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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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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2.10.09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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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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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5.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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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검궁비상 = 여기까지.

DUMMY

장삼은 회남현에서 점소이로 십여년 넘게 일하며 별의별 손님들을 다 겪었다고 자부했다. 먹고 배째라는 놈들은 기본이요 글줄 꽤나 읽은 학자님들이 달랑 소면 한그릇씩 먹고는 서로 눈치만 살피며 세시진 넘게 버티며 공짜 찻물이나 들이키는 모습도 보았고 싸구려 술 한병 시켜먹고 서로 술값내라 미루다가 칼부림으로 번져 죽이네 살리네 하는 무사들까지. 별의별 인간 군상을 다 겪어 이제는 척 보기만 해도 이 손님이 진상일지 아닐지 분간이 가는 경지에 이르렀다.

허나 점소이 인생 십여년 만에 이런 손님들은 맹세코 처음이었다. 천상의 선녀처럼 아름다운 여인과 허우대는 멀쩡하게 생긴게 젓가랏 하나 제대로 들지못해 계속 떨어트리는 비실이와 도대체 얼마나 잘 처먹으면 몸뚱아리가 저리될까 싶을정도로 뚱뚱한 돼지 한명,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무림인이라면 또 가능한 조합이었다. 그래서 머릿속에 저장된 수많은 고수들의 용모를 떠올려 봐도 걸맞는 사람이 없었다.

특이한 일행처럼 행동도 특이했는데 빌실대는 청년은 음식을 떠먹여 주고 싶을정도로 애처롭게 어떻게든 밥좀 먹을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여인은 묵묵히 차만 마시고 돼지는덩치에 걸맞게 음식들을 마셔주고 있었다.

“이봐! 이거 좀 더 가져와!”

“세상에 저기서 또 먹어?”

“저게 다 들어는 가나?”

돼지의 말에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않은채 수근거렸다. 장삼도 대식가는 많이 겪어 보았지만 이런놈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제는 놀람을 넘어서 두려울 정도였다. 힐긋 주인과 눈이 마주치자 주인은 창백한 안색으로 고개를 젖고는 손님들을 향해 살짝 턱짓까지 했다.

경력 십년차가 넘어가면 그때부터 점소이는 주인을 대신해 객잔에서 벌어지는 일의 대부분을 처리할 권한을 암묵적으로 위임받게 된다. 그러니 주문을 받고 음식을 내오는등 자잘한 일은 후배들이 할 일이었는데 주인이 자신에게 직접 지시하는걸 보면 분명 주인도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깨달은 거였다.

주인 자체가 점소이로 시작해 객잔까지 세운 입지전적인 인물이고 장삼의 우상이자 목표기도 했다. 저 턱짓의 의미는 장삼만이 깨달았다.

처먹은게 많으니 배째라고 하기 전에 중간 정산부터 하라는 의미. 재수없음 모욕받았다 여긴 손님, 특히 무림인들은 화를 내며 재수없는 손 모가지 부러지는거에서 심하게는 목숨을 잃을수도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런거 무서워 돈 못받으면 수석 점소이라 할수 없었다.

“손님 저희 객잔의 음식을 좋아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험험 여기 음식이 괜찮구만.”

기름기가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체면을 차려봤자 폼이 날 리가 없다. 오히려 조롱의 대상이 될만한 태도였지만 장삼은 정중함을 잃지 않은채 조심스레 말했다.

“이런 말씀 드려 죄송합니다만 저희 객잔에서 준비한 음식재료가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음…… 더 먹고 싶은데.”

장삼의 말에 아쉬운듯 입맛을 다시는 모습에 객잔안의 사람들은 질린듯이 바라보았고 장삼은 호의적인 미소로 살짝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객잔은 손님의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나 저희 객잔처럼 영세한 업체는 그날 번 돈으로 음식재료를 구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네 혹시 무례가 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식사하신 음식들의 계산을 도와 주신다면 그 금액으로 다시 재료를 사서 요리를 제공해 드릴수 있을듯 합니다만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마디로 더 먹고 싶으면 돈을 내란 소리였다. 장삼의 말에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던 돼지가 히죽 웃더니 주섬주섬 옆에 놓인 궤짝을 뒤지며 말했다.

