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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_ㅎ

Dimension Arbitrator 2(D.A2)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로웰크란
작품등록일 :
2017.06.26 21:50
최근연재일 :
2017.07.28 13:41
연재수 :
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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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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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7.16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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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속죄와 용서 (7)

DUMMY

“윽···.”

워낙 찰나의 순간이어서 대신 맞는 것으로 했건만 생각보다 부상이 심했다. 그로 인해 간신히 자리를 벗어나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치료가···?’

그렇게 잠시 기절했다가 깨어난 리벤은 깜짝 놀랐다. 여전히 골목에 있었고, 옷 역시 피가 흥건했지만 부상을 입은 왼팔이 제대로 치료가 된 걸 보게 된 까닭이었다.

상당한 솜씨였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영문을 모르던 리벤은 곧 자신을 구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아, 깼구나.”

“······.”

그 사람은 바로 레첼이었다. 그는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던 그녀가 자신을 보면서 말하자 고개를 숙였다. 마땅히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피를 좀 많이 흘렸어. 다행히 치료 자체는 잘 되어서 무리하지 않으면 금방 아물 거야. 그래도 출혈이 꽤 심해서 어지러울 수도 있으니 조심하도록 해.”

리벤을 향해 이렇게 말한 레첼은 조금 전에 자신이 허겁지겁 마련한 응급도구들을 정리했다.

사실 레첼은 그녀 다름대로 고충을 겪은 상태였다. 리벤을 직접 치료한 결과였다. 얼른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해도 근처 지리를 잘 몰라서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스스로의 지식을 잘 살려서 허겁지겁 시장에서 응급도구들을 마련해서 치료에 나섰고, 다행히 잘 끝냈다. 상처가 깊기는 하지만 단순한 외상에 불과했던 게 천운이었다.

‘나 참,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야···.’

상대가 평범한 사람이라면 모를까 리벤이었던 터라 레첼은 어색함을 느꼈는데, 그녀는 그러다가 듣게 되었다.

“왜··· 저를 구하신 거예요?”

그것은 리벤의 물음이었다. 단순한 의문이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의도를 묻는 말이었다.

리벤이 깨어나면 이런 질문을 듣게 되리라는 건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그렇기에 레첼은 고민하는 기색 따위는 없이 금방 말했다.

“나도 거기에 있었거든. 그건 엄연히 내가 할 일인데 네가 대신 한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다친 사람을 그냥 죽게 둘 수는 없잖아. 그래서 그런 거야.”

어찌 보면 괜찮은 대답이었지만 명확한 대답은 아니었다. 그리고 리벤에게도 그렇게 들린 모양이었다.

“······.”

그는 계속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 표정은 결코 밝지 못 했다. 그건 부상으로 인한 고통이 원인이 아니었다.

그들의 그 어색한 침묵에는 적당한 화제 전환이 존재했다.

“그나저나 계속 이대로 있는 건 좀 그런 것 같지 않니? 사람이 지나가다가 보면 무슨 오해를 받게 될지 모르니까.”

응급도구를 다 정리한 레첼이 기지개를 켜면서 의연한 표정으로 말한 것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표정만큼이나 꽤나 명랑했다.

“그게···.”

리벤은 설마 레첼과 지금처럼 다시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는지 좀처럼 쉽게 대답하지 못 했는데, 거기에는 레첼이 다음과 같은 말을 붙였다.

“괜찮거든 네 집으로 가도 될까? 산에서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는데. 마침 나도 너하고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

썩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리벤은 레첼의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도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레첼은 그 뒤를 따랐다.


*


“···제가 사는 곳이 여기에요.”

“우와~. 제법 괜찮은 데에서 살고 있었구나.”

리벤의 안내에 따라 산을 올라 그가 지내는 오두막집에 당도한 레첼은 자기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장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치를 보게 된 결과였다.

오두막집 자체는 작았지만 주변의 경치가 참으로 아름답기가 그지없었다. 또한 그 옆에는 맑은 강가도 있어, 사람이 사는 데에는 정말 안성맞춤으로 보였다.

“···강가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이것만 가져다놓고 나올게요.”

리벤은 서로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데에 집 안은 비좁다고 생각한 것인지 레첼을 향해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고 있는 가방을 넣어두러 오두막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제지하는 손길이 존재했다.

“내가 대신 해줄게. 아플 땐 무리하는 거 아니야, 얘.”

말없이 그 뒷모습을 응시하던 레첼이 가방을 받아들더니 오두막집에 대신 두고나온 것이다.

