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 컴퍼니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20.01.08 14:53
최근연재일 :
2020.09.18 03:58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34,908
추천수 :
1,015
글자수 :
223,385

작성
20.06.01 12:48
조회
3,319
추천
41
글자
12쪽

회귀의 정석.

DUMMY

갑자기 눈앞이 번쩍 거리고 가눌수 없는 몸에 무자비한 폭력이 쏟아졌다. 본능적으로 바닥에 몸을 웅크린 준영은 지금 왜 처맞고 있는건지 궁금해졌다.

“일어나 새끼야!”

멱살을 잡고 끌어올리는 놈과 눈이 마주쳤다. 음······ 모르는 놈인데······ 그래도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겠다. 빡빡 깍은 머리, 똑같은 복장에 똑같은 시설물들. 학교네. 아 젠장 너무한거 아니냐 하아······

“하! 이 새끼 덜 맞았네? 니가 지금 한숨셨냐?”

짝! 눈앞이 번쩍이며 고개가 돌아갔다. 학창시절엔 그리 좋은 추억이 없는데 어째서 이 시점으로 회귀한걸까?

“대답 안하지!”

짝! 다시 고개가 반대쪽으로 돌아가며 이놈이 누군지 기억났다. 흔한 클리셰처럼 학교 이사장 손자였던가? 한마디로 학교를 틀어잡고 있는 놈이다. 그에 비해 자신은 근본 없는 고아새끼였고. 아니지. 돈 많은 고아 새끼였지.

그러고 보니 기억나네. 고아새끼가 수십억 재산을 상속 받았다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친척들이랑 기자들이랑 호구새끼 뭐 뽑아 먹을거 없나 싶어 어슬렁 거리는 놈들 때문에 한창 피곤하던 시기였다.

얼마나 피곤 했냐면 학교 양아치들 마저 억소리에 삥 뜯어보겠다고 찝적거리는게 짜증나 한바탕 했었지. 근데 내가 이놈을 어떻게 죽였더라? 지금은 아니였던거 같은데 뭐. 상관없나?

시끄럽게 멱살잡고 떠드는 양아치의 목젖을 후려치자 컥! 하는 단말마와 함께 멱살을 놓치곤 자기 목을 부여잡고 켁켁거렸다. 자유의 몸이 된 기념으로 사타구니를 올려차니 비명도 못지르고 몸이 베베꼬인다.

“이 새끼가 미쳤나!”

“야! 성준아 괜찮아?”

빌붙어 다니던 병신들이 멍하니 있다가 곧 정신을 차리곤 우르르 몰려와 준영을 쓰러트리곤 밟아대기 시작했는데 뭐랄까 참 어설펐다.

종말의 시대에 참치캔 하나를 두고 싸우던 생존자들의 그 처절함 비하면 맞으면서도 지루해서 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어설픈 놈들 답게 금새 지쳤는지 몸짓이 느려졌고 그 사이 한놈의 발을 잡아 균형을 무너트리고 벌떡 일어난 준영은 양아치들이 당황하는 사이 재빨리 무기로 쓸만한걸 찾아 주위를 살폈다.

“이 개새끼가 죽어!”

학교는 은근히 무기로 쓸만한게 많다. 안 써서 그렇지.

“아악!”

에구. 빗나갔다. 굴러다니는 볼펜으로 목구멍을 쑤시려 했는데 빗나가 뽈따구를 뚫어버렸다. 역시 몸쓰는건 별로 자신이 없다니까. 또 쓸만한거 없나 찾아 보는데 보온 도시락 통이 눈에 들어왔다.

학교에서 쓸만한 무기로 또 이만한것도 없지. 나라를 대표하는 배우신분이 포탄이라고 착각했을 정도로 튼튼하니까. 그래도 이거 참. 한놈 피 봤다고 당황해서 어버버 거리는 애들을 보고 있자니 확실히 지금이 평화로운 세상이라는게 실감이 난다.

“으아악! 죽어 새끼야!”

오! 그래도 양아치라고 어느 정도 깡을 보여주는 놈 하나는 있네. 준영은 의자를 집어 던지려는 양아치의 얼굴을 향해 보온통을 던졌다.

“크헥!”

