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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공포·미스테리

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45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5.02 12:00
조회
18
추천
1
글자
6쪽

인형의 숲 - 극야, 서커스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극야


오후 1시.


푸르스름한 하늘.


태양은 뜨지 않았다.


눈밭에 누워 크게 숨을 내쉬었다.


정확하게는, 숨을 내쉬는 행위를 했다.


입김이 나오지 않았다.


두꺼운 옷을 입지도 않았다.


얇은 옷 뿐.


몇시간이고 계속 하늘을 보며 누워있었다.




오후 3시.


하늘이 어두워졌다.


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오늘은 운이 좋다.


오로라가 보인다.


남극에서 오로라는 귀하다.


꽤 오랜 세월 매일 밤을 지새는데도 몇번 못 본듯 하다.


은하수가 밝아지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다.


오로라도 보이고, 하늘도 맑으니.


노래를 흥얼거렸다.


아주 옛날 노래를.




옛날 노래라고 하니 한 청년이 생각이 난다.


20년 전인가.


우연히 내가 있는 캠프를 발견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내게 옛날 노래라며 비틀즈라던가 하는 밴드의 노래를 들려주었다.




때는 내가 남극에 터를 잡은지 60년째였다.


"어서오게. 불을 좀 때야겠군. 조금만 기다리게. 안쓴지 오래돼 시간이 좀 걸릴거야."


"예 감사합니다."


30대 후반 쯤으로 보이는 청년은 나를 유심히 관찰했다.


이미 눈치 챘을 것이다.


내가 숨을 쉬지 않는 다는 것을.


불이 들어오고 텐트 내부에 훈훈한 열기가 돌때쯤 보드카 한 잔을 건냈다.


그는 보드카를 마시고 살겠다는 듯한 표정을 했다.


나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도시전설을 들은 적이 있나?"


"도시전설이요?"


"단어선택이 적절한건지 잘 모르겠군. 내가 보기보다 옛날 사람이라."


"아뇨. 적당한 것 같네요."


"하하. 그래. 그럼 인형에 대한 도시전설 알고있나?"


그는 눈을 굴리며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 겉 옷을 벗었다.


나는 느낄 수 없지만 텐트 안의 온도가 꽤 올라간 듯 했다.




탐험가였다.


남극 극점을 향해 가는 탐험가.


북극도 드나들었다.


남극을 사랑했다.


그래서 남극에 남기로 했다.


한 청년을 찾아갔다.


그는 썩 내켜하지 않았지만 내 의뢰를 들어주었다.


세상에는 내가 북극의 조난자를 구하려다가 조난사 한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나는 그때 남극에서 아무도 모르게 터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계속 살아왔다.




이야기가 끝날 때 쯤 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름이 혹시?"


"로알. 로알 아문센이라고 불렸었네."




오후 5시.


하늘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다.


길고 긴 깊은 밤이 다시 찾아왔다.


이미 100년 가까이 보아 온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경이롭다.


저 수 많은 별들 중에는 인형사가 이 세상에 오기 전 살던 세계가 있다고 했다.


어떤 세상일까.


-----------------------------------


서커스


1887년 미국.


핀이 부산스럽게 외출 준비를 했다.


"무슨 일이야?"


마일즈가 다각 거리며 걸어와 물었다.


"출장. 아니 출장이라기 보다는 출동."


"출동?"


핀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만든 인형으로 공연을 하는 사람이 있대. 서커스."


"계약위반이네."


"일상을 제외한 대중에게의 공개적 노출은 금지한다, 인형을 사용한 경제활동은 금지한다. 해석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데 이럴 줄은 몰랐지."


"서커스라면, 재작년에 다녀간 그 사람인가?"


"맞아. 아내라고 하더니 아니였나봐. 가봐야 확실히 알겠지."




평소라면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갔을 그 였지만 긴박한 상황이라 판단해, 차원이동능력을 사용했다.


