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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취몽객
작품등록일 :
2013.06.06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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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1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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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4,321

작성
18.01.20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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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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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글자
13쪽

팬심으로 대동단결 2

DUMMY

팬질의 신, 덕후의 신, 문화의 신, 죽음의 신 등등 칭호를 여러 개 가진 존재는 차원계를 통 틀어도 그리 많은 수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은 전부 막강한 존재감과 그에 걸맞은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 눈앞의 청년은 아무리 좋게 봐줘도 평범함 그 자체였다.

“저자가 문화의 신이야?”

“으음······ 내가 생각한 이미지랑은 다르네?”

당화련과 미텔의 중얼거림에 에스텔라는 설명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자기가 들었을 때도 참 황당한 이유였지만 한편으론 참 일리가 있는 말이었으니, 자기 입으로 설명하기가 좀 거시기했다. 그리고 문화의 신은 뭐랄까 심한 콤플렉스라도 있는지 자기 신상 정보에 관한 거라면 아주 훌륭한 설명충이었다.

“뭐야? 그 시선은! 진정한 팬으로서 육체마저 진화시킨 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니들이 몰라서 그래! 팬이 스타보다 잘생겨 봐라! 얼마나 자괴감이 들겠어! 안 그래? 반대도 마찬가지야! 보기에도 꺼려지는 놈이 팬이라고 하악거리면 정신적인 충격을 받겠지? 그래서 평범하고 무난하게 생긴 게 팬질을 하는 데 가장 좋다고!”

“그래······ 그거 좋겠네.”

“와, 대단하다.”

당화련과 미텔의 영혼 없는 대꾸에도 문화의 신은 이제야 자신의 대단함을 알겠냐는 듯 콧대를 세우며 으쓱거렸다. 그런 문화의 신을 지그시 바라보던 준영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야.”

“야? 넌 경로사상이 없는 차원에서 왔냐? 내가 니들 또래처럼 보여도 이제껏 먹은 밥그릇 숫자만 따지면 차원 하나 가득 채우고도 남거든?”

“됐고. 네가 나한테 현상금 걸었냐?”

“응? 네가 누군데? 오! 에스텔라 양! 그 사악한 학살자란 놈의 마수에서 풀려났군요! 하하하, 감사할 필요는 없습니다. 전 한 사람의 팬으로서 에스텔라 양이 앞으로도 좋은 작품을 계속 만들어 주시면 만족할 뿐입니다.”

“와······ 준영이 누군지도 모르면서 현상금을 건 거야?”

“문화계열 아니면 관심도 없는 건가?”

당화련과 미텔이 감탄할 때 에스텔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문화의 신이시여······.”

“에이, 신이라니. 부담스럽네요. 그냥 한 사람의 팬으로 기억해 주세요.”

“······아무튼 의뢰를 취소해 주세요.”

“하하하, 걱정 마세요. 저한테 진금화 천 개쯤이야 아무것도 아닙니다. 너무 부담 가지실 필요 없습니다. 전 한 사람의 팬으로서 에스텔라 양을 응원할 뿐입니다. 이런. 저한테 반하신건가요?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는 괴로운 상황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면 반할 만하지요. 하지만 난 팬. 에스텔라 양은 스타입니다! 우리의 사랑은 이뤄질 수 없어요! 내가 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다른 스타들 볼 면목이 없다고요! 그러니까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슬픔마저 예술로 승화시켜 작품 속에 녹여내 차원계 역사에 남을 만한 걸작을 만들어 주세요. 아. 적당한 시나리오가 없으면 제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하고 많은 작가와 각본가에게 검수를 받은 불후의 명작이 있는데, 그거라도 추천해 드릴까요? 팬과 스타의 알콩달콩 러브스토린데 거기에 사랑과 배신! 야망과 금기가 섞여······.”

