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고! 나 죽겄다.”
집으로 돌아온 서준은 쓰러지듯 침대에 누웠다.
고시원보다도 작은 단칸방에 불과한 집.
하지만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100평짜리 집 못지 않았다.
무엇보다 눈꺼풀에 무겁게 내려앉은 피로는 쉽게 거부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솔솔 불어오는 잠을 느끼며 의식이 멀어져 가던 그때.
띠링.
갑자기 들려오는 스마트폰 알림 소리.
“뭐지?”
서준은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초월자 학원 특급 이벤트!>
<유료화 기념 이벤트 강의 개설!>
『[유료화 공지 보고 오신 분들 안녕하세요?] (강사: 두파치타파)』
“......뭔데?”
서준은 이게 뭔가 싶었다.
분명 초월자 학원에서 온 알림 같은데 문제는 그 내용을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서준은 호기심에 해당 강의를 클릭해보았다.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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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유료화 일시: 2020년 12월 23일 (수) 12:00 정오.
2.유료 시작화: 47화. (별도 표기하겠습니다.)
3.기존 분량 무료: <22화 - 작은 날갯짓(1)> 까지.
4.연재 주기: 매일 (기존과 동일).
5.연재 시간: 오후 12시 30분 (기존과 동일).
6.유료화 연참: 주, 준비 중이긴 하나 확신할 수 없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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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 강의를 수강하시겠습니까?>
<이벤트 강의를 수료하면 ‘프리패스 이용기간+10분(초월).’을 드립니다.>
“이벤트 강의?”
서준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초월자 강의를 많이 봐왔다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이런 강의는 처음 봤기 때문.
“게다가 강의를 수료하면 프리패스 이용기간 +10분을 준다고?”
이걸 어따 써 먹어?
서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스마트폰을 내던졌다.
저런 거 얻을 바에는 그냥 잠이나 자는 게 더 낫다는 생각.
“......에이 씨, 궁금하잖아.”
하지만 끝내 호기심을 견디지 못하고 주섬주섬, 스마트폰을 가져와 강의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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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가장 먼저 화면에 보인 것은 한 사내가 노트북 앞에 앉아 타자를 치는 모습이었다.
그 사내는 동글동글한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외모는 그럭저럭···?
그리고 그 사내는 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꽤 오랜 시간 동안 노트북 화면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음? 아? 화면 잡혔습니까?]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 사내가 돌연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어 사용하던 노트북을 접더니 고개를 푹, 숙여보였다.
[안녕하세요!! 갑자기 등장한 저는 두파치타파라고 합니다!]
두파치타파?
서준은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이름에 고개를 연신 갸웃거렸다.
초월자 학원에 그런 초월자가 있었던가?
혹시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의 초월자?
서준은 이런저런 의문을 가득 안은 채 강의를 계속 시청했다.
[일단 이렇게 자리를 마련해주신 초월자 학원의 원장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무리한 인과(因果)였는데도 흔쾌히 허락해주셔서 이렇게 여러분들과 잠시마나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 그렇다고 원장님이 누구냐고 묻지는 말아주세요. 그건 비밀로 해달라 하셔서 제가 따로 말씀드릴 수는 없어서요. 하하, 아무튼!]
사내는 손을 한 번 저어보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두파치타파라는 사람입니다! 네! 아마 모르시는 분들이 대다수일 거라 생각하는데 설명하기 곤란하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뭔데?”
서준은 어이가 없었지만 사내는 그런 서준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저 할 말을 이어갔다.
[음··· 이번이 유료화로 들어가는 두 번째 이야기네요. 그래도 두 번째라고 적응을 할 줄 알았는데 적응은 개뿔이 무슨... 어떻게 된게 첫 번째보다 더 떨립니다. 먼 훗날, 10번째 작품 쯤에는 덤덤해지려나요.]
사내는 멋쩍게 한 번 웃어보이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
[아마 이번 이야기는 제 개인적으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이유가 큰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다들 힘든 상황이기는 하나 이렇게까지 악재가 겹칠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
[또한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댓글을 모두 확인하는 편이다보니 여러모로 흔들렸던 부분도 굉장히 많았고요.]
