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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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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51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5.10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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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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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인형의 숲 - 다툼, 나무의 이야기 - 흰둥개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인형의 숲 - 다툼


영주는 승재를 닮은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승재는 영주를 닮은 인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들은 함께 공방을 찾아왔다.


도시전설에 대해서 알고 있었지만 신경 쓰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들은 오랜 연인이였다.


4년을 만나오면서, 서로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걷잡을 수 없이 나쁘게 보였다.


서로를 미워하고 다시 사랑하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고.


그들은 서로가 서로의 몇몇 단점을 제외한다면 이상형에 완벽하게 근접한 사람이라고 했다.


헤어져 있는 시간 동안, 닮은 사람만을 찾아다녔고 결국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고 했다.


더 이상 미워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핀을 찾아 온 이유는 그 때문이였다고 했다.




그들은 여전히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들의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눈빛은 지쳐있었다.


이 연인들은 서로의 단점을 제외한 인형을 만들어서 마음껏 사랑하고 싶다고 했다.


곤란했다.


살아있는 사람의 사념으로 인형을 만들면, 사념이 정착이 되더라도 언젠가는 사용자의 영향을 벗어나 본래 영혼의 영향을 받게 되어 변질 된다.


과거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들은 실망한 듯 했다.


핀도 고민을 하다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방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비용도 들고 사용자가 번거로울 것이라고 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인형이 이상적인 상태로 완성이 됐을 때, 공방을 찾아와서 당시의 사념을 그대로 복사한다.


그리고 복사한 사념을 다른 세계에 보관한다.


그 후 6개월에 한번씩 변질된 사념을 교체한다.


이렇게 될 경우 사용자와 함께한 기억은 사라지지만 이상적인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둘은 그렇게 서로의 인형을 만들기로 하고 돌아갔다.


에덴이 말 없이 다가와 핀의 손을 잡았다.


핀은 웃으며 에덴의 손을 자신의 뺨에 대었다.


'우리는 싸운 적이 없는데. 그렇지?'


라고 하는 것 같았다.




2주일 후, 그들은 인형의 숲에 들어가 자신들의 연인을 데리고 나왔다.


행복해 보였다.


진짜는 보지 않았다.


보려하지 않았다.


나쁜 기억을 외면하려는 듯.



승재는 바쁘고 여행을 귀찮아 했다.


영주는 승재와 여행을 갔다.


그동안 못 간 여행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기세로 긴 휴가 까지 쓰면서.


자신의 투정을 항상 웃으며 받아주는 승재가 더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웠다.


차가운 체온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완벽한 사람이 된 승재의 모습에 반해, 체온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영주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승재는 영주와 함께 운동을 했다.


테니스, 배드민턴, 자전거, 조깅.


그동안 함께 하지 못한 운동을 했다.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눈부신 미소로 같이 움직이는 영주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땀을 흘리지는 못했다.


그러나 신경쓰이지 않았다.




6개월이 훌쩍 지났다.


인형들은 조금씩 원본의 영향으로 변질 되어갔다.


짜증을 낼 때도 있었고, 말 없이 토라질 때도 있었다.


그들은 공방을 찾아갔다.


"AS는 됐습니다. 안해주셔도 돼요."


그들은 인형을 폐기하기로 했다.


서로 원했던 것을 마음껏 해서 무료해졌거나 했기 때문은 아니였다.


서로의 단점도 사랑했었음을, 조금 늦게 깨달았을 뿐이였다.


그들은 다시 손을 잡고 공방을 나갔다.


그 어느 누구도 그들을 떼어놓을 수 없을 정도로 잔뜩 힘을 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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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이야기 - 흰둥개


흰둥개는 귀신을 쫓는다고 했다.


"어미는 흰둥개인데 말야."


두달 전, 창석이네 집의 개가 새끼를 낳자 조금 크거든 한마리 달라고 했었다.


"아비가 누렁개라서 말이지. 어떻게 하얀 놈이 하나도 없을 수 있나 싶네."


낭패였다.


어미가 흰둥이니 자연스레 새끼들도 흰둥이 일거라고 가볍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하얀 놈 찾았던 거잖아. 그렇지?"


"그렇지."


더 이상 개를 구할 만한 곳도 없었다.


더구나 창석이네 개가 영특하고 기골이 좋아 맘에 들어하던 차였다.


"아쉬운 대로 발만 하얀 놈이 있는데. 어떻게, 이 놈이라도 데려갈래?"


아직 어려 통통한 누렁 개는 왠지 내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것이였다.


몸집도 제 형제보다 커 보이는 것을 보니 튼튼한 놈인 것은 분명했다.


단지, 흰둥 개 였으면 좋았을 텐데.



흰둥 개를 찾는 것은 그저 미신이였다.


그러나 그것이라도 의지하고 싶었다.


어머니가 편찮으신지 시간이 꽤 지났다.


병원을 가도 노화에 의한 쇠약이라며 별 다른 문제는 없다고 했다.


앉아있기만 해도 힘에 부치는 듯, 누워 있는 시간이 대부분 이였다.


돌아가시기엔 아직 젊은데.


집안 대대로 장수해 온 집안이다.


어머니도 갑자기 몸이 안 좋아 지신 것은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흰둥 개가 집에 있어서 자질구레한 잡귀라도 쫓아 어머니가 편안해 졌으면 하는 바람이였다.



발만 하얀색이라 꼭 양말을 신은 듯이 보였다.


녀석은 아직 새 집이 낯설은 듯, 마당 구석에 앉아있었다.


"도진아, 이건 왠 거냐."


