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pe******** 님의 서재입니다.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새글

peacetiger
작품등록일 :
2024.05.08 10:47
최근연재일 :
2024.07.17 23:27
연재수 :
41 회
조회수 :
1,406
추천수 :
14
글자수 :
231,199

작성
24.05.14 21:05
조회
80
추천
1
글자
10쪽

구조자 (2)

DUMMY




*



사내는 조금도 급하지 않은 태도로 권역 전방을 쭉 둘러보았다.

두 눈을 덮은 고글은 일종의 전쟁용 감찰 장비였다.

전방위의 모든 정보를 일순간에 포착하내는 탐지력의 기기.

전자기 현상, 초음파와 저주파, 온도, 미세 분자, 심지어는 중력의 미세한 변화마저 감지해내는 복합 장비였다.

여기에 자체적인 분석용 인공지능까지 결합되었으니 전천후라 불릴 만 했다.


‘최신 버전으로 개량되니 확실히 불편함이 덜하군.’


지금껏 남자는 던전화된 권역의 헬게이트를 사냥할 때마다 늘 자신의 육감과 특수 능력에 의존해야 했다.

그것만으로도 어떻게든 싸움은 가능했지만,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기술력의 발전이 그런대로 수고를 덜어주었다.


‘나쁘지 않아.’


세계 독재의 시대가 개막한 이후로 모든 분야의 기술력은 정체되거나 쇠퇴했다.

오로지 단 하나의 예외가 있었으니.

전쟁과 무력 진압에 특화된 무기 기술력만은 달랐다.

그 분야만은 단순한 상향 정도가 아니라 발전 곡선 자체가 가파르게 승천했다.

최소한 기존 발전 속도의 몇 곱절배 이상으로.

그간 어리석고 탐욕스러운 상부 지도자들이 오로지 그 분야 연구에만 돈을 허락해준 탓이었다.

남자는 속으로 그런 그들의 우매함을 지탄하며 비웃었다.


“그나저나 생존자의 수는······, 하나, 둘, 셋, 넷······, 음, 여기의 둘까지 총 열인가? 너무 늦어버렸군. 하필이면 헬게이트에 대한 경험이 없는 지역인데다 쓸 만한 헌터도 없었으니 원.”


이래서 헌터 전력의 지역 불균등 문제가 제기되는군.

남자는 혀를 끌끌 차며 현실에 한탄했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헬게이트의 주요 발생지는 인구 밀집 지역.

더 정확하게는 그 중에서도 악덕의 누적이 극심한 곳,

혹은 사람들의 부정적인 감정이 축적된 지역에 빈발한다.

마치 소돔과 고모라처럼.

범죄자들이 모인 굴혈이나 부정한 관료 집단들의 소굴도 그런 예시였다.


어쨌건 이런 외곽 나라나 시골 지역, 그것도 야심이라고는 모르는 소시민들이나 모여 사는 곳이라면 헬게이트 출현이 웬만해서는 잦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제한된 헌터 전력이 그런 곳에 배치되기란 쉽지 않다.

도심과 지정학적 중요 지대에 속출하는 헬게이트 창궐을 막기도 벅차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지역을 커버하겠다는 욕심을 억지로 낸다면?

아마 헌터들의 권리와 양심을 적당히 박탈하여 목줄을 씌우면 되겠지.

정부라면 충분히 그런 명분을 도구로 내세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코미디를 허락해줄 생각은 없었다.

사실 민생에는 관심도 없는 폭압적이고 권위적인 권세자들이니 딱히 그런 명분을 내세우지도 않을 것 같다.


‘게다가 우리는 단순히 헬게이트들의 뒷수습만 하는 집단이 아니야.’


사내의 입가에 자조와 함께 쓴 고배를 마시는 자의 미소가 드리워졌다.


‘하늘이 내린 이 지독한 형벌을 적당한 규모로 재단하고 조절하고 절삭해서 적당한 방향으로 몰이를 해주는 몰이꾼, 비난을 듣더라도 그게 우리의 역할이다.’


정부의 무리가 이 남자의 속내에 담긴 청사진을 깨닫는다면 까무러치겠지.

하지만 그럴 역량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깨달았을 때는 너무 늦으리라.



“조심하십시오.”


플레먼이 우두커니 상황을 관망 중이던 사내에게 소리질렀다.

그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수천 마리의 어비씨언들이 사내에게 돌격했다.


-크아아아아악!

-끼이이이이이익!


괴물들의 크기가 일순간 두세 배 이상으로 팽창했다.