“얼만데?”

그래도 돈은 있는놈이구나 싶어 머릿속으로 계산한 금액에 대량주문이니까 조금 깍아서 정산한 금액을 말하려던 찰나 궤짝에서 꺼낸 물건을 보고는 입을 다물곤 황당하다는 눈빛으로 돼지를 바라보았다.

객잔의 하루 총매출에 근접할정도로 처먹은 식사의 비용은 대충 계산해도 금 한냥에 달할 정도로 거금이었다. 그런데 달랑 책 한권을 내밀면서 음식값이라고 하다니? 점소이라고 농을 거는거 같았다.

반면 당장이라도 쓰러져 죽을것 같은 청년. 일산은 고도만이 꺼낸 책자를 하나 꺼내자 사례가 걸린듯 격하게 기침을 하며 도만을 만류했다.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응? 아냐. 사부님이 그랬어. 자기 밥그릇은 직접 챙기라고.”

그게 그뜻이 아니잖아! 일산은 속으로 외치며 식은땀을 흘렸다. 도만이 밥값이라고 꺼낸 책은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이었다. 비급이 진짜라고 가정했을 경우 도만의 행동은 밥값을 계산하기 보단 다 죽으라고 살생부를 던져주는 격이었다.

“검궁의 은인이신데 당연히 저희가 모시는게 도리에 맞습니다. 그리고…… 식대를 책 한권으로 받는 객잔은 없습니다.”

“왜? 전에 들린 객잔은 고맙다고 먹을거 가득 채워 줬는데?”

고도만의 이해할수 없다는 태도에 일산은 그의 궤짝에 들어있던 산더미만한 음식이 다른 누군가 채워준거라는걸 깨달았고 나름 영민한 인재인 그는 바로 그 연유를 깨달고는 안색이 챙백해졌다.

“그 그럼 전에도 그 책으로 계산을 한적이 있다는 겁니까?”

“응.”

“그 그곳이 어디입니까?”

보통 사안이 아니었다. 어떤 비급을 넘겨 줬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고도만이 지닌 비급의 진위를 알아 차렸다는 뜻이었고 그 말은 무림에 커다란 분란거리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음…… 어디더라? 오리요리가 맛있던데? 껍질이 바삭하니 후르릅!”

헤벌쭉 웃으며 입가에 흘러내리는 침을 도로 집어삼키는 추한 모습에 일산은 눈살을 찌푸리기는 커녕 속으로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하필이면 하북 팽가냐!’

오리요리로 유명한 지방은 하북이었고 하북은 팽가의 영역이었다. 그들이 고맙다고 ……응?

“저기…… 그 객잔에 준 책이 뭔지 혹시 아십니까?”

일산의 물음에 도만은 잠시 생각하는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호랑이 다섯 개까지는 기억하는데 나머지는 잘. 헤헤.”

‘오호단문도!’

팽가도 검궁과 마찬가지로 각 현에 팽가의 제자들이 파견나가 행정업무를 관장하니 오호단문도를 못알아볼리 없다. 팽가의 실전절기를 음식값 정도로 퉁치는건 말도 안되는 소리니 음시들을 가득 담아주는것도 이해가 간다. 다만 알수없는건 왜 그걸로 끝이 났냐는 거였다.

작지만 그래도 한 문파의 후계자로 여러 가지 정치쪽 움직임에 관해선 공부를 해 왔다. 그렇기에 도만이 지닌 가치가 엄청나다는걸 자신도 알고 있는데 팽가에서 모를리 없다.

자신이 팽가라면? 절대 못보내준다. 도만의 존재 자체가 절기를 잃어버린 문파들에 대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는 수단이다. 게다가 수 틀리면 조용히 처리하고 도만이 지닌 보물들만 빼앗아도 된다. 자고로 사람은 죄가 없으나 분에 넘치는 보물을 가지고 있는건 죄라 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팽가로선 도만을 붙잡아 두는게 당연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행동한다는건 팽가가 정말 정의롭고 군자다운 가문이거나 고도만이 제 한몸 건사할수 있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말이었지만 둘다 믿음이 안가는 추론이었다.

