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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한 컵 망상 한 수저

이생망 백수가 세상을 씹어먹음

웹소설 > 일반연재 > 드라마, 현대판타지

parkpd
작품등록일 :
2022.10.28 09:56
최근연재일 :
2022.12.05 21:54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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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71
추천수 :
143
글자수 :
188,7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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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0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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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회귀도 환생도 못 했지만, 친구가 내민 손을 잡았다.

본 콘텐츠에 등장하는 지역명, 명칭, 브랜드, 단체, 공공기관, 종교, 인물, 건물, 배경, 법문 등 모든 것들은 창작으로 현실과 관련 없는 내용으로 구성 되어있고, 실제와 다르며, 콘텐츠에 등장하는 모든 내용이 창작된 것으로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




DUMMY

<회귀도 환생도 못 했지만, 친구가 내민 손을 잡았다.>

이생망002.jpg

윤솔은 선술집에서 나와 정처 없이 걸었다.

술은 윤솔의 상처뿐인 마음을 조금은 행복하게 위로해 주었고, 지금 불고 있는 바람은 윤솔의 근심을 씻어 주었다.

윤솔은 그런 바람을 맞으며 행복을 느꼈다.


윤솔은 그 행복을 더 느끼기 위해 계속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걷다 보니 술기운이 가시고, 행복한 바람도 이젠 느껴지지 않았다.

윤솔은 현실로 돌아왔다.


‘일장춘몽.’


윤솔이 뱉은 외마디였다.

술기운이 가신 윤솔은 나락으로 빠지듯 점점 어둠 속으로 빠져들었다.

한강으로 뛰어든, 그날처럼,


힘없는 윤솔을 누군가가 잡아끄는 듯 윤솔은 거부도 하지 않은 채, 생각과 의지가 없는 듯 좀비처럼 어딘지도 모를 곳으로 향해가고 있었다.

윤솔이 좀비처럼 걸어 향한 곳은 한강 다리 위였다.


‘역시, 날 이끄는 곳은 이곳이구나, 그래도 오늘은 진수성찬을 맛보고 갈 수 있어 행복하구나.’


윤솔은 다시 뛰어내릴 결심을 한 듯, 한강 다리 난간을 붙잡고 서서, 다리 위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다리 아래도 쓰러지듯 몸을 던졌다.


‘고맙다. 세상아.’


윤솔은 또다시 강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번엔 진짜. 끝났으면 좋겠다.’


윤솔은 어둠 속으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윤솔의 몸은 차가웠다.


*


윤솔의 심장이 멎은 듯 응급실은 시끄러웠다.

의사는 윤솔의 심장을 쉼없이 마사지했고, CPR을 하고 있었다.

그 후로도 반응이 더디자, AED(제세동기)를 사용해 심장을 깨우고 있었다.

응급의 사이로 숨이 멎어 반응이 없는 윤솔을 지율이 간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


윤솔은 눈꺼풀이 무거운지 힘겹게 눈을 뜨고, 그런 윤솔의 눈에 들어온 것은 새하얀 천정이었다.


‘뭐야. 또 실패야? 역시 실패한 인생은 뭘 해도 실패구나.’


윤솔은 혼자만의 생각을 하고 병실 천정을 유심히 보다, 실없는 생각을 떠올랐는지, 피식 웃으며,


‘뭐, 게임인가? 죽지도 않고, 같은 곳에서 눈을 뜨다니.’


윤솔이 고개를 돌려 좌우를 보자, 아무도 없었다.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윤솔은 한숨을 쉬며, 일어나려 하는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뭐, 뭐지?’


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지율이 어디론가 뛰어간다.

그리곤, 의료진과 함께 들어온다.

의사는 윤솔에게 펜라이트를 눈에 비춰보곤, 간호사가 링거를 새로 달더니, 링거에 색이 다른 것을 몇 개 더 달고, 간호사는 차분한 목소리로 지율에게 말했다.


“이것 다 들어가면, 퇴원해도 됩니다.”


지율은 알았다고 말하고, 윤솔을 뚫어질 듯 쳐다보더니, ‘미친놈’이라 소리친다.

