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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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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196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15 18:36
조회
1,670
추천
40
글자
11쪽

#2-너흰 필요없어(1)

DUMMY

#004


시온은 며칠 사이에 라카쉬 가족과 빠르게 섞여들었다. 인자한 라카쉬는 시온을 친아들처럼 대해주었고 지영도 활기가 넘치는 성격이라 정말 동갑내기 친구처럼 다가왔다. 라카쉬의 아내는 해외에 있어서 얼굴을 보지 못하기는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시온은 세상의 정보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세상은 이전과 별 차이가 없다는 말이지?”


소파에 편하게 몸을 기댄 시온이 물음을 던졌다. 감자칩을 바삭거리던 지영이 말을 받았다.


“그럴걸? 아빠 같은 이종족들이 많이 들어오기는 했는데 지구 사회에 섞여 살고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도 난 옛날은 잘 모르지만.”

“전쟁은 끝난 거고?”

“아직 분쟁중인 나라도 있다고는 하던데. 적어도 우리나라는 이미 옛날에 전쟁이 끝났다더라. 통일은 아직 멀었지만.”


그때 라카쉬가 들어왔다. 그는 오크답지 않게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살도 좀 빠진 것 같았다.


“영신아. 지영아. 미안하지만 용돈 줄 테니 밖에서 놀다 올래?”

“아싸! 네!”


지영이 활기차게 대답하며 라카쉬의 손에서 지폐를 받아들었다. 서재로 돌아가는 라카쉬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시온이 목소리를 낮췄다.


“왠지 기운이 없어 보이시는데?”

“아마 요즘 쓰시는 논문이 잘 안 되서 그럴 거야. 내가 듣기로는 영웅들의 여정에 대해서 연구 중인데 빈 구멍이 있다더라고.”

“흠.”

“방해 안 되게 나가 있자.”


시온이 고개를 끄덕였다.


*


“가자. 용돈도 받았으니까.”

“어디로 가게?”


시온이 아는 상식이래도 90년대의 것. 현대의 여고생이 갈만한 장소를 알 리가 없다. 그래도 요즘 조사한 정보에 따르면 카페 정도가 아닐까. 시온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야. 고등학생이 갈 만한 곳이 어디겠니?”


지영이 씨익 웃었다.


*


“탑! 탑 조심해! 정글 올라간다!”

“어? 어어······.”


시온이 머뭇거리는 사이 적 캐릭터가 다가와서 손을 놀렸다. 두 명의 캐릭터가 공격을 쏟아 붓자 시온의 캐릭터는 체력이 쑤욱 빠져나가며 곧 화면이 회색으로 물들었다.


[아군이 당했습니다.]


쾅! 지영의 주먹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화났어?”

“아니. 괜찮아. 원래 혼자 하는 게임······아! 우리 정글 뭐하냐고오!”

“······.”


*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뭐 먹게?”

“삼겹살.”


너 그거 먹어도 되냐는 말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시온은 간신히 그것을 참아내었다. 참 고기를 좋아하는 부녀야. 시온이 작게 중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


“아. 맛있었다.”

“이제 집으로 가게?”

“아니? 소화시켜야지. 당구 치러가자.”

“······.”


지영은 분명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놀고 있었다. 문제는 그녀가 남고생이 아닌 여고생이라는 것이지. 하지만 시온은 가타부타 말할 기운도 없었다. 몸은 어려도 정신은 서른이 넘은 아저씨. 지영을 따라다니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피로가 착실하게 쌓여가고 있었다.


“당구는 좀 쳐?”

“뭐. 나름.”


다른 건 몰라도 당구는 시온이 죽기 전에도 존재하던 오락이었다. 심심풀이삼아서 몇 번 쳐본 적이 있었기에 지영과 함께 즐길 만한 수준은 되리라.


‘뭐. 이것도 나쁘지는 않나.’


이계의 여정은 고되기 그지없었다. 선량한 이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적대적인 태도를 고수하던 세계도 있었다. 적의 습격 때문에 하루도 편히 잘 수 없었고 매일 피와 철의 냄새만을 맡으며 살았다.