아 자꾸 영점이 안맞네. 의자를 놓치고 괴로워 하는 양아치에게 다가가 발을 걸어 쓰러트린뒤 발 뒷굼치로 목젖을 찍었는데 지딴엔 피하겠다고 몸을 틀다가 뽈따구가 찍혔다.

저 핏물이랑 토해내는 누런거 저거 이빨이겠지? 문득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니 잔뜩 겁먹은 병아리들이 보인다. 음······ 기억나는 애가 한명도 없다니. 나 학교 다닐 때 친구가 없었나? 아······ 없었구나.

“으어······ 너 이새끼 가만 안둘거야······”

두 손으로 소중이를 부여잡고 노려보며 협박하는 놈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야 이거 오랜만이라 적응이 안돼네. 이때는 협박을 해도 그냥 넘어가던 시절이던가?

보통 클리셰가 그렇다. 어설프게 봐 주다가 양아치가 친구 불러오고 형 불러오고 조폭 불러오면서 스토리가 진행된다. 그런 진부한 스토리따윈 조기 종결 시켜야지.

“오 오지마! 저리가 새끼야!”

거 시끄럽네. 깔끔하게 끝내고 싶은데 자꾸 비명지르고 발버둥 친다. 어디 깔끔하게 끝낼만한게 없나 둘러보다 다리가 구부러진 의자가 눈에 띄었다.

구부러진 의자 다리를 붙잡고 좌우로 잡아 당기자 금새 끝부분이 날타롭게 떨어져 나왔다. 이걸로 목구멍만 살짝 쑤시면 깔끔하게 끝나겠지.

“야이 새끼야! 너 뭐하는거야!”

이런. 겁먹은 병아리중 하나가 선생을 불렀나 보다. 준영은 신체적 차이에 의해 뒤에서 덮쳐와 제압하는 성인 남성의 힘에 밀려 바닥에 쓰러지자 한숨을 내쉬며 봉을 쥐고있던 손을 풀었다. 이렇게 어설프게 끝나면 스토리가 진부해지는데.



@



당연하게도 학교는 발칵 뒤집혔다. 구급차가 달려와 환자를 데리고 간 이상 조용히 덮는건 물건너 갔으니까. 거기다 상태가 심각해 부모님은 기본이고 경찰이 와야할 사건이었다.

“야 이 새끼야! 니가 깡패냐! 어! 깡패야!”

준영은 머리가 반쯤 벗겨진 교감이 몽둥이를 들고 후드려 패는걸 묵묵히 맞으며 생각했다.

사실 참을까 살짝 후회도 들었다. 수능도 끝나고 졸업만 기다리는 고3이나 그냥 학교에 안나와도 되는 신분이니 굳이 분란을 만들 필요가 없었으니까.

저번 생에서도 그렇게 피해 갔었지. 하지만 난데없이 팽 당해서 죽었는데 회귀하자마자 처맞고 있는 상황이면 부처도 빡칠거다.

“너같은 새끼는 깜방 가야돼! 아주 사형을 시켜버려야지, 세상에 도움도 안되는 쓰레기 새끼!”

나이가 나이인지라 때리다 지쳤는지 교감이 헉헉거리려 저주를 퍼부었고 구경만 하던 학생주임으로 보이는 남 선생이 적당히 말리는 척을 했다.

“심장도 안좋으신데 진정하시죠. 일단 경찰불렀습니다.”

흠. 돌아가는 꼴을 보니 천하의 죽일놈이 된거 같은데 청소년 보호법이 몇 살까지더라?

“저 퇴학당하겠죠?”

준영이 몸을 툭툭 털며 묻자 사람들이 뭐 이런놈이 다 있나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고 교감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당연하지 새끼야! 너같은건 학교다닐필요 없어! 퇴학으로 끝날거 같냐! 평생 깜빵에서 썩어라 이 똥물에 튀겨죽일 새끼!”

그 말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감을 향해 물었다.

“그런데 뭘 믿고 그렇게 성질 부려요? 나중에 내가 아저씨 찾아가서 모가지 따버리면 어떻게 하시려고?”

“뭐 뭣! 이 근본 없는 새끼가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교감 선생님 참으세요!”

바락 바락 소리지르며 달려드는 교감을 학생주임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말렸다. 역시 직접적으로 애들 상대하는 직위라 그런지 진심인지 허풍인지 정도는 알아 듣는거 같았다. 그래도 여기서 끝나면 곤란하지.

