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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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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2.1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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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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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5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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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빙검후 주약란

DUMMY

빙검후 주약란.




나이 일곱, 처음 검을 잡았다. 나이 열셋에 검기를 만들었다. 나이 스물, 강호에 출도하여 칠룡삼봉중 하나인 검화가 되었다. 나이 서른, 첫 탈태환골을 이루었다. 나이 마흔, 사부님의 뒤를 이어 검궁의 궁주가 되었다. 지천명에 이르러선 천하제일인의 칭호를 받았다. 그리고 환갑의 나이에 작은 깨달음과 한가지 화두에 골몰해 궁주직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심산유곡에 은거했다. 그뒤 수십번의 탈태환골과 탈각을 거치자 약란은 사람이되 사람이 아닌 경지에 올랐다. 흔히들 말하는 신선경의 경지.

더 이상의 수련이 무의미해진 약란은 오랜만에 바람도 쐴겸 속세로 나섰다. 은거하기 전까진 아무것도 없던 허허벌판에 커다란 마을이 생긴걸 보면 시간이 꽤 흘렀음을 짐작할수 있었다.

약란은 마을 구경도 할겸 대로를 걷다가 객잔을 보자 문득 속세의 음식을 먹어본지도 오래 되었단 생각이 들었다. 음식을 먹지 않아도 수십일을 버틸수 있고 물 한모금만 마셔도 오랜시간 허기를 느끼지 않다보니 먹는 문제에 관해선 그리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객잔을 보자 오랜만에 음식이 먹고 싶어져 발걸음을 옮겼다.

“어서오십……”

약란이 안으로 들어가자 반갑게 맞이하던 점소이는 물론 다루안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약란에게로 향하며 모두들 멍하니 약란을 바라보기만 했다.

은거할때도 40대 후반의 미모를 유지했으나 탈태환골을 거듭하고 신선경의 경지에 접어들며 겉으로 보기엔 이십대 후반의 모습을 유지하게 되었다. 뽀얗고 부드러운 피부에 갸름한 얼굴, 호수와도 같은 깊이를 지닌 눈동자에 살짝 분홍빛이 도는 입술, 오뚝 선 콧날과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는 눈썹등 경국지색의 미녀가 바로 약란이었다. 거기에 검은색 무복으로 감싸고 있어도 감출수 없는 탈태환골을 거듭할때마다 검을 휘두를때 거추장 스러워 질 정도로 점점 커진 가슴과 잘록한 허리 쭉 뻗은 다리는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두며 절로 침을 꿀꺽 삼키게 만들었다.

“핫! 이런 무례를 죄송합니다. 자리로 안내하겠습니다.”

의외로 정신을 먼저 차린건 점소이였다.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도 연신 약란을 훔쳐보며 다루의 안쪽 빈 자리로 안내한 점소이는 약란이 자리에 앉아 말했다.

“어떤걸로 드릴까요?”

“간단한 소면과 차를.”

목소리도 좋구나! 점소이는 약란의 목소리에 그렇게 생각하며 넙죽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예!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쪼르르 주방으로 달려가 소면을 주문한 점소이는 보통 손님들한테 내 놓는 싸구려 차가 아닌 주인어른이 몰래 혼자로 마시던 용정차를 약란에게 내어 놓았다.

“오랜만이군……”

차를 마셔보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찻잔에 담긴 옥색의 찻물을 지그시 바라보다 한모금 마시자 부드럽고 싱그러운 맛이 입안에 감돌았고 약란은 살짝 미소지으며 중얼거렸다.

“좋군……”

약란의 미소에 객잔안의 분위기가 화사하게 변하다 다시 무표정으로 변하자 여기 저기서 안타까운 탄성이 들렸다. 곧이어 나온 소면도 꽤 맛있어서 단번에 후르륵 마시듯 비워버리고 입가심으로 다시 차를 마시자니 꽤 기분이 좋아졌다.

“험험. 실례하겠소 소저.”

아까 소면을 먹고 있을때 다루에 들어온 자들이었다. 지닌 내공과 기도를 보아하니 어느 무가의 공자님과 호위무사들 같았다.

“전 창검문의 소문주인 곽일산이라고 합니다.”

약란은 만족할만한 식사 덕분에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래서 절정의 초입에 다다른 앞날이 기대되는 후배에 대한 관대한 배려를 베풀었다.

“꺼져라.”

“……”

약란의 말에 일산은 당황한 표정으로 머뭇 거리다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포권을 취했다.

“이런. 제가 불쾌하게 해 드렸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니 이년은 왜 이렇게 말이 짧아? 감히 정릉현을 지배하는 창검문의 소문주님께 무슨 망발이냐!”

“왕산! 무슨짓이냐!”

일산은 갑자기 나서는 호위무사 왕산의 행동에 당황해 소리쳤는데 왕산은 별것 아니란듯 어깨를 으슥이며 말했다.

