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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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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47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4.27 12:00
조회
21
추천
1
글자
10쪽

기사 - 무덤가의 기사, 공방의 기사 : 못다한 이야기들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가장 오래된 기억은 이렇다.


나는 칼루만 볼프로써 이름 모를 기사들과 싸우고 있었고 그들은 내가 장례에 방해가 된다고 했다.


왕의 장례 행렬이였다.


성군이였나 보다.


이름은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심으로 슬퍼하고 행렬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정신이 들자 나는 검을 거두었다.


그들은 나를 지나쳐 장례를 마무리 했다.


장례가 급해 작은 소란으로 넘기는 듯 했다.


나는 콜드 레온이라고 써 있는 비석에 기대어 앉았다.


저것은 나다.


왜?




장례를 마친 행렬이 되돌아왔다.


그들 중 한명이 거칠게 내 갑옷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네놈이 죽고 싶은 게로구나. 폐하의 장례를 방해하다니. 이름이 무엇이냐. 왜 방해를 한것이냐."


나는 방해 한 적이 없다.


"그렇게 힘 자랑이 하고 싶었느냐. 오냐. 최강 검인 나  브론즈 스톤이 직접 상대해주마. 검을 뽑아라, 삼류."


모르는 자다.


레이피어와 대거를 뽑았다.


"파울 레온의 흉내라도 내는 것이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마음껏 해보아라."


브론즈가 나를 밀쳐내고 검을 뽑아 그대로 베어올렸다.


헤라의 발도술과 비슷했다.


알고 있는 궤적이다.


고개숙여 피하고 대거로 쳐내며 레이피어를 찔러 넣었다.


그 자의 목 앞에서 멈췄다.


"죽이진 않는다."


이건 누구의 대사였더라?




브론즈가 크게 고함을 지르며 크게 베고 빠르게 찔러들어왔다.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두개의 검을 거두고 매서를 빼들어 브론즈의 일격을 흘렸다.




"이제 보니 역대 최강 검의 검들을 전부 훔친 도적놈이로구나."


브론즈는 내 검들을 보더니 말했다.


최강 검들은 죽을 때 쓰던 검과 함께 묻힌다.


나는 내 검을 되찾았을 뿐.


내 검이라고?


"꽤 훌륭한 잔재주를 가졌구나. 얕보지 않으마. 이름 정도는 물어봐 주지."


"이름? 이름."


머리가 복잡하다.


몸이 요란하게 덜그럭 소리를 내며 떨린다.


"칼루만, 펜살, 카를로스, 파울, 헤라, 팔콘, 로얄, 가디언, 콜드,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브론즈는 요동치는 헬름의 안의 내 몸이 텅 비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분들 전부가 너냐?"


그는 어렴풋이 알았던 것이다.


선대 최강 검들의 계보를 빠짐 없이 외우고 있는 지독한 검술 매니아였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들의 검술임이 틀림없다고.


떨림은 곧 멈추었다.


깨달았다.


나는 그 누구도 아니라고.


나는 대체 무엇이냐.




브론즈는 그 이후로 이따금씩 찾아와 검술 대련을 요청했다.


내 정신은 아직 불안하다.


멋대로 엉켜 계속해서 내 안의 사람들이 튀어나온다.


다행인 것은 기사도에 어긋나는 이는 단 한명도 없다는 것.


풀벌레가 울고 밝은 달이 어렴풋이 푸른 빛을 내리는 밤이였다.


작고 못생긴 목각인형 하나가 다각 다각 소리를 내며 왕릉을 찾아왔다.


"천년이나 같이 있어도 예술가란 녀석들의 수집욕은 이해를 못하겠단 말이지."


무덤가에는 중갑을 착용한 이가 앉아 있었다.


"사무라이도 있으니 기사도 있어야 된다니. 차라리 하나 만들지. 사념이라면 얼마든지 있잖아? 칼루만도 괜찮은 편이고."


목각인형은 끊임없이 투덜대며 중갑에게 걸어갔다.