윤솔은 지율의 말에 머리가 띵해졌다.


“미친놈아. 목숨이 그렇게 쉽냐? 쉬워?”


지율 말에 윤솔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윤솔은 자신의 목숨이 쉽다고 말하고 싶었다.

아무것도 없는 실패한 쓰레기 같은 게 바로 자신의 인생이자 목숨이었다고,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조용히 두 눈에 촉촉하게 눈물이 스미고 있을 뿐이었다.

지율의 눈에도 눈물이 스미고 있었다.

두 남자는 서로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


두 남자는 병원에서 나와 해장국집으로 향했다.

해장국을 시켜, 호호 불며 먹고는 조용한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둘 사이에는 한마디 말이 없었다.

침묵을 깨고 먼저 입을 연 것은 역시나 지율이었다.

지율은 윤솔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윤솔, 내일부터 출근해줘.”


지율의 말에 윤솔은 단호히 거부했다.

이유는 같았다.

실패한 자와 사업하면, 같이 실패할 뿐이라는 것이었다.

윤솔은 지율에게 너무나 당연한 말을 했다.


“일은 일등과 하는 것이고, 사업은 성공한 사람과 하는 것이다. 실패한 사람과 망한 회사 직원과는 일도 사업도 같이하면 안 돼. 지율. 잘 기억해.”


지율은 윤솔의 말을 이해하면서도, 윤솔과 일을 꼭 같이하고 싶었다.


“윤솔, 너의 생각은 중요치 않아. 내일부터 우리 회사로 출근해.”


지율은 윤솔에게 자신의 명함을 주고, 이번엔 지율이 윤솔 보다 먼저 카페를 나섰다.

윤솔은 카페에 혼자 남아, 지율이 주고 간 명함을 바라보고 있었다.


[EM Game & Entertainment]

[Ceo 구지율 (Ji yul, Gu)]

[서울시 마홍구...]


‘하필이면, 회사가 방송국 근처에 있네.’


윤솔은 그 이후로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자리에서 고민했다.


*


지율은 회사로 들어와 광고사업부 정재희부장에게 연락한다.

재희는 대표실로 올라오고, 지율은 재희에게 윤솔이 내일부터 출근할 수도 있으니, 자리를 만들라고 하자, 재희는 반대한다.

재희는 사전 논의도 없이 결정한 지율에게 화를 내지만, 지율은 원만한 선에서 정리한다.


“재희씨, 정부장. 영구적으로 들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번 수익모델을 기획하는 프로젝트로 같이 일하자는 거야. 그러니까 정부장 위로 간다거나, 정부장 일을 흔들 일은 절대 없으니, 너무 거부만 하지 말아줘.”


재희는 지율이 말을 바꾸거나, 음흉한 수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지율의 말을 믿고, 지율의 말대로 광고사업부 구석에 자리를 정리해서 만들었다.


다음날.


지율은 윤솔이 출근하기를 기대하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대표실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윤솔은 출근하지 않았다.


*


윤솔은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솔은 어두운 고시원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불도 켜지 않은 채 지율의 명함을 손에 쥐고, 고민하고 있었다.


‘실패자는 너 하나로 족해, 누굴 더 무덤으로 끌고 가려 하냐. 하윤솔. 넌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 거야. 너의 존재가 세상에 민폐인 것처럼.’


윤솔은 지율의 명함을 손에서 놓치고, 고개를 떨군다.


*


윤솔이 출근하지 않자, 지율은 초조했다.

윤솔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한 것은 기발한 상상력으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해 줄 기대감으로 제안했지만, 지금은 윤솔의 안위가 더 걱정돼, 결정한 일이었다.

그런데, 윤솔이 출근하지 않았으니, 걱정되어 마음이 초조한 지율이었다.


지율은 재희에게 연락해 윤솔이 출근했는지 몇 번이나 물었으니, 출근하지 않았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광고사업부에 자리를 만들고, 윤솔을 기다린 지 3일이 지났다.

지율은 윤솔을 포기할지 고민했지만, 위기에 처한 친구가 아니던가.


