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취몽객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까페 출입금지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최근연재일 :
2018.03.11 22:13
연재수 :
68 회
조회수 :
857,711
추천수 :
24,652
글자수 :
404,321

작성
18.02.21 13:31
조회
3,570
추천
117
글자
13쪽

흔한 클리셰

DUMMY

“켁! 뭐, 뭐야?”

준영의 시선이 미치지 않는 카운터 안쪽으로 시영을 끌고 간 세 여인은 취조하듯 시영을 둘러싼 채 노려보았다.

“운희 고년은 숨기는 게 많았지만 넌 그럴 필요가 없겠지?”

“우리가 궁금한 게 꽤 많은데 말이야.”

“순순히 대답하면 소중이는 무사할 거예요.”

“······.”

시영과 에스텔라, 당화련의 시선이 잠시 순진무구하게 방긋방긋 웃는 미텔에게 모였다가 흩어졌다.

“얘는 그렇게 안 봤는데 왜 그렇게 가운데에 집착하는 거야?”

“아무리 효율적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병 아냐?”

에스텔라와 당화련의 타박에 미텔이 볼을 부풀릴 때 시영이 말했다.

“아, 그거 말이죠. 내가 알기론 미텔 씨가 첫 임무로 입 무거운 놈 심문하는 일을 맡았는데, 아무리 다그쳐도 입도 벙긋 안 하던 놈이 떼어 버린다니까 바로 정보를 토해 냈답니다. 그래서 버릇이 됐다고······.”

“이거 진짜 효과적인 심문법이라고! 고문할 필요도 없고 얼마나 좋아.”

미텔이 변명하듯 항의했지만 에스텔라와 당화련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건성으로 넘기자 뿔이 나는지 툴툴거렸다.

“아까 말한 게으름이 떨어졌다는 건 무슨 뜻이야?”

당화련의 물음에 시영이 말했다.

“아, 그거요? 전임자가 아직 개발 중인 베타 서비스를 무리하게 작동시켜서 뭔가 오류가 생겼답니다. 그래서 그간 쌓인 게으름이 100년 동안 잠만 자면서 대부분 해소됐을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보니까 진짜 그런 거 같고요. 세상에. 뭔가 일거리가 없나 먼저 찾다니. 으으. 갑자기 악몽이 생각난다······.”

시영은 끔찍한 표정으로 뭔가 잊고 싶은 기억이 떠올랐는지 한차례 부르르 몸을 떨었지만, 그런 반응은 안중에도 없는 세 여인은 혹하는 표정으로 자연스레 서로를 견제하며 말했다.

“그 게으름이 떨어졌다는 게 정확하게 무슨 뜻이야?”

“그래프로 치자면 게으름이 성욕보다 수치가 더 밑으로 내려갔다는 뜻이지?”

“일을 찾는 거 보니까 막 연애도 하고 싶어지고 뽀뽀도 하고 싶어지고 그거도 하고 싶어지고 그런다는 거지?”

살짝 흥분한 듯 들떠 있는 세 여인을 보고 짧게 혀를 찬 시영이 충고하듯 경고하듯 말했다.

“경험자로서 한마디 하자면 게으른 사람은 계속 게으른 게 좋은 겁니다. 어째서 저 양반 밑에 있던 애들이 저 양반 얘기만 나오면 경기를 일으키는지 잘 생각해 보세요.”

하지만 시영의 조언과 훈수는 기본 스펙이 다르다 보니 우린 니들과는 다르다는 자신감에 가득 찬 세 여인의 귀에는 들어갔다가 그냥 흘러나왔다. 역시 이래서 사람은 뭐든지 겪어 봐야 한다는 교훈이 있는 거다.

“아무튼 난 이런 거 댁들한테 설명해 줄 의무는 없으니까 나머지 궁금한 건 알아서 알아보세요. 아니, 그보다 내가 아무리 합병당했다고는 해도 마이너스 그룹 영업부장인데 너무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닙니까?”

