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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페어리 님의 서재입니다.

테라나이트(Terra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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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페어리
작품등록일 :
2015.10.21 10:45
최근연재일 :
2015.12.20 14:5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21
추천수 :
33
글자수 :
8,431

작성
15.10.22 00:15
조회
250
추천
3
글자
9쪽

출석번호 356번(2)

DUMMY

“어…. 이번 모의대련은 불시에 생긴 전투상황임에도 얼마나 잘 해낼 수 있는가를 반영한 것이며….”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야. 어디보자…. 오호라. 과연. 감사가 떴었구만? 그래, 그래. 그러면 뭐라도 보여줘야지. 인정!


“첫 번째 대련 두 명은 추첨으로 정해질 것이고, 두 번째 대련에서는 패자를 교체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대련 규칙은 공식 룰을 그대로 사용합니다.”


장소는 대운동장. 날씨는 쾌청. 대운동장 중앙에는 대뜸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 은, 엄폐물 일절 없음.


“그럼 추첨을 시작하겠습니다.”


학생인 듯, 학생 같은, 학생 아닌 너. 불시에 검문을 나온 감사원이 학생들 틈에 숨어있었다. 뭔가 재빠르게 메모를 하고 있는 모습이 왠지 모르게 애처로워 보였다. 다른 애들은 몰라도 저는 다 보여요….


“우선…. 2학년 1번!”


웅성웅성. 웅성웅성웅성.


교장선생님이 작은 상자에서 종이를 꺼내어 그 종이에 적힌 숫자를 읽기까지의 여정. 그 작은 여정이 폭발하여 거대한 웅성거림을 불러냈다.


“진짜 쌍검이네….”


“상대는 망했다.”


“걸리지 마라, 걸리지 마라, 걸리지 마라!”


너무 뻔하잖아요, 선생님들…. 아무리 감사가 왔다고 해도 그렇게 섣불리 최강을 보여주면 어떡합니까.


“상대는….”


356명, 그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첫 번째. 출석번호 1번이 가지는 타이틀의 무게는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제발 나만 아니길!”


“신이시여!”


최근 전국대련에서 3위에 입상했다고 들었다. 이 정도 클래스라면 사실상 학년의 경계조차 모호했다.


애초에 전교 1위도 대단한데 말이야. 그 1위끼리 경쟁해서 또 3위까지 올랐으면 말 다한 거지, 뭐야.


아니지, 아니지. 이 정도면 말 안 해도 알아줘야지.


“상대는 2학년 20번.”


쌍검. 아직 중2병이 채 가시지 않은 학생들이 지어준 별명. 보통 사람의 두 배가 넘는 테라 보유량에 또 완벽한 컨트롤까지…. 잠깐만? 음. 잠깐만요? 으음…. 음?!


“네, 네, 네, 넵!”


전교 1위의 대련상대는 안타깝게도 내가 아는 전교 20위였다. 둘은 대련할 동그라미 속으로 각자 걸어들 갔다.


“으으. 으, 아, 으.”


단정한 20번의 걸음걸이는 안 그래도 단정한 그녀를 더욱 단정하게 만들어주었다. 직각으로 삐걱삐걱.


“잘 부탁해.”


“어, 으, 으응.”


공교롭다. 공교로워. 한 명은 학교 전체를 씹어 먹는 2학년. 한 명은 2학년 전체에서도 겨우 20위. 물론 저것도 대단한 거긴 한데….


“낄낄낄. 엉망진창이나 되라.”


양아치 114번이 뒤에서 능글맞게 웃어재꼈다. 그 본새가 너무나도 재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20번을 응원할 뻔했다.


“테라량부터 측정하겠습니다.”


거창하게 열린 만큼 교장선생님이 몸소 행차하셨다. 교장선생님은 연신 삐빅 거리는 단말기를 가져가 출석번호 1번이자 전국번호 3번에게 가져갔다.


“건승을 기원하네.”


입모양조차 겨우 보일만큼 작게 속삭인 목소리. 물론 나도 목소리까진 듣지 못했지만 그 입 모양새정도는 가볍게 읽어내었다.


“테라 보유량 S, 테라 운용능력 A⁺, 종합전투력 SS!!"


순간 온 장내가 침묵했다. 분위기에 글자가 있었다면 고요라고 대빵만하게 쓰여 있었겠지.


“와아….”


“우, 우와!!”


“대박인데?!”


모두가 공감했을 것이다.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짧게 이어졌던 침묵은 바로 그러한 의미였을 테다.


“테라 보유량 B⁺, 테라 운용능력 B, 종합전투력 B⁻.”


20번의 능력 측정. 1번에게 축복했던 교장선생의 입이 이번에는 열리지 않았다.


“대련 개시!”


“….”


2학년 출석번호 1번. 종합전투능력은 사실상 이 학교 선생님들조차 섣불리 건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감사원이 온 모양이야.”


1번의 왼손과 오른손이 허공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그 모습은 흡사 허리춤에 있는 장도를 뽑는 모습이었다.


1번이 본디 있을 리 없는 검집과 손잡이를 잡자 그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테라가 뿜어졌다.


“뭐?”


빛나는 검은색. 아직 형체화 되지 않은, 아직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테라는 그 찬란한 가루를 마구 흩날려댔다.


“이 웃기지 않는 대련도 그 때문인 모양인데….”


1번이 허공으로부터 검을 뽑았다. 마음껏 요동치던 테라가루들이 일순간에 검의 형태를 취했다. 마치 1번의 오른손에 모조리 빨려 들어간 것만 같다. 그야말로 완벽한 운용.