“거 아저씨도 가정이 있을텐데 가족들 생각도 하셔야지. 아저씨 혼자 자식들 지킬수 있어요? 나중에 내가 찾아가면 어쩌시려고?”

“이 씨발새끼가!”

준영의 도발에 폭팔한 교감이 달려들어 욕설과 함께 주먹을 휘둘렀고 학생주임과 남선생들이 다급히 붙잡고 말리는 사이 준영은 낄낄거리며 웃었다.

“······”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다. 맞으면서도 웃는 모습에 교감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하고 구경하던 선생들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져 교무실엔 싸늘한 정적만이 흘렀다. 역시 괴롭히는건 재미있다니까.

“누구야! 누가 우리애를 엉망으로 만들었어!”

그때 교무실의 문이 벌컥 열리며 학부모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너냐? 너지! 이 깡패새끼야!”

아······ 오늘은 맞는날인가? 틈만 나면 처 맞네.

“자자. 어머님 아버님. 잠깐 진정좀 하시고······”

“진정?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 우리 애가 지금 병원에 누워 있는데!”

“우리애는 이빨이 다 나갔다고요!”

“죽어 개새끼야! 너도 똑같이 만들어 줄께!”

남선생들이 허겁지겁 흥분한 학부형들을 말리는 사이 준영은 고민했다. 레퍼토리 반복하면 식상한데······ 뭔가 신선한거 없나?

“말리지마! 당신들 원급 주는 사람이 누군데! 교감!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이야! 교장은 어디갔어!”

학부형중 유난히 난리 피우는 아줌마를 보니 명품으로 도배한 뚱뚱한 사모님이다. 혈압 좀 높여주면 진짜 뒷목 잡고 쓰러질려나?

“죄송합니다.”

준영이 갑자기 사과하자 선생들의 눈이 휘둥그레 질 때 아줌마는 길길이 날뛰며 소리쳤다.

“죄송하다고 하면 끝일거 같아 이 깡패새끼야! 넌 내가 반드시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 줄게! 뭐해요! 빨리 경찰 불러요!”

“그러세요. 잘못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반성합니다. 벌 받고 나오면 반드시 죽일게요.”

준영의 말에 선생들의 안색이 다시 창백하게 변했지만 사정을 모르는 아줌마는 빼액 소리쳤다.

“뭐 뭐? 너 지금 복수하겠다는 거니? 뭐 이런새끼가 다 있어? 넌 내가 20년이고 30년이고 깜빵에서 썩게 만들어 주겠어!”

“그러세요. 그게 더 좋겠네요. 2,30년 지나면 다 커서 결혼도 하고 자식도 낳았을 텐데 그때 자식새끼 죽이면 무슨 표정을 할지 저도 궁금하네요.”

“뭐 이런 새끼가 다 있어! 당신들 뭐하는 사람이야! 보고만 있을 거에요!”

아줌마가 창백한 표정으로 도움을 청하듯 주위를 둘러보며 소리쳤지만 방긋 웃으며 하는 말에 다들 굳어버렸다. 저렇게 차분한 음성으로 진지하게 험악한 소리를 하는데 전혀 헛소리로 들리지 않았으니까. 역시 진심은 통하는 법이었다.

그때 다시 교무실의 문이 열리자 경찰이 온줄 알고 화색이 돌던 사람들은 갑자기 검은 양복을 입은 무리들이 우르르 들어오자 이건 또 무슨일인가 싶어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신들 뭐야! 누구야!”

그래도 가장 끝발 좋다고 나선 아줌마가 기세등등하게 소리쳤지만 검은 양복들은 아줌마를 옆으로 치워 버리곤 준영에게 다가가 일제히 허리를 숙였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모시겠습니다.”

분위기 험악하게 만드는 검은 양복들이 예를 표하는 모습에 깡패, 조폭등등의 수근거림이 들려왔고 준영은 검은 양복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이거 참 예상 외의 진행이라 살짝 당황스러웠다.

“누구세요?”

“화성 그룹 비서실에서 나왔습니다.”

그 말에 사람들이 당황했는지 놀라며 웅성거렸고 검은 양복들의 대장인지 안경 쓴 남자가 정중한 태도로 내민 화성그룹 비서실장 오규태라 적힌 고급 명함을 받아 든 준영은 피식 웃었다.