“그래서. 우리가 그 합병 소식을 못 들은 이유가 뭐야?”

에스텔라의 말에 시영이 말했다.

“오늘 결정된 일이에요. 아직 마켓에 공고도 안올라간걸 0과들이 어떻게 압니까? 그리고 요즘 0과는 여기 신경쓸 겨를 없어요. 시끌벅적하거든요. 한국 0과는 참모장이 저 양반을 안 겪어 본 데다 한 맺힌 게 좀 많다 보니 반대하는 사무장이랑 마찰이 심해서 개판이죠. 상위 오개국은 또 지들끼리 난리고 중소 0과들도 이리저리 줄선다고 정신없죠.”

“역시 우리가 오메가팀으로 이적한 문제 때문에 그런거지?”

에스텔라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하자 시영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뭔 소리예요? 댁들이 오메가 팀으로 이전 하던 말던 변하는거 있어요?”

“······없나? 그러면 왜 난리라는 거야?”

“그야 차원계에 퍼진 소문 때문이죠.”

“소문?”

미텔의 물음에 시영은 엄청난 비밀을 고백하는 것처럼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자 세 여인도 따라서 진지해졌다.

“마이너스 그룹이 진금화를 대신할수 있는 물질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그 말에 세 여인은 힘 빠진 표정으로 물러섰고 그 반응이 마음에 안 드는지 시영은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내 말 못 믿는 겁니까?”

“못 믿는게 아니라 이미 알고거든. 소문이 퍼진다는게 더 신기하네. 마이너스 그룹이 보안에 실패한거야?”

“새어 나가도 상관없는 단계라서 그런거 아닐까?”

“난 아직도 어떻게 그게 가능한지 이해가 안가.”

세 여인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있던 시영은 뭔가를 깨달았는지 벌컥 소리쳤다.

“아, 진짜! 나 심문하는 것도 아니고 기껏 말해 줬더니만 알고 있는거라고 반응도 시큰둥 하고 말이야. 그럴 거면 왜 말하라고 한 거야?”

세 여인은 삐졌는지 벌떡 일어나 씩씩거리며 사라지는 시영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물어만 보면 술술 대꾸해 주던 게 누군데. 과연 호구라 할 만했다.


* * *


소파에 편하게 몸을 파묻고 있던 준영은 하품을 하며 뺨을 긁적였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심심한 건 또 오랜만이었다.

전에는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서도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었다면 지금은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은 정도?

다시 한 번 하품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니 트리시아는 설거지를 하고 있고 알바 세 명은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역시 손님도 없는데 알바를 세 명이나 두는 건 조금 무리수였나 싶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알바가 놀고 있는 꼴 못 봐 주는 악덕 사장도 아니고, 손님이야 많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는 거지.

준영이 PC방에나 올라가서 게임이나 할까 고민만 하며 멍한 눈초리로 소파에서 뭉그적거릴 때 딸랑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며 두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따라 손님이 많네?”

준영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배 나온 남자와 안경 쓰고 홀쭉하니 마른 남자의 모습에 중얼거렸고, 고개를 쑥 빼 들곤 손님을 확인한 뒤 서로 빠르게 시선을 교환하며 뭐 하는 놈인지 정보를 교환한 끝에 진짜 손님이란 사실에 세 여인과 트리시아가 경악할 때 두 남자는 여인들을 향해 다가갔다.

“허허허, 고생이 많군.”

그래도 손님이라고 일단 접근한 트리시아를 배 나온 남자가 노골적으로 훑어보더니 웃으면서 트리시아의 한 손을 억지로 양손으로 잡고 매만지는 사이 홀쭉한 남자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더니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네, 좋습니다. 웃으세요. 아이구, 두 분 다 모델급이니 사진에서 빛이 납니다.”

“허허. 거. 사람 참 넉살은.”

일반인이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반응이 늦었다가 처음으로 어처구니가 없어지는 경험을 한 트리시아가 손등을 손가락으로 스윽 매만지는 배 나온 남자의 행동에 돌처럼 굳어 버릴 때 배 나온 남자가 다음 타깃으로 미텔을 향해 다가갔다.