그 모든 것은 평화로운 세계를 위하여. 시온은 오직 그것만을 위하여 움직였었다. 그리고 그의 손으로 일구어낸 평화를 누리는 것도 꽤나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가 생각한 것과는 다른 형태였지만 말이다.


“요 골목으로 가면 지름길······.”

“킁. 지영이 아니니?”


거대한 덩치가 골목을 가로막았다. 특유의 바람 새는 듯한 콧소리에서 시온은 사내의 얼굴을 보지 않고도 그가 오크임을 눈치 채었다.


“어? 안녕하세요. 카라샴 아저씨.”


꾸벅 고개를 숙이는 지영의 옆에서 시온은 오크 사내를 빠르게 훑어보았다. 화려한 꽃무늬 셔츠에 굵은 금목걸이가 놀랍도록 잘 어울리는 오크. 어디를 보아도 조폭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시온은 애써 편견을 털어내었다. 라카쉬도 겉모습은 그렇지만 참 착한 사람······오크 아닌가.


“아버지는 잘 지내시니?”

“예? 예. 그런데 아저씨는 웬일이세요? 원래 저어기 멀리 사시잖아요.”

“크크. 우리 지영이 보러 왔지.”

“하하······.”


지영이 어색하게 웃었다. 카라샴이 사는 곳은 지하철로 30분은 걸리는 거리에 있다. 그런데 길을 걷던 중에 우연히 만나다니.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었다.


“형님. 얘가 지영이입니까?”

“킁. 그래. 라카쉬 형님 딸.”


그때 카라샴의 뒤에서 몇 명의 오크가 더 모습을 드러내었다. 시온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편견을 갖지 않기로 했지만 저들은 위험했다.


‘피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짙은.’


흔적을 없애려고 한 것 같지만 시온은 알 수 있었다. 미약하지만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익숙하기 그지없는 전장의 냄새. 눈앞의 오크들은 라카쉬와는 달랐다. 이 변해버린 세상에서도 여전히 전사로 살아가는 이들이었다.


“이지영. 뒤로 물러서.”

“응? 왜 그래. 이 아저씨들이 좀 흉측하고 못되게 생겼어도 아빠 친구들이야. 나쁜 짓은 안 해.”

“글쎄. 그런 사람들은 품속에 칼을 넣고 다니지 않을 것 같은데.”

“······뭐?”


카라샴 뒤의 오크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들의 뒤를 가로막았다. 지영의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렸다.


“킁. 눈치가 빠른 꼬마구나. 지영아. 잠깐 아저씨랑 잠깐 같이 가줘야겠다.”


숨길 수 없는 흉폭함이 새어나왔다. 소매를 걷어붙이고 눈을 빛내는 것이 그들은 명백히 폭력을 휘두를 기세였다. 카라샴의 부하 중에는 이미 칼을 빼든 이도 있었다. 지영이 불안한 눈빛으로 시온의 옷자락을 움켜잡았다.


“영신아. 어떡해······.”

“내가 틈을 노릴게. 도망가.”


시온이 작게 속삭였다.


“뭐? 너는 어떡하게.”

“네가 없어야 내가 도망칠 수 있어.”

“그래도······.”


휙. 시온이 몸을 날렸다. 노리는 것은 퇴로를 막고 있는 오크. 달려드는 작은 체구의 소년을 보며 오크가 씨익 웃었다. 그는 시온을 얕보고 있었다.


“킁. 꼬마야. 소용없······윽!”


시온의 주먹이 정확하게 오크의 명치를 파고들었다. 오크는 강렬한 고통에 몸을 굽히며 비틀대었고 대로변으로 이어지는 길이 뚫렸다. 하지만 지영은 아직도 무언가 망설이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지영! 빨리!”

“아, 아빠 불러올게! 조금만 기다려! 미안해!”


시온의 호통에 지영이 황급히 달음박질쳤다. 반절이지만 오크의 피가 섞여서 그런지 고등학생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속도였다. 오크들은 갑작스런 상황에 지영이 도망치는 것을 뜬 눈으로 지켜보았다.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카라샴이었다.


“자, 잡아와! 빨리!”

“넵, 형님!”


지영을 쫓아가려는 오크의 앞을 시온이 막아섰다.


“그렇게는 안 되지.”

