처리를 하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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