일산이 쓸데없는 고민으로 머리를 싸메고 있을때 장심이 주위를 환기시키듯 헛기침을 두어번 했고 그제서야 일산의 시선이 장삼에게로 향하더니 생각난듯 품에서 신분패를 하나 건네 주었다.

“검궁의 신분 증명패일세.”

검궁의 영역인 이곳 회남현에서 검궁의 신분패는 일종의 화폐로 통용되었다. 필요한 물건이나 객잔을 이용한뒤 신분패를 내밀면 패에 적힌 암호를 장부에 기입하고 당사자가 수결을 하면 한달에 한번 정산을 통해 검궁에서 일괄 결제를 해 주는 일종의 신용장이었다. 장삼은 비실비실한 청년이 검궁의 제자라는 소리에 살짝 놀란 표정으로 신분패를 받아 확인하곤 곤란하다는듯 다시 신분패를 돌려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공자님께서 가지고 계신 신분패는 검궁의 무기명제자 용이십니다. 현재 저희 객잔에서 결제해야할 금액은 무기명제자분들에게 허용된 금액을 한도초과하십니다. 이 신분패로는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말씀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장삼의 말에 일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 졌다. 호기롭게 자신이 결제하겠다고 해 놓곤 망신을 당한 꼴이었다. 그렇다고 화도 낼수 없는게 솔직히 자신이 보기에도 저 고도만이란 남자가 먹은 음식이 좀 많다. 회남현에서 제일 유명한 회남객잔의 특급요리를 그렇게 퍼 먹었으니 한도초과는 당연한 일이었다.

“움…… 그냥 내가 계산하지.”

고도만은 일산이 곤란한듯 하자 그냥 자신이 계산하려 했지만 일산 입장에선 절대 그럴수 없는 일이었다.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을 식대로 받을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받아서도 곤란하다. 거기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검궁의 잃어버린 절기를 되돌려줄 사람이었다. 그런데 모든 부대비용을 감당하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얻어먹었단 소리가 검궁의 사부님과 사형제들귀에 들어간다면 그날로 자신은 검궁에서 따돌림 일순위로 변한다.

거기다 남궁세가에서 자신들의 비기가 고작 객잔의 식대 대용으로 사용되엇단 소리를 들으면? 명예만 파먹고 사는 남궁세가 놈들이 지랄발광을 하리란건 안봐도 훤했다. 문득 그 광경을 보고 싶기는 하다는 마음속 목소리를 애써 외면하며 일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어찌 감히 검궁의 은인께 폐를 끼칠수가 있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요!”

다급히 고도만을 만류한 일산은 슬적 약란을 바라보았으나 차만 마시며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이 도움받기는 글렀다 사실 도움을 받을 건덕지도 없었다. 검궁의 조사님이라지만 사용할 신분패가 있는것도 아니고 감히! 조사님께 돈을 빌리는 만행을 벌릴 용기는 없었다. 별수없이 한숨을 내쉰 일산은 장삼을 향해 말했다.

“회남현의 현령이 누군가?”

“생사판검 유시현님이십니다.”

점소이의 말에 일산의 안색이 어두워 졌다. 유현기에 대해선 일산도 알고 있었다. 아니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유명한 이였다. 검궁의 이대제자로 검궁의 다른 주요직책을 맡아도 충분할정도의 경력과 무공을 지녔지만 검궁이 관리하는 지역에서 벌어진 강력사건의 순회판관직만 고집하는 괴짜였다. 거기다 생사판검이란 별호가 붙을 정도로 그 판결이란게 살거나 죽거나 둘중 하나밖에 없을정도로 극단적인 인물이기도 했다.

“유사형이 현령으로 계실줄은 몰랐는데……”

얼마전 정무맹 장로중 한 사람의 손자가 처녀를 겁탈하고 간살한 사건을 파헤쳐 목을 쳐버린 일로 검궁과 정무맹 사이에 분란이 일었다고 했으니 잠시 쉬라고 현령으로 보낸듯 했다. 덕분에 일산으로선 어떻게 도음을 얻을까 하는 기대를 접어야만 했다.

칼같은 성정만큼 인맥으로 어떻게 기대보고자 하는 자들을 제일 경멸하는 성격이다 보니 말 꺼내봤자 씨알도 안먹힐게 뻔 했다.