‘그래 구지율, 윤솔이 그냥 친구냐? 중고등학교 6년 내내 붙어 다녔던 친구가 아니더냐. 내가 손을 놓으면, 정말 끝일지도 모르잖아.’


지율은 더 기다리지 않고, 전화를 걸고 또 건다.

받을 때까지 걸었다.

열통, 스무통, 서른통, 지율은 계속 손을 내밀었고, 윤솔은 아직 그 손을 잡지 못했다.


*


윤솔은 아직 어두운 토굴에서 지율의 전화기를 보며, 고민하고 있었다.

지율의 이름이 찍힌 부재중 통화는 120이란 숫자가 찍혀 있었다.


‘지율아, 나 정말 어쩌란 거냐. 너까지 망가뜨리기 싫다. 지율아.’


전화기 액정엔 부재중 통화 건수가 점점 더 쌓였다.


[부재중 통화 구지율 130]

[부재중 통화 구지율 135]

[...140]

[...145]

.

.

.

.

.

[...215]


지율의 부재중 통화 숫자가 쌓일수록 윤솔은 가슴이 아팠다.

그렇게, 날은 저물고, 다시 태양이 얼굴을 내밀었다.


*


EM 본사

광고사업부 전화벨이 울리고, 여직원이 뛰어와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광고사업부. 허인해 입니다. 자 잠시만요, 확인해 볼게요.”


인해는 서둘러, 재희에게 전화통화로 의견을 묻는다.


“부, 부장님, 지금 하윤솔씨가 로비에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사무실로 보내라고 할까요?”

“아, 아니, 내가 지금 회사 앞이니까, 내가 하윤솔씨를 데리고 갈 테니까, 기다리라고 하세요.”


재희의 말에 인해는, 윤솔을 로비에 대기하라는 재희의 말을 전달한다.


*


결국 윤솔은 로비에서 서성이며, EM 시설을 구경한다.

윤솔은 마음이 무거웠지만, 윤솔의 호기심 본능이 이성과 감정을 이기고, EM 로비층 여기저기를 누비며,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와, 게임사업이 이렇게 화려한 사업이었나?’


윤솔은 유리 상자 속 게임 캐릭터와 코스튬이 화려하게 전시되어있는 것을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양복을 멀끔히 차려입고, 어린아이 같은 표정으로 게임 피규어를 구경하고 있는 윤솔을 본 재희는 피식 웃고,


‘아직도 저런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 다 있네. 흐흣.’


재희는 안내직원에게 광고사업부를 찾은 사람을 묻자, 직원은 손바닥을 펴 손으로 윤솔을 가리키고, 안내직원의 손이 가리키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재희, 그곳에는 피규어를 신기한 듯 구경하고 있는 짙은 회색 정장 차림의 30대 남자가 있었다.


‘저 사람은?’


안내직원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재희는 윤솔에게 다가갔다.


“저, 광고사업부로 출근하기로 한,”

“...네. 하윤솔이라고 합니다.”


윤솔이 내민 손을 못 본 듯, 자신을 따라오라 말하고, 광고사업부로 안내한다.


*


재희를 따라 사무실로 올라온 윤솔은 어색해서인지, 어깨가 쪼그라드는 느낌과 처음 만나는 사람들로 인해 긴장하고 있었다.

사무실 직원들은 모두 윤솔을 주목했다.

재희는 먼저 부장실로 윤솔을 안내하고, 재희는 윤솔을 의자에 앉히고, 환영 인사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대표님, 친구라 들었는데, 맞아요?”


윤솔은 재희의 말에 순순히 대답했다.

부장실 취조실 분위기에, 윤솔에게 질문하는 재희가 여형사 같았다.

딱딱한 어투와 냉랭한 어감이 긴장하고 있는 윤솔을 주눅 들게 했다.


“윤솔씨 그런데, 우리 어디서 본 적 없어요?”

“...네?”


재희는 윤솔을 유심히 보며, 부서의 업무를 간략히 설명했다.

그리곤 밖으로 나와 직원들에게 소개하고, 윤솔이 일할 자리를 알려주었다.

