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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아이작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2.10.09 07:48
최근연재일 :
2013.07.15 09:11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1,058,577
추천수 :
5,387
글자수 :
217,158

작성
12.10.09 07:35
조회
31,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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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글자
20쪽

30

DUMMY

아이작은 폭스트와 솔렌드를 이끌고 다시 포트시로 향했다. 당연히 목적지는 문전박대 당한 레스토랑이었다. 거리를 걸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는데 행색에 눈살을 찌푸리고, 컬리지의 상징에 휘둥그레지고, 멍하니 멈춰선채 아이작따라 고개가 돌아갔다.

“와! 오오!”

외지에서 들어온 솔렌드는 무덤덤했지만 뉴포트시에서 나고 자라 한번도 도시를 벗어나본적이 없던 폭스트는 연신 감탄사를 터트리며 촌뜨기의 모습을 보여줬고 뉴포트시 창관의 여자들관 다른 곱게 치장한 여자들을 보곤 침을 흘리며 껄떡거렸다.

당연히 사달이 나도 여러번 났어야할 상황이지만 워낙 험악한 인상이라 시선만 가도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남자들도 압도적인 덩치와 컬리지의 수행원으로 보이는듯한 인상에 불쾌함만 표시했다.

“밥먹으러 가는데가 포트시일줄은 몰랐습니다만?”

“왜? 문제있어?”

“없던 문제도 만들려는거 아닙니까?”

“크큭. 니들은 그냥 배불리 먹으면서 제일 잘하는 일만 하면 돼.”

“잘하는 일이라니?”

폭스트의 질문에 아이작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말했다.

“니들보다 약한놈들 구박하는거.”

아이작의 말에 폭스트와 솔렌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게 저희들이 하는 일이죠.”

“흐흐 말만 하라고 아작을 내줄테니까.”

“다 왔군.”

아이작이 모습을 드러내자 서빙을 하느라 분주히 돌아다니던 한 웨이터가 아이작을 발견하곤 인상을 일그러트리며 다가왔다.

“이자식이 정말 몆대 맞아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당장 꺼…… 꺼……”

주먹을 불끈 쥐고 다가오던 웨이터의 안색이 창백해 졌다. 이번엔 일행을 끌고 왔는데 험악한 인상의 덩치는 물론이고 서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위험한 기색의 남자까지 대동한게 함부로 나대다간 피볼거라고 본능이 강하게 경고했다.

어버버 하는 사이 아이작은 아까 앉았던 자리에 다시 앉았고 그 옆 테이블에 폭스트와 솔렌드가 자리잡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불쾌하다는 듯 웨이터와 지배인을 향해 불평했다.

“아까 왔던 놈이잖아?”

“이제는 패거리까지 끌고왔네?”

“정말이지 여긴 일처리를 이따위로 밖에 못하는 거야?”

“이곳 수준도 알만하군.”

“불쾌하군요. 다신 오지 않겠어요. 환불해주세요.”

몇몇 손님들이 벌떡 일어나 나갔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보아하니 어디 시골구석에서 올라온 촌구석 건달들 같았다.

뉴포트시는 수배령이 내려진 범죄자들이 도망쳐 숨기에 아주 적절한 환경이다 보니 반드시 거쳐갈 수밖에 없는 포트시에선 가끔씩 외부에서 흘러 들어온 범죄자들에 의한 강력사건이 발생했다.

“배고프다. 여기서 제일 잘하는 거랑 가장 비싼 거랑 가장 양이 많은거 가져와.”

아이작의 주문에 한 웨이터가 머뭇거리다 주방으로 향했고 한 웨이터는 눈치를 살피다 재빨리 경비대를 부르기 위해 사라졌다.

“이봐! 여긴 주문 안받나!”

쾅! 테이블을 내려치는 폭스트의 거친 태도에 웨이터들이 찔끔 거리며 머뭇거리다 짬에서 밀린 막내가 금방이라도 울듯한 표정으로 폭스트를 향해 다가갔다.