장삼은 그런 일산을 보고 역시나 싶었다. 검궁의 영역에서 무기명제자임을 들먹이며 무위도식 하려는 놈들은 수없이 격었다. 그 와중엔 현을 관리하는 현령이 검궁의 제자라는 점을 들어 어떻게 비벼 보려는 놈들도 많았고 실제로 성공한 자들도 있으나 생사판검의 부임후엔 그런 일이 쏙 들어갔다.

“생사판검이 누구지?”

그때 묵묵히 차만 마시던 여인이 입을 열었고 장삼은 신기한듯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름다운건 둘째치고 안휘땅 그것도 검궁의 영역에서 생사판관이 누군지 모르다니? 어디 먼데서 온 검궁의 손님인가 싶었다.

“현 검궁의 이대제자입니다.”

“검궁의 제자가 언제부터 관에서 일하게 된거지?”

약란의 물음에 일산은 최대한 성의껏 답하려다 아직 멀뚱히 서 있는 장삼을 보고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일단 하룻밤 묵고 갈 터이니 방을 좀 정리해 주게. 계산은 나중에 한꺼번에 하겠네. 그러니 부족한 음식도 빨리 내오고.”

“알겠습니다.”

장삼은 속으로 코 웃음치면서 일단은 물러났다. 여기서 돈달라고 해 봤자 난장질만 칠게 분명했다. 골치아프게 드잡이질 하느니 관청에 사람을 보내 해결할 사람을 불러오는게 간편했다.

장삼이 물러나자 일산은 약란이 대재앙 이전의 인물이란걸 염두하며 자신이 알고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세히 대재앙 전과 후의 역사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황실이 무너졌다고?”

“그렇습니다. 갑작스런 기근과 지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속출하고 지방 관리의 학정 때문에 각지에서 벌어진 반란을 해결하기엔 황실의 힘은 역부족이었습니다.”

“군을 뭘 하고?”

“군은 병사들 먹일 병량이 없어 자멸하거나 도적떼로 변하는건 순식간이었습니다.”

“흐음……”

“그렇게 황실과 황실을 지탱해야될 군이 무너지고 나자 각지에선 도적이 들끓고 아사자가 속출하며……”

일산의 설명이 무림삼천의 설립과 천내천이라 불리는 구파일방을 비롯한 전통의 명문이 현재 각 지역을 나눠 지배하고 있다는 설명까지 이어지자 약란은 복잠한 심경을 감출수 없었다.

“……세상은 변했군.”

“무림은 전란에 발빠르게 대처해 비전 무공을 제자들에게 풀어 전체적인 무력을 끌어올린 문파와 기존의 전통을 고수하던 문파들이 서로 반목을 거듭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통파의 입장을 고수하던 대표적 문파인 형남파가 멸문을 당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형남파가 멸문 당했다고?”

구파일방에 들지는 못했지만 그와 동급으로 취급되던 전통의 명문이 사라졌단 소리에 약란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짖자 일산을 고개를 끄덕였다.

“예. 구파일방과 오대세가를 비롯한 기존의 명문대파들 대부분이 전통파쪽이었습니다. 다들 뼈아픈 피해를 입었고 저희 검궁도 마찬가지로 계속되는 전란과 타 문파와의 전쟁통에 고수들이 많이 희생되었고 그 와중의 본궁의 절기들을 수없이 잃어버리게 되었습니다.”

“……”

“본궁을 살리기 위해 어쩔수 없이 검궁의 고위직들만이 익힐수 있는 비인부전의 절기들을 제자들에게 가르쳐 양성할수밖에 없었고 다행히 그…… 태사조님의 무학해설서를 발견해 그걸 바탕으로 새로이 무공을 정립해 보다 높은 경지의 무공들을 개발할수 있어서 습니다.”

“어리석군.”

“예?”

“아무것도 아니다.”

약란은 혀를 차며 속으로 한탄했다. 자신이 남긴 무학 해설서는 말 그대로 검궁의 무공을 조금 더 수월하게 익힐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물건일 뿐이었다. 그러니 그 물건을 사용해 무공을 개발해 봤자 검궁의 진산절기엔 미치지 못한다. 그런데 실전된 비기들을 복구할 생각은 안하고 겉보기에 강해 보인다고 진산절기들을 풀어 버렷으니 본말전도라는 소리가 딱 이었다.