“허허, 반갑습니다.”

“꺄악! 너 뭐야!”

남자의 손이 뱀처럼 다가오자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선 미텔이 비명을 질렀는데, 남자는 아쉽다는 듯 입맛만 한번 다시곤 당화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가 매서운 눈길에 움찔하고는 에스텔라를 향해 다가갔다.

“오! 에스텔라 양, 팬입니다.”

슥!

배 나온 남자가 에스텔라의 손을 잡으려 했으나 에스텔라가 피해 버리자 남자의 손은 허공을 휘저었고 배 나온 남자가 인상을 찌푸리더니 뒷짐을 쥐고 헛기침을 하자 홀쭉한 남자가 에스텔라를 향해 벌컥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아니, 공인이 팬을 무시해도 되는 거야! 딴따라 주제에 말이야! 이분이 누군지 알아!”

“······.”

새로 나온 정신 공격인가 의심이 들 정도로 얼이 빠져 있는 사이 홀쭉한 남자는 기세등등하게 고함을 질렀고 배 나온 남자가 허허 웃으며 홀쭉한 남자는 말렸다.

“그만하게, 김 비서. 모를 수도 있는 거지.”

“······누구세요?”

준영의 관심을 끄는 게 목적이었다면 정말 대성공이라 할 수 있었다. 무려 준영이 직접 일어서서 다가와 물어볼 정도니까.

“강남구 소상공인 협회장으로 지역 발전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해 오신 우리 고영필 협회장님을 모른다고! 당신이 여기 강남 땅에서 편안하게 장사하는 게 대체 누구 덕분인데!”

그 말에 준영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돈 내고 건물 사고 까페 만들어서 장사하는 게 왜 저 양반 덕분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뭐 아무렴 어떠랴 그렇다니까 그런 거겠지.

준영이 가만히 있자 홀쭉한 남자가 발끈 하며 다시 소리치려 할 때 고영필이 나섰다.

“허허, 그만하게. 김 비서. 모를 수도 있지. 반갑소. 나 고영필이라 하오.”

“아, 예. 안녕하세요.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신지?”

자연스럽게 하대를 하는 영필의 행동의 세 여인과 트리시아의 표정이 정말 재미없는 코미디를 보는 듯했지만 눈치도 없는 건지 허허 웃으며 뒷짐 진 영필 대신 김 비서가 나서며 말했다.

“이번에 우리 협회장님께서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의 행보에 분개하시어 살신성인의 자세로 이 나라의 발전과 영광을 위해 이번 강남구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기로 구국의 결단을 내리셨습니다.”

“그렇군요. 좋은 일 하시네요.”

“협회장님께선 차후 대권에까지 도전하실 분이십니다.”

그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던 준영은 활짝 웃었다. 아니 이건! 수많은 장르에서 이제는 식상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써먹히고 있는 그 클리셰!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오다니!

“아이고,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준영이 허리 숙여 사과하자 세 여인과 트리시아의 표정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창백해졌고, 영필은 껄껄 웃으며 준영의 어깨를 토닥였다.

“허허. 그래도 젊은 사람이 경우가 있군. 아주 마음에 들어.”

그 말과 함께 영필이 자연스럽게 틈을 벌린 사이 비서가 잽싸게 끼어들어 말을 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이 선거라는 게 혼자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다 주위에서 응원하고 후원을 하면서 힘을 팍팍 실어줘야 승리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가요?”

“그럼요! 이 무능한 정부가 서로 지들 이익을 위해 싸우다 보니 사장님께서도 보물을 손에 쥐고도 써먹지도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제가요?”

“우리 고영필 협회장님께서 선거에 승리하기만 하면 우리 사장님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사장님을 팍팍 지원해 드릴 겁니다.”

준영은 자신이 손에 보물을 쥐고 있었던가 고민해 봤지만 딱히 떠올릴 만한 게 없어 고민하던 사이 김 비서의 마지막 말에 잊어버렸다. 보물은 없지만 재미는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잘 찾아 오셨습니다. 저에게 맡겨 주세요.”