“···감사합니다.”

리벤은 그러한 레첼의 호의에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감사의 뜻을 나타내고는 그녀와 함께 강가로 이동, 그 근처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았다.

‘음···. 우선은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지.’

정말 어색할 수밖에 없는 사이였지만 레첼도 바보는 아니었다. 그녀는 산을 오르는 동안 리벤과 어떻게 대화를 풀어나갈지 어느 정도 정리를 해놓은 상태였다.

“···니하트, 왜 내가 너한테 갑자기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건지 이해가 어려울 거라 생각해. 사실 너하고 헤어지고 나서 많은 생각을 했었어.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 묻게 되더라. 네가 정말로 나쁜 사람인지를 말이야.”

“저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어요···. 이게 나쁘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레첼의 말에 리벤은 고개를 숙인 채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 말을 꺼내게 되어서 마음이 괴로운 모양이었다.

레첼이 말했다.

“글쎄···.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너의 그런 태도 때문에 더 석연치 않았어. 본래 사람은 자신의 죄를 숨기려고 하기 마련이거든. 하지만 너는 전혀 그러지 않았지. 오히려 주변 사람들을 돕기도 하고···.”

“그건 그냥··· 자기만족일 뿐이···.”

쭈욱

“윽···!?”

레첼의 말에 부정적인 대답으로 일축하던 리벤은 그 순간 흠칫했다. 돌연 레첼이 거리를 좁히더니 자신의 볼을 냅다 양손으로 잡고 쭉 늘린 까닭이었다.

“됐으니까 내 말만 끝까지 들어. 알겠니?”

“······.”

끄덕

다소 강압적이었지만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리벤은 레첼의 단호하게 하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레첼이 말했다.

“생각을 거듭하니 우선 너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단다. 그래서 아일라 유리아스 씨한테 물어봤어. 그랬더니 유리아스씨는 네가 정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자기가 얼마든지 보증할 수 있다고 하더라.”

“유리아스 씨가 그런 말을···.”

리벤은 레첼의 말에 말끝을 흐렸다. 그 표정이 약간 멍한 것으로 보아 그는 자신이 그런 평가를 받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한 것 같았다.

레첼이 말했다.

“거기에서 무언가가 있음을 직감한 나는 널 만나러 마을까지 왔었지. 그리고 거기에서 또 만났지. 정육점의 아를칸 히터 씨. 너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계시더라. 네가 산에서 산다는 이야기도 그 분께 들은 거야.”

“히터 씨하고도 만나셨군요···.”

아일라야 같은 곳에서 근무하니 어느 정도 예상했었지만 아를칸하고까지 만났을 줄은 몰랐다. 그렇기에 리벤은 레첼의 말에 의외라는 듯이 중얼거렸다.

“단지 두 명을 만났을 뿐이지만 공통점이 있었지. 그건 바로··· 니하트,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너에 대한 인상은 결코 살인자를 향한 게 아니라는 거야. 또한 나 자신도 직접 봤어. 네가 시장에서 어린아이를 감싸던 건··· 나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내가 널 치료한 것도 그게 더 커. 절대로 그렇게 죽게 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거든. 솔직히 머리는 조금 혼란스러웠는데 몸이 멋대로 움직이더라.”

“······.”

진심이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그래서인지 리벤은 조용히 그 말을 듣기만 했다. 그는 이제 레첼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유리아스 씨가 말하더라. 니하트 너는 불운하게 과오를 범했다고 말이야. 평범한 살인을 그렇게 표현할 리는 없겠지···. 내가 너한테 듣고 싶은 게 그거야. 왜 내 동생을··· 첼시를 죽인 건지. 그 이유를 말해줄 수 없을까?”

말을 마친 레첼은 리벤과 마찬가지로 그를 응시했다. 자신의 지금 심정을 고백하듯, 그 시선에는 흔들림이 조금도 없었다.

아무래도 리벤 또한 그걸 느낀 모양이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이처럼 긍정적인 대답을 한 것이다.

곧 리벤은 레첼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지금도 가끔 악몽을 꾸곤 하는, 그 자신의 피로 얼룩진 과거에 대한 것이었다.


*


“그렇게··· 된 거예요.”

“······.”

리벤으로부터 모든 이야기를 들은 레첼은 턱을 짚은 채 심각한 표정으로 일관했다.

‘이게 뭐야···. 이건··· 얘도 피해자라고 봐야 할 것 같은데?’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 여파였다.