“흠흠. 저기……”

“예.”

약란과 일산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만 있던 도만이 대화가 잠시 끊긴틈을 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일산에게 물었다.

“황실은 뭐고 무림은 뭔가?”

“……”

도만의 물음에 일산은 물론이고 약란도 살짝 어처구니가 없었다. 황실이야 지나간 역사니 이제 기억하는 이가 적다 하더라고 보물급 무공 비급을 보따리채 들고 다니면서도 무림이 뭔지 모르다니?

일산은 정말이지 도만의 사부가 누군지 궁금해 물어보고 싶은걸 꾹 눌러 참으며 되 물었다.

“무례한 질문일수도 있는데 대체 어디서 살다 오신겁니까?”

“응? 난 사부님이랑 같이 살았는데?”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서요?”

“지역? 그냥 산 많고 먹을거 많고 잠자기 편한 곳이었는데? 헤헤 그래도 밖에 나오니까 맛있는거 많아서 좋아.”

헤맑게 웃으며 답하는 도만의 모습에 일산은 그동안 검궁의 은인이라 여겨 꾹 참아온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허면 올해로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

“나이? 글쎄 나도 모르겟는데?”

“하아?”

“헤헤 근데 사부님 말씀으론 어디가서 나이가지고 꿇릴만한 나이가 아니니까 신경 안써도 된다고 그랬어.”

“하아?”

무림은 배분을 중시하는 사회였다. 각 문파마다 엄정한 규율로 서열을 명확히 하고 상명하복을 중점으로 강력한 조직을 구축한다. 도만의 사부라면 그래도 무림물좀 먹었을 텐데 그런 기본적인 사항을 모른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살집으로 뒤덮혀서 그렇지 나이로 보면 이제 많이 봐 줘도 삼십대 초반정도로 보이는 얼굴이었다. 이건 대 놓고 시비를 걸라는뜻이 아닌가? 눈앞의 도만이라는 자도 그렇고 도만의 사부라는 작자도 그렇고 도무지 이해가 안가는 족속들이었다.

일산이 끙끙거릴때 약란은 오랜만에 나온 세상이 변해도 너무 변해있자 혼란한 마음에 묵묵히 차만 들이켰고 도만은 새롭게 나온 음식들을 먹으며 행복하다는듯 히죽 히죽 웃고 있을때 객잔의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일단의 무리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왔다.

“유 유사형!”

일산은 갑자기 등장한 무리중 아는이를 발견하곤 놀란 표정으로 일어나 엉거주춤 포권을 취하려는데 유시헌은 차가운 표정으로 외쳤다.

“치워라.”

“예?”

“곽일산! 본 궁의 무기명 제자들중 그래도 싹수가 있는 놈이라 좋게 보았는데 감히 내가 관장하는 현에서 본 궁을 등에 없고 행패를 부리다니! 네놈이 간덩이가 부어도 단단히 부었구나.”

“유사형! 그게 아니라……”

“닥쳐라!”

일산이 황급히 변명하려 하자 일갈을 내지른 유시헌은 같은 일행인듯한 도만과 약란을 재 빨리 훝어보았다.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곤 바라보든 뒤룩뒤룩 살만 찐 돼지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었는데도 시선 한번안준채 무심히 차만 마시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에 유시헌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오호라! 그렇게 된거군! 네놈도 남자라고 본 궁을 등에 없고 여인에게 추근대는 행태로구나! 그래. 솔직히 네가 연모할만큼 아름다운 낭자이긴 하다. 허나! 남아라면 스스로의 힘으로 여인을 쟁취해야지! 검궁의 위세를 빌리려 하다니! 이 무슨 추태냐!”

유시헌의 말에 일산의 안색이 새파랗게 질리다 못해 허옇게 변했다.

탁!

아니다 다를까 약란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위에 내려놓았고 그 소리가 일산의 귀에는 우레소리만큼 크게 울려 퍼졌다.

“……일단 맞자.”


작가의말

일단 써논건 여기까지 입니다. 아이작이 끝나기 전까진 손댈 엄두도 못내는 물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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