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3월 11일 일요일
젠장.
술을 너무 많이 마셨다.
어젯밤 대학 동창들을 만나며 술을 들이켤 때, 물론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숙취가 심한 편이라 술을 마신 다음 날 하루가 고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분위기에 취해 다음날 따윈 다음날에 고민하자고 생각했다.
술.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나는 서울에 올라와 친구 송의 집에 잠시 머물고 있다.
송은 날 위해선지 자신을 위해선지 그 날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쥐어뜯으며 잘되지 않는 호흡을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내 몸은 이미 내 몸이 아니었다.
술을 먹고 하루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입에서 술 냄새가 올라온다.
웩.
토를 몇 번째 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어제 분명 버스를 타고 집에 비틀대며 오면서 지니고 있던 물건들을 안 잊어버린 게 정말 신기할 정도로 나는 술을 많이 마셨나 보다.
오늘 아점저는 순대국밥.
너로 정했다.
오후 늦게 일어나 비척비척 옷을 갈아입으며 모자를 꾹 눌러 쓴다. 씻을 힘도 없다.
모자를 눌러 쓴 이후 먼 여정을 떠난다.
순대국밥을 먹기 위해서는 10분을 걸어야 하기에 추운 날씨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순대국밥을 위해, 지친 내 몸을 위해 천천히 걸어간다.
하, 이모…….
국밥 1인분 주이소!
나는 정신없이 국밥을 먹는다.
살아남기 위해.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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