신나게 주절주절 떠들기 시작하는 문화의 신의 모습에 두통이 오는지 에스텔라는 인상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이래서 내가 여기 오기 싫었어. 저 양반 한번 떠들기 시작하면 끝이 없어. 남의 말은 절대 안 들어 처먹기로 유명해. 무력 빼곤 다 가지고 있는 양반이라 아무도 못 말리거든.”

“내가 말려 줘야지.”

에스텔라의 투덜거림에 성큼 앞으로 나선 준영은 이미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흔한 클리셰들을 자기가 생각한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떠들면서 숨겨진 출생의 비밀로 막장 드라마까지 끼워 넣는 문화의 신을 향해 몽둥이를 휘둘렀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누가 문화의 신 아니랄까 봐 완벽한 트리플 악셀을 맨땅에서 선보이며 날아가는 문화의 신을 세 여인과 대글러족이 멍하니 바라볼 때 준영은 몽둥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언제나 찰진 느낌을 제공해 주던 몽둥이였는데 이번엔 어째 느낌이 약했다.

“야! 너 뭐야! 뭔데 다짜고짜 몽둥이질이야!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어! 내가 마! 느그 차원 관리자랑 어! 밥도 같이 먹고! 어! 같이 목욕도 하고! 어! 다 했어!”

준영은 벌떡 일어나 길길이 날뛰며 다가오는 문화의 신을 신기한 듯 유심히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 느낌이 약하긴 했지만 맞기는 맞았는데 상처 하나 안 보였다.

“어쩌라고?”

“악! 잠깐! 너 내가 누군 줄 알아!”

“알지, 나한테 현상금 건 놈.”

“아니, 그게 아니라! 쫌! 말 좀 하자!”

준영은 문화의 신을 몽둥이로 두드려 패면서 신기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와, 이건 무슨 수면을 후려치는 거 같았다. 분명 반응은 있는데 그게 다다.

문화의 신을 고통도 안 느끼는지 줄기차게 떠들어 댔고, 준영이 시끄러워서 주둥이를 후려치면 오히려 인상을 쓰면서 말 좀 하자고 꽥꽥거렸다.

“와. 이거 때리다 지치기는 또 처음이네.”

아무리 때려도 표시가 안 나니 의욕이 뚝 떨어진다. 그런 준영의 뒤로 에스텔라와 당화련, 미텔이 다가왔다.

“하하하! 나 죽여 보겠다고 괴롭히던 놈들한테 시달리는 동안 먹은 밥그릇만 합쳐도 차원 하나를 가득 채운다고!”

“아까 살아온 시간이 차원 하나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했으니까 시간 대부분을 시달렸다는 거네?”

미텔이 한 말에 충격을 받았는지 문화의 신은 좌절 포즈로 쓰러졌다. 그 모습이 정말 처량하고 불쌍해 보였는지 미텔은 엉겁결에 사과했다.

“미, 미안해요. 난 그냥 별생각 없이 한 말인데······.”

“다른 사람이랑 대화할 땐 생각 없이 말하지 말라고!”

“맞는 말인데 댁이 할 말은 아니잖아!”

“크억!”

당화련이 뿌린 독에 당했는지 갑자기 목을 부여잡고 창백해진 안색으로 부들부들 떨던 문화의 신이 듣는 사람 시원해질 정도로 목을 울리더니 굵직한 가래침을 하나 뱉어 냈다.

“카악! 어우, 이거 무슨 약이야? 목이 텁텁하던 게 싹 사라졌네.”

“으아······ 진짜 불사네.”

룰 브레이커마저 질식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을 무슨 목기침 약처럼 취급하는 문화의 신의 행동에 당화련은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때리기도 피곤하다. 의뢰 취소하는 걸로 끝내 줄게.”

준영이 피곤이 섞인 목소리로 말하자 문화의 신은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

“흥! 뭐든지 힘으로 해결하려는 네놈들에게 굴복할 거면 내가 지금까지 밥 먹고 다니지도 않았어! 난 팬으로서 너같이 힘만 쓸 줄 아는 놈들의 손에서 반드시! 우리 문화계의 보물을 보호할 거다!”