“무 무었을 드시겠습니까?”

“같은걸로.”

“예 예?”

“저 자식이랑 같은걸로!”

“예 알겠습니다!”

황급히 고개를 끄덕이고 도망치려는데 솔렌드가 붙잡았다.

“이봐 난 안보이나 보지?”

쿡! 쿡! 어느새 꺼냈는지 솔렌드가 날이 시퍼렇게 선 나이프를 가지고 테이블을 쿡쿡 찍으며 새하얀 테이블보에 구멍을 내면서 말하자 웨이터는 결국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흐허엉 죄송합니다. 제발 살려주세요!”

“시끄럽고. 나도 같은걸로 주문하지. 빨리 가져와야 할 거야. 내 칼이 피를 보고 싶어 하는거 같거든. 후후후.”

서걱. 솔렌드가 자신의 손등을 그어 흘러내리는 피를 혀로 햩으며 음산한 표정으로 말하자 담이 약한지 주문을 받던 웨이터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푸하하! 뭐야 포트시 놈들은 죄다 이런 겁쟁이들 뿐이야?”

그 모습에 폭스트가 낄낄거리며 비웃는 사이 다른 웨이터들이 기절한 웨이터를 끌고 도망치듯 멀어졌다. 그때 아까 아이작을 쫒아냈던 뚱뚱한 남자가 씩씩거리며 나타나더니 폭스트를 향해 소리쳤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행패야! 내가 누군줄 알고!”

“뭐여? 이 돼지는?”

“뭐라! 가 감히! 누구보고 돼지라는거야! 딱 보아하니 식당에서 행패부리면서 돈을 요구하는 놈들 같은데 어림없다 이놈들아!”

“아 새끼 거 되게 시끄럽네. 좀 닥쳐!”

폭스트는 꽥꽥거리는 목소리가 짜증나는지 물컵을 휙 던졌다.

“악! 나죽는다!”

안면에 정통으로 물컵을 얻어맞은 뚱보는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비명을 질러댔다. 그 모습에 폭스트는 껄껄거리며 웃었다.

“이봐요! 너무 시끄러운거 아니에요? 여기 당신들만 있는게 아니잖아요! 좀 조용히 해요! 다른사람들 식사하는데 방해하지 말고!”

폭스트의 웃음소리가 거슬렸는지 야외 테라스 한 구석에서 차를 마시던 남녀들중 한명이 벌떡 일어나며 폭스트를 향해 따졌다. 앉아있던 다른 일행이 황급히 말렸지만 일어선 여인은 허리에 손을 얹고 씩씩거리며 폭스트를 노려봤다.

“음?”

테이블에 팔을 올리고 턱을 괸채 폭스트가 하는 꼴을 구경하던 아이작의 시선이 자연스레 여인을 향했다가 여인과 같이 앉아있던 남녀들을 보자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이런데서 만날줄은 몰랐는데?’

보아하니 아는척 하기를 꺼려하는거 같은데 굳이 나서서 친한척 할필요는 없겠다 싶어 폭스트를 불러들였다.

“시끄럽데잖냐. 조용히 밥이나 먹고 가자.”

아이작의 말에 폭스트는 궁시렁 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았고 여인도 일행들의 재촉에 이해할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지만 여전히 씩씩거리며 아이작을 노려보았다.

“경비대가 왔습니다.”

솔렌드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열댓명의 경비대원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포트시 제7경비대 조장 3급기사 로브런입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했습니다만……”

“저놈들이야! 당장 잡아가!”

뚱보는 물만난 고기처럼 퍼득거리며 방방 날뛰었다. 로브런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뚱보가 가르킨 쪽을 바라보다 폭스트와 솔드렌의 얼굴을 보곤 놀란 표정을 하더니 다가가 말했다.

“뉴포트시의 폭스트와 솔드렌 맞나?”

“쳇 알면서 왜 물어보슈?”

“……”

폭스트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무리 뒷골목에서 날고긴다 하더라도 경비대 기사에 비하면 어린애나 마찬가지였다.