어머니가 마당에 나오셨다.


가끔 이렇게 몸이 좋아지실 때도 있었다.


"창석이네가 얼마 전에 나은 새끼. 하나 데려왔어요. 집이나 지키라고."


"어미아비 중에 흰 놈이 있는 지, 발만 하얗네."


녀석은 어머니를 보더니 타닥이며 걸어와 코를 벌름거리며 발치에서 냄새를 맡아댔다.


그때 어머니는 다시 몸이 안 좋아 지시는 듯 이마를 짚더니 방으로 돌아가셨다.


그때 이 조그마한 녀석이 무엇이 맘에 안들었는지 어머니의 등을 보며 으르렁 대는 것이였다.


미간을 손가락으로 톡 쳐 주의를 주자 내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날 밤.


오늘 따라 어머니의 상태가 안 좋았다.


누렁이 녀석은 뭐가 문제인지 채 여물지도 못한 목소리로 꺙꺙 거리며 짖었다.


어머니는 식은 땀을 흘리며 헛소리까지 하기 시작했다.


이 시간에 열려있는 병원이 있을 리가 없는데.


도시도 마찬가지 일텐데 이런 시골은 오죽할까.


누렁이의 짖는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나는 어머니가 평소 먹는 약을 드리고 마당을 나가 보았다.


녀석이 허공을 보고 미친 듯이 짖어대며 목줄은 언제 풀었는지 현관문 앞에서 마치 집을 지키듯이 서 있었다.


그렇게 짖어대다가 갑자기 앞으로 달려나갔고 마치 무언가를 물어 뜯듯이 씹어대는 것이였다.


그때 내가 본 장면은 아직도 믿기지가 않는다.


새벽에 비몽사몽간이라 착각이였다고 생각하고 있다만,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준 롬이라는 자를 만난 이 후로 누군가 그 날을 묻는 다면 대답은 해주곤 했다.


무언가를 물어 뜯던 녀석은 하얀 발목부터 흰 털이 날리듯 빛이 나더니 이내 몸 전체가 하얗게 새는 것이였다.


곧 녀석이 물어 뜯는 것이 무엇인지도 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역신, 악신, 이라 할 수 있는 본 적 없는 형태의 무엇인가 였다.


그리고 집안에서 열려진 현관문으로 같은 것들이 몇 쏟아져 나왔다.


나는 몽둥이를 들고와 그것들을 두들겨 패기 시작했다.


누렁이는 그 작은 몸으로 그것들과 격렬한 싸움을 해댔다.


몇은 도망을 가고 몇은 재 처럼 부서져 날렸다.


아닌 밤 중에 격렬한 싸움을 한 나와 누렁이는 가쁜 숨을 내쉬었다.


그것들이 모두 사라지자 누렁이는 평온해 진 얼굴로 내 발을 핥았다.


어느새 다시 누런색으로 돌아와있었다.



그 이후로 어머니의 병세는 몰라보게 호전됐고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훗날 만난 롬이라는 자는 그것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마나 생명체라고 합니다. 생명이 아니면서 생명인 것. 의지를 가질 수 없으면서 의지를 가진 것. 살아 있는 것이 아니면서 살아 가는 것. 물질로 이루어진 우리와도 다르고 영혼과도 다릅니다. 어머님의 몸에 깃들었던 것은 '검은 눈'이라고 합니다. 다른 생명에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데 문제는 그것 자체가 뿜는 독입니다. 누렁이의 몸에 깃든 것은 '하얀 눈'이라고 합니다. 검은 눈의 천적이죠. 깃든 생명의 털을 온통 하얗게 만듭니다. 이 '하얀 눈'이 깃든 생명은 '검은 눈'에 주체 못할 적개심을 갖게 됩니다. 반드시 죽이겠다는 살의가 생기죠. 이것이 하얀 눈의 부작용 입니다. 검은 눈 자체만 아니라 그것이 깃든 생물도 다 죽이려 들게 되거든요. 누렁이의 경우 어떠한 이유에선가 이 부작용들이 덜 했던 모양입니다. 털도 일부만 하얗게 샌 것을 보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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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의 숲 - 다툼, 나무의 이야기 - 흰둥개 21.05.10 22 1 9쪽
51 황혼 - 7번째, 황혼 21.05.10 26 1 8쪽
50 인형의 숲 - 그들의 세계, 가지고 싶은 사람 21.05.06 15 1 8쪽
49 황혼 - 충돌, 거흉 21.05.05 20 1 7쪽
48 인형의 숲 - 산행, 노랫소리 21.05.04 21 1 7쪽
47 황혼 : 전면전 21.05.03 18 0 8쪽
46 인형의 숲 - 극야, 서커스 21.05.02 19 1 6쪽
45 황혼 : 신들의 대화, 돌입 21.05.01 17 1 8쪽
44 인형의 숲 - 풍랑소리, 500년이 넘도록 21.04.30 20 1 7쪽
43 5부 메인 스토리 황혼 : 여행자 롬, 마일즈의 새 몸 21.04.29 19 1 7쪽
42 5부 시작 - 인형의 숲 : 행방불명 21.04.28 31 1 7쪽
41 기사 - 무덤가의 기사, 공방의 기사 : 못다한 이야기들 21.04.27 22 1 10쪽
40 기사 - 마왕(2) 21.04.26 30 1 8쪽
39 나무의 이야기 - 기억상자, 자기애 21.04.25 28 1 6쪽
38 기사 - 마왕(1) 21.04.24 21 1 8쪽
37 기사 - 이도술 21.04.23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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