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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삼원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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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먼치킨 네크로맨서의 귀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대삼원.
작품등록일 :
2018.09.12 18:24
최근연재일 :
2018.10.07 17:32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28,213
추천수 :
713
글자수 :
79,320

작성
18.09.14 18:00
조회
1,804
추천
39
글자
9쪽

#1-부활(3)

DUMMY

#003


“핸드폰. 이거 참 신기해.”


시온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라카쉬가 예전에 딸이 쓰던 것이라며 준 것이다. 꽤나 오래된 기종이었지만 통신기라 해도 무전기나 삐삐가 전부였던 시대를 살던 시온에게는 신기하기 그지없었다.


“호오. 호오. 호오오오······.”


핸드폰을 보며 탄성을 내뱉는 시온의 모습에 라카쉬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가 보는 시온은 문명을 모르는 늑대소년과도 같았다. 그런 소년을 도울 기회가 생겼다는 것은 라카쉬를 꽤나 기분 좋게 만들었다.


“킁. 그렇게 신기하니?”

“아. 네. 그런데 아저씨, 혹시 연세가······.”

“나는 올해로 서른둘이란다. 덕분에 전쟁에는 참여하지 않았지.”


시온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른둘!? 나보다 어리잖아?’


죽어있던 20년을 제외하더라도 그랬다. 시온이 영웅으로 살아갈 적의 나이는 서른셋. 죽은 시절을 생각하면 쉰셋의 나이가 된다. 아무리 오크의 성장이 빠르더라도 적어도 마흔은 될 줄 알았는데.


“영신군은 몇 살인가?”

“······군은 빼주셔도 됩니다.”

“그래. 영신아. 너는 몇 살이니?”

“큼. 열일곱입니다.”


시온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무리 임시방편이라고는 해도 자기보다 어린 사람한테 소년인 척을 하려니 여간 부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때 띠, 하는 전자음이 들려왔다.


“오. 딸아이가 오나보구나.”

“그, 인사라도······.”

“그게 좋겠구나. 당분간 같이 살 거니까 말이야.”


시온이 머뭇거리며 현관 앞으로 나섰다. 낯을 가리는 소년을 연기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십분의 일 정도는 진심에서 나온 부끄러움이었다. 곧 문이 열리며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녀왔습니다!”


한 소녀가 뛰어 들어왔다. 건강하게 그을린 피부의 소녀는 아무리 보아도 오크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사람 기준으로도 꽤나 미인 축에 속하리라. 시온의 생각을 눈치 챘는지 라카쉬가 작게 귓속말을 속삭였다.


“아내는 인간이란다. 딸아이는 엄마를 닮았지.”

“그렇군요.”

“어? 아빠. 누구에요?”


소녀의 물음에 라카쉬가 시온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사정이 있어서 당분간 우리 집에 살게 된 아이란다. 잘 대해주렴.”

“큼. 안녕?”


멋쩍게 손을 흔드는 시온의 모습에 소녀가 씨익 웃었다.


“흐응. 몇 살?”

“열일곱.”

“엥? 중학생인줄 알았는데. 동갑이네!”


소녀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아픈 시대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의 웃음이었다.


“이름이 뭐야?”

“영신. 박영신.”

“잘 부탁해. 나는 가로쉬. 가로쉬 헬스크림이야.”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라카쉬가 머리를 감싸며 한숨 쉬었다.


“지영아. 장난치지 말거라.”

“히히. 농담이야. 반가워. 이지영이야. 오크식으로는 타리나 샤그람. 그냥 지영이라고 불러.”


지영이 손을 내밀었다. 시온이 그 손을 맞잡았다.


“그래. 지영아.”


라카쉬가 푸근한 웃음을 지으며 시온과 지영의 어깨를 다독였다.


“자. 둘이 얘기라도 하고 있으렴.”

“아빠. 얘 데리고 동네구경 좀 시켜줘도 되요?”

“킁. 그거 괜찮겠구나.”


라카쉬가 녹색 지폐 몇 장을 빼어 지영에게 내밀었다.


“자. 이거 갖고 좀 놀다 오렴.”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올게요.”


*


“너, 어디서 왔어?”

“시골. 잘 모를 거야.”

“흐응. 그래 보이네.”


지영이 시온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부활했을 당시에 입고 있던 누더기차림은 아니지만 라카쉬의 커다란 셔츠와 바지를 입은 모습은 멋 부리려고 몰래 아버지의 정장을 중학생 꼴이었다.


“어디 가보고 싶은 곳 있어?”

“딱히.”

“그럼 먼저 옷부터 좀 사자.”


지영은 그렇게 말했다. 시온이 자기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참으로 밝은 소녀였다. 소녀는 그 지독한 전쟁을 아는 자들이 잃어버린 반짝임을 갖고 있었다.


“야. 그리고 말 편하게 해. 동갑이잖아.”

“난 이게 편해.”

“내가 불편해.”

“······알았어.”


부활한지 며칠이 지났어도 서울 시내는 아직 낯설었다. 지영이 두리번거리는 시온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


시온은 지영의 손에 이끌려 길거리를 한참 돌아다녔다. 간신히 그녀의 손에서 풀려났을 때 시온은 길거리를 오다니는 평범한 소년들과 별다를 바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지영이 흡족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음. 좋아. 옷걸이가 생각보다 괜찮네.”