“소문주님. 이런것들은 윽박 질러야 말을 듣는다구요.”

“어서 사과드리지 못할까!”

일산의 일갈에 왕산은 뚱한표정으로 일산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것 같은데 잘 보시구랴.”

왕산이라 불린 호위무사가 약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어디서 온 년인지 조사좀 해야 겠다. 같이 가……”

약란의 손을 잡아 끌려던 왕산의 신형이 갑자기 사라지더니 쾅! 소리와 함께 객잔의 한쪽 벽에 구멍이 생겼다. 멍하니 구멍을 바라보던 일산은 정말이지 그럴려고 그런게 아니었는데 어릴적부터 무공을 수련해온 무인으로서 몸의 반사작용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검을 뽑아들고 말았다.

“무슨!”

여인을 향해 검을 겨누고 항의하려던 일산은 가만히 서 있는데 주변 경관이 멀어지는 기 현상과 함께 등에 커다란 충격을 느끼며 정신을 잃었다.






@






“하아. 어렵구나……”

주약란이 살짝 한숨을 내쉰뒤 무심히 중얼거리며 차를 홀짝이자 그녀의 곁에 일렬로 늘어서 무릎꿇고 두팔을 번쩍 든채 벌을 서던 일산과 호위무사들이 움찔거리며 약란의 눈치를 살폈다.

창검문의 소문주 곽일산은 사실 억울했다. 비록 신주십이룡에 들 정도로 재능있는 기재는 아니었으나 어릴적 검궁의 무기명제자로 들어가 드물게 일대제자만이 전수받을수 있는 무공을 사사받을 정도로 나름 촉망받는 인재로서 집안의 기대를 한껏 받았고 그에 걸맞는 인품과 노력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검궁에서의 공부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론 일산은 후계자 수업의 일환으로 가문의 영역을 순시하며 돌아다니던중 처음보는 인물이 객잔에 들어섰다는 정보에 객잔으로 향했다. 현을 들어오고 나가는 인물에 대한 파악은 문파의 기본적인 활동중 하나였다.

그 어떠한 흑심도 없이 그저 정중하게 조사만 하려 했는데창검문이란 현판만 믿고 까불어댄 호위무사 덕분에 망신을 당하고 있었다.

어떻게 당했는지 보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길거리를 나뒹굴고 있었고 사람들이 모려 웅성거렸다. 황급히 다시 객잔으로 들어가자 호위무사들은 사이좋게 무릎 꿇고 손을 들어 있었다.

자신은 상대도 할수없는 고수. 창검문이 모든 전력이 덤벼 들어도 옷자락 하나 건드릴수 없는 절대고수란걸 깨달은 일산은 냉큼 호위무사들 곁으로 달려가 똑 같이 무릎을 꿇은채두 손을 번쩍들자 여인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일산을 바라보았고 일산은 멋쩍은듯이 웃었다.

“헤헤.”

창검문은 고작 현 하나를 지배하는 작은 문파에 지나지 않았다. 여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손까지 드는 행동은 소문이 나면 두 번 다시 얼굴들고 다니지도 못할 정도로 창피하고 명예에 먹칠을 하는 행동이었지만 감당못할 고수 앞에서 명예를 따지기 보단 실리를 취하는게 창검문의 전통아닌 전통이었다.

“팔 내려가지?”

“아닙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내력이 움직이지 않아 순수하게 근력의 힘만으로 팔을 들고있다보니 저릿저릿한 고통에 은근슬쩍 팔이 내려가다 여인의 말에 다시 번쩍 올라갔다.

“창검문이라고?”

“예. 창검문의 소문주인 곽일산이라고 합니다.”

“경천검예은 누구한테 배운거지?”

여인의 말에 일산의 눈이 부릅떠졌다. 검을 뽑아 기수식만을 취했을 뿐인데 자신의 무공을 알아 보았다는건 검궁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다.

“호 혹시 검궁의 어르신이십니까?”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일산의 표정엔 일말의 기대마저 섞여 있었다. 검궁의 본산제자라면 자신이 망신을 당해도 대충 넘길수가 있었다. 실리를 취하는것도 좋지만 그래도 놀림감이 되는건 사양이니까.

“……모르는건가?”

약란은 경천검예가 지닌 의미를 모르는거 같은 일산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경천검예는 검궁의 호법들에게만 전수되는 호법지공이었다. 당연히 비전절예로 검궁밖으로 유출되면 안되는 무공인데 창검문이라는 듣도보도못한 문파의 소문주라는 핏덩이가 모자라지만 꽤 제법인 수준까지 익히고 있으니 검궁의 어른으로서 일산을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는건 당연한 일이었다.