“음. 순순히 인정할줄은 몰랐는데? 아무튼 체포하겠다.”

“뭐야? 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데!”

“포트시에 수배령이 내려져 있는거 몰랐나? 공갈협박 및 폭행사주. 그리고 특수절도와 강도혐의다.”

“무슨 헛소리야! 난 포트시에 와본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그건 조사해 보면 알 일이고 일단 같이 가지. 불응할시엔 제압하겠다.”

“그럼 그렇지! 뉴포트의 쓰레기일줄 알았어! 이래서 내가 출입제한정책을 찬성하는거야! 저딴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오면 안되니까! 저놈! 저기 저 아닌척 하는 저 쥐새끼같은놈도 확인해봐!”

뚱보의 말에 로브렌은 쌀짝 인상을 찌푸리며 불쾌한 듯 말했다.

“이봐요 오보에씨. 경비대는 당신 부하가 아닙니다. 함부로 나서지 마시죠.”

“뭐야! 네놈들이 받아가는 월급이 누구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알기나 하는거야! 돈값을 해야할거 아냐!”

방방 날뛰는 오보에의 행동에 질렸는지 로브렌은 고개를 설래설래 저으며 아이작을 향해 다가갔다.

“잠시 신분확인을 좀 하겠습니다.”

“나?”

“예.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정중함을 잃지않는 로브렌의 태도에 아이작은 그래도 제대로된 놈은 있구나 싶어 미소지으며 말했다.

“아이작 론다트. 뉴포트시의 행정관이다.”

“……”

과연. 브랜드 파워. 굽혔던 몸을 펴자 드러난 왼쪽 가슴에 새겨진 컬리지의 빛나는 황금색 별은 순식간에 주위를 조용하게 만들었다. 로브렌과 오보에는 물론 구경하던 사람들까지 전부 경악어린 눈빛과 믿을수 없다는 불신어린 눈빛으로 시선은 아이작의 왼쪽 가슴에서 떨어질줄을 몰랐다.

“거 거짓말이야! 아까는 저런거 없었다고! 맞아! 저건 사칭이야! 저 미친놈이 컬리지를 사칭한거라고!”

오보에는 절대 그럴리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이봐요. 오보에씨. 컬리지 사칭이 얼마나 중죄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구요.”

로브렌의 말에 오보에는 볼살이 부들거릴 정도로 고개를 휘휘 저었다.

“뉴포트의 쓰레기들이니 모를수도 있지! 저거 봐! 별만 있지 전공과목 표식이 없잖아! 쓰레기 답게 어디서 주워들었는진 모르겠지만 컬리지가 황금색 별을 표식으로 쓴다는것만 알았던게 분명해!”

오보에의 지적에 사람들은 그제서야 아이작의 표식은 별만 있다는걸 깨달았다. 워낙 컬리지의 위명이 크다보니 황금색 별만 보면 컬리지구나 생각할뿐 표식까지 따지는건 관련업계 사람들 뿐이다.

정말 컬리지를 사칭한 미친놈인가 싶은 의심스런 시선이 아이작에게 쏟아졌지만 아이작은 여유로운 태도로 담배를 하나 입에 물었고 솔드렌이 잽싸게 아이작에게 불을 갔다댔다.

“저봐 저봐! 속이 타니까 청연초를 피잖아! 컬리지 출신이 폣병 환자들이나 쓰는 청연초를 핀다는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오보에가 설레발을 칠수록 로브렌은 난감한 표정으로 고심했다. 뉴포트시에 새로 부임한 행정관이 있고 컬리지 출신이라는 것 까진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생겨먹은지는 모른다.

당장 확인할 길은 없고 사람을 보내자니 시간이 오래걸린다. 가뜩이나 경비대가 출동하고 큰 목소리로 꽥꽥거려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데 컬리지란 소리가 나오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그렇다고 경비대로 데려가자니 정말 행정관이라면 일개 경비대 3급기사가 1급기사에 해당하는 소도시 행정관을 아무런 죄목도 없이 연행하는꼴이된다.