[아, 그렇다고 아픈 댓글을 쓰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댓글은 여러분들의 것. 이 놈의 작가 새끼 마음에 안든다 싶으시면 시원하게 날려주세요.]
[사실 여러분들이 저를 좋아해주시고, 안 좋아해주시고를 떠나서 저는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이 그냥 좋거든요.]
[뭐, 아무튼.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잠시 멈칫하는 사내.
사내는 잠시 생각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와서 고백하건대 그만둘까하는 생각을 수없이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유료화까지 왔고 이젠 죽을 땐 죽더라도 보았던 이야기까지는 쓰고 죽을 생각입니다.]
[어쩌면... 완결 후기를 쓸 때 쯤에는 그 답도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사내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유료화 연참은 정말 할 말이 없습니다...ㅠ 그, 그래도 조금 변명이라도 하자면! 사실 비축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번 털어내기도 했고 요 근래 제 몸 상태가 맛이 가버리면서 하루 한 편 쓰는 것도 힘들어지는 바람에...ㅠ]
[그래도 최대한 갈아넣어서 2연참을 준비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 하지만 못할 수도 있으니 너그러이 양해를..ㅠ 죄송합니닷!]
사내는 한동안 고개를 90도로 숙인 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 고개를 든 사내.
[이제 슬슬 마무리를 해야겠네요. 끝으로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먼저, 자기 작품처럼 생각하면서 도움을 주는 제 친구 서씨와 박씨. 무심한 척하지만 항상 응원해주는 고씨, 또 다른 박씨.]
[어떻게 보면 제가 지금 글을 쓸 수 있게 해주신 분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김 부장님과 김 pd님. 그리고 문피아 아카데미 관계자 분들.]
[마지막으로 우리 가족.]
사내는 착잡한 눈빛으로 시선을 내려보였다.
[정말 힘든 일을 겪었고, 또 겪고 있는 우리 가족. 아마 이 강의를 보고 있을텐데··· 보고 있겠죠? 보고 있을 겁니다. 아마도요.]
곧바로 다시 시선을 들고는 애써 맑은 척 미소를 지어보였다.
[아들은 괜찮아요! 잘하고 있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행복한지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그냥 좋아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 제 글을 봐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순간 사내의 눈시울이 점점 빨개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사내의 얼굴도 추하게 일그러져갔지만, 사내는 그것을 티내지 않으려는 듯 꿋꿋히 말을 이어갔다.
[사실 말은 안했습니다만 제가 가장 감사하고 또 고마운 분들은 뭐니뭐니해도 지금 제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입니다. 여러분들이 없으면 저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
이 말을 끝으로 사내는 고개를 숙여보였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고개를 들지 않은 사내.
투둑.
그런 사내의 숙여진 고개 아래로 끝끝내 투명한 무언가가 떨어져내렸다.
[마, 말하다 보, 보니···! 갑자기 먹먹해져서... 이, 이러면 안되는데···! 가뜩이나...! 지금도 중2병이니···씹덕이니 말이 많은데···! 여기서도 이러면 또 욕먹을 텐데···!]
사내는 황급히 뒤를 돌아 소매를 들어 눈가를 비비적, 닦았다.
그리고는 곧 다시 화면을 바라보고는 뜨거운 눈시울과 함께 해맑은 미소를 지어보이더니, 90도로 꾸벅.
[저,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정말정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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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강의는 끝이 났다.
아니, 이걸 강의라고 할 수 있을까?
“.....뭐하는 사람이야?”
서준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 사내는 누구였을까.
대체 이 영상의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무엇보다 갑자기 왜 이런 알림이 온 것이지?
떠오르는 의문은 많았지만 서준은 그 답을 알 수가 없었다.
“에이, 모르겠다.”
서준은 생각을 털어버렸다.
그냥 정신 나간 강의였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다 문득.
서준은 마지막에 소리쳤던 그 사내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저, 저는 진심으로 여러분들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이 정말정말 좋습니다!!’
동시에 서준은 화면 속 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 사내의 얼굴 또한 같이 떠올렸다.
입은 웃는데, 눈은 울고 있는 그 묘한 얼굴.
서준은 피식.
“뭐가 그렇게 좋을까.”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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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씨··· 우는 건 편집해달라니까. 그대로 내보냈네 젠장.
이불킥 하다가 공지 삭제할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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