문을 열어 잠시 다른 세계에 갔다가, 다시 인간세계로 돌아올때 의뢰자가 있던 곳으로 문을 연것이다.


의뢰자가 운영하는 서커스단은 작은 규모였다.


미국 전역을 누비며 공연을 했었지만 규모가 작다보니 벌이가 신통치는 않은 모양이였다.


핀은 관람석에 앉아 공연을 지켜보았다.


불을 삼키는 사람, 칼을 던지는 사람, 커다란 공 위에서 여러 재주를 부리는 사람들이 나왔다.


핀은 단장의 얼굴을 보았다.


단원들의 얼굴도 보았다.


연기인것인가?


그들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연기일 것이다.


마침내 피날레가 다가왔다.




"소개합니다. 치명적인 아름다움. 그야말로 인형같은 외모, 조세핀!"


핀은 그녀가 자신이 만들었던 인형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화려한 옷을 입고 진한 화장으로 치장을 했지만 못 알아볼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높은 곳에 매달린 공중 그네 앞에 섰다.


떨어질듯 아찔하고 이 세상이 아닌 듯한 아름다움을 흩뿌리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탄성을 지르지 않고서는 못배길 연기를 펼쳤다.


단장은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다.




"길버트씨, 이건 계약위반인거 아시죠."


공연이 끝난 후, 무대를 정리하던 단장에게 핀이 다가가 말했다.


"경제활동 말인가요."


길버트 또한 켕기는 점이 있던 모양이였다.


"일상을 벗어난 지나친 (대중에게의)노출에 관한 것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건 아닙니다."


길버트는 고개를 들어 핀을 바라보았다.


별이 조금씩 보이는 푸른 저녁, 길버트는 2년만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커스에 온 열정을 다 하는 길버트에게는 이성에게 관심은 없었다.


서커스라는 예술에 자부심이 있었고, 더 높은 수준과 훌륭한 공연을 위해 밤잠을 줄여가며 단원들과 훈련했다.


그때 들어온 것이 그녀였다.


그녀 또한 커다란 야망이 있었다.


언젠가 브로드웨이에서 주연을 맡겠다는.


길버트는 자신과 같은 꿈을 가진 그녀에 조금씩 마음이 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혹독하게 연습을 시켰다.


언젠가 그녀의 욕심이, 꿈이 현실이 되기를 깊이 소망하며.


그러나 그녀의 욕심은 오래가지 못했다.


무리한 훈련 때문일까, 방심을 했던 것일까.


공중 그네에서 연습 중 그녀는 미끄러져 그대로 추락했다.


준비도, 인사도 없이 그녀를 보냈다.


"그래서 그녀를 공연에 세우게 된 겁니다. 못다한 공연 마음껏 하게 해주고 싶어서요. 일상을 벗어났다 했죠? 그녀에겐 이것이 일상입니다. 어쨌든. 그녀가 죽고나서야 진짜 중요한게 뭔지 깨달았어요. 중요한건 더 좋은 공연, 훌륭한 극단이 아니였던 거죠. 지금은 이렇게 단원들과 유랑을 다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언젠가는 다 제 살길 찾아 갈 사람들이지만요. 그때까지만 할 생각입니다. 그만 두어야죠. 그때쯤엔 조세핀도 충분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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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황혼 : 전면전 21.05.03 18 0 8쪽
» 인형의 숲 - 극야, 서커스 21.05.02 19 1 6쪽
45 황혼 : 신들의 대화, 돌입 21.05.01 17 1 8쪽
44 인형의 숲 - 풍랑소리, 500년이 넘도록 21.04.30 1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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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5부 시작 - 인형의 숲 : 행방불명 21.04.28 31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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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기사 - 마왕(2) 21.04.26 30 1 8쪽
39 나무의 이야기 - 기억상자, 자기애 21.04.25 28 1 6쪽
38 기사 - 마왕(1) 21.04.24 21 1 8쪽
37 기사 - 이도술 21.04.23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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