그들의 입은 그보다 더욱 크게 벌어졌는데 최소 열 배 이상은 늘어났다.

그리고 러시아의 전통 인형처럼 그 입 속에는 다른 입들이 들어 있었다.

입 하나 당 여섯 개 정도의 주둥이가 추가로 튀어나왔다.

이어서 다시 그 입 속에서 또다른 입들이 만들어졌다.

입들은 고무줄처럼 쭉 늘어나더니 사내의 몸을 사방에서 에워둘렀다.

상어처럼 수겹의 치열이 겹쳐진 괴물의 입들이 그를 물어뜯었다.


“흐음.”


그러나 이빨들은 사내의 코트에도, 옷에도 기스를 내지도 못한 채 문드러졌다.

물리적인 단단함으로 인함이 부러짐이 아니었다.

사내의 옷 표면부를 따라 황금빛의 어떤 파동 같은 것이 흘렀다.

그 파동에 닿기만 해도 이빨들과 입들이 부러진 과자마냥 맥없이 녹아내렸다.


“피라미들인가?”


사내가 등에 차고 있던 검을 한 자루 뽑았다.

이윽고 플레먼이나 어니스트의 눈으로 감지하지 못할 어떤 잔상이 스쳐갔다.

잠시 후, 어비씨언들의 몸 위로 수십 개의 황금빛 선들이 그어졌다.

그들은 몇 초 후, 검은 피를 뿌리며 장렬히 쪼개져서 산화하였다.


“끝난건가요?”


어니스트가 놀라움에 가득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아니, 보통 저런 형체 변환 형 어비씨언들은 초재생능력을 지녔다고 들었어.”


플레먼은 긴장의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과연 그의 말대로 어비씨언들의 조각들은 바닥에서 꿈틀거렸다.

아무래도 자기들끼리 조립하여 어떤 화합체를 만드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것들의 의도대로는 되지 않았다.


“소용없어.”


사내는 뜨겁게 달아오른 푸른 빛의 수정 재질 검을 장갑을 낀 손으로 매만졌다.

애검을 말끔하게 닦아낸 그는 후 하고 입김을 불어 검 위의 먼지를 털어냈다.


“하긴 단순 물리력만 높은 참격이었다면 몇 번이든 재생했겠군.”


남자의 검과 선명하게 발광하자 그에 공명하여 괴물들의 절단면이 빛났다.

그 빛은 수은처럼 괴물들의 몸을 파고들어 몸체 내부를 썩어문드러지게 했다.


“일반 규격의 헌터라면 설령 안티-게이팅 파워를 쓴다고 해도 직접 한 기 한 기에 정면으로 타격해서 주입하지 않는 한 오랫동안 재생력이 유지됐겠지?”


남자는 바다 밖에 버려져 죽어가는 물고기마냥 팔딱이는 시체들의 애처로운 몰골을 내려다보며 분석자의 어투로 독백했다.


“중형 헬게이트치곤 꽤 독한 유닛을 그런대로 잘 만들어냈어.”


그는 살인마 같은 짙은 웃음을 머금으며 등에서 창 한 자루를 더 뽑았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땅바닥에 있는 힘껏 내리꽂았다.

땅에 작살이 박히는 그 순간 연푸른 파동이 접촉면에서부터 발생했다.

그 은은한 파동은 순식간에 빠르게 번져 던전 전체를 한 바퀴 휩쓸었다.


우우우우웅


던전이 당장 붕괴하거나 검은 기운이 걷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빛마저 침식하던 흑색의 기운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철옹성처럼 단단한 마기의 성벽에 조금씩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그리고 사내가 내리꽂은 작살의 에너지 방출에 뭔가가 이끌렸다.

곧 던전 속 모든 적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직전 상대한 무리의 수십 배에 이르는 군단이 부나방처럼 몰려왔다.


“잘 됐군. 일거에 정리하는 편이 수고가 덜하지.”


그는 휴대하고 있던 함(函)에서 기묘하게 생긴 디자인의 무기를 꺼냈다.

형태로 보아 검은 검인데, 날 이외에도 다른 부위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전기톱과 여러 현악기들을 절묘하게 결합시킨 모양이었다.


사내가 무기를 휘두르자 무기에서 가느다란 실들이 방출되었다.

실들은 희미한 붉은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복잡한 곡선 궤도로 움직이며 변칙적으로 경로를 틀었다.

그리고는 대략 수백 미터 거리로 뻗어나가며 건물 사방에 부착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상태로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실 끝에 거미들이라도 달려 있어서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움직이는 듯했다.