“아니, 그러니까 그럴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에스텔라가 답답한 표정으로 외치자 문화의 신은 에스텔라를 바라보며 안심하라는 듯 제 딴에는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는지 씨익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에스텔라 양, 보나 마나 저 무식한 것들이 에스텔라 양을 협박해서 그런 거 잘 압니다. 걱정 마세요! 제가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나 스타의 진정한 팬 중의 팬! 저 나쁜 놈들이 두 번 다시 건드리지 못하게 내가 아주 혼쭐을 내 드리겠습니다!”

“와! 멋지다!”

“반하겠다!”

“님 좀 짱인 듯!”

문화의 신이 그렇게 얻어 터지는 걸 봤으면서도 대글러족은 환호성을 지르며 문화의 신을 응원했고, 그 기세에 흥이 올랐는지 문화의 신은 벌떡 일어나 준영과 세 여인을 무시한 채 진정한 팬으로서의 자세에 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아오. 저 자뻑 진짜.”

“와, 저게 바로 벽창호라는 거구나.”

“그보다는 그냥 병신 아냐? 아! 안 죽고 오래 살아서 저렇게 된 건가?”

“······.”

미텔의 말이 화살처럼 날아와 급소를 후벼 팠는지 문화의 신은 다시 좌절했다.

“너 은근히 세다.”

“너 순진한 척하는 거 내숭이지? 딱 러시아의 불곰답네.”

“아, 아냐! 준영 씨, 저 진짜 아니에요!”

에스텔라와 당화련의 공격에 미텔이 당황하며 준영에게 매달렸으나 준영은 그에 관해선 아무 감흥이 없었다.

“저거 죽이지도 못하고 때려도 안 아픈 거 같고 내버려 두면 계속 귀찮게 할 거 같은데 어쩌지?”

“그러게? 저 반응으로 봐서는 내가 은퇴선언해도 소용없을 거 같아.”

“독도 안 통해.”

“얼려 버릴까?”

미텔의 의견에 생각해 보니 꽁꽁 얼려 버리면 봉인당한 거나 마찬가지라 쓸데없는 짓은 못하겠다 싶어 다들 동의했다.

“너너넙!”

미텔의 손짓 한 방에 문화의 신은 당황하는 표정 그대로 쩌저적 얼어붙어 하나의 얼음동상으로 변해 버렸고, 그런 문화의 신을 향해 대글러족이 다가갔다.

“어? 조각상이다.”

“죽은 거야? 죽은 건가?

“죽었네? 문화의 신 관련 전시실은 없는데?”

“우리가 만들자!”

“전시실 하나! 전시품은?”

“필요 없어! 문화의 신 자체가 전시품이야!”

“그러면 컬렉션은? ······내 거야!”

“아냐, 내 거야!”

“먼저 가진,놈이 임자!”

대글러족의 눈깔이 희번덕거리며 문화의 신이 평생을 모아 온 컬렉션들을 향한 탐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낼 때 컬렉션을 향한 문화의 신의 집착은 미텔의 공격마저 극복해 냈다.

“우오오! 어떤 놈이 감히 내 컬렉션을 노리는 거냐!”

“와아아! 살아났다! 역시 문화의 신이야!”

“부활이다! 업적이다! 전시실 만들자!”

몸에 묻은 얼음 가루들을 털어 내며 괴성을 토하는 문화의 신과 갖가지 괴성을 지르며 환호하는 대글러족의 외침이 섞이자 당화련과 미텔은 피곤한 표정으로 에스텔라를 향해 말했다.

“문화계열 얕보고 비아냥댄 거 사과할게. 문화계열에 미친놈들이 많은 이유가 있었네, 신부터가 저 꼴이니.”

