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은 없지만, 불현듯 이벤트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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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은 없지만, 불현듯 이벤트가 생겼다.>
윤솔은 머리를 식히고, 생각도 할 겸, 지난번 수정과 오른 뒷산으로 혼자 산책했다.
오솔길을 오르는 윤솔은 사색하듯 주변을 보며, 천천히 올랐다.
‘벌써 해남에 온 지도, 일주일이 흘렀다. 뉴스에서는 내가 게재한 영상으로 떠들썩하지만, 아무도 질문을 올리거나, 나의 입장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다. 기다림이 지쳐간다. 역시 나는 민폐의 존재인가?’
윤솔은 자신이 세운 계획에 진척이 없자, 자신을 폄훼하며, 산에 오르고 있었다.
‘하긴, 나 같은 게 세운 계획이 잘 된다면, 내가 지금 이런 상황이겠어?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못난 하윤솔. 그때 한강에서 죽었더라면, 지금처럼 여러 사람을 곤란하게 만들진 않았겠지?’
윤솔은 걸음을 멈추고 지난번에 보았던 큰 바위를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수정씨에게 제일 미안하네.’
윤솔이 바위에 다가가자, 지난번에 느낀 형용할 수 없는 묘한 느낌이 윤솔을 정복하듯 덮쳐왔다.
윤솔은 그저 이끌리듯 바위로 다가갔다.
그리고, 바위를 손으로 쓸며, 한 바퀴 돌았다.
한 바퀴를 돌고 나니, 윤솔이 땅으로 꺼지듯 사라졌다.
*
수정은 집에서 점심 준비로 분주하다.
‘윤솔씨가 이걸 좋아하려나?’
수정의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
점심 준비를 마친 수정이 윤솔이 돌아왔는지, 집안을 둘러보지만, 윤솔이 보이지 않는다.
‘윤솔씨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나?’
수정은 기다리다,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자, 윤솔을 찾아 나선다.
*
윤솔을 찾아 오솔길에 들어선 수정은, 오솔길 양옆을 살펴보며, 위로 향한다.
하지만, 윤솔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도대체 윤솔씨는 어딨는 거야. 늦으면 늦는다고,’
수정이 순간 멈춰서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혼잣말한다.
‘아, 연락할 방법이 없네,’
그러자, 수정은 윤솔을 소리 높여 외쳤다.
“윤솔씨, 하윤솔씨. 어딨어요. 하윤솔씨. 윤솔씨.”
수정은 윤솔을 외치며, 산 정상까지 올랐지만, 윤솔을 찾을 수 없었다.
윤솔을 찾으려, 수정을 최선을 다해, 산을 뒤졌지만,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수정은 수호에게 연락한다.
수호는 급하게 집으로 돌아오고, 윤솔을 찾기 위해 수정과 합류한다.
수정에게 수호는 화를 내려다 참고, 윤솔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지만, 해가 넘어가도록 찾지 못한다.
둘은 형사로서, 윤솔이 사라지게 된 경위를 천천히 생각해 본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수호였다.
“몇 시에 나갔지? 윤솔.”
“오전에 잠깐 산책하고 온다고 뒷산으로 올랐어.”
“오전이라, 이제 사라진 지, 대략 8시간인가,”
“혹시, 산에서 조난된 건 아닐까? 오빠?”
수호가 잠시 생각을 하다, 수정에게 답한다.
“조난은 아닐 거야. 오솔길을 몇 번이나 다녀봤지만, 위험한 곳은 없어. 단지, 위험한 곳을 들어갔다면 모를까.”
“위험한 곳?”
“혹시 윤솔이 집으로 내려갔을 수도 있으니까, 넌 집으로 가봐, 산은 내가 더 찾아볼게.”
“짐작 가는 데가 있어?”
수정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수정은 실망하지만, 수호의 말대로 수정은 집으로 가 확인하기로 하고, 수호는 산속을 더 찾아보기로 한다.
*
집으로 내려온 수정은 윤솔을 부르며, 집안을 찾아보지만, 역시나 윤솔은 찾을 수 없었다.
수정은 수호에게 집엔 윤솔이 없다는 연락을 하고, 수호는 산속을 더 수색하겠다고 수정에게 말한다.
수호와 통화를 끝낸 수정은 수호와 함께 산속을 수색하기 위해, 집을 나서려는 때, 여러 대의 차가 집 앞으로 들어온다.
수정은 그 모습에 놀란다.
*
산속에서 윤솔을 찾던 수호도 라이트를 환하게 밝힌 여러 대의 차량을 보고, 윤솔을 찾다 말고 수정이 걱정되어 산에서 내려왔다.
*
산에서 내려와 집으로 들어가자, 수사관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수정에게 윤솔의 위치를 추궁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정은 윤솔을 보지 못했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았다.
수호가, 집안으로 들어서자, 수사관들이 수호를 향해 시선을 돌렸고, 수호는 수사관에게 따지듯 말했다.
