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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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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2.24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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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킹 메이커

DUMMY

1인자의 뒤에 숨어 조종하는 비선실세라는 게 마음에 쏙 들었다. 만화나 영화에도 나온다. 진정한 흑막으로 숨겨진 보스라는 포지션.

어라? 그러고 보니 처음엔 은둔한 자에게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고 거부하다 결국 승낙하는 걸 생각했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변한 거지?

아무렴 어떠랴 제갈공명도, 멀린도 말 안 듣는 주인공 돕는다고 피똥 싸면서 고생만 하지 않았던가. 그럴 바엔 주인공을 돕는 게 아니라 조종하는 게 훨씬 속편하다.

처음 해 보는 일도 아니었다. 마이너스 그룹의 의뢰로 어떤 차원에서 관리자 하나 만들어 볼 거라고 도와주려는데, 지지리도 말을 안 들어 처먹어서 열 받아 쥐어 패고 멱살 잡아 끌면서 겨우 임무 완수했었다.

근데 가만 생각해 보니 국회의원이면 나중에 주인공한테 ‘후후, 사실은 내가 실세다.’ 하기엔 약간 급이 약하다. 적어도 하려면 대통령 정도는 돼야지 어울린다.

어깨너머 귀동냥으로 들은 기억을 떠올려 보면 선거라는 건 돈 많이 쓰는 놈이 이긴다는 거 같았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누구지? 그보다 대통령 선거는 언제 하는 거지? 시간 오래 걸리면 기다리기 지루한데.

“호구야, 우리 대통령 선거 언제냐?”

그 물음에 이상하게 기겁을 하는 듯 숨 들이켜는 소리와 함께 부산한 움직임이 느껴지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아무렴 어떠랴. 사장 몰래 짱 박혀서 쉬다가 걸린 줄 알고 놀라서 그런 거겠지.

그러고 보니 군대 있을 적에도 짱 박혀 있는 놈 찾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누구더라? 제일 많이 짱 박혀 있던 놈이? 아. 기억났다. 처음으로 사람 한번 죽여 보려고 했더니 이리저리 잘도 살아남기에 역시 사람 목숨 참 질기구나 감탄했었지.

어라? 그러고 보니 그놈 이름도 고영필 아니었던가? 고개를 갸웃거리던 준영은 아무렴 어떠랴 싶었다. 똑같은 이름 가진 사람은 많았으니까.

“험험. 갑자기 대통령 선거는 왜요?”

시영이 다가와 묻자 준영은 당연한 걸 왜 묻냐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야 국회의원 했다가 대통령까지 가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 그렇지.”

“······아직 4년 남았어요.”

“뭐! 그렇게 많이 남았어?”

깜짝 놀라 소리친 준영은 팔짱을 끼고는 인상을 찌푸린 채 중얼거렸다.

“너무 오래 걸리는데······ 역시 죽일까?”

“아, 진짜 죽이다니 누굴 죽여요?”

“왜? 처음 있는 일도 아니잖아. 어라? 그러고 보니 최초의 암살범. 이거 좋은데?”

준영이 또 쓸데없는 데 꽂히려 하자 시영이 다급히 말했다.

“죽일 필요 없다니까요. 뉴스도 안 보고 사십니까? 지금 대통령은 역대 최고의 무능을 자랑하는 데다 닭대가리도 아니고 지가 뭔 일을 했는지도 기억 못 하는 멍청한 놈이라서 부정부패 증거가 수두룩하게 들통났어요. 조만간 탄핵당할 겁니다.”

“어? 그러면 대통령 다시 뽑는 거야?”

“그렇죠.”

“언제?”

“탄핵 선고 나오면요.”

“그러니까 그게 언젠데?”

“······조만간?”


* * *


“······그러므로 대통령을 파면한다.”

미 정보국의 비밀 자료 일부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 유출. 인터넷에 공개되며 그간 떠돌던 음모론의 일부와 여러 국가 간 협약의 뒷사정이 까발려짐. 그중 한국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는 영상이 포함됨.

기업 측이 제시한 자금이 엄청난 금액임에도 이 정도론 노후 생활비도 안 된다며 길길이 날뛰는 모습이 고스란히 영상에 노출됨.

생계형 비리라고 대차게 까이는 영상은 물론이고 고구마 줄기에 줄줄 딸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캐도캐도 끝이 없는 비리들이 너무나도 명확한 증거와 함께 계속 튀어나왔다.

