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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_ㅎ

Dimension Arbitrator 2(D.A2)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7.06.26 21:50
최근연재일 :
2017.07.28 13:41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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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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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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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죄와 용서 (8)

DUMMY

저벅저벅

해가 막 뜬, 대단히 이른 시각이었다. 평소라면 가벼운 달리기를 하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리벤은 지금 홀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해가 떴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아직 새벽에 가까워서 막 떴을 뿐, 중천에 뜬 건 아니어서 주변이 썩 밝지가 않아 길이 위험했지만 그래도 그는 묵묵하게 산을 올랐다. 지금 반드시 들러야 하는 장소가 있어서였다.

그 장소는 바로,

“······.”

리벤에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하는 장소라고 할 수 있는 아일리전 묘지였다.

요즘 굉장히 자주 찾아오는 감이 없지는 않았으나 오늘은 어떻게든 와야 했다. 그래서 리벤은 이른 시간이라 차갑게 느껴지는 공기를 맞으며 묵묵히 첼시의 묘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녕하세요. 리벤 니하트입니다. 또 왔네요.”

그리고는 고개를 숙이면서 말했다. 첼시의 묘에는 일전에 리벤과 레첼이 놓고 간 꽃이 아직 자리하고 있었다. 분명히 같은 날에 놓고 갔건만 기이하게도 한 송이는 시든 상태였다. 아무래도 둘 중 하나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걸 산 듯싶었다.

“올 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러프 씨는 제가 반갑지 않으실 것 같아요. 하지만 오늘만큼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어요.”

리벤은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다. 말을 하는 그의 표정으로부터는 일종의 비장함이 감돌고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생각을 했어요. 내가 당신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죠. 그러다가 하나의 결론을 내렸어요. 그건 바로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가면을 쓰고 어설프게나마 사람들을 도왔어요. 그게 도움이 되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차분함이 느껴지는 말이었다. 상대로부터 들려오는 대답 따위는 조금도 없었지만 리벤은 씩씩하게 말했다.

리벤이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다가 며칠 전에 우연히 당신의 이복 언니인 레첼 일라드 씨를 만났어요. 처음에 그 분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는 많이 망설였어요. 내 존재를 알려야 하나···. 그래도 역시 말씀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모든 걸 말씀드렸어요. 그렇게 해서 러프 씨···. 당신하고 빨리 만나게 되어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이제는 초연한 느낌도 적잖게 들었다. 리벤의 어조는 그러했다.

리벤이 다시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일라드 씨는 아니었어요. 물론 저를 용서하신 건 아니었지만··· 그 분은 단지 제 힘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돕길 바라시더라고요.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는 많이 망설였지만, 지금은 결심했어요. 러프 씨, 저는 다시 D.A가 되어서 사람들을 돕고 싶어요.”

그렇다. 리벤의 말을 보면 알 수 있듯 그는 레첼의 권유를 받아들이는 쪽으로 뜻을 정한 상태였다.

리벤은 이미 엘버스의 난 당시 베소인의 권한으로 D.A가 되었던 전적이 있었고, 지금은 인력 부족이 너무 심하다 보니 D.A가 되는 많이 완화되어 -이 덕에 레첼이 D.A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의지만 있으면 크게 어려울 게 없을 정도였다.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역시 나이였는데, 이건 크게 문제가 될 게 없었다. 응시자가 출중한 기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되면 굳이 에스터를 졸업하지 않아도 채용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에스터에서의 교육 과정을 그냥 건너뛰는 것이었다.

거기에 레첼이 랭크가 낮다고는 해도 엄연히 D.A로써 추천장도 써줄 예정이었을 뿐더러 리벤은 애당초 그들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미하엘하고 매우 돈독한 관계였다. 또한 그 역시 인력 부족이 극심하여 리벤이 다시 D.A가 되어 힘을 보태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말하자면 될 수 있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의 문제였다. 그냥 리벤이 D.A가 되고 싶다고 전서구로 미하엘한테 편지 한 통만 보내면 일사천리로 진행될 터였다. 시험은 볼 필요도 없었다. 이미 S랭크에 필적하는 실력을 가지고 있는 걸 모두가 알고 있으니 그것이야말로 시간 낭비였다.

여기에 하나 변수가 있다면 리벤의 부모님의 뜻이었다. 그들은 리벤이 지금까지 나이에 비해 너무나도 많은 고생을 한 만큼 이제는 편히 지내기를 무엇보다 바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가장 고된 직업으로 평가받는 D.A를 하겠다고 하는 것이니,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했다.

