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퀵바

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215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16 19:10
조회
1,523
추천
35
글자
11쪽

#2-너흰 필요없어(2)

DUMMY

칠흑의 사슬은 카라샴을 꽁꽁 동여매었다. 사슬이 닿은 피부가 썩어 들어가며 진물이 흘러나왔다. 카라샴이 공포로 진절머리쳤다.


“뭐, 뭐냐 넌! 도대체 뭐냔 말이다!”

“시끄러워.”


퍽. 시온이 카라샴의 얼굴을 걷어찼다. 몇 개의 이빨이 허공을 날았다. 시온이 고통으로 신음하는 카라샴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시온이 눈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더없이 어두운 심연의 눈동자. 그 눈을 마주한 카라샴이 파르르 떨었다.


“우리 관계를 확인하고 넘어가지. 묻는건 나다. 그리고 너는 내가 원하는 답만 내주면 돼. 네가 아무리 돌대가리여도 이 정도는 이해할 수 있겠지?”

“크, 크응······.”


고개를 푹 숙이는 카라샴을 보며 시온이 흡족하게 웃었다.


“그래서 왜 우리를 덮친 건지 들어나 볼까?”

“킁. 말할 것 같냐, 꼬맹아!”


퍼억. 시온의 주먹이 카라샴의 얼굴을 후려쳤다. 들창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시온은 그것으로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고 더 주먹을 휘두르며 카라샴의 얼굴을 후려갈기자 카라샴이 꽥 비명을 질렀다.


“마, 말할게. 말하면 되잖아!”

“필요 없어.”


시온은 계속해서 주먹을 휘둘렀다. 작은 체구인데도 어찌된 힘인지 한 대를 맞을 때마다 골이 울렸다. 카라샴이 고통찬 신음을 흘렸지만 시온은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았다. 계속되는 폭력은 결국 긍지높은 오크 전사조차 굴복시켰다.


“······말하겠습니다. 말하게 해주세요. 제발!”

“이제 좀 예의가 생겼군. 특별히 허락하지. 어디 지껄여 봐라.”


카라샴이 주저하며 입을 열었다. 만약 그가 비밀을 누설한 것이 들통 난다면 분명 벌을 받을 것이다. 어쩌면 죽을지도 모르고. 하지만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그가 입을 다물고 있다면 시온은 확실하게 카라샴을 죽일 것이다.


“킁. 대전사님······아니 큰형님의 명령이었습니다.”

“큰형님?”


시온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저희 성남샤그람파의 두목님 말입니다.”

“얼씨구. 전쟁이 끝났다고 이젠 조폭놀이를 하고 있다 이거지. 오크는 자긍심이 높다더니 다 거짓말이군.”

“······저희도 먹고 살려다 보니.”

“그건 묻지 않았다.”


시온이 날카롭게 쏘아붙이자 카라샴이 입을 다물었다. 그가 한 마디라도 더 지껄였다면 시온은 분명 다시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시온은 그런 사내였다.


“그래서 왜 지영이를 노렸는데?”

“그 꼬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라카쉬님이 갖고 계신 부족의 보물이 필요해서······.”

“그래서 지영이를 인질로 협박이라도 하려고 했다?”

“킁. 그렇습니다.”

“그 보물이 뭔데?”

“그, 그건······.”


퍼억! 카라샴이 대답을 주저하자 시온이 망설임 없이 주먹을 휘둘렀다. 카라샴은 몇 대를 더 얻어맞고 나서야 순순히 말을 이었다.


“조, 족장의 증표입니다. 그게 있어야 저쪽에 있는 동족들이 지구로 오도록 설득할 수 있습니다.”

“대충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군.”


조금이지만 상황이 정리가 되었다. 카라샴을 위시한 샤그람 부족의 오크들은 지구로 넘어와서 조폭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라카쉬는 그것을 거부했다. 오크 부족은 족장의 권위가 절대적이기에 조폭 행세를 하는 오크들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것이고. 왜 족장의 증표가 라카쉬에게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니들 형님은 어디에 있냐?”

“아마도 직접 라카쉬님을 보러······.”

“쳇. 역시나.”


시온이 몸을 일으켰다. 골목을 빠져나가는 시온을 보며 카라샴이 꽥 소리를 질렀다.


“크, 킁! 잠깐만요! 풀어주고 가셔야죠!”

“아. 맞다. 깜박할 뻔 했네.”


골목의 어둠이 꿀렁이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그림자를 보며 카라샴의 두 눈이 공포로 물들었다. 어둠은 늪과 같이 변해서 카라샴과 부하들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덮쳐오는 죽음을 바라보며 카라샴이 비명질렀다.