“뭐, 어쨌든 잘 버텨봐.”


얼핏 보이는 프로필. 남자, 짧은 머리, 키 190cm, 말라보이지만 군살이 없는 탄탄한 체격, 자신감 넘쳐흐르는 표정이 그의 남자다움을 더욱 가중시키는 중. 한 마디로 요약해서 1번의 이미지는 굉장히 시원시원했다.


“어서 준비해. 뭐해.”


“…안 뽑네.”


“뭐?”


“한 개 더 안 뽑는다구.”


“보고 뽑아도 늦지 않을 거 같아서.”


“아, 그래?”


단정한 20번의 단정한 생머리가 단정하지 않게 요동쳤다. 그녀의 발끝에서 머리까지 몰아치는 테라폭풍. 그녀도 엘리트임에는 틀림없다.


“후아!”


20번의 표정에서 일말의 긴장조차 사라졌다. 음…. 저건 오히려 화가 난 표정 같은데?


“오. 제법 괜찮은데?”


자그마한 테라폭풍이 멎었다. 이윽고 20번의 손에는 커다란 낫 한 자루가 실려 있었다. 그 크기는 20번의 키 보다 높은 곳에 자리했다.


“와봐.”


1번은 검 끝을 20번에게 겨눈 채 작은 목소리로 20번을 도발했다. 내가 보기엔 저건 도발 축에도 못 끼는데…. 설마 속지는 않겠지?


“크.”


속았네. 속았어.


“이야압!!”


20번의 커다란 낫이 약하디 약한 인간의 피부를 겨냥했다.


이 모의대련에는 아무런 방어도구가 없었다. 사실 이 모의대련뿐만 아니라 전국의 모든 모의대련이라는 것들이 그러했다.


상대방의 테라를 깨버리거나, 가상 체력게이지를 0으로 만들면 승리. 말이 가상체력이지 위험하기 짝이 없는 싸움이다. 가상이고 자시고 까닥하다가 한방에 골로 간다니까?


“끝이야?”


이렇게 위험한 짓을 해야만 하는 이유를 나로서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어째서 굳이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 걸까.


“너, 소문보다 훨씬 재수 없었네.”


“글쎄다. 나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


“마지막으로 한번 갈게. 이것도 한번 받아봐.”


“그래그래. 네가 멋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너도 좋고, 나도 좋고, 학교도 좋아져.”


20번의 몸에서 한 번 더 테라폭풍이 일기 시작했다.


“와우.”


“20번!! 뭔가 좀 더 보여줘!!”


“쌍검정도는 꺼내게 해봐!!”


“쟤 좀 움직이게 해보라고!!”


20번의 패배는 이미 기정사실인가. 나도 1번의 승률이 압도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벌써부터 20번을 패배시킨 너희들의 태도에는 정말이지 신물이 다 올라왔다.


“하아아압!!”


20번의 낫이 테라폭풍을 흡수하면서 더욱더 거대해졌다. 어느새 작은 전봇대만한 수준이 되어 휘두르기만 해도 땅이고 자시고 움푹 꺼질 기세였다.


테라량은 무조건 많은 게 최고다. 기본적으로 테라도 질량을 가지지만 그 주인에게는 무게의 영향이 일절 없었다. 즉 저 커다란 쇳덩어리를 한손으로도 붕붕 휘두를 수 있다는 소리다.


“후….”


부우웅, 부우우우웅.


20번의 가녀린 한 손에 전봇대만한 가녀린 낫이 한 자루 들려졌다. 가볍게 휘두르기만 했는데도 평소에는 듣기 힘든 소리가 자꾸 나타났다.


“죽어버려어어어!!”


20번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1번의 태도가 어지간히 맘에 안 들었나보군.


감사원도 제법 놀란 눈치였다. 그만큼 이번 공격에는 임팩트가 있었다. 감사원이 보고 있어! 힘내!


“모두 뒤로 물러서세요!”


촤라라락.


선생님들의 테라가 마치 우산처럼 학생들 머리 위를 감쌌다.


“웃.”


쿠콰콰콰쾅. 낫의 공격이라고는 당최 믿기 힘들 정도의 굉음.


“뭐야,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쌤! 우리 안전은 우리가 지킬 테니 어서 이거 좀 걷어 봐요!”


학생들의 안전과 대련결과 모두를 지킨 선생들의 테라가 안개 걷히듯 사라져갔다.


모두가 숨을 죽였다. 20번의 마지막 일격은 모두의 숨을 죽일 만했다. 단순 파괴력으로만 따진다면 10위권도 가볍게 넘볼 수 있을 테다.


“헉.”


하지만 결과가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되레 어이를 상실했다.


“제법인데?”


“너…. 정말 사람이니?”


“이거 왜 이래. 이 주변 좀 봐봐. 네가 이렇게 쑥대밭으로 만들었잖아. 그렇게 따지면 네가 더 괴물이지.”


확실히 주변은 쑥대밭이었다. 아무것도 없었던 운동장에 크고 작은 바위돌멩이들이 굴러다녔다. 그것들이 원래 존재했었던 곳에는 크레이터마냥 움푹 파인 구덩이가 자리하고 있었다.


“에취! 아고. 먼지.”


하지만 1번이 서있던 곳만큼은 멀쩡했다. 사실 1번은 대련이 시작한 이후로 한 번도 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지저분한 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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