“뭘 멍청하니 서있는거야! 당장 끌고가지 않고! 뉴포트의 쓰레기들이랑 같이있는걸 보고도 고민하는거야? 이래서 무능한 것들은 안된다니까! 저 놈이 컬리지 출신이 아니라는데 내 전 재산을 건다!”

“좋아! 콜!”

“응?”

오보에의 말에 아이작은 기다렸다는 듯이 외쳤다. 그냥 쩔쩔매는 꼴이나 보려고 했을뿐인데 생각지도 못한 기회였다.

“내가 컬리지 출신이 아니라는데 전재산을 건다고 그랬어 다들 들었지?”

눈치빠른 솔드렌이 나서며 바람을 잡았다.

“똑똑히 들었습니다. 사실 컬리지 사칭죄도 중죄지만 컬리지를 부정하고 모욕하는 죄 또한 그에 못지 않은 중죄입니다. 저자가 아이작님이 컬리지 출신이 아니라고 확신한 이상 신성한 컬리지의 상징을 부정한겁니다. 그 죄를 받느니 전재산을 헌납하고 목숨만은 건지는게 이익이겠죠.”

“당신도 들었지?”

아이작의 물음에 로브렌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큰 목소리라 못들을수가 없다.

“자 잠깐! 난 그런뜻으로 말한게 아니야! 난 그러니까……”

“전재산을 건다면서? 아냐?”

“그 그러니까……”

“제국 대법원의 판례에 의하면 전재산을 건다는건 자신이 싾아온 인생의 업적을 걸고 확신을 한다는 뜻으로 맹세와 같은 의미로 쓰일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솔드렌이 끼어들어 부연설명을 늘어놓자 오보에의 안색이 창백해졌고 구경하던 몇몇 사람들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 아니야…… 난…… 그러니까…… 그래! 난 지금 당장 컬리지가 맞는지 밝혀지면 전재산을 건다는 뜻이었어! 아 아니 뜻이었습니다. 헤헤 당연히 아이작님은 컬리지 출신이 맞으시죠. 다만 사람 일이란게 다 그렇잖습니까? 제가 워낙 못배워먹은 놈이다 보니 눈으로 확인을 해야 믿는 성격이라 헤헤헤.”

순식간에 태도가 변해 굽신거리며 손바닥을 비비는 오보에의 태도에 다들 눈살을 찌푸렸지만 폭스트와 솔드렌은 감탄했다.

“휘유. 웬만해선 이렇게 사람많은데서 저런꼴 못보이는데 저렇게 간도 쓸개도 없는놈은 오랜만에 보는군.”

“음. 돈앞에 가족도 팔아버릴 작자는 저도 오랜만에 보는군요.”

두사람의 말에 부끄러운지 오보에의 얼굴이 시뻘개졌지만 잠시의 수모보단 재산을 지키는게 더 중요했다. 아이작은 공감이 가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확실히 일리있는 말이야. 어차피 나중에 다 밝혀질일이니까 지금 당장이 아니면 조건이 성립안되지. 암. 그렇고 말고. 그래서 말인데 언제까지 모른척할겁니까?”

아이작이 시선을 돌리며 말하자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스레 따라갔다.

“저 저요?”

갑자기 시선이 몰리자 아까 폭스트를 향해 당돌하게 항의하던 아가씨가 살짝 겁먹은 표정을 움츠러 들었다.

“끄응. 진작에 도망가는건데……”

“그러게 말이에요. 괜한 일에 엮여 버렸네요.”

필립과 일라이자는 쓴웃음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작 덕분에 필립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일라이자는 연인관계로 발전했고 결국 결혼에 성공했다. 신혼여행겸 해서 포트시로 휴가를 온건데 일라이자의 여동생이 혹처럼 따라붙었고 포트시에서 유명하다는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기위해 들렀다가 아이작을 발견하곤 둘다 기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작이 뉴포트시의 행정관으로 부임했단 소식은 들었으나 설마 만날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떡하니 마주쳤다. 다행히 아이작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쫒겨났지만 아이작의 성격이라면 반드시 돌아와 난장을 부릴걸 알기에 휘말리기 싫어 벗어나려 했으나 일라이자의 여동생이 고집을 부려 결국 머물 수밖에 없었다.