“당신들은 누군데, 뭐하는 짓이야. 내 동생에게서 떨어져. 당장 이 집에서 나가.”
그러자, 수사관들이 수호를 막아선다.
수호는 수사관들과 대치하며, 수정을 풀어 달라 말했다.
“내 동생 빨리 이리로 보내.”
수호의 말에 수정에게 질문하던 중년남이 수호를 보며, 말한다.
“해남서 정수호 팀장인가?”
중년남은 수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수호가 중년남에게 말했다.
“나를 아는 것 같으니, 그쪽도 정체를 밝혔으면 좋겠는데, 막무가내로 남의 집에 들어왔을 땐, 그 이유가 합당해야 할 거야.”
수호의 말에 중년남이 수호를 빤히 쳐다봤다.
*
윤솔은 눈을 떴다.
온몸이 뻐근하고, 울렁거리며, 속이 매슥거렸다.
‘뭐, 뭐지? 어두워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
어둠만 가득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윤솔은 일어나, 손으로 더듬거리며, 앞으로 걸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뭐, 뭐지? 어디길래 이렇게 넓어.’
윤솔은 계속 더듬으며, 앞으로 걸었다.
그러다, 손에 벽 같은 것이 만져졌다.
‘아, 벽인가 보다. 너무나 축축한데, 기분 나쁘다.’
윤솔은 벽에 손을 데고 벽을 따라 걸었다.
그러다 윤솔은 뭔가 날카로운 것에 손을 베었는지, 손바닥이 쓰렸다.
‘아, 뭐, 뭐지?’
윤솔은 벽에서 묻은 알 수 없는 습기들로 인해, 손에서 피가 나는지, 벽에서 묻은 습기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단지, 손이 쓰릴 뿐이었다.
윤솔은 계속해서, 벽을 따라 걸었다.
삼면, 사면, 보이지 않으니, 출입문을 찾을 수 없었다.
‘칠흑 같은 어둠이 이런 것이구나, 나의 동공이 최대한 확대가 되었을 텐데도 전혀 보이지 않네, 이럴 때 담배를 태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라이터라도 있을 텐데, 난 없네.’
윤솔은 상황이 좋지 않자, 실없는 소리를 했다.
그리고, 다시 떠오르는 생각.
‘설마, 내 소원이 이뤄진 건가? 내가 죽었나?’
윤솔은 순간,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항상 민폐였는데, 이제야 세상과 단절되었구나. 뭐, 소중한 것도, 목표도 생겼지만, 어쩌면, 이 순간 이것이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곳이 지옥이든, 망자의 감옥이든, 이대로 모든 게 끝난 것이면 좋겠다.’
윤솔은 어느덧 죽음과 어두운 생각, 절망이 몸에 배어있었다.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바닥도 습기 때문인지 축축했다.
그리고, 비릿한 냄새가 윤솔의 코끝을 자극했다.
‘피, 피비린내.’
윤솔은 보이지 않는 자신의 손을 들어 손으로 만지고 냄새를 맡아 보았다.
‘피가 났구나. 죽은 건 아니네. 칫. 그럼 이곳은 뭐지?’
윤솔이 공간에 대해 의문이 일자, 윤솔의 본능적인 호기심이 발동했다.
‘내가 죽은 것도 아니고, 이곳은 지옥이 아니라면, 이 칠흑같은 공간에 내가 어떻게 들어왔지?’
윤솔은 잠시 생각하고, 다시 일어나, 벽을 위아래로 손으로 살피며, 뭔가를 찾기라도 하듯, 더듬었다.
윤솔의 손에 무엇인가가 잡혔다.
손에 집힌 물건을 조심스럽게 들어 양손으로 집어 본다.
십자 모양으로 생긴 것이 칼 같았다.
‘칼인가?’
윤솔은 칼을 들고 또 더듬었다.
하지만, 별다른 것을 찾지는 못했다.
윤솔은 목이 말라왔다.
‘이런 때에도 목은 마르네, 참.’
윤솔은 멍하니 벽에 기대고 앉아 사뭇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가 독방에 있는 듯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윤솔은 그저 숨만 쉬고 있을 뿐이었다.
‘나갈 방법은 없고, 구출될 가능성도 없다.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구나.’
윤솔은 칼을 만지작거렸다.
칼날은 주먹 세 개 정도의 크기였는데, 윤솔이 한 손으로 칼을 쥐자, 윤솔의 손에 맞춘 듯, 꼭 들어왔다.
윤솔은 칼끝을 복부에 대어 보았다.
*
수호와 수사관들은 아직 대치 중이었다.
수정은 수호의 뒤에 자리하고 있었고, 수호는 중년남에게 물었으나, 답이 없자, 전화길 꺼내 전활 하자, 수호의 집에서 물러난다.
중년남을 필두로 수사관으로 보이는 이들이 모두 집에서 나가, 차를 타고 집을 떠난다.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한 수호는 수정을 소파에 앉힌다.
