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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페어리 님의 서재입니다.

테라나이트(Terra Kn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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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페어리
작품등록일 :
2015.10.21 10:45
최근연재일 :
2015.12.20 14:53
연재수 :
3 회
조회수 :
2,120
추천수 :
33
글자수 :
8,431

작성
15.10.21 10:47
조회
460
추천
4
글자
9쪽

출석번호 356번(1)

DUMMY

세계는 무너졌다. 그렇다. 이렇게 표현하지 않고서야 딱히 붙일만한 미사여구가 보이지 않았다.


잠깐만 생각해보자. 그냥 평범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말이다. 자신의 몸속에 이상하기 짝이 없는 금속 덩어리가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


이 정체불명의 금속은 언제든지 자신이 원할 때마다 밖으로 꺼낼 수 있다. 기본적으로 남의 금속은 사용이 불가능하고 오로지 자신의 것만 운용이 가능하다. 이것은 주로 날붙이의 형태로 나타나며,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소실되는 법이 없다.


등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가 찰 노릇이다. 어디서? 어떻게? 왜? 이놈은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더 어마어마하게 인류를 몰아붙였다.


질량보존의 법칙 같은 과학법칙 따위야 아주 가볍게 엿을 먹였다. 분명히 실재하고 현실에 영향력도 행사하는데 말이지. 실체화시키지 않았을 때의 질량은 1g도 채 가지지 않았다. 즉, 꺼내지 않았을 때의 몸무게는 조금의 변화도 없었다는 뜻이다.


실체화시켰을 때의 무게는 1cm³당 10.49g. 공교롭게도 은의 금속비중과 일치했다.


이 물질은 이미 이 세계의 법칙으로부터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어긋나 있었다.


이제 하이라이트. 이 금속이 등장함과 동시에 전 세계의 모든 언어체계가 통일되었다. 잠정적으로 파악된 전 세계에 존재하는 언어 7424개.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지각체계로 합쳐졌다.


이렇게 어려운 말은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말이고, 쉽게 말하자면 모든 언어가 모국어처럼 술술 이해된다는 소리다.


분명히 말이지. A라는 언어가 B라는 언어랑은 다른 걸 알겠다고. A는 지렁이처럼 생겨먹었고, B는 나무상자처럼 생겨먹었다고. 그런데 A, B 둘 다 어머니를 가리키는 게 어떤 건지, 그게 바로 이해된다니까?


과학자라는 작자들은 이 기묘한 금속 녀석이 뇌에 어떠한 영향을 가하고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이 정도 생각쯤은 당신도 할 수 있고 나도 할 수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생각을 어렵게, 멋있게 지껄이던 과학자들은 이 금속의 이름을 ‘테라(Terra)’라고 명명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30여 년 전. 그것은 무척이나 뜬금없이, 문득 그냥 그렇게 나타났다.


여하튼. 인류에 가해진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해 한동안 인류는 대대적인 수습과정을 피할 수 없었다.


사회, 경제, 문화에 지대한 변화가 생겼다는데 솔직히 나는 이제야 겨우 고등학교 2학년생이고? 어렸을 때 일어나는 변동 따위 변동이라고 느껴질 거 같으냐? 그냥 그러려니 그게 유년기였을 것을.


물론 책으로만 봤지만 우리 인간이 무척이나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게 한 가지 있었다.


우리 세대야 뭐, 테라를 사용하는 게 자연스럽지만 서도…. 그렇다면…. 그렇다면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아직도 살아있는 바로 그 위에 세대들은?


이 어마무지한 변화들이 고작 10년 만에 정리될만한 규모인가.


나는 테라와 테라가 중심인 현재 문화를 아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것은 내 옆에 있는 또래 놈들도 마찬가지겠지.


테라가 정착된 지금 이 시대가 가장 평화롭고 강대한 시대라고들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하고 평화로운 시대.


수없이 죽어간 조상들도 이루지 못한 업적을 말이야. 고작 철덩어리 조금이 나타났다고 해서 이렇게 쉽게 해결되었다고?


우리 인류는 무엇인가에 쫓겼던 것이 틀림없다. 이 어려운 문제를 단번에 해결해야만 했을 만큼 더 거대한 문제가 나타났음이 틀림없다. 아니, 그 문제는 더 이상 문제의 궤도에서 벗어나 위협이라는 단어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그 위협은 대체….”


“어이! ‘안단테!’ 어이!! 자냐?!”


“…네, 네?!”


“안자고 있었으면 대답을 해야지! 어서 일어나서 대답해봐!”


키득키득. 깔깔깔깔. 비웃음으로 점철된 메아리.


“아, 그, 저기…. 선생님? 죄송한데 문제가 뭐였죠?”


“쌤! 356번 따위가 도대체 뭘 알겠어요!”


“전부 시끄러! 단테야, 칠판에 있는 거 말이다! 칠판!”


이번엔 푸하하하하하. 곱하기 여러 번.


“아, 음…. 테라의 보유량에 대해서 기술하시오.”


“그래. 어서 기술해봐.”


“크.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포기는 빠르게. 물론 사과도 빠르게. 자, 이렇게 하면 선생님은 다른 학생한테 답변을 시킬 테고? 내 우측 후방에서 지우개 따위의 무언가가 날아오겠지. 한 개, 두 개, 세 개, 아니, 네 갠가?


“출석번호 20번, 네가 한번 대답해봐라.”