윤솔은 자신이 일할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러자, 인해가 윤솔에게 와서 자신을 소개하며,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얘기하라 한다.


“아, 허인해씨, 혹시 저는 PC가,”

“아, 노트북이 지급될 거예요.”

“노트북은 언제?”


인해가 남직원에게 가서 묻고 다시 윤솔에게 알려준다.


“노트북은 내일 지급 될 거라고 하네요. 그리고 저분은 임성한 대리님. PC에 관해 모르는 게 없어요.”

“아, 네.”

“그럼, 궁금하신 건 더 없으시죠?”


인해의 말에 윤솔은 괜찮다고 말하고, 자리에 앉아 직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 보고 있었다.

직원들이 모두 PPT 문서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윤솔은 문서들을 유심히 훑어보았다.


‘광고 수주 기획이라,’


윤솔은 조용히 가방에서 다이어리와 펜을 꺼내 그들이 기획하고 있는 내용을 간략히 번호를 매겨 적어 보고 있었다.


‘이런 플랫폼에 광고를 진행할 사람들이 있다는 건가? 게임 PPL은 유행간지 오랜데, 아직 기획하고 있다는 게, 흠.’


윤솔은 자리에서 일어나, 직원들의 PC를 한 발 뒤에서 스치듯 살펴보며 지나쳤다.

호기심 본능이 발동한 윤솔은 광고사업부 모니터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한 바퀴 둘러본 윤솔은 자리에 앉아, 다이어리에 다시 적기 시작했다.


‘허인해씨는 수주한 광고 데이터를 수집, 생산하고 있고, 임성한대리는 플랫폼 내 광고 확장성을 기획하고 있고, 나머지 세 사람은 새 광고주에게 제안할 PPT 문서를 작성하고 있구나.’


열심히 자신의 업무에 여념 없는 직원들을 보자, 윤솔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나도, 다시 저 열정을 태울 수 있는 건가?’


쓰고 있던 펜이 멈추고, 직원들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모두,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멋있었다.

적어도, 윤솔의 눈에는 그리 보였다.

그때, 사무실로 지율이 들어왔다.


윤솔과 눈이 마주친 지율은 눈짓으로 윤솔에게 따라오라 신호를 보내고, 지율의 눈빛을 이해한 윤솔은 지율을 따라나선다.

지율과 윤솔은 대표실로 향하고, 대표실에 마주한 둘은 마주하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때 비서가 차를 가져왔고, 지율은 차를 한 모금한 후, 입을 열었다.


“윤솔아, 와줘서 고맙다.”

“어? 아, 어.”


윤솔은 지율이 자신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에, EM에 나오기는 했지만, 아직 자신이 민폐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한 상태였다.

그에 반해, 지율은 윤솔이 자신의 회사에 와줘서 너무나 고마웠다.

지율은 윤솔이 자신의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힘이 났다.


“윤솔아, 사무실 직원들과는 인사했어?”

“어? 아, 아니, 아직, 다들 바쁘던데? 새 광고주 제안하랴, 플랫폼 기획하랴, 데이터 생산하랴. 사업부라는 건 항상 바쁘잖아.”


지율은 윤솔의 말에 놀랐다.

사무실 자리에 앉은 지 얼마 되지도 않는 그 짧은 시간에 부서 업무를 파악했다는 것이 믿기질 않았다.


‘역시, 윤솔. 이 녀석은 인재였어.’


지율은 차를 마시고, 윤솔과 함께 광고사업부로 갔다.

광고사업부 부장인 재희를 부르고, 광고사업부 점심은 자신이 내겠다며, 재희와 부서원들에게 통보하고, 자리를 떠났다.


윤솔은 자리에 앉아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되고, 사업부 직원이 모두 지율이 지정한 식당으로 이동했다.

윤솔도 축 처진 어깨를 힘겹게 이고, 직원들 뒤를 따랐다.


*


식당 내에 마련된 룸으로 들어간 부서원과 윤솔이 자리를 잡고 앉자 지율이 들어왔다.

지율이 들어오자, 직원들은 재희의 옆자리에 앉기를 권했으나, 윤솔의 앞자리가 빈 것을 보고 윤솔 앞에 앉았다.