“화성 그룹이라······ 오규태씨?”

“네.”

“날 어디로 모신다고?”

“회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가자.”

“가긴 어딜가 이 깡패새끼들아! 내가 가만있을줄 알아!”

“거 아줌마 기세 하나는 여포네. 여포에.”

준영은 검은 양복들이 막아서자 길길이 날뛰는 아줌마의 모습에 킬킬 거리며 교무실을 나갔다.

쥐 죽은 듯이 조용한 복도를 지나쳐 밖으로 나오자 검은색 리무진과 호위 차량들이 줄지어 선채 대기하고 있는걸 보고 준영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제대로 준비했네.”

운전기사가 열어준 문을 따라 차 안으로 들어가기전 준영은 힐긋 뒤를 돌아봤다. 좀비영화의 한 장면처럼 창문마다 애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게 재미있어 피식 웃고는 차 안으로 들어가자 리무진 곧 출발했고 처음 타보는 리무진이라 신기해서 이것저것 마져볼때 준영의 맞은편에 앉은 오규태가 말했다.

“도착 예정시간은 30분 정도입니다만 원하신다면 병원을 먼저 들르겠습니다.”

“됐다 그냥 가자.”

어린 노무 쉐키가 반말 찍찍하는게 불쾌할법도 한데 오규태는 별 반응이 없었고 준영은 차량안 냉장고에서 콜라를 하나 꺼내 마시며 차분하게 흘러 지나가는 차창 밖의 평화로운 정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장르 소설의 흔한 설정처럼 어느날 갑자기 괴물들이 나타났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괴물들을 막을 영웅들도 등장했는데 문제는 고작 일곱명 뿐이라는 거였다.

아무리 산을 지워버리고 바다를 갈라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냐고. 세상은 너무나도 넓었고 괴물들은 하나씩 튀어나와 경험치를 제공해 줄 정도로 친절한 놈들이 아닌데.

그래도 상상할수 있는 모든 개판과 인간이 보여줄수 있는 모든 이기주의와 광기, 트롤짓거리를 겪으면서 간신히 종말을 막는데 성공했더니 처형 당했다.

“아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블랙 컴퍼니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9 환생트럭 드라이브 +11 20.09.18 648 19 11쪽
38 환생트럭 드라이브 +1 20.09.17 261 13 13쪽
37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3 20.09.07 304 20 11쪽
36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 20.09.06 292 18 12쪽
35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 20.09.05 301 21 12쪽
34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20.09.04 312 18 13쪽
33 세계정복도 한걸음 부터. +1 20.09.03 368 21 12쪽
32 차원이동물의 정석. +3 20.09.01 336 19 12쪽
31 차원이동물의 정석. +5 20.08.29 351 18 15쪽
30 차원이동물의 정석. +2 20.08.24 348 13 15쪽
29 차원이동물의 정석. +3 20.08.15 371 16 12쪽
28 차원이동의 정석 +2 20.07.30 422 19 14쪽
27 비지니스의 꽃 +2 20.07.22 438 20 14쪽
26 비지니스의 꽃 +2 20.07.17 456 24 13쪽
25 비지니스의 꽃 +2 20.07.13 481 23 13쪽
24 플랜 B +2 20.07.11 570 24 14쪽
23 플랜 B +3 20.07.08 500 29 15쪽
22 플랜 B +2 20.07.06 510 25 12쪽
21 플랜 B +2 20.07.03 526 21 13쪽
20 플랜 B +3 20.07.01 556 24 13쪽
19 플랜 B +3 20.06.29 583 27 14쪽
18 플랜 B +4 20.06.25 593 25 12쪽
17 결투를 신청한다! +2 20.06.23 576 27 14쪽
16 결투를 신청한다! +2 20.06.21 566 24 15쪽
15 결투를 신청한다! +3 20.06.19 622 23 13쪽
14 결투를 신청한다! +1 20.06.17 657 27 12쪽
13 일하나 같이하자. +3 20.06.15 719 27 13쪽
12 일하나 같이하자. +5 20.06.12 730 28 14쪽
11 일하나 같이하자. +2 20.06.10 816 23 12쪽
10 일하나 같이하자. +2 20.06.08 964 27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