움직임의 속도가 순간이동에 가까울만큼 빠르다는 점이 이상하긴 했지만.


“타임아웃.”


헌터는 현악기처럼 생긴 그 검을 공중에서 수십 격 휘둘렀다.

무기에서 뻗어나온 실들은 그 몇 배의 속도로 경로를 꺾으며 움직였다.

실들은 몇 번 관절이 꺾이며 지그재그로 진격하였는데, 멀리 떨어진 쪽 관절부는 근위부의 수십 배의 속도로 움직였다.

실 맨 끝 지점의 이동은 마치 소리나 빛의 움직임을 보는 듯했다.


이윽고 실들의 선이 움직인 잔흔이 공간 상에 자취로 남았다.

그 자취들은 단순한 잔상이 아닌, 실제로 공간을 가로질러 벤 흔적.

수천 수만 개의 복잡한 선들이 교차하였다.


놀랍게도 플레먼과 어니스트가 서 있는 자리, 그리고 도시 가운데 몇 군데,

그 좌표들에는 선의 자취가 하나도 지나지 않은 채 그대로 비껴갔다.

마치 그 지점들만 망막의 맹점이라도 되는지 빛들이 빗나가는 것 같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아 무시무시한 광경이 펼쳐졌다.

건물들이 사방팔방 대각선 방향으로 베어졌다.

건물 몸통 자체가 부서지거나 양단되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대신에 단단했던 벽들이 최소 30cm 이상 깊이의 자상(刺傷)을 입었다.

그것도 건물의 가로와 세로와 높이를 송두리째 가로지르며 온갖 방향으로.

건물 당 수천 개 이상의 선들이 여러 방향으로 그어지며 교차되었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사이에 득실거리던 괴물들.

그들에게 펼쳐진 사태는 너무도 참혹하여 입으로 묘사하기가 어려웠다.

요리사가 당근과 무를 차분히 세 축의 방향으로 썰어 얇은 조각을 만드는 광경.

엉뚱하게도 흡사 그러한 광경이 연상되었다.


피슈우우웅.

파스스스.


어비씨언들은 발악의 음성조차 내보지 못한 채 깍두기 조각이 되었다.

개 당 수천 토막의 소형 입방체가 되어 깔끔하게 분해되어버린 그들.

그대로 그것들은 공중에서 해체되어 사방으로 흐드러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죽은 성자들의 세계 : 심연 파괴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시작합니다! 24.05.08 96 0 -
41 재난 예보 작전 (2) NEW 11시간 전 3 0 13쪽
40 재난 예보 작전 (1) NEW 16시간 전 5 0 12쪽
39 퇴각 24.07.05 6 0 14쪽
38 정부군 대 헌터군 (3) 24.07.02 7 0 15쪽
37 정부군 대 헌터군 (2) 24.06.29 6 0 12쪽
36 정부군 대 헌터군 (1) 24.06.27 6 0 13쪽
35 뒷통수 24.06.24 6 0 12쪽
34 최후 일격 24.06.22 8 0 11쪽
33 지하 던전 6층 24.06.19 8 0 13쪽
32 지하 던전 5층 (3) 24.06.17 7 0 12쪽
31 지하 던전 5층 (2) 24.06.16 7 0 14쪽
30 지하 던전 5층 (1) 24.06.14 8 0 13쪽
29 음모와 술수 24.06.13 6 0 16쪽
28 지하 던전 4층 (3) 24.06.12 9 0 12쪽
27 지하 던전 4층 (2) 24.06.11 6 0 13쪽
26 지하 던전 4층 (1) 24.06.10 5 0 14쪽
25 지하 던전 3층 24.06.07 6 0 13쪽
24 파올로 할아버지 24.06.06 8 0 12쪽
23 지하 던전 2층 (2) 24.06.05 7 0 15쪽
22 지하 던전 2층 (1) 24.06.04 5 0 12쪽
21 지하 던전 1층 24.06.03 7 0 14쪽
20 SSS 랭크 던전 24.05.31 8 0 12쪽
19 고난이도 미션 24.05.30 6 0 12쪽
18 카타콤 암호 체계 24.05.29 7 0 12쪽
17 안전 교육 24.05.27 5 0 12쪽
16 만능형 전략가 24.05.24 12 0 13쪽
15 친구 삼아도 될 이유 24.05.23 16 0 14쪽
14 티폰 학살자 24.05.22 21 0 13쪽
13 민간인 친구 24.05.21 22 0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