지율의 행동에 직원들은 모두 윤솔을 보았다.

왠지 상황이 윤솔에게 좋지 않게 작용하는 분위기가 느껴지자, 지율은 서둘러 입을 열었다.


“아 오늘은 새로 광고사업부에 자리하게 된 하윤솔씨를 위한 자리니까, 대표인 내가 윤솔씨 앞에 앉는 게 당연한 겁니다. 여러분들 오해 없으시길, 내가 제일 아끼는 건 정재희부장이란 걸 다들 알잖아요? 자, 그러지들 말고 우선 잔을 좀 채웠으면 하는데,”


지율의 말에 재희의 앞자리에 앉은 남직원이 잔을 모으며 말한다.


“오늘의 병권은 저, 과장 유지환이 맡도록 하겠습니다. 대표님.”

“아, 그래요. 오늘 균등 분배 부탁해요.”

“네, 대표님.”


지율의 말에 지환은 폭탄주를 말고, 직원들 앞에 한 잔씩 돌린다.

잔이 각자에게 돌아가자, 잔을 들며,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율.


“오늘, 새로운 식구도 오고 했으니, 즐겁게 드시고, 광고사업부 매출도 더 늘었으면, 좋겠네요. 자, EM! EM!”


지율이 EM을 외치자 직원들은 다 함께 ‘화이팅!’을 외치고 잔을 비웠다.

윤솔도 얼떨결에 ‘화이팅’을 외치고 잔을 비웠다.

잔을 비운 윤솔을 보자 지율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리고, 윤솔을 시작으로 폭탄주로 파도타기가 시작되었고, 배도 채우고 취기도 살짝 오를 타임에, 직원 중 한 남자 직원이 일어나, 윤솔을 보며, 말했다.


“하윤솔씨? 저 윤솔씨 기억하는데.”


남자의 말에 윤솔은 갑자기 당황하며, 옆에 있던, 인해에게 누군지 묻는다.

인해는 광고를 기획하고 광고주에게 제안하는 이른바 광고 관리 담당인 AE 강산해 대리라고 소개한다.

상대가 누군지 알게 된 윤솔은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AE라... 광고주를 두고 경쟁 PT라도 했던 건가?.’


윤솔의 생각이 적중했다.

남자는 윤솔에게 패션광고주를 들먹이며, 기억하냐고 말했고, 윤솔은 그때 일을 말했다.


“아, 그 브랜드는 방송광고와 협찬 온라인 크로스 광고까지, 팩키지로 계약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게 뭔가 문제라도 있었나요?”


윤솔의 말에 산해는 분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에 거품을 물 듯 말한다.


“그때 우린, 하윤솔씨에게 진 것이 아니라, 방송사 이름에 진 겁니다. 우리 기획은 나쁘지 않았다고요.”


윤솔은 산해의 말에 토 달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긴장이 좀 풀렸는지, 웃으며 말한다.


“네, 강산해대리님 그때 EM에서 제안했던 내용 나쁘지 않았어요. 저도 인정합니다.”


윤솔의 말에 산해의 표정이 반색했다.


“그렇죠? 그렇다니까요.”


산해는 갑자기 잔을 들고 일어나며, 윤솔에게 다가가 건배를 권했고, 윤솔도 산해의 잔과 부딪히며, 같이 잔을 비웠다.

그리고, 잔이 채워진 순간, 산해의 말에 재희도 집히는 게 있는지 눈썹이 흔들렸다.


“아, 그래그래, 기억났어. 하윤솔. 아니 하윤솔 피디.”


재희는 취기 때문인지, 화가 났는지 표정에 변화는 없었지만,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눈이 충혈된 상태가 되어, 윤솔을 노려봤다.

겁먹은 윤솔을 보며, 화를 가라앉히고, 조용히 얘기한다.


“윤솔씨는 식사 끝나고 이따 나하고, 얘기 좀 해요.”

“...네? 네.”


윤솔의 눈빛에 압도당한 윤솔은 홀린 듯 대답만 할 뿐 아무런 반항도 감정도 전달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을 본 지율은 그저 웃음이 나왔다.