“사, 살려주세요! 묻는 건 다 답했잖습니까!”

“미안하지만, 내가 그런 약속을 했던가?”


시온이 입가를 뒤틀었다. 그는 변했다. 라카쉬처럼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오크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카라샴 같은 자에게까지 베풀 선의는 없다. 그를 풀어준다면 분명 시온에 대해서 떠벌리고 다닐 테고 다시 지영을 노릴 수도 있다. 시온은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말했잖아. 내가 지켜낸 세계에 너희 같은 놈들은 필요 없다고.”

“안 돼. 안 돼애!”


잠시 후 골목에는 시온만이 남았다. 부른 배를 두드리는 그림자를 보며 시온이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어. 지영아. 나? 난 도망쳤지. 그보다 바로 집으로 가야할 것 같은데. 먼저 가있어. 나도 금방 갈게.”


*


급하게 달려간 라카쉬의 아파트는 엉망진창이었다. 살림살이는 온통 박살이 나 있었고 벽에 놓여있던 감사패도 바닥을 뒹굴었다. 지영은 훌쩍였고 라카쉬의 얼굴에는 누가 봐도 얻어맞은 것이 분명한 상처가 선명했다.


“아저씨. 괜찮으세요?”

“아. 영신아. 너는 괜찮니? 카라샴을 만났다고······.”


그럼에도 라카쉬는 시온을 걱정하고 있었다. 자기도 상처가 있는데도 저토록 착해빠졌다니. 그렇기에 시온은 애써 웃어보였다.


“네. 경찰이 금방 와서 잘 도망쳤어요.”

“그래도 앞으로는 그런 위험한 짓은 하지 말거라.”

“그보다 이건······.”


시온은 내막을 알고 있었지만 아는 척 하지 않았다. 라카쉬 가족에게 그는 철없는 소년일 뿐이었으니까. 시온은 괜히 그것을 깨고 싶지 않았다.


“별일 아니란다. 청소 할테니 들어가 있으렴.”

“뭐가 별일이 아니야!”


지영이 빼액 소리 질렀다. 그토록 활기가 넘쳤던 소녀인데 그녀의 두 눈은 붉어져 있었다.


“그냥 줘버려 그런 거! 요즘 세상에 바보 같아!”

“······지영아!”

“할아버지도 쓰러지기 전에 그랬잖아! 그냥 줘버려도 된다고!”

“할아버지요?”


라카쉬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씻어내고만 싶은 과거. 하지만 과거라는 놈은 어느새 스물스물 기어와 그의 일상을 더럽혔다. 라카쉬가 후, 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영아. 들어가 있거라.”


지영이 쓱쓱 눈물을 닦으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딸의 모습이 사라지고 나서야 라카쉬는 입을 열었다.


“영신아. 샤그람 부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니?”

“네. 조금은.”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것이 이상하리라. 20년 전만해도 그들은 충청도 일대를 장악하고 인류와 전쟁을 벌였으니까. 그리고 그 수십만 부족의 정점에 서서 그들을 이끈 것이 바로 대족장 라-치크. 시온은 그와 직접 마주한 적도 있었다. 잊기 힘들 만큼 강렬한 사내였다.


“사실 내 아버지는 ······샤그람 부족의 대족장이었단다. 나는 그 후계자였지.”

“이런.”


시온이 말을 흐렸다. 라카쉬는 그가 충격적인 사실에 경악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온이 놀란 것은 라카쉬가 야만적인 부족의 후계자였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이거 큰일 났네. 분명 그 영감 아들 중에 나한테 죽은 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샤그람 부족의 대전사들. 그 중에는 라-치크의 아들도 있었고 시온의 손에 목숨을 잃었다. 물론 대족장씩이나 되니 아들도 수십이었겠지만 그래도 시온이 라카쉬의 가족 중 하나를 죽인 것은 분명하다. 자신이 죽인 이의 가족에게 얹혀산다는 상황은 아무리 시온이라도 양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킁. 옛날 일이지. 인간들이 우리를 죽이기도 했지만 우리도 인간을 많이 죽였어. 나야 겁쟁이라서 전쟁에 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그런 시대였으니까.”

“······.”

“전쟁이 끝나고 나는 지구로 건너왔단다. 나는 원래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학교를 다니고 교편을 잡게 되었지만 대부분의 부족민들은 그것을 탐탁치 않게 봤어.”


당연한 수순이다. 오크들은 전쟁을 좋아하고 명예를 중요시한다. 그런데 갑자기 전쟁을 벌이던 상대와 같이 살아가라는 것이 받아들여질 리가 없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부족을 몇 번이고 설득했지. 그들은 완고했지만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말에 결국 뜻을 꺾었단다.”