그 강력한 증거들을 빌미로 전광석화와 같이 끝나 버린 선고에 대다수의 국민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환영했고 극소수의 지지자들은 난리를 쳐 댔지만 그들을 신경 쓰는 자들은 아무도 없었다.

“와. 작정하고 힘쓰니까 한 방에 무너지네?”

뉴스를 보고 있던 에스텔라가 감탄하며 말하자 석호는 낄낄거리며 대꾸했다.

“워낙 병신 짓 하던 놈이라 증거는 내가 전부터 차곡차곡 모아 놨었고 0과들이 지원하는 데 모가지 쳐 내는 거야 일도 아니지. 사실 비리에 푹 전 놈이라 진행한 거지 진짜 존경할 만한 대통령이었으면 차라리 다른 방법 쓰지 이런 짓은 절대 안 했을 거야.”

그 말에 에스텔라는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정치 관련해선 미국도 골치 아픈 상황인 건 마찬가지였다. 직접적인 개입은 할 수 없다는 제약 때문에 어떤 놈인지 뻔히 알면서도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일이 비일비재했으니까.

그런데 아무런 페널티 없이 직접적인 개입이 가능해졌으니 미국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중국, 유럽과 중동의 0과들이 그간의 울분이라도 풀려는지 아니면 대리만족이라도 느껴 보려는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덕분에 방송에선 해외 외신들의 찬사가 쏟아지고 신용 등급이 올라가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났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정말 페널티 없는 거야? 페널티 생기면 우리 진짜 큰일 나. 세계대전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당화련은 뉴스를 시청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직접적인 개입 불가는 당연히 자국뿐만 아니라 타국도 포함된다. 아니, 오히려 타국에 대한 개입이 페널티가 더 크다.

그러니 만약 일이 잘못돼서 페널티를 받게 된다면 이번 일에 끼어든 인도를 제외한 상위 5개국은 대부분의 힘을 잃어버리게 된다.

0과가 힘을 잃어버리면 제13인간계뿐만 아니라 0과들이 운영하고 있는 하위 차원들도 문제가 생기니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당화련의 말에 석호는 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차피 내가 아니라 마이너스 그룹의 보증을 믿고 끼어든 거면서 뭐가 그리 걱정이야?”

0과가 페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일에 이리 쉽게 끼어든 건 마이너스 그룹이 직접 페널티는 없다고 보증을 서서였다. 물론 이게 함정이라면 이미 끝장난 거지만 역설적이게도 마이너스 그룹은 이런 허접한 음모를 꾸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위치라는 점이었다.

오히려 그 점이 그룹의 보증에 신용을 더해 줘 0과들이 이번 일에 참여한 거였다. 그리고 0과들도 궁금한 건 마찬가지였다. 잘하면 페널티를 받지 않고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도 있었으니까.

“그럼 가장 큰 수혜자이자 피해자라 할 수 있는 주인공은 언제 오는 거야?”

“곧 올 거야. 눈치는 빨라 가지도 다른 차원으로 도망친 걸 잡으러 갔거든.”

미텔의 물음에 석호는 낄낄거리며 답했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끼익! 하는 마찰음이 들려와 고개를 돌리자 까페 너머 길거리에 검은색 고급 세단들이 줄줄이 들어와 멈춰 선 게 눈에 들어왔다.

“왔나 보네.”

석호가 심드렁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다들 호기심 섞인 시선으로 창밖을 주시할 때 세단에서 검은색 정장을 입은 떡대들이 우르르 내리더니 까페를 포위하듯 빙 둘러쌌고 두 명의 떡대들이 한 세단의 트렁크를 열더니 밧줄에 꽁꽁 묶인 영필을 꺼냈다.

“야! 이 비겁한 놈들아! 니들 살자고 배신을 해? 놔! 이거 놔! 내가 가만있을 거 같아! 니들 딱 두고 봐! 얼굴 기억했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던 영필은 까페의 출입문이 열림과 동시에 입이 다물어졌고 떡대들은 불친절한 택배기사처럼 영필을 까페 안으로 휙 던져 버리곤 순식간에 도망쳤다.

“······.”

뭔가 할 말은 많은데 소파에서 자고 있는 준영이 깰까 봐 입을 꾹 다문 채 눈빛만으로 세 여인과 석호를 향해 많은 말을 했지만, 가뿐히 무시한 세 여인과 석호는 묶인 채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석호를 향해 다가갔다.