한창 웃고 있는 지율을 본 재희가 한마디 던진다.


“대표님, 뭐가 그렇게 즐거워서 계속 웃고 있어요?”

“아니, 내가 광고사업부 회식 자리도 많이 가져 봤지만, 이렇게 전투적이고 화기애애한 회식은 처음인 것 같아서 말이지, 너무 즐겁네. 나는.”


지율의 말에 부서원들은 모두 서로를 번갈아 가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느꼈다.

생산적인 모습들을, 서로의 마음을 열어 놓고 이야기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출해 내는 회식의 의미를 그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윤솔은 인해에게 자신의 반대편 끝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키며, 물었고, 인해는 디자인과 MD상품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신제니 대리라고 소개한다.

그러자, 윤솔은 외국인이냐고 묻고, 고개를 끄덕이며, 미국 괌 출신이라고 말한다.


화장실을 갔다 온 지율이 시간을 보고, 재희에게 눈짓하자, 재희는 인해에게 계산을 부탁한다.

식당에서 나온 광고사업부원은 사무실로 향하고 지율은 재희와 윤솔과 함께 대표실로 올라왔다.


*


대표실로 들어온 셋은 소파에 자리하고, 지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부장, 난 하윤솔씨를 새로운 수익사업의 키로 사용하고 싶어.”


지율의 말에 재희는 딱히 말이 없었다.

아니, 지율이 마음을 굳힌 것 같아, 반론할 명분이 없었다.

반대하려면, 재희가 윤솔을 잘 알아야 하는데, 윤솔에 대한 정보가 없었다.

있는 정보도, 경쟁PT에서 자신을 이긴 불리한 정보뿐, 반론을 펼 명분이 되지 않았다.


재희는 딱히 윤솔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단지, 못마땅하게 여기는 건, 불공정한 입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재희가 입을 열었다.


“그럼 하윤솔씨 건은 특별 채용이 되는 건가요? 대표님?”


재희의 말에 지율이 머뭇거리며, 말을 하려 하자, 윤솔이 지율 보다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아닙니다. 정재희 부장님.”


윤솔의 말에 지율과 재희는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윤솔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구지율대표와 정재희부장에게 말하지만, 전 EM의 직원이 될 자격이 없어요. 말 그대로 EM대표인 구지율대표의 지인으로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외부인입니다. 이것은 확실히 해 주세요.”


윤솔의 말에 재희는 걱정을 덜었다.

재희가 윤솔을 거부했던 것은 불공정 입사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EM이란 회사가 큰 회사는 아니지만, 벤처 회사로서 EM에 입사하기 위해, 많은 청년의 선망하는 기업이고, 현재 입사해 다니고 있는 직원들도 숱한 경쟁을 뚫고 입사한 것이기에, 그들이 역차별을 당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 윤솔 입사를 반대했었다.

하지만, 윤솔 확실한 답을 주었기에, 재희가 윤솔을 반대할 이유가 사라졌다.


재희는 안도의 표정을 짓고 지율을 보았다.

지율은 윤솔의 단호한 표정을 보았다.

윤솔의 단호한 표정은 지율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고 생각한 굳은 결의가 담긴 표정이었다.

지율은 만족한 표정으로 윤솔을 보며 입을 열었다.


“뭐, 윤솔 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지. 단, 보수는 내가 별도로 책정하겠어. 정부장 이의 없지?”


재희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업무에 관한 내용은 내일 다시 얘기합시다. 윤솔의 의견도 들어봐야 하니까.”


지율의 말에 재희와 윤솔이 일어나, 대표실을 나가려 하자, 지율은 윤솔을 따로 부른다.

윤솔은 대표실에 남고 지율은 윤솔에게 주소가 적힌 종이를 주며 말한다.


“윤솔아 이곳으로 이사해.”


윤솔은 지율이 준 종이를 보고,


“오피스텔?”

“응. 거기로 이사해.”

“이건, 왜?”

“왜긴, 네가 걱정되니까 지.”


윤솔이 답하지 않고 망설이자, 지율이 단호하게 말한다.