첼시가 들어갔던 조직이 워낙 위험천만한 곳이다 보니 싸움에 휘말려서 본의 아니게 죽인 게 아닌지 추측했었는데 절대 아니었다. 냉정히 따지면 리벤 역시 피해자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의 입장에서는 스스로가 피해자라고 목소리를 높여도 될 정도였다.

‘어린 나이에 왜 혼자 숲에서 사나 했더니만···. 얘도 정말 고생 많았네···.’

이야기를 전부 듣고 나니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리벤은 원래라면 에스터에 들어갈 날을 기다리면서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 있는 게 정상인 나이였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건 결코 그 자신이 바란 게 아니므로 D.A에 보상을 바란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는데 리벤은 그 모든 걸 스스로 받아들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똑같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스스로가 무던히도 노력하고 있었다···.

‘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요, 유리아스 씨.’

아일라가 말했던 ‘불운하게도 범한 과오’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이것은 정말··· 비극 그 자체였다.

“하나만 말할게, 니하트. 나는··· 네가, 죽지 않았으면 해.”

리벤의 이야기를 다 들은 레첼은 곧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것은 그녀의 진심이었다.

“하지만 일라드 씨···.”

리벤은 설마 레첼에게서 지금 같은 말을 듣게 될 줄은 몰랐는지 살짝 주저했는데,

“살아주렴. 첼시도 분명히 그걸 바랄 테니까. 너까지 헛되게 죽기를 바라지는 않을 거야. 근본은 착한 애였거든.”

거기에는 레첼이 자연스럽게 말했다. 그런 그녀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저는··· 계속 지금처럼 살아도 되는 걸까요···.”

아무래도 리벤은 스스로의 목숨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는 약간 혼란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처럼 살아도 괜찮고, 더 나은 삶을 모색해도 괜찮겠지. 가령··· 그래, 니하트. 다시 D.A로 돌아오는 건 어떻겠니?”

“D.A···요?”

레첼의 제안에 리벤은 천천히 그녀의 말을 되뇌었다.

레첼이 말했다.

“그래. 너한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있으니까 하는 말이야. 확실히 네가 가면을 쓰고 도와주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그보다는 본부에서 직접 움직이는 편이 여러모로 더 도움이 되거든. 네가 원한다면 내가 추천장도 써줄게. 뭐, 나도 이제 2개월짜리 신입이라 그렇게까지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레첼은 이렇게 말하다가도 리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그 동안··· 많이 힘들었겠구나. 정말로.”

그것은 리벤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는 말이었다. 그녀는 리벤을 살짝 안아주며 그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리벤은 그러한 레첼의 행동에 흐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그의 눈으로부터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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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암운이 감돌다 (3) 17.07.26 78 0 12쪽
27 암운이 감돌다 (2) 17.07.25 86 0 12쪽
26 암운이 감돌다 (1) 17.07.24 84 0 12쪽
25 속죄와 용서 (12) 17.07.23 75 0 12쪽
24 속죄와 용서 (11) 17.07.20 82 0 12쪽
23 속죄와 용서 (10) 17.07.19 75 0 11쪽
22 속죄와 용서 (9) 17.07.18 76 0 12쪽
21 속죄와 용서 (8) 17.07.17 80 0 12쪽
» 속죄와 용서 (7) 17.07.16 78 0 12쪽
19 속죄와 용서 (6) 17.07.15 64 0 13쪽
18 속죄와 용서 (5) 17.07.14 79 0 11쪽
17 속죄와 용서 (4) 17.07.13 75 0 12쪽
16 속죄와 용서 (3) 17.07.12 86 0 12쪽
15 속죄와 용서 (2) 17.07.11 71 0 12쪽
14 속죄와 용서 (1) 17.07.10 111 0 12쪽
13 달라진 일상 (4) 17.07.08 75 0 12쪽
12 달라진 일상 (3) 17.07.07 81 0 12쪽
11 달라진 일상 (2) 17.07.06 97 0 12쪽
10 달라진 일상 (1) 17.07.05 77 0 12쪽
9 고독과 이변 (4) 17.07.04 89 1 11쪽
8 고독과 이변 (3) 17.07.03 86 1 13쪽
7 고독과 이변 (2) 17.07.02 80 1 12쪽
6 고독과 이변 (1) 17.07.01 82 1 12쪽
5 달라진 세계 (4) 17.06.30 94 1 12쪽
4 달라진 세계 (3) 17.06.29 127 1 13쪽
3 달라진 세계 (2) 17.06.28 18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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