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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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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49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5.06 12:00
조회
14
추천
1
글자
8쪽

인형의 숲 - 그들의 세계, 가지고 싶은 사람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그들의 세계


"강아지 키우려구?"


책상에 앉아 강아지 사진을 보고 있는 핀의 뒤에서 에덴이 팔로 목을 둘러 안았다.


인형이 된 에덴의 몸은 차가웠다.


핀은 차가운 몸은 개의치 않는 듯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손을 어루만졌다.


"아니. 여기선 못 키우지."


"그런데 그건 왜 보고 있어?"


에덴이 핀의 스마트 폰 화면을 손가락으로 넘겼다.


"귀엽다."


핀은 무언가 곰곰히 고민하며 말이 없었다.


"강아지 인형을 만들어 달래."


"어려운 일이야?"


"응. 여러모로."




아마 150년 전 일 것이다.


핀은 예전에 강아지를 인형으로 만들어 본 적이 있다.


털이 많은 강아지는 인간을 만드는 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힘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인간 인형 전문인 핀이 만족할 만한 질은 나오지 않았다.


타산이 맞지 않는 작업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한 보수를 약속했기에 힘들여 완성한 적이 있다.


의뢰자는 만족해 했다.


핀은 자신이 처음으로 만든 인간이 아닌 다른 작품이 궁금해 찾아가 본 적이 있다.


"아, 어서오세요. 핀 공."


그녀는 활짝 웃으며 반겼다.


"오랜만입니다, 미쉘."


핀은 미쉘에게 강아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다 좋아요. 하지만 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들이 가끔 보이지만요."


어느 날에는 장난이 부쩍 늘었다던가, 또 어떤 날에는 멍하니 오랜 시간을 보낸다던가, 비정상적으로 영리한 모습을 보인다던가 하는 일이였다.


"인간이 아닌 사념이 인간의 영향을 받은 탓입니다."


핀은 인형을 점검해보곤 말했다.


"다시 만들까요? 다시 만들어도 결과는 비슷하긴 할겁니다."


"괜찮아요. 지금도 좋아요."


미쉘은 웃었다.




그 이후로 몇번의 의뢰가 들어왔지만 강아지 인형을 만든 적은 없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인형이 사용자의 영향을 받는 것은 예상 범위 내 이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의 경우였다.


인간이 아닌 인형이 인간의 영향을 받는 다면 어떤 예상 밖 상황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가령, 개나 고양이 인형이 인간의 말을 배운 다던가.


핀이 이번에 강아지 사진을 보고 있는 것은 또 같은 의뢰가 들어왔기 때문이였다.


한 소년이였다.


"최철민이에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을 소개한 소년은 한 남자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남자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아들녀석이 고집을 피우네요. 어디서 동네 꼬마들이 말하는 소문을 듣고 오자고 조르더군요. 도시전설이라던가요? 생명을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하더라구요."


남자는 웃으며 얘기했다.


철민이가 가져온 사진은 맹인 안내견 이였다.


남자와 산책을 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핀은 깊게 고민했다.


인간 인형을 만드는 것에 비해 열배는 어려운 작업이고, 밀려있는 주문도 있었다.


게다가 그 부자가 낼 수 있는 돈도 터무니 없이 적었다.


형편이 좋지 않아 새로운 안내견을 분양 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사람이 아닌 인형을 만드는 것에 꺼림칙한 거부감도 있었다.


남자의 세상은 그 안내견과 함께 갈 수 있는 곳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 세상을 잃어버린 것이다.


핀은 생각했다.


자신이 저주에 걸려 몸이 불편하고, 한 세계에서만 숨어 지내야 했던 지난 천년을 회상했다.


거인의 손에 쥐여져 있는 듯한 숨막힘과 공포.


좁은 어장에 갇힌 백상아리 같은.


날개를 펼치지도 못할 새장에 갇힌 수리 같은.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별 다른 일이 없기를 기도하며.


자신의 인형이 어설프게 나마 그들의 세계를 돌려주기를 기도하며.


-----------------------------------------------


가지고 싶은 사람


사진을 들고 찾아온 이가 있었다.


"정말 많이 사랑한 사람이에요. 이 세상 전부를 준다해도 안 바꿀 만큼."


여자는 사진 속 남자를 너무도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목소리는 한 없는 슬픔에 잠겨있었다.


"그리 잘생긴것은 아니였어요. 그치만 성실하고, 자상하고, 대화도 잘 통했죠. 취향도 비슷하구요."


에덴이 차를 내어오자 여자는 괜찮다며 손을 내저었다.


