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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게구름성

인형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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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뭉게구름성
작품등록일 :
2019.04.29 14:28
최근연재일 :
2021.05.12 12:00
연재수 :
54 회
조회수 :
1,444
추천수 :
59
글자수 :
223,527

작성
21.04.23 12:00
조회
21
추천
1
글자
7쪽

기사 - 이도술

[도시전설이 있다. 죽은 사람을 되살려 인형으로 만들어 준다는.]




DUMMY

대부분의 기사는 길고 곧게 뻗은 롱 소드를 사용한다.


롱 소드가 내뿜는 기상은 강직하고 흔들리는 법이 없다.


간혹 곡도나 단검 같은 다른 종류의 검을 사용하는 이도 있었는데, 이들은 고귀한 기사 취급은 받지 못했다.


나는 그런 롱소드 이외의 검을 두종류나 사용했었다.


단검인 대거와 찌르기 위한 레이피어.


게다가 이도술은 더한 아류 취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내가 이름을 날릴 수 있었던 것은 가문의 이름값 덕분이였다.


그것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레온이라는 이름.


볼프의 뒤를 따르는 그 이름.




아버지인 랜더 레온은 카를로스 레온과 아이언 레온의 조카이자 아이언의 제자였다.


역사에 길이 남을 대 검객인 그들은 안타깝게도 아들이 없었고, 딸이 있었으나 타고난 성품이 투쟁을 즐기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후세의 가주 자리를 고려해 할아버지인 하데 레온과 상의해 아버지에게 가주자리를 맡기도록 결정했다.


아버지는 현 최강 검인 호이스 볼프와 비슷한 실력이였지만, 후진 양성에 더 가치를 느껴 양보했다고 한다.


실제로 대련을 하면 어떤 결과일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아버지 또한 검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었지만, 보통의 범주를 벗어나는 나를 보고 적잖히 놀랐다고 했다.


큰 할아버지에게 정통 검술을 배운 그의 자식이 예외의 경우라니.


나는 일찍이 초식을 싫어했다.


그리고 언제나 검이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파울, 한번 해 보고 싶은 대로 해보거라."


13살때, 아버지의 한마디. 그것이 시작이였다.


양손에 검을 들었고 아버지는 웃으면서 대련을 시작했다.


결과는 참패였다.


"검이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지. 힘이 분산되거든. 때문에 이도술은 버려진 검법이 됐단다."


그러나 그때 무언가 확실히 느꼈다.


아, 이것이구나.




그 날 이후로 나는 이도술을 연구했다.


옛날 책도 뒤적거리고, 볼프가에 찾아가기도 했다.


호이스 볼프에게 검을 가르친 데카르트 볼프는 이렇게 말했다.


"검 두개를 동시에 다루는 것은 얼핏 보면 무기가 하나 더 있어 유리한 듯 보이지만, 검 하나를 다루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라네. 검 하나를 다루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검 하나 하나를 동시에 다루면서도 기량차이가 없어야 하고, 두 검의 동선이 겹쳐 서로의 움직임에 방해가 되면 안되는 일이니까 말이야."


그러면서 그는 먼지 쌓인 오래된 책을 꺼내 주었다.


"이 책은 복사본인데 엄청 오래되었구만. 다시 복사를 해야할듯 싶어. 라그나가 생기기도 전부터 내려오던 이도술 교본이라네. 일주일만 기다려주겠나? 복사를 하고나서 이 책을 주겠네."




일주일 후, 나는 볼프가를 다시 찾아갔다.


대문을 열고 나온 볼프가의 시종이 데카르트가 이 책을 전해달라 했다면서 낡은 책을 내밀었다.


책에는 작은 쪽지가 끼워져 있었다.


'급한 일이 있어 직접 전해주지 못해 유감이네. 책은 복사를 해두었으니 가져도 좋네. 연구가 잘 되길 바라네. -데카르트 볼프'


그 길로 집에 돌아가 책을 읽었다.


50년 정도 된 책인지라 너덜너덜하고 군데군데 찢겨 있었다.


손을 많이 탄 것은 아니였으나 세월의 흔적이 그러했다.


혹시나 책이 상할까봐 조심조심 책장을 넘겼다.


책은 이도술의 기본과 발전 방향에 대해 제시했으나, 깊이가 깊진 않았다.


그야말로 기본서의 느낌이였는데, 볼프가에서 조차 높은 수준의 이도술은 없는 듯 보였다.