예상치 못한 반응이었는지 잠시 멍하니 있던 김 비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눈을 끔뻑거릴 때 영필이 비서를 한번 노려보곤 타이밍을 놓치기 전에 나서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우리 김 사장님께서 도와주신다니 천군만마를 얻은 듯합니다.”

“그럼요! 저만 믿으세요.”

준영이 호언장담 하는 사이 다시 정신 차린 김 비서가 끼어들며 말했다.

“험험. 그런데 이 정치라는 게 말이죠. 따지고 보면 돈 많은 놈이 이기는 구조라는 겁니다. 그래서······.”

무슨 뜻인지 뻔한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김 비서의 말을 자르며 준영은 다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혹시 저녁에 다시 오실 수 있나요? 같이 저녁이라도 먹으면서 계획을 세워 보죠.”

“어이쿠, 그렇게까지 안 하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저 그런데 사진이라도 먼저······.”

“에이, 이왕 찍는 거 제대로 찍어야죠. 저녁에 오시면 확실하게 준비해 놓을게요.”

“험험. 그러면 저녁에 뵙겠습니다.”

“예, 살펴가세요.”

문 앞까지 배웅을 나간 준영의 행동에 끼어들 타이밍을 놓쳐 버린 여인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활짝 웃는 준영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준영?”

“응? 뭐가?”

“뭐냐니! 어째서 저런 놈들을 상대하는 거야?”

“어째서냐니? 재미있잖아. 이런 클리셰를 놓칠 수야 없지.”

“클리셰?”

준영의 말에 세 여인은 한 가지 상황을 떠올렸다. 쥐꼬리만 한 권력을 가지고 까부는 놈들에게 더 큰 권력과 힘을 보이며 박살내 주인공을 부각시키는 데 자주 써먹는 장면.

“그래서 클리셰대로 행동하려고?”

“응. 심심한데 잘됐지. 트리시아, 위에 올라가서 시영이 좀 불러 줘.”

“······네, 알겠습니다.”

“아냐, 우리가 갈게.”

사람 하나 부르는데 우르르 몰려갈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아무렴 어떠랴. 손님도 없으니 심심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작가의말

앞으론 댓글이 20개가 넘기 전까진 연재 안할겁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까페 출입금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중대발표 +49 18.03.03 8,660 0 -
68 발할라 프로젝트 +24 18.03.11 3,766 80 11쪽
67 선거는 전쟁이다. +18 18.03.01 3,284 87 13쪽
66 선거는 전쟁이다. +5 18.03.01 2,848 84 10쪽
65 선거는 전쟁이다. +4 18.03.01 2,649 79 13쪽
64 선거는 전쟁이다. +61 18.02.26 3,314 102 11쪽
63 킹 메이커 +83 18.02.24 3,405 113 12쪽
62 킹 메이커 +198 18.02.22 3,747 127 13쪽
61 킹 메이커 +106 18.02.21 3,609 128 12쪽
» 흔한 클리셰 +46 18.02.21 3,571 117 13쪽
59 흔한 클리셰 +11 18.02.19 3,860 135 12쪽
58 시스템 프로젝트 +10 18.02.13 4,974 132 14쪽
57 시스템 프로젝트 +14 18.02.07 4,989 132 15쪽
56 첫 임무 +6 18.02.01 5,889 145 14쪽
55 첫 임무 +9 18.01.30 5,851 177 15쪽
54 첫 임무 +14 18.01.29 6,164 202 14쪽
53 첫 임무 +22 18.01.24 7,154 220 13쪽
52 팬심으로 대동단결 3 +29 18.01.22 6,922 273 13쪽
51 팬심으로 대동단결 2 +15 18.01.20 7,150 266 13쪽
50 팬심으로 대동단결 +18 18.01.20 7,226 249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취몽객' 작가를 후원합니다!

  • 보유 골드: 0 G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