“그런데 이걸로 충분해?”

에스텔라가 못미더운 시선으로 심지어 사람도 아닌 물건을 보는 듯한 시선으로 영필을 바라보다 석호에게 묻자 석호도 원망 가득한 눈으로 노려보는 영필을 물건 검사하듯 이리저리 훑어보며 말했다.

“어쩌겠어. 당장 써먹을 놈이 이놈밖에 없는데.”

“난 아직도 이해가 안 가. 무슨 차이가 있는 거야?”

“나도. 어차피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똑같잖아.”

당화련과 미텔의 말에 석호는 한심하다는 듯 쯔쯧 혀를 차며 말했다.

“일반인인 잔챙이 고영필이 대통령 한다고 설치는데, 우리가 도와주면 당연히 직접적인 개입으로 판단해 끼어든 모든 사람들에게 페널티가 적용될 거야. 하지만 양아치 영필은 이쪽 세계 인간이거든.”

그 말에 세 여인이 창백해진 안색으로 석호를 향해 소리쳤다.

“설마 양아치 영필은 이쪽 세계 인간이니까 지가 나서서 대통령 하겠다고 설치면 페널티는 양아치 영필한테만 적용된다, 이런 건 아니지? 아닐 거야, 그렇지?”

“야, 이 미친놈아! 0과의 역사가 몇 년인데 그런 생각을 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 거 같아!”

“그리고 전부 실패했다고! 알 만한 사람이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아, 어떡해! 이거 큰일났잖아!”

세 여인은 호들갑을 떨며 석호를 죽일 듯한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상위 차원의 존재들이 철수한 신화시대 이후 제13인간계인 오직 인간들만이 남았다.

게이트마저 닫아 버리고 떠나 다른 차원과의 교류조차 할 수 없었던 제13인간계는 홀로 살아가야 했고, 힘이 있으면 쓰고 싶은 게 당연한 인간의 본성인 데다 다른 차원의 존재는커녕 페널티가 뭔지조차 모르던 시절이라 룰 브레이커들이 직접 왕이 되어 정복전쟁을 벌이거나 세상사에 개입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물론 그 끝은 다 안 좋아서 아무리 거대 제국을 세우고 광대한 땅을 정복해도 페널티 때문에 결국 망해 버렸다. 다시 다른 차원과 게이트가 연결되고 페널티에 관해 알고 나서야 룰 브레이커들은 자연스레 비밀 결사의 형태로 모였고 지금의 0과로 발전했다.

하지만 페널티 때문에 나라꼴 돌아가는 데 간섭 못 하고 속절없이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게 얼마나 속 터지는 일인지는 모든 나라의 0과들이 뼈저리게 겪는 울화병이다.

그래서 언제나 답을 찾아 헤매는 인간답게 무슨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결과물 중 하나가 석호가 말했던 것과 같은 방법이었지만, 당연히 실패했고 그 결과가 어떤지는 역사의 참혹한 사건들만 살펴봐도 잘 알 수 있었다.

그런 세 여인의 반응에 석호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묶여 있던 영필의 밧줄을 잘라 내곤 일으켜 주며 대꾸했다.

“다른 점이 하나 있지. 양아치 영필은 특수 능력자거든.”

“행님이야말로 양아치 아녀? 와, 어떻게 이렇게 날 팔아먹을 수가 있데요?”

영필이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석호를 노려보며 씩씩거릴 때 상대적으로 권문과 제법 가깝다 할 수 있는 삼합회 소속의 당화련이 처음 듣는 소리인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특수 능력자라고?”

“요 양아치의 안타까운 가정사도 한몫했지만 괜히 양아치 짓을 하면서 삐뚤어진 게 아니거든.”

석호의 대꾸에 영필은 끄응 하는 앓는 소리와 함께 불만 섞인 눈초리로 석호를 노려보았다. 룰 브레이커의 능력은 등급이 나뉜다. 하지만 그런 등급을 나눌 수 없는 룰을 가진 룰 브레이커를 특수 능력자라고 부른다.

말이 좋아 특수 능력자지 사실은 쓸모없고 쓸데없는 룰을 가진 룰 브레이커가 불쌍해서 그렇게 불러주는 것뿐이다.

“무슨 능력인데?”

에스텔라의 물음에 영필은 인상을 팍 찡그렸고 석호는 낄낄 웃었다.

“그럼 그렇지.”


작가의말

훗 역시 200개는 무리군. 그럼 그렇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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