"칼루만이 아니면 카를로스도 나쁘지 않잖아? 펜살은 좀 애매하네."


인형은 자기보다 훨씬 커다란 롱소드를 차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몸도 성하지 않은 놈이 이런게 생긴지는 어찌 알았대? 롬한테 들은건가."




어느새 갑옷 앞에 다다르자 갑옷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누구인가."


"뭐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당대 최강 검 후보였지. 마일드 레온 이라고 알려나 모르겠네."


"아. 내 아들이로군. 오랜만이구나."


"아버지도 들어있는건가. 정신차려 보시오. 내 꼬락서니 보고 아버지가 할말은 아니잖수. 당신 내 아버지 아니야. 갑시다. 따라오라고."


"그럼 난 누구인가."


기사는 우두커니 서서 마일즈를 내려다 봤다.


"전부 다."




기사는 전에도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얼마전에 묻힌 브론즈 스톤이 나를 처음 보았을 때 했던 말이였다.


"자세한 것은 너를 찾는 이 한테 듣도록 해. 이쪽 방면으로 전문가니까 말이야."


"검을 들고 있군. 검사인가?"


"그렇다니까. 겨뤄보려고?"


"원한다면."


기사는 여러 자루의 검 중에 하나를 고르려는 듯 검들에 한번씩 손을 대었다.


"그리 호전적이지는 않지만 검술에 관심이 많은 건 카를로스의 성품인가. 아니 다른 자와 조금 섞인건가."


그러나 마일즈는 검을 뽑지 않았다.


"당신과 싸우러 온거 아니야. 당신의 정신이 불안할 때를 대비해 가져온 검이지. 했던 말 또 시키는거 보니 시간 없네. 가자고. 어떻게 태어났건, 당신을 필요로 하는 이가 있으니까."




그들은 달빛속을 걸어 인형의 숲에 들어갔다.


오랜 세월 저주받은 금기의 숲이 된 이곳.


노을이라는 최악의 살상 인형 병기가 무차별하게 사람을 죽이는 곳.


그 가운데에는 아무런 지지대 없이 우두커니 서있는 문이 있었다.


"다 왔네."


마일즈는 문을 열고 문을 잡아 주었다.


그리고 기사에게 들어가라는 몸짓을 했다.


기사는 절그럭 소리를 내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나는 누구인가.


날 부르는 자는 누구인가.


공기가 다른 이곳은 어디인가.




어딘가 아픈 듯 창백한 낯빛에 마르고 키가 큰 청년이 빙긋 웃으며 기사를 반겼다.


그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가볍게 흔들자 기사는 머리가 조금씩 안정이 되는 것을 느꼈다.


"핀 아팩트입니다. 인형사입니다. 방금 당신의 몸안에 있는 사념을 안정시켰습니다. 이제 정신이 맑아지겠지요."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보다 명확하게 보이고, 느낄 수 있었다.


"칼루만 부터 인건 알겠는데, 그 이후로 어디까지 인지는 천천히 말해주시죠. 당신은 여러가지 사념의 집합체입니다. 보통 사념과는 다르게 거의 영혼에 가깝죠. 왕릉처럼 사념이 한꺼번에 모이는 곳에서는 뭐, 흔하지 않지만 없는 일은 아니죠. 게다가 갑옷이라는 훌륭한 매개체가 있었으니 당신이 탄생한겁니다. 갑옷의 주인은 초대 레온 가주 인건 알고 있겠죠? 그만한 풍채는 펜살 이후로 없었으니까요."


기사는 묵묵히 핀의 설명을 듣다가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얘기를 해봅시다. 당신은 갈 곳이 없고, 나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나와 같이 일해 주시겠습니까. 미스터... 나이트."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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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방의 기사 : 못다한 이야기들


정신이 안정된 미스터 나이트는 인간세계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적응이랄 것도 사실 별 다른 것 없이 세계의 분위기에 익숙해지는 일이였다.