아니다 다를까 아이작이 웬 건달들 둘을 데려와 수작을 부리는걸 애써 모른척 하고 있었더니 일라이자의 동생이 결국 사고를 쳤다. 아는척 하지 않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상황이 이렇게 변할줄이야……

“죄송하지만 신분을 알수 있겠습니까?”

로브렌이 정중히 묻자 일라이자가 떫은 표정으로 어쩔수 없다는 듯 나서며 말했다.

“일라이자 드 로게닉이라고 해요. 이쪽은 제 부군인 필립 드 로게닉이에요. 아이작 론다트 행정관의 신분은 가문의 이름을 걸고 보증합니다.”

언제 어디서고 컬리지 출신임을 나타내야 하는 것과는 달리 캠퍼스는 상황에 따라 자신의 신분을 숨겨도 상관없었다. 일라이자와 필립은 조용한 여행을 원했기에 숨겼지만 증표는 항상 들고다녔다.

일라이자와 필립이 왼쪽 가슴부근을 오른손으로 스치듯 매만지자 캠퍼스의 졸업자임을 증명하는 은색의 별이 나타났다.

오오오! 의외의 반전에 구경하던 사람들이 탄성을 질렀고 오보에는 새하얗게 탁색된 얼굴로 힘이 빠지는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랜만입니다. 결국 성공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싱글싱글 웃는 아이작의 시선을 두사람은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일라이자는 필립을 꼬시기위한 작전을 지시받았단 약점이 있었고 필립은 일라이자에게 청혼하기 위해 아이작에게 외상으로 결혼반지를 구입한채 입 닦아 버린 약점이 있었다.

“뭐 결혼선물로 두분의 이름은 외상장부에서 지워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뜻밖에 만나 도움도 얻었으니까요.”

“이 이건 거짓말이야! 이건 음모야! 서로 작당한채 날 함정에 빠트린거지!”

오보에의 발악에 일라이자의 표정이 변했다.

“지금 그 말은 저희 로게닉가문을 모욕하는 걸로 받아들여도 될까요?”

“커흑.”

일라이자의 싸늘한 시선에 오보에는 고개를 떨구었다.

“그런데 언니 정말 저사람 컬리지 출신 맞아요? 전에 듣기론 캠퍼스에 있다고 들었는데?”

자유를 억압하는 캠퍼스의 분위기가 싫어 영지근처의 사설학원으로 진학했던 일라이자의 동생은 일라이자가 방학때마다 말해주던 아이작이란 괴짜에 대해서 들어왔고 실제로 볼줄은 몰랐는지 신기하단 표정으로 아이작을 바라보며 물었다.

“……결론만 따지자면 컬리지 졸업자가 맞지.”

일라이자와 필립의 복잡미묘한 시선에 아이작은 어깨를 으슥였다.

“저희는 이만 가보죠.”

“다시 한번 결혼 축하드립니다. 시간 나시면 뉴포트시도 한번 놀러오세요. 제국 최 하층민들의 생활상을 견학하고 나면 영지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좀더 신경써야겠다는 생각이 드실겁니다.”

아이작의 말에 일라이자와 필립은 쓴웃음을 지으며 끝까지 보고싶어하는 여동생을 잡아끌고는 도망치듯 사라졌다.

“아이고! 아이작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선처를!”

오보에는 엉엉 울면서 아이작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런 오보에의 태도에 아이작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게 해주지.”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거듭 감사를 표하는 오보에의 어깨를 토닥여 준후 슬쩍 오보에가 붙잡고 있던 바직가랑이를 떼어내며 말했다.

“야 대가리.”

“예. 행정관님.”

“너 네 돈놀이도 하지?”