“괜찮아? 어디 다친 곳은 없고?”
“응, 오빠.”
“저 새끼들 정체가 뭐야?”
“경찰, 정보부 소속이래.”
수정의 말에 수호는 언성이 올라간다.
“뭐? 정보부? 같은 경찰이라고?”
“응.”
“미친, 그럼 경찰까지 윤솔을 찾고 있다는 거야?”
“응, 윤솔씨가 병원에 있을 때, 병원으로 찾아온 사람들은 광수대 소속이었어.”
“그럼, 처음부터 경찰이 끼어있었다는 거네?”
“응.”
수정에게 물을 갖다주며, 수호가 다시 묻는다.
“그런데, 왜 순순히 떠나지?”
수호가 가져다준 물을 마시고, 수정이 답한다.
“여기에 없다고 판단했을 거야.”
“뭐? 왜?”
“영상에 찍힌 장소와 달랐으니까.”
“아, 그래도.”
“내가, 공항에 데려다줬다고 거짓 진술했으니까.”
“뭐?”
수호는 수정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수정은 컵에 있는 물을 마저 다 마시고, 입을 열었다.
“윤솔씨가 집에 없어서 다행이야.”
수정의 말에 수호는 다시 윤솔을 찾으러 가야 할지 망설여졌다.
정보부 수사관들이 철수한 듯하지만, 얼마나 남아서 수정이나, 수호를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었기에, 수정도 수호도 선 듯, 산으로 윤솔을 찾아 나서지 못하고 집에 둘이 대화만 나눌 뿐이었다.
*
윤솔은 배에 대어 본 칼끝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것을 끊을 수 있는,’
윤솔의 머릿속에는 죽음의 단어로 세상을 끝내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 이제 끝내자 윤솔.’
순간 윤솔은 망설임도 없이 그대로 베에 칼을 밀어 넣었다.
그런데, 고통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이제, 모두가 끝났으면 좋겠다.’
윤솔은 칼을 마저 다 밀어 넣었다.
그러자, 윤솔의 의식이 희미해져 갔다.
의식이 아니 윤솔의 눈이 감겼다.
그리고, 윤솔은 그대로 쓰러졌다.
*
수정과 수호는 둘이 마주 보고 앉아, 윤솔 걱정에 서로를 바라보고 있을 뿐 딱히 대화가 없었다.
수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빠, 윤솔씨 흔적은 찾았어?”
수정의 말에 수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대답했다.
“아니, 전혀, 윤솔이 산에 오른 건 확실해?”
“응.”
“큰일이네, 윤솔에게 지금 상황을 알려 줘야 할 텐데.”
수정과 수호는 지금이라도 윤솔을 찾기 위해 산을 오르고 싶었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고, 서로 바라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
윤솔은 어둠에 갇혀 죽은 듯 누워있었다.
*
산 위 하늘엔 별이 밝게 빛나고, 시간이 흘러, 별빛은 사라지고, 하늘에 어둠이 밀려오더니, 이내 붉은 빛이 동녘에서부터 퍼지듯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수정과 수호는 뜬눈으로 밤을 보냈다.
수호가 일어나, 수정에게 묻는다.
“커피 한 잔 줄까?”
“응.”
수호는 커피를 내리며, 수정을 바라본다.
“수정아, 너 오빠랑 해남서로 가자.”
“그럼, 윤솔씨는,”
수호는 시간을 보더니, 수정에게 말한다.
“그럼, 운동하듯 산으로 올라가자, 놈들이 미행할 수 있으니까, 흔적을 찾더라도, 눈에만 익혀두고, 놈들을 따돌리면, 그때 찾자.”
수호의 말에 수정이 고개를 끄덕인다.
“다행히 오늘 내가 비번이니, 서두르지 말고, 알았지?”
“응.”
수정과 수호는 가볍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
해가 뜨고 바위에도 빛이 들자, 빛이 든 땅 위로 윤솔이 쓰러져 있다.
윤솔은 몸을 움찔하고는 의식이 돌아왔는지, 눈을 뜬다.
‘뭐지? 어제, 내가 꿈을 꾼 건가?’
윤솔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윤솔은 힘겹게 몸을 일으켜 바위에 기대고 숨을 돌렸다.
‘뭐가 어떻게 된 거지?’
윤솔은 자신에게 칼을 찌른 것이 기억나서 배를 만져보지만, 상처가 없었다.
하지만, 옷은 칼에 찔린 듯 구멍 나 있었다.
‘꾸, 꿈이 아닌가? 하지만, 어떻게?’
윤솔은 이해가 되지 않아, 사고가 정지됐다.
*
수정과 수호는 준비를 마치고, 산으로 오르기 위해 집을 나섰다.
선작 좋아요는 작가의 큰 힘이 됩니다.
- 작가의말
12화 ‘미션은 없지만, 불현듯 이벤트가 생겼다.’편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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