그러나 다행히 그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조심스럽게 전서구로 편지를 써서 보내니 리벤의 부모님이 해도 좋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아무래도 그들은 부모이다 보니 리벤이 계속 혼자 산에서만 지내는 게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힘든 일이라고 해도 우선 사람들과 부딪히며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 게 분명했다.

또한, 리벤은 이번에 D.A로 복귀하면서 결심한 게 하나가 더 있었다.

“약속드릴게요, 러프 씨. 무슨 일이 있어도 일라드 씨를 지키겠다고···. 그 분만큼은 제가 죽는 한이 있어도 지킬게요. 그러니 지켜봐주세요.”

그것은 이제 자신에게 있어 그 누구보다 소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레첼 일라드의 존재였다. 그녀는 첼시의 유일한 피붙이였다. 리벤은 첼시는 아무리 불의의 사고라고 해도 엄연히 자신이 죽인 만큼 레첼만큼은 꼭 지키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애초에 D.A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것 역시 언제든지 레첼의 곁에 있기 위함이었다. 그러려면 같은 동부 지구에 같은 부서에 속해야겠지만 그 부분이야 미하엘에게 부탁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어차피 동부 지구의 경무과는 지금 인력난이 극심하여 어느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보다 더 자연스러운 복귀는 없을 터였다. 행여 그 과정에서 시험이 필요하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지금까지 많은 난관을 극복한 만큼 그 어떤 시험이라도 자신 있었다.

“그래서··· 아무래도 당분간은 오지 못할 것 같아요. 이 말을 꼭 해드리고 싶어서 오늘 이렇게 온 거예요. 그리고··· 꽃도 죄송합니다. 사실 오늘도 사오려고 했는데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가게가 문을 열지 않았더라고요. 그 대신이라고는 말하기 조금 그렇지만 이것으로 참아주세요.”

리벤은 첼시의 묘를 향해 열심히 말하고는 아일리전 묘지로 오는 과정에서 꺾은 꽃을 앞에 내려놓았다.

기분 탓일까.

그렇게 하니 왜인지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동안···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열심히 살게요. 그렇게 살다가 나중에 죽거든, 꼭 러프 씨에게 직접 사과드릴게요.”

그것이 마지막 인사였다. 리벤은 그 인사와 함께 첼시의 묘를 향해 절을 하고는 그대로 아일리전 묘지를 나왔다. 묘지를 나온 그의 모습은 굉장히 듬직하게 보였다.


*


<이 아이는 대단히 우수한 인재로, 우리 D.A에게 정말 큰 도움이 될···>

“아니야. 이건 너무 딱딱한 느낌이···.”

<놀라지 마시라! 이 아이는 무려 ‘그 분’입니다! 이보다 더 D.A에 어울리는 인재는 없습니다!>

“무슨 물건 파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이건 그 애도 밝히지 말아달라고 했었지···.”

한편, 레첼은 현재 골머리를 앓는 중이었다. 추천장을 언급하며 리벤에게 D.A를 권유한 것까지는 좋았다.

헌데 그 추천장이라는 게 막상 직접 쓰려고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소설가들의 전투력이라고 하는 필력이 그 무엇보다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으음···. 딱 보면 확 하고 와 닿는 그런 어마어마한 게 필요한데···.”

쓰다가 편지지를 구긴 게 벌써 일곱 번째였다. 책상에 앉아있던 레첼은 자신의 주변에 꾸겨진 편지지가 널린 게 보이자 손에 쥐고 있는 연필을 돌리면서 중얼거렸다. 급한 일이니만큼 집에 오자마자 씻지도 않고 쓰기 시작해서 벌써 1시간이 흘렀건만 진척이 전혀 없으니 그런 것이었다.

“어휴, 안 굴러가는 머리 억지로 굴러봐야 나올 리가 없지. 조금만 쉬었다가 써야겠다.”

그러다가 레첼은 계속 지금처럼 있어봐야 무의미하다고 판단, 자리에서 일어나 크게 기지개를 켜고는 그대로 다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다. 저녁에 먹을 장을 보기 위함이었다.

‘리벤 니하트···.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가 없기는 하지.’

슬슬 저녁이어서 그런지 하늘은 이미 노을이 지고 있었다. 밖으로 나온 레첼은 그 광경을 보다가도 문득 리벤을 떠올렸다.

리벤도 피해자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는 건 아무래도 어려웠다. 아무리 본인이 의도한 게 아니라고는 하지만 첼시를 죽인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말을 주변에서 종종 듣고는 했지만··· 그걸 자신이 실제로 겪게 될 줄은 몰랐다.