시온은 이제 감탄조차 나오지 않았다. 대체 뭐하는 오크란 말인가. 이건 단순한 선인 정도가 아니라 아예 성인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아니, 성인이 아니라 성스러운 오크인가 싶기는 했지만 어쨌든.


“하지만 한 명, 절대 뜻을 꺾지 않은 대전사가 있었지. 그가 바로 쟈이라크다. 내 동생이지.”

“그가 설마······.”

“킁. 그래. 너희가 만난 카라샴은 그의 부하란다. 끝내 뜻을 굽히지 않던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폭력배 행세를 하더구나.”


쯧. 시온은 결국 혀를 차고 말았다. 형태는 달랐지만 라카쉬가 원하는 세계는 시온이 원하던 세상과 놀랍도록 닮아있었다. 서로를 향한 편견을 내려놓고 화합할 수 있는 세상. 아이들이 웃을 수 있는 세상. 열세 명의 영웅들은 그것을 위해 살았다.


그런데도 이 어찌나 어리석은 이들인지. 오롯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폭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던 세상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힘을 앞세우는 자들이 있다. 시온은 그것이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라카쉬가 다친 것과는 별개로 그러한 자들을 용납하기 힘들었다.


“말이 좀 많았구나. 애들한테 할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들어가서 자렴. 내일 경찰에 신고할 테니.”

“아저씨.”

“응?”

“아저씨의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나요?”


대족장 라-치크. 참으로 강직한 사내. 만약 그가 멀쩡했다면 자신의 부족이 분열되는 것을 눈 뜨고 지켜볼 리가 없다.


“킁. 아버지 말이지······. 몇 년 전 병에 걸리셔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해 계신단다.”

“······그렇군요.”


라-치크가 병에 걸렸다? 그 샤그람의 대족장이? 웃기는 소리다. 전성기의 그를 아는 자라면 누구나 웃어제끼지 않고는 못 견딜 만큼 우습기 짝이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시온이 직접 펼친 수십의 저주를 온 몸으로 받아내던 놈이다. 아무리 늙었다고 해도 병마 따위에 쓰러질 자가 아니다.


‘쟈이라크라는 놈이 어떻게 손을 썼겠지.’


시온이 입가를 뒤틀었다.


“전 이만 들어가볼게요.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많이 놀랐을 텐데 푹 쉬거라.”


시온이 걸음을 돌렸다. 라카쉬는 그런 시온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슬픈 표정을 지었다. 분명 시온이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시온의 표정을 보았다면 생각이 바뀌었으리라.


시온은 웃고 있었다. 허나 그 눈은 깊게 가라앉아 싸늘한 살기를 풍기었다. 창문 너머 비추어지는 어두운 도시의 모습. 불야성을 내려다보며 시온이 작게 중얼거렸다.


“좋아. 밥값 정도는 해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신작으로 돌아오겠습니다 +3 18.10.23 991 0 -
20 #5-33살 군필 남고생(2) +8 18.10.07 1,074 37 9쪽
19 #5-33살 군필 남고생(1) +4 18.10.05 921 32 7쪽
18 #4-사칭에 주의하세요(5) +2 18.10.04 919 26 9쪽
17 #4-사칭에 주의하세요(4) +2 18.10.03 954 28 9쪽
16 #4-사칭에 주의하세요(3) +3 18.09.27 1,008 33 9쪽
15 #4-사칭에 주의하세요(2) +2 18.09.25 1,041 31 10쪽
14 #4-사칭에 주의하세요(1) +1 18.09.24 1,045 33 9쪽
13 #3-청금루(4) +3 18.09.23 1,092 37 8쪽
12 #3-청금루(3) +1 18.09.22 1,117 32 10쪽
11 #3-청금루(2) +2 18.09.21 1,202 36 11쪽
10 #3-청금루(1) +1 18.09.20 1,277 34 7쪽
9 #2-너흰 필요없어(5) +3 18.09.19 1,359 40 9쪽
8 #2-너흰 필요없어(4) +1 18.09.18 1,336 35 8쪽
7 #3-너흰 필요없어(3) +2 18.09.17 1,412 36 11쪽
» #2-너흰 필요없어(2) +1 18.09.16 1,524 35 11쪽
5 #2-너흰 필요없어(1) +2 18.09.15 1,672 40 11쪽
4 #1-부활(3) +3 18.09.14 1,805 39 9쪽
3 #1-부활(2) +1 18.09.13 2,089 41 8쪽
2 #1-부활(1) +4 18.09.12 2,592 45 11쪽
1 #0-프롤로그 +1 18.09.12 2,725 43 1쪽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대삼원.'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