그러나 포기할 수는 없었다.


데카르트가 준 책은 수준이 높진 않았지만 참고할 만한 것들은 분명히 있었다.


기본적인 방어자세, 공격자세.


방어 할 때, 공격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것들.


어려운 일이 맞았다.


검 하나도 내 몸 처럼 다루기 어려운 법인데 두개를 동시에 다뤄야 한다니.


이도술만이 할 수 있는 장점을 찾는 것이 급선무 였다.




이도술은 힘이 모자라다.


어렵고 위험이 크지만 몸 전체를 이용해 버텨내도록 하자.


이도술은 허점을 찌르기 좋다.


방어에 성공한다면 그때 부터는 이도술의 지배가 시작된다.


문득 의문이 들었다.


내가 만들고 있는 검술이 실전적으로 유효한가?




방에서 혼자 생각하기 보단 나가기로 했다.


할아버지인 아이언 레온과 싸웠던 테무진이라는 이방인이 그랬던 것 처럼.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13살이라는 나이는 먼 길을 떠나기엔 너무 어렸었던 탓이다.


그래. 라그나 안에도 강자는 많다.


비록 다양하고 특이한 검술은 부족할지라도 기본에 충실한 기사가 많지 않은가.




시작은 레온가였다.


검에 꽤나 일가견이 있다는 친척을 만나면 대련을 신청했고 항상 두개의 검을 들었다.


아버지는 당황해 했던 것 같다.


저번의 대련 후 이도술을 지양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솜씨가 더 늘은 것을 목격했기 때문이였다.


그러나 그는 함구했다.


아들의 재능을 믿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곧 이어 그만 둘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였다.




그렇게 10년이 흘렀다.


나는 카자스 왕국과 파르가 왕국, 밸리 왕국. 그리고 특이한 곡도와 둔기를 무기로 쓰는 자카스탄 왕국을 다녔다.


내 검술은 점점 완벽해져 갔다.


방어와 공격이 끊이지 않고 유려하게 흐르듯 이루어졌다.


나는 속도가 필요할 때를 대비한 레이피어, 힘이 좋은 대거를 선택했다.


여행은 끝났다.


마지막으로 라그나로 돌아가 최강 검이 되자.




호이스 볼프는 여전히 최강이였지만 나이가 들었다.


이미 차기 최강 검을 놓고 말이 많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강 검을 가리는 투기 대회가 있었다.


이름있는 검사들은 모두 모인 듯 했다.


볼프와 레온. 그리고 뒤이어 하트가문이 가장 많았지만.




나는 한 손에만 대거를 들고 대회에서 모두 이겼다.


마지막 결승에서 먼 친척이자 삼촌뻘인 홉스 레온과의 대련엔 레이피어도 들었다.


장내는 술렁였다. 이도술은 아류다! 지금까지 이도술 사용자인, 그것도 반쪽 짜리에게 무너진건가!


여기저기서 신음을 토하는 소리가 들렸다.


첫 참격은 홉스였다.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베어 올리는 모습. 그러나 가벼웠다.


다음 수를 위한 준비.


나는 대거를 어깨에 들쳐매고 레이피어를 든 손은 살짝 구부린 모양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물러나는 동시에 레이피어를 예비동작 없이 들어올려 목을 향해 가볍게 찔러넣었고, 홉스는 턱을 들며 뒤로빠져 피했다.


레이피어를 들어올리면서 바깥으로 돌아 어깨에 매고 있던 대거를 휘둘렀다.


이것이다. 홉스의 걸음이 꼬였다.


바깥을 향해있는 레이피어를 돌려 힘의 유실 없이 두번 빠르게 찔러넣자 홉스의 걸음이 다급해졌다.


잔 걸음과 큰 걸음이 제멋대로 쏟아졌고 난 그걸 쫓아들어갔다.


대거를 앞에 세워 방어하는 동시에 숨을 노리는 것은 날카롭게 세운 레이피어.




홉스는 패배를 인정했다.


후일, 호이스는 홉스가 자기보다 강해졌다고 인정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와의 결전을 하지 못해 아쉽지만, 나는 내 검술로 마침내 최강 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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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나무의 이야기 - 기억상자, 자기애 21.04.25 28 1 6쪽
38 기사 - 마왕(1) 21.04.24 21 1 8쪽
» 기사 - 이도술 21.04.23 2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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