“······너는 힘이 뭐 그리 쎄냐.”

“살짝 잡은 거야.”


시온이 얼얼한 손목을 어루만졌다. 지영이 키득대면서 손에 들린 페트병을 들어올렸다.


“자. 봐봐.”


꾸드득-! 지영이 페트병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속이 텅 빈 페트병은 마치 꽈배기처럼 꼬여가더니 이내 그녀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나갔다. 시온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페트병을 쥐어짜 뜯어내다니 일반적인 여고생의 힘은 아니었다. 지영이 자랑스럽게 가슴을 쫙 피었다.


“이래봬도 하프-오크라고. 누구 괴롭히는 사람 생기면 말해.”

“······그래.”


시온이 말을 흐렸다.


‘얘한테는 까불지 말자.’


지금의 시온이라면 지영의 주먹 한 방에 실신해버릴지도 모른다.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물론 순순히 맞아줄 리는 없지만 무시할 수 없는 완력이었다. 힘의 대부분을 잃어버린 데다 아직 부활의 휴유증이 남아있어서 육체는 연약하기 그지없다.


“어! 야. 핫도그 먹자. 핫도그.”

“어? 어.”

“언니! 여기 치즈 핫도그 두 개요.”


지영이 핫도그 노점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향긋한 냄새를 즐기던 시온이 곧 눈을 크게 떴다. 핫도그, 좋다. 그런데 점원의 모습이 뭔가 이상했다. 길쭉한 귀에 번듯한 이목구비. 시온은 저런 모습을 하고 있는 종족을 본 적이 있었다.


“······엘프?”

“자. 여기 핫도그.”

“저 사람, 아니, 저 엘프. 엘프 아니야? 뭔가 말이 이상한데······. 어쨌든 저 종업원 엘프지?”

“응. 핫도그 언니 엘프랬어. 근데 왜?”


시온이 멍하니 볼을 긁적였다.


“······엘프는 채식주의자 아니야? 어어. 저거 봐라. 몰래 소시지 집어먹잖아.”

“자기가 먹고 싶으면 먹을 수도 있지 뭘.”


몰래 소시지를 집어먹다 사장에게 쥐어 박히는 엘프를 보며 시온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핫도그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이상한건가?’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해있었다. 대체 몇 번째인지도 셀 수 없는 중얼거림을 삼키며 시온이 발걸음을 옮겼다.


“어?”


시온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그들이 지나가는 도로의 한쪽에 커다란 동상이 서있었다. 시온은 그 앞을 떠나지 못하고 멍하니 동상을 올려다보았다.


“뭐야. 이것도 처음 봐?”

“······이건 뭐지?”

“뭐긴. 영웅님들 기념비지.”


거대한 동상들이 그곳에 있었다. 그 아래에는 각 영웅들의 이름과 그들의 업적이 적혀있었다. 그것을 빤히 바라보던 시온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열두 명.”


시온의 이름은 적혀있지 않았다. 라카쉬에게 들은 이야기기는 했지만 스스로의 눈으로 직접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보다 큰 분노를 가져다주었다. 알아주기를 원하고 세상을 구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배신감이 치솟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시온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손톱이 살갗을 파고들며 짜릿한 통증이 흘렀다.


‘그래. 이게 너희들의 답이란 말이지.’


시온 폴링라이트를 없는 존재 취급하는 것. 그것이 지금 열두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과 세계연합의 결정이었으리라. 시온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감당키 힘든 분노가 치솟았다. 손톱이 살갗을 찢고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움켜쥔 주먹의 아래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그러고 보니까 흑랑님이 한국을 방문하신다고······. 야! 너 피나!”


피범벅이 된 손바닥을 본 지영이 화들짝 놀라 외쳤다.


“괜찮아. 어디 긁혔나봐.”

“아니. 그 정도가 아닌데······. 이리 줘봐!”


지영이 시온의 손을 낚아채었다. 하지만 곧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떠올랐다.


“어? 진짜 까진 정도네······.”

“하하. 괜찮다니까.”


휙. 시온이 황급히 손바닥을 뒤로 숨겼다. 가려진 손바닥 위에서 상처는 모습을 감추어가고 있었다. 찢어진 부위가 서로 달라붙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상처를 지워내었다.


‘이건 들키면 위험하지.’


시온의 육체는 부활을 위해 새로이 만들어낸 것. 자그마한 상처 정도는 순식간에 아물어 버린다. 하지만 시온은 그러한 사실을 숨기고 싶었다. 그는 평범한 소년처럼 보이고 싶었다.


연합이 시온의 존재를 지우고 싶어 하는 것이 확실해진 이상 최대한 정체를 감춰야만 했다. 그들의 귀와 눈이 어느 곳에 심어져 있을지 모르니까 사소한 것이라도 조심해야만 한다. 그들은 그 정도로 위험하고, 지독한 집단이었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라.’


지금은 웅크려야만 했다.

하지만 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거대한 힘을 손에 넣는다면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잊은 세계를 집어삼키리라.


‘내가, 내 손으로 네놈들을 끌어내려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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