툭, 후두둑. 악의치곤 매우 작은 일격이 후두부를 내리 강타했다.


“?”


뭐야, 이번엔 종이였네.


“소곤소곤. 넌 그런 것도 모르냐? 아이큐는 35.6인가 보지? 소곤소곤.”


귀찮네…. 게다가 유치해…. 뭐, 그래도 때리지는 않으니까.


“쌤! 대답하기에는 너무 시끄러운데요? 좀 더 조용해지면 대답하겠습니다!”


출석번호 20번. 긴 생머리에 단추하나 풀지 않은 단정한 여학생. 음. 이름이 뭐였더라?


“전부 조용히 해!”


단정한 20번은 이쪽을 보더니 씨익 하고 미소 지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지.


“소곤소곤. 저거저거, 또 지랄이네, 지랄이. 소곤소곤.”


그렇다. 지금 이것이야말로 내게 주어진 현실이었다. 출석번호 356번에게 주어진 왕따라는 칭호. 그 무게감.


“테라의 보유량, 테라는 사람마다 그 보유량이 다릅니다. 평균적으로는 칼 한 자루 만들 정도의 양이며, 형태 유지에 있어 집중력 따위의 정신력이 소모됩니다.”


테라의 존재 때문에 학생들끼리의 다툼도 매우 엄하게 처벌했다. 한번 잘못 놀리면 훅하고 가버리니까. 덕분에 왕따라고는 해도 육체적인 고통은 적은 편이었다.


“훌륭하다. 자리에 앉으렴.”


그러니까 그렇게 웃으면서 앉아도 말이지…. 별로 도움은 안 된다니까? 더 귀찮아질 뿐이라니까?


“오전 수업은 이걸로 마치고, 오후에는 모의대련 있으니까 그렇게들 알고 있어라.”


“으에에에엑?!”


“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에요!”


“미리 말해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시끄러. 불시에 할 거라고 말했잖아. 게다가 전교단위니까 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어쨌든 몸조리 잘해라. 혹시 또 모르니까.”


“아아아악! 난 망했어!!”


내가 왕따 당하는 직접적인 이유이자 현 사회의 대표적인 시스템 중 하나다.


“아아! 356번이랑 걸렸으면 좋겠다!”


“안 걸리는 거 VS 356번이랑 하는 거! 하나, 둘, 셋!”


“야, 내기도 밸런스가 맞아야 하지. 당연히 후자 아니냐?”


자신이 가진 테라를 가지고 상대방을 제압한다. 이 간단해 보이는 문장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모두를 지배했다.


“하아.”


이 학교 2학년에는 총356명이 존재한다. 학교의 출석번호는 학생의 자질에 따라 차등적으로 분배되었다.


출석번호 356번. 즉, 나, 안단테의 자질은 356명 중에서도 356번째라는 소리지. 테라 보유량, 최하위. 테라 운용능력, 최하위. 종합 전투력, 최하위.


“여어, 꼴등. 오늘 걸리면 잘 부탁한다.”


“야! 너나 잘해. 애꿎은 애 괴롭히지 말고.”


여어. 단정한 20번. 안 그래도 된다니까.


“내가 쟤한테 뭔 짓 했냐? 아니면 너 지금 20번이라고 으스대는 거야, 뭐야. 적당히 해라, 진짜…. 확 베어버리기 전에.”


출석번호 114번. 이 반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했지만 20번에 가로막혀버린 슬프디 슬픈 양아치여. 내세울 건 오직 그 꿀리지 않는 기세뿐.


“할 수 있음 해봐.”


“크.”


못하지 못해. 나도 너희한테 찍소리 못하는 것처럼 너도 쟤한테 찍소리 못해. 그만큼 새로운 시대의 계급제도는 강력하니까.


“괜찮아?”


역시…. 단추 하나하나가 용케도 끝까지 채워져 있구만. 단정하다, 단정해.


“음. 괜찮지. 괜찮고말고.”


“어휴. 넌 자존심도 없어? 저런 애들이 괴롭히는데 반항도 안하고. 이 상황을 바꾸고 싶진 않아?”


“그러고는 싶지.”


“근데 왜 그래!”


“너한테 쟤네들이 ‘저런 애’이듯이 쟤네들한텐 나도 ‘저런 애’야.”


이번에 나타난 계급제도는 철저하게 힘의 논리에 근거하고 있었다. 그러니 엎으려고 해도 당최 엎을 수가 없는 걸. 애초에 쟤가 더 강하니까.


“그래도 노력하면!”


“그런 말 하지 마. 노력에도 한계는 있어. 네가 아까 말했잖아. 테라의 보유량은 각자 차이가 난다고.”


“게다가 난 지금의 상황에 만족해. 적어도 맞고 다니진 않잖아? 미안한데 네가 그러면 그럴수록 나만 더 피곤해질 뿐이야.”


“으.”


아무 말도 못하는 20번을 두고 대차게 교실 문을 나와 버렸다.


“아.”


좀 심했나? 괜히 미안하네…. 맨날 신경써주는 아인데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야, 오늘 모의대련 두 번이나 있다고 했나?”


“추첨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레알? 그럼 ‘쌍검’ 나오는 거 아냐?”


아이 참. 알게 뭐야. 아아. 아무한테도 간섭 안 할 테니 아무도 신경 안 써줬으면 좋겠다. 에휴. 밥이나 먹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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