남자는 자살을 했었다고 말했다.


"너무 보고싶어요."


여자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일주일 후, 여자는 공방을 다시 찾아왔다.


공방 깊숙한 곳에 들어가자 덩그러니 서 있는 문이 보였다.


문을 열자 신선한 공기와 따뜻한 햇살이 어두운 공방을 밝혔다.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왠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여자는 숲을 둘러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설렘과 기쁨을 만끽하며.


한편으로 빨리 보고 싶기도 했지만 그 감정 또한 오래도록 즐기고 싶어하는 듯 했다.


숲의 정 가운데, 천년 나무가 있는 곳에 도착했다.


그곳엔 남자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인형이 나무에 기대어 눈을 감고 비스듬히 앉아있었다.


여자는 떨리는 손으로 인형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인형이 천천히 눈을 떳다.




인형과 함께 나오는 여자를 본 핀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왜 그래?"


에덴의 물음에도 웃어보일 뿐 대답은 하지 않았다.




여자는 일상으로 돌아갔고, 약간의 변화가 있었다.


누구보다도 일찍 퇴근 했고, 휴일에는 집에서 나오는 법이 없었다.


그녀는 집에서 인형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여념이 없었다.


그때 쯤, 남자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의혹이 생겨 수사가 진행됐다.


여자는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다.




얼마 뒤, 여자는 체포 됐다.


남자를 죽인 용의자 신분으로.


재판이 열리기 전, 핀은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진심으로 사랑했던 사람이였어요."


그녀는 차고 있는 수갑을 핀에게 보여주며 말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만난 남자에게 반해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고 했다.


식사, 술 자리, 카페에서 대화.


남자도 싫어하는 기색은 아니였다고 한다.


여자는 점점 더 남자를 사랑하게 됐다.


그러나 거기까지 일뿐, 남자와 더 가까워지지는 못했다고 했다.


혼자 속 끓이고 있을 때, 어느 날 남자에게 애인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남자는 행복해 보였다.


자신의 발끝도 못 따라올 것 같은 사람과.


여자의 자존심은 무너지고,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죽였어! 그러면 안돼? 그렇게 해서라도 가지고 싶었으니까! 용기 있는 사람이 사랑을 얻는 법이잖아. 그래서 그렇게 했어!"


그녀가 용의선상에서 벗어나 있던 것은 그녀와 남자 사이에 별 다른 접점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그저 직장 동료였고, 주변 사람이 보기에 그 둘 사이 느껴지는 별 다른 기류도 없었던 것이였다.


"인형은 회수해뒀습니다."


"그걸 왜 건드려!"


여자가 앉고 있던 의자를 덜컹 거리며 불 같이 화를 냈다.


"중요 증거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것은 당신의 소유지만 이 세상 물건이 아닙니다. 그리고 난 그것이 세상에 공식적으로 밝혀지길 원하지 않습니다."


인형을 만들기 위해 거둬들인 사념을 통해 그녀가 남자를 죽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함구한것은 의뢰자와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신이 인형을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던, 어떻게 사용하던 몇몇 상황을 제외하고는 관여하지 않습니다. 재판 결과가 어찌 되든, 당신이 자유의 몸이 되면 다시 돌려드릴거라 약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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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황혼 - 7번째, 황혼 21.05.10 26 1 8쪽
» 인형의 숲 - 그들의 세계, 가지고 싶은 사람 21.05.06 15 1 8쪽
49 황혼 - 충돌, 거흉 21.05.05 20 1 7쪽
48 인형의 숲 - 산행, 노랫소리 21.05.04 21 1 7쪽
47 황혼 : 전면전 21.05.03 18 0 8쪽
46 인형의 숲 - 극야, 서커스 21.05.02 19 1 6쪽
45 황혼 : 신들의 대화, 돌입 21.05.01 17 1 8쪽
44 인형의 숲 - 풍랑소리, 500년이 넘도록 21.04.30 19 1 7쪽
43 5부 메인 스토리 황혼 : 여행자 롬, 마일즈의 새 몸 21.04.29 19 1 7쪽
42 5부 시작 - 인형의 숲 : 행방불명 21.04.28 31 1 7쪽
41 기사 - 무덤가의 기사, 공방의 기사 : 못다한 이야기들 21.04.27 22 1 10쪽
40 기사 - 마왕(2) 21.04.26 30 1 8쪽
39 나무의 이야기 - 기억상자, 자기애 21.04.25 28 1 6쪽
38 기사 - 마왕(1) 21.04.24 21 1 8쪽
37 기사 - 이도술 21.04.23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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