사념의 집합체지만 어쨌든 다른 세계에서 오래 살았으니 이질감을 느낄 것이 분명했다.


마일즈는 처음에 투덜대긴 했지만 가장 신이나 보였다.


매일 같이 미스터 나이트를 붙잡고 대련을 하자고 했고 시도때도 없이 들리는 칼 부딪히는 소리에 신경이 쇠약해 질 지경이였다.


그러나 핀은 별 말 하지 않았다.


며칠 못가서 끝날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이 착각이였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


예언가 - 세월이 흐르고 세대가 몇번 바뀔 때 쯤, 핀은 한 소녀를 만났다.


12살 난 소녀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너구나."


키가 크고 마른 한 남자가 소녀에게 허리 숙여 말을 걸었다.


"아. 맞아요."


소녀는 남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네 할머니를 본 적이 있어. 그래  요즘 고민이 많지? 남들과 다른 자신이."


소녀는 침묵했다.


"나도 너와 마찬가지야. 그런데 그거 아니? 우리는 조금 특이할 뿐, 그리 특별한 건 아니라는 것."


소녀는 말 없이 눈물을 흘렸다.


"내 이름은 핀 아팩트란다. 또 보자."




도깨비 고개 - 아이를 안고 있는 남자가 있었다.


"이름을 성태라고 지었다고?"


"예. 아버지."


"이 아이도 자질이 없구나."


"자질이요?"


남자는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반문했다.


"우리 집안은 신력이 있어. 도깨비 고개 있지? 그 고개를 마음대로 건널 수 있어."


"처음 듣는데요."


"얘기 안했으니까. 너도 자질이 없거든. 아마도 내 대에서 끊기려나 보다."


"신력이라구요?"


"그래. 신력. 네 아들은 어떤지 보려했더니 이 아이도 마찬가지네. 대대로 비밀로 해 오던 일이야. 밝혀서 좋았던 적이 없었거든."


[산넘이 : 초월자 워커는 산넘이를 큰걸음이라고 부른다. 공간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 하는 마나 생명체이다.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좀 처럼 떠나는 법이 없다. 주변에 흐르는 마나의 농도에 따라 공간의 크기가 달라진다. - 기록자, 북 포레스트]




기억상자 - 남자는 수척한 모습으로 앉아있었다.


"불법이였던 거 알고 계시죠?"


경찰 한명이 조서를 쓰고 있었다.


"예."


"중독성이 강해서 남용하면 불법이에요. 원래 증거 채택용으로 개발한건데. 어쨌든, 어디서 구했어요?"


"인터넷에서. 지금은 폐쇄 됐더라구요."


"아. 잡을 수도 없겠네. 어쨌든 초범이라서 큰 처벌은 없을 거에요."


남자는 멍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었다.


"옛 연인이였나 보죠? 아. 오해하지 마세요. 조사하는 거니까요."


"친구입니다."


"예. 친구. 술을 많이 드셨나 본데."


"예. 좀."


"알겠습니다. 재판은 약식으로 진행 될 거에요. 저희 소관은 아니지만 대부분 그렇더라구요. 아, 기억상자는 압류조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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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황혼 : 전면전 21.05.03 18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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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황혼 : 신들의 대화, 돌입 21.05.01 17 1 8쪽
44 인형의 숲 - 풍랑소리, 500년이 넘도록 21.04.30 19 1 7쪽
43 5부 메인 스토리 황혼 : 여행자 롬, 마일즈의 새 몸 21.04.29 19 1 7쪽
42 5부 시작 - 인형의 숲 : 행방불명 21.04.28 31 1 7쪽
» 기사 - 무덤가의 기사, 공방의 기사 : 못다한 이야기들 21.04.27 22 1 10쪽
40 기사 - 마왕(2) 21.04.26 30 1 8쪽
39 나무의 이야기 - 기억상자, 자기애 21.04.25 28 1 6쪽
38 기사 - 마왕(1) 21.04.24 21 1 8쪽
37 기사 - 이도술 21.04.23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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