“여기에서 사는 것도, 보수에 책정된 거니까, 여기서 안 살면, 계약 위반이야. 하윤솔.”


윤솔은 지율이 너무나 감사했다.

나락에 떨어진 자신을 잡아주는 것도 모자라, 수렁에서 건져주니 어떻게 지율을 바라봐야 할지 몰랐다.


“고, 고마워.”

“나도, 너도 이제부터 하나씩 해결해 나가보자. 하윤솔.”


윤솔은 빛나는 미소를 가진 지율을 보며,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그리고, 다짐한다.


‘구지율, 은혜는 꼭 보답할게.’


*


윤솔은 고시원으로 돌아와 짐 정리를 한다.




선작 좋아요는 작가의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2화 ‘회귀도 환생도 못 했지만, 친구가 내민 손을 잡았다.’편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독자님의 많은 성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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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윤솔은 없지만, 법인 설립은 준비 중이다. 22.12.05 70 1 13쪽
29 수사는 계속되지만, 미궁으로 빠져든다. 22.12.04 52 1 13쪽
28 기억은 없지만, 그림자를 쫓고 있다. 22.12.02 50 1 13쪽
27 죽음의 진실로 분노가 일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22.12.01 55 1 14쪽
26 대통령이지만, 그들은 부정한 존재일 뿐이다. 22.11.30 65 2 12쪽
25 능력은 비밀로 하려고 했지만, 비밀을 지키는 건 쉽지 않다. 22.11.29 63 2 13쪽
24 개인적인 복수라 생각했지만, 모두의 복수가 되어 버렸다. 22.11.28 63 2 14쪽
23 비밀인 것 같지만, 비밀이 아니다. +2 22.11.26 68 3 13쪽
22 살해당한 것에 불만은 없지만, 복수는 해야겠다. 22.11.25 78 2 13쪽
21 의혹이 있었지만, 진실은 밝혀졌다. 22.11.24 67 4 13쪽
20 본인이지만, 설명할 방법이 없다. 22.11.23 69 3 15쪽
19 언데드는 아니지만, 정체를 규명하기란 쉽지 않다. 22.11.22 73 4 13쪽
18 생환은 했지만, 존재는 알 수 없다. +2 22.11.21 77 2 13쪽
17 현실이지만, 판타지가 되었다. 22.11.19 72 2 13쪽
16 엔딩을 만들고 싶었지만, 엔딩은 허락되지 않았다. 22.11.18 82 4 13쪽
15 윤솔은 죽음이 소원이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22.11.17 82 6 12쪽
14 현실에선 총에 맞으면, 과다출혈로 사망한다. 22.11.16 84 5 14쪽
13 무협은 아니지만, 무공이 생겼다. 22.11.15 86 7 12쪽
12 미션은 없지만, 불현듯 이벤트가 생겼다. 22.11.14 83 3 12쪽
11 스킬은 없지만, 방법은 강구 했다. 22.11.12 94 2 13쪽
10 소드마스터는 아니지만, 칼질은 좀 합니다. 22.11.11 99 2 12쪽
9 해리슨포드는 아니지만, 갑분 도망자가 되었다. 22.11.10 97 2 15쪽
8 SSS급 힐러는 없지만, 현실엔 유능한 메딕이 있다. 22.11.09 105 4 13쪽
7 서머너는 아니지만, 때론 정의가 소환된다. 22.11.08 100 4 15쪽
6 이능력은 없지만, 죽음을 마주한 경험은 무적이 된다. 22.11.07 106 3 12쪽
5 상태창은 없지만, 인맥은 계획을 완성 시킨다. 22.11.05 110 4 13쪽
4 초능력은 없지만, 그럴듯한 판을 짜다. 22.11.04 130 6 13쪽
3 판타지는 없지만, 경험은 창의력에 도움이 된다. +4 22.11.03 159 15 25쪽
» 회귀도 환생도 못 했지만, 친구가 내민 손을 잡았다. +2 22.11.02 206 14 21쪽
1 죽지 못한 현실에선 환생도 회귀도 없다. +15 22.11.01 427 32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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