“킁. 이 꼬맹이가······! 영웅놀이라도 하는 것 같은데. 그렇게 우습게 보이냐?”


시온이 웃었다. 허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웃음이었다. 카라샴은 왠지 모를 꺼림칙함을 느꼈다.


“이봐. 착각 하지마. 저 녀석을 보낸 건 위험해서 그런게 아니거든.”


카라샴이 시온을 내려다보았다.


‘이 녀석. 대체 뭐지?’


자그마한 인간 소년일 뿐이다. 그래. 그 뿐이다. 비리비리한 인간 꼬맹이. 그리고 카라샴은 자랑스러운 샤그람 부족의 전사. 옛날처럼 호쾌하게 글레이브를 휘두를 수는 없어도 인간 꼬마 하나를 제압하는 것 정도는 식은 죽 먹기이다.


그런데 왜 그는 떨고 있단 말인가?


“지금부터 벌어질 일은 어린애한테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거든.”

“킁! 잘난 척 하기는!”


카라샴의 부하 하나가 품속에서 짧은 칼을 꺼내들었다. 거대한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작은 칼이지만 사람 하나의 목숨을 빼앗기에는 충분하다. 칼을 꼬나쥐고 달려드는 오크를 보며 시온이 작게 웃었다.


“그래. 역시 나한테 평화 같은 건 안 맞아.”


쿵! 칼을 들고 달려들던 오크가 공중을 날더니 벽에 부딪혔다. 그는 그대로 정신을 잃고 바닥에 널부러졌다. 아까 시온에게 명치를 맞은 오크도 입에서 거품을 물고 있었다.


“정말이지. 고작 며칠일 뿐인데 무뎌진 것도 정도가 있지. 이런 조잡한 살기조차 못 느끼고 있었다니.”

“너, 넌 누구냐!”

“나? 영웅.”


두렵다. 카라샴은 눈앞의 소년이 두려워 미칠 것만 같았다. 전사의 직감이 계속해서 경종을 울려대었다. 그가 마주하고 있는 것이 미지의 존재임을 경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오크는 도망치지 않는다. 높은 자긍심이 카라샴을 도망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너희한테는······.”


시온이 손을 치켜들었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카라샴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아직 초저녁임에도 그들이 있는 골목길은 어느새 새카만 어둠이 드리우고 있었다. 그런 어둠을 두르며 시온이 재차 키득거렸다.


“재앙.”


키득거림과 함께 어둠이 더욱 짙어졌다. 지구를 구한 열두 명의 영웅. 허나 그들 중에는 대낮에 나올 수 없는 이들도 있었다. 음지에서 살아갔지만 인류를 위해 나선 자들. 시온은 그 중 하나였다. 인류 구원이라는 대의 아래 움직였지만 그가 다루는 힘은 명백한 외도外道.


“제1옥 림보의 어둠이여, 부름에 답하라.”


열세 번째 영웅, 시온 폴링라이트.

흑마법사들의 정점이자 저주술의 극에 달한 자.

고결한 요정왕조차도 그에게 머리를 조아렸으며 하늘을 나는 용마저도 그의 손길을 피할 수 없었다. 그는 그러한 존재였다.


“묶어라. 림보의 사슬.”


시온 폴링라이트는 영웅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인류가 보던 그의 모습. 이계의 존재들에게 그는 홀로 일국을 패망시키는 저주술사였으며 지금은 잊혀진 공포의 상징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수많은 이름으로 불렸다.

걸어 다니는 재앙, 역병신, 혹은 이단의 영웅.


“흐, 흑마법? 대가 끊긴 줄로 알았는데!”


칠흑의 사슬이 굽이치며 카라샴의 몸을 옭아매었다. 그것은 마치 뱀과 같이 움직이며 사방에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카라샴은 그것을 막지 못했다.


“크아아악!”


단검을 휘둘러도 어둠의 뱀은 잘리지 않고 되려 단검을 타고 그의 손목으로 기어 올라왔다. 순식간에 수십의 사슬의 그의 몸을 결박시켜 벽에 매달았다. 마치 박제와도 같은 모습의 카랴삼을 보며 시온이 키득대었다.


“내가 지켜낸 세계에 너희들은 필요 없어.”


저주술사가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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