“나도 사과할게. 견제할 필요도 없이 스트레스 때문에 미친년 되거나 일찍 죽겠다, 너.”

“이년들이!”

발끈한 에스텔라가 당화련, 미텔과 드잡이를 할 때 준영이 관자놀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아오. 저주가 점점 심해지네.”

“어떻게 할 거야?”

“상공 저에게 좋은 두통약이 있사옵니다.”

“제가 떼어 버릴까요?”

미텔의 말에 살짝 혹하긴 했지만 얼음 봉인도 자력으로 깨부수는 모습을 보니 별 효과는 없을 거 같았다.

“이거 해결 못 하면 꽤 골치 아파지는데······.”

“그렇게 심각한 거야?”

세 여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준영은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여기는 흥미를 끄는 게 너무 많아서.”

그 말에 세 여인은 납득이 갔다. 호기심이 생길 때마다 임무를 우선시하는 저주. 차원계의 모든 전시품이 다 있는 이곳 박물관은 누구나 다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곳이다.

“어? 하지만 준영은 지금 의뢰를 받은 상태가 아니잖아?”

에스텔라의 지적에 준영은 두 손가락으로 미간을 주물럭거리며 대꾸했다.

“저주가 적용되는 조건에 의뢰만 있는 건 아니야. 날 열 받게 하거나 내가 아, 저놈 좀 조져야겠다고 생각하면 자동으로 발동돼. 그리고 저놈은 그 두 가지 조건을 전부 충족시켰지.”

준영이 노려보자 콧방귀를 뀌며 얼마든지 해 보라는 듯 거만하게 턱을 치켜들고 한 팔을 들어 손을 까딱거리며 도발하는 문화의 신의 행동에 못 참겠다는 듯 준영이 다시 몽둥이를 불끈 쥐고 나섰다.

다시 시작된 타작의 시간. 문화의 신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준영을 향해 그렇게 때리면 액션에 화려한 맛이 안 산다느니, 좀 더 감정을 담아라, 한곳만 패는 것보다 골고루 패는 게 더 보기 좋다는 등등 아낌없는 조언을 퍼부었다.

“와······ 나 준영이 이렇게 쩔쩔매는 거 처음 봐.”

“크흑! 분하다. 상공이라도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죽지도 않고 봉인도 안 되는 존재는 정말 성가시네.”

그나마 다행이라면 문화의 신이 전투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걸까? 하긴 죽지도 않는데 전투 능력마저 있으면 일찌감치 차원계는 문화의 신에게 정복당했을 거다.

“생각해 보니 정말 대단한 양반이네.”

“그러게. 역시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건가 봐.”

“저런 대단한 존재도 따돌림당하면 혼자 놀 수밖에 없는 거네. 음. 난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지.”

세 여인이 속닥거릴 때 결국 다시 지친 준영이 다가왔다.

“와. 저런 놈은 또 처음이네.”

문화의 신은 구타가 멈추자 대글러족의 도움을 받아 복싱 경기에서 종이 친 것처럼 간이 의자에 앉아 목에는 수건을 두르고 입을 가글하고 대글러 족은 서포터와 트레이너처럼 웃기지도 않는 조언을 하며 마사지를 해 주고 양동이로 가글한 물을 받아 내는 등, 누가 문화의 신을 따르는 종족 아니랄까 봐 둘 다 아주 죽이 맞아 움직이니 보는 사람은 울화통이 치솟아 오른다.

“내가 치사한 거 같아서 이 방법만은 안 쓸려고 그랬는데, 야, 의뢰 취소해라. 안 그러면 여기 박물관엔 먼지만 남을 거다.”

“뭐, 뭣? 이런 무식하고 사악한 새끼! 이게 어떤 물건들인데!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귀중한 역사들이다!”

“잘됐네. 그러니까 그 소중한 물건들이 망가지는 거 보기 싫으면 의뢰 취소해.”

“으윽! 부, 분하지만 어쩔 수 없지. 포기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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