영문을 모르는 일산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검궁이 대외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단 한번도 영역의 침범을 받지않은 거대문파였다. 당연히 검궁에 소속된 고수들에 대한 정보는 인접해 있는 문파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숙지해야될 정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눈앞의 여인의 정체를 알수 없었다. 지닌바 무공이나 자연스레 하대하는 태도, 풍겨나오는 기품으로 봤을땐 반로환동의 경지에 접어든 전대의 고수 같은데 검궁에 여고수가 있다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문득 한참이나 옛날 존재했던 검궁의 전설적인 여고수가 떠올랐으나 이내 지워버렸다. 전설은 전설일 뿐이니까.

“경천검예가 비인부전의 절기라는건 알고 있는건가? 대체 누가 전수해준거지?”

여인의 말에 일산의 표정이 아리송하게 변하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저기…… 뭔가 잘못알고 계신게 아닌지? 경천검예는 검궁의 일대 제자들이 수련하는 무공으로 무림에도 많이 알려져 있어 비전절기라고 보기엔 조금……”

일산의 말에 약란의 아미가 살짝 찌푸려 졌고 그 모습에 뭔가 심기를 건드렸나 싶어 일산은 황급히 덧 붙였다.

“물론 제가 검궁의 제자는 아니지만 어릴적 검궁의 무기명 제자로 들어가 공부하던중 우연히 궁주님께서 절 좋게 봐 주셔서 일대제자들만이 수련할수 있는 경천검예의 수련을 허락하여 정식으로 사사받았습니다. 결코 훔쳐배우거나 사특한 의도로 배운건 절대 아닙니다!”

“일대제자가 수련하는 무공이라고? 경천검예가? 무림의 수준이 그만큼 올라간건가?”

“예전엔 경천검예가 호법지공이라 들었으나 지금은 일대제자라면 누구나 배울수 있는 기본공입니다.”

오직 검궁을 수호하는 호법으로 내정된 자들, 즉 검궁주의 제자와 장로의 직계 제자들중에서도 엄선된 이들만 익힐수 있는 비전절기였다. 그런대 일대제자라면 누구나 다 수련할수있는 무공으로 전락하다니…… 약란이 생각에 잠겨있을때 약란의 눈치를 살피는 일산의 팔이 천천히 내려갔다.

“똑바로 안하지?”

“헉! 아닙니다!”

약란의 경고에 일산의 팔이 다시 번쩍 올라갔고 죽을상을 하는 일산에게 약란이 물었다.

“빙검후가 언제적 인물이지?”

“예?”

뜬금없는 질문에 영문을 몰라 반문하다 약란의 싸늘한 시선에 찔끔한 일산이 황급히 머리를 굴려 시간대를 계산하곤 입을 열었다.

“빙검후 주약란 조사님은 검궁의 제자라면 누구나 다 알고있는 전설적인 인물로 약 백오십년전 은거에 드시며……”

조심스레 말하던 일산의 입이 꾹 다물어 졌다. 말도 안된다 여겨 지워버렸던 생각이 다시 떠 올랐다. 경천검예를 기수식만 보고도 알아차릴정도의 고수에 경천검예를 호법지공으로 여기고 있으며 어렴풋이 느껴지는 기도 만으로도 감히 대적할수 없을 정도의 고수면서 검궁과 관련이 있을만한 여인은 단 한명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서 설마 빙검후 조사님이십니까?”

“……”

침묵은 긍정. 일산은 대뜸 바닥에 엎드리며 큰 소리로 외쳤다.

“검궁의 제자가 조사님을 뵈옵니다!”

일산의 외침에 객잔에 있던 자들은 저놈이 정말 미쳤나 하는 시선으로 일산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은 호위무사도 다르지 않았다.

‘당장 엎드리지 못할까!’

일산의 일갈섞인 전음에 일단 팔도 아프고 해서 엎드리긴 하는데 호위무사들은 여전히 떨떠름한 태도였고 그 모습에 일산만 속이 시꺼멓게 타 들어갔지만 살짝 이해도 갔다. 자신도 검궁에서 수학을 했으니 겨우 이름만 들었을뿐 무림에서 빙검후란 이름은 이미 아는자가 몇 없는 과거의 기록이었다.

“백오십여년이라…… 난 이미 과거의 망령이 되었단 소리군……”

약란이 조용히 읇조릴때 갑자기 다루의 문이 부서질을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더니 일단의 무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일산아! 이 아비가 왔다! 우리 일산이를 때린게 어떤 놈이냐!”

애들 싸움에서 엊어맞은 아들을 대신해 나타나 화를 내는 아비처럼 체통은 어디 갔는지 씩씩거리며 외치는 창검문주의 모습에 일산의 고개가 바닥을 파고들듯 숙여졌고 약란은 조용히 자신의 상념을 깬 버릇없는 어린것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대가리 박아라.”

약란의 말에 창검문주는 일순 당황한듯 멍하니 약란을 바라보았고 그 시선을 무시한채 일산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다시 말했다.

“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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