“채권추심입니다.”

“엎어치나 메치나. 뉴포트의 쓰레기가 얼마나 더러운 놈인지 보여주라고. 선처를 바란다니까 먹고 살 정돈 남겨두고.”

눈치빠른 솔드렌은 아이작의 의도를 알아챘는지 씨익 미소지으며 오보에를 바라보았다.

“전재산을 털어오는건 자신있지만 남겨주는건 처음이라 어렵겠지만 한번 해 보겠습니다.”

“그 그게 무슨소리입니까? 아이작님! 아이작님!”

“어딜 기어와!”

오보에가 아이작에게 다가가려 하자 폭스트가 기다렸다는 듯이 오보에를 발로 뻥 찼다. 전재산이 날아가게 생긴 오보에는 뒤로 굴러갔다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아이작만 불러댔다.

아이작은 오보에의 외침을 한귀로 흘려 들으며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주문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음식이 안나오는거야? 나 이제 여기 사장이거든? 잘리고 싶냐?”

“그 금방 가져오겠습니다!”

멍하니 바라보던 웨이터들은 아이작의 외침에 그제서야 정신이 들어 분주히 움직였다. 사람들은 그 난리를 치고도 태연히 밥먹으려는 아이작을 질린 듯이 바라보았다.

“흠흠.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무슨일이지.”

상황이 일단락 된 듯 하자 로브렌은 아이작에게 다가왔다.

“오보에씨는 에그리노 상단주의 동생입니다. 에그리노 상단은 포트시에서 영향력이 큰 상단중 하나구요.”

“상관없어. 어차피 말 한마디에 꿀꺽할수 있다고 믿을정도로 순진한건 아니니까. 저깟놈의 재산이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야.”

“그 그렇다면야 상관없지만……”

혹시나 싶어 아이작에게 알려주려던 로브렌은 본인이 상관없다는데 별문제 있을까 싶어 다음 용건을 꺼냈다.

“그리고 이건 공무상의 문제입니다만 폭스트 저자는 포트시의 지명수배자로 저에겐 체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게 해.”

“예?”

“수배자라며? 범죄자는 체포해야지.”

“……행정관님의 수행원 아니었습니까?”

“응? 설마 컬리지 출신의 1급기사인 제국 관리가 범죄자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닌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말은 안되지만……”

댁은 될거 같은데요란 뒷말은 속으로 삼켰다.

“체포하는김에 남의 사업장에서 소란피우는 저 뚱땡이도 데려가.”

“알겠습니다.”

로브렌이 손짓을 하자 경비대원들이 폭스트와 오보에를 연행하기 시작했다.

“뭐 뭐야? 이거 안놔? 날 왜 체포하는거야? 이봐 행정관! 야!”

“쯔쯔. 누가 범죄자 아니랄까봐 제국 관리한테 말 하는 꼬락써니 하고는.”

“왜 나만 체포하는거야! 솔드렌 저놈은! 저놈도 수배자 잖아!”

이대로 끌려갈수 없다는 듯 폭스트는 물귀신 작전으로 솔드렌을 물고 늘어졌다. 불똥이 튀자 다급해진 솔드렌은 아이작의 눈치를 살폈고 로브렌도 솔드렌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이자도 체포하겠습니다.”

“응 왜?”

아이작은 이해할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솔드렌 또한 동일 범죄로 수배가 내려져 있습니다.”

“걘 솔드렌 아닌데? 컬리지 출신의 1급기사이자 뉴포트시의 행정관인 내가 설마 범죄자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니겠어? 그저 인상착의가 비슷할 뿐이겠지.”

“……”

“쟤 이름은 대가리야. 야 너 이름이 뭐라고?”

“……대가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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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4 +21 12.08.01 38,574 168 16쪽
4 03 +30 12.07.31 39,111 173 19쪽
3 02 +20 12.07.30 41,359 162 17쪽
2 01 +54 12.07.29 58,051 168 15쪽
1 0. +27 12.07.28 74,995 179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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