‘아니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은 해서 좋을 게 없어···. 밝게 생각하자. 그 애가 진심으로 뉘우치고 있는 건 사실이니···. 응?’

특유의 긍정적인 생각으로 감정을 조절한 레첼은 시장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다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짜 수상쩍은 사람이네···.’

그도 그럴 게, 길에서 굉장히 묘한 복장의 사람을 보게 된 여파였다. 그 사람은 전신을 검은 로브로 감싸고 있었다. 너무 수상하다 보니 본능적으로 D.A로써 그를 체포해야 하지 않나 고민하게 될 정도였다.

그러나 그 사람이 저지른 일은 엄연히 말해 아무것도 없으므로 레첼은 그냥 그 옆을 지나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그 순간에 들을 수 있었다.

[이거 굉장히 놀랍군. 그 말을 어떻게 곧이곧대로 다 믿을 수 있는 거지?]

‘응···?’

굉장히 이상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주변에 있는 사람은 전혀 없었건만, 귓가에 또렷하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현상에 레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서는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리벤 니하트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나? 도대체 왜 믿은 거지? 그 어떤 근거도 없는데?]

‘그건··· 다른 사람들의 말도 있었으니까···.’

[네 동생··· 첼시 러프를 죽였다만?]

‘물론 그 애가 내 동생을 죽인 건 맞아. 하지만 굉장히 좋은 아이야. 그건 나 역시 알고 있고···.’

수수께끼 같은 목소리의 물음에 레첼은 열심히 대답했다.

그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아니···. 레첼 일라드, 너는 모르고 있다. 그래서 지금도 마음이 불편하지. 너 자신의 마음을 속이지 마라.]

‘그게 무슨···?’

[그렇다면 지금 내 목소리가 들릴 리가 없을 테니 말이지···.]

“······!”

수수께끼의 목소리와 묘한 대화를 나누던 레첼은 일순간 당황했다. 자신의 숨기고자 했던 감정을 제대로 들킨 여파였다.

[리벤 니하트는 첼시 러프를 죽였다. 이것은 분명한 진실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 대해 너는 진실을 듣지 못 했어. 인간은 본래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피하기 마련이다. 기록을 본 것도 아니고, 본인의 입으로 말한 걸 전부 믿으면 안 된다는 소리다.]

[리벤 니하트는 너의 적이다, 레첼 일라드···. 네가 마땅히 죽여야 하는 적이다.]

[이쪽으로 오는 거다, 레첼 일라드. 너에게는 어둠이 어울린다···.]

“······.”

거기까지였다. 수수께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레첼은 그 자리에 그대로 멈췄다. 그녀의 눈에는 초점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죽은 사람처럼 보이는 모습이었다.


작가의말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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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암운이 감돌다 (2) 17.07.25 86 0 12쪽
26 암운이 감돌다 (1) 17.07.24 84 0 12쪽
25 속죄와 용서 (12) 17.07.23 74 0 12쪽
24 속죄와 용서 (11) 17.07.20 82 0 12쪽
23 속죄와 용서 (10) 17.07.19 75 0 11쪽
22 속죄와 용서 (9) 17.07.18 76 0 12쪽
» 속죄와 용서 (8) 17.07.17 80 0 12쪽
20 속죄와 용서 (7) 17.07.16 77 0 12쪽
19 속죄와 용서 (6) 17.07.15 64 0 13쪽
18 속죄와 용서 (5) 17.07.14 79 0 11쪽
17 속죄와 용서 (4) 17.07.13 75 0 12쪽
16 속죄와 용서 (3) 17.07.12 86 0 12쪽
15 속죄와 용서 (2) 17.07.11 71 0 12쪽
14 속죄와 용서 (1) 17.07.10 111 0 12쪽
13 달라진 일상 (4) 17.07.08 75 0 12쪽
12 달라진 일상 (3) 17.07.07 80 0 12쪽
11 달라진 일상 (2) 17.07.06 95 0 12쪽
10 달라진 일상 (1) 17.07.05 77 0 12쪽
9 고독과 이변 (4) 17.07.04 88 1 11쪽
8 고독과 이변 (3) 17.07.03 86 1 13쪽
7 고독과 이변 (2) 17.07.02 79 1 12쪽
6 고독과 이변 (1) 17.07.01 82 1 12쪽
5 달라진 세계 (4) 17.06.30 94 1 12쪽
4 달라진 세계 (3) 17.06.29 127 1 13쪽
3 달라진 세계 (2) 17.06.28 183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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