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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도스 님의 서재입니다.

표지

독점 망나니 때문에 못 살겠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연재 주기
루도스
작품등록일 :
2021.04.15 18:01
최근연재일 :
2021.05.12 20:00
연재수 :
27 회
조회수 :
3,870
추천수 :
115
글자수 :
134,435

작성
21.04.18 21:10
조회
250
추천
4
글자
14쪽

이능

DUMMY

헌터를 헌터답게 하는 건 무엇인가?

그에 대한 답은 수도 없이 많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두 가지를 꼽는다.

하나는 마력, 다른 하나는 이능이라고.

마력은 헌터가 되는 모든 이들이 가지고 있는 힘. 이능은 헌터 중에서도 소수의 이들만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마력을 각성해야만 이능을 각성할 수 있다. 하지만 마력을 지녔다고 이능을 무조건 각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능을 가진 헌터들은 적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강하다.

세계의 축복이라고 불리는 이능은 마력을 대가로 ‘신비한 힘’을 일으키게 해준다. 단순한 신체강화와 마법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을 하게 해준다.


피를 흡수하여 자신의 힘으로 만들 수도 있으며,

신비한 소환수를 불러 전력으로 삼을 수도 있으며,

카드를 사용하여 다양하고 특별한 능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 세 가지는 모두 세계헌터랭킹의 최상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이들의 이능이다.

하나 같이 강력하고, 위력적이다. 게임에서 걔네들과 싸우다가 뒤진 것만 백 번이 넘어간다.

물론 그렇다고 이능이 없는 헌터들이 모두 약하다는 것은 아니다.

당장에 아카데미의 교장인 양일혁만 하더라도 아무런 이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계헌터랭킹 13위(位)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으니 말이다.

그 외에도 상위랭킹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이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은 많다.


‘있으면 편한데 가지지 않을 이유가 없지.’


이능은 편리하다.

없어도 강해질 수는 있겠지만, 지금의 나로서는 그 한계가 명확하다. 속도 또한 더딜 것이고.

가지고 있다면 더욱 편하고 쉽게 강해질 수 있을 것인데 얻지 않을 이유가 없다.

마치 이능을 원하면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것 같은 뉘앙스였는데. 맞다.


‘히든피스가 있으니까.’


헌터사가의 게임 속에는 몇 가지 히든피스가 존재했다.

히든피스는 아카데미의 외·내부에 존재하며 캐릭터로 하여금 좋은 성장원이 되고 나는 그것의 대부분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몇 개는 주인공을 비롯한 다른 캐릭터들에게 필요하기도 하고, 지금의 실력으로는 안 되는 곳도 많았지만.

그럼에도 지금 얻을 수 있는 게 딱 하나 있었다.


‘도서관으로 가야겠네.’


마도서.

이능을 주는 특별한 히든피스.

그게 도서관에 숨겨져있다.



***



“에휴. 무슨 도서관이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냐.”


기숙사로부터 20분 정도를 걸은 끝에 도서관에 도착했다.

아카데미의 부지는 더럽게 넓었고, 그런만큼 셔틀버스도 운영되고 있었다.

지나가는 버스가 없길래 그냥 걸어왔지만···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다.


“그냥 기다렸다 버스나 탈 껄 그랬네.”


나는 불만을 토로하며 도서관으로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았던 건물의 외부와 달리 내부는 엄청나게 넓었다.

아마 공간확장마법 때문이리라.

게임 속 세계에 왔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시간은 5시.

도서관의 폐관시간인 10시까지 5시간이 남은 시간이었다.


‘조급하게 둘러볼 필요는 없겠네.’


나는 천천히 도서관의 2층으로 올라갔다.


‘1층은 없고··· 2층과 3층 둘 중 하나에 있었지.’


히든피스의 등장 위치는 랜덤이었다.

도서관은 1층부터 5층 중, 2~3층의 2번째 열에서 랜덤하게 등장했다.


나는 2층을 먼저 살펴보기로 했다.

헌터, 마력, 이능 괴수···.

지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항목들이 수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래도 2번 째 열만 확인하면 되니 다행이네.’


키가 닿는 두 번째 열의 책들만 확인하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속도는 상당히 빨라졌다.

나는 책장들에 꽂힌 책들을 살피며 옆으로 이동했다.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몰랐는데, 이 넓디넓은 도서관을 다 살피는 것도 일이었다.


10분, 20분, 30분··· 1시간··· 2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2시간이 지났다.


‘2층에는 없고.’


장장 2시간에 걸쳐 찾아보았지만 2층에는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곧바로 3층으로 이동했다.

2층과 비슷하게 3층에는 과학과 마력학에 관련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맨 앞에 있는 책장부터 차례대로 살폈다.

속도가 붙어서 그런지 2층을 살피던 때보다 더 빠르게 책들을 살폈고 그렇게 1시간이 지났다.


‘뭐야?’


그런데 찾고 있던 책이 보이질 않았다.

분명 2층과 3층 둘 중 한 곳에서는 나와야되는데.


‘다른 애가 빌려간 건가?’


충분히 가능성있는 이야기였다.

게임에서야 캐릭터가 찾지 않으면 계속 제자리에 있는 히든피스지만, 현실에서는 다르니까 말이다. 누군가 빌려갈 수도 있고, 아니면 읽은 누군가가 다른 자리에 꽂아놓았을 수도 있다.


‘나중에 다시와야 되나. 지금 필요한데.’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히든피스는 이것밖에 없었다.

약간 짜증이 치밀었다.

나는 분을 삭이며 책장들을 지나쳐 2층으로 내려가려고 계단에 발을 디뎠다.

그리고 그 때, 창가 쪽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막 독서를 시작하려는 여자애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어?”


<정마력학의 총체(2001)>


“찾았다.”


게임 속에서 보았던 히든피스와 똑같은 제목의 책이었다.



***



신시아.

헌터사가의 주연 중 하나이자, 대기업 유신의 회장 손녀로,

흔히 말하는 재벌 3세 캐릭터이다.


특징은 검은 긴 생머리와 비견되는 푸른 눈.

이능인 분석안 때문에 파랗게 변색된 벽안이 그녀의 아이덴티티다.


“그 책 좀 빌릴 수 있을까?”


신시아는 내가 찾고 있던 책을 가지고 있었고, 나는 곧바로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


그녀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책을 덮으며 입을 열었다.


“굳이 이 책이 아니더라도 피에노 루브론틴의 정마력학의 총체라면 2층에도 몇 권 있을 거야. 5층으로 가면 원어로 된 것도 있을 테고.”


신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책을 읽게 가라며 손을 휙휙 저었다.

게임과 마찬가지로 차가운 성격으로 보였다.


“그게 아니라 2001년 판이 필요한 거라서.”


나는 그녀가 들고 있는 책에 쓰여진 2001이라는 부분을 지목하며 말했다.

이 도서관에 2001년 판의 정마력학의 총체는 저거 한 권 밖에 없다. 나머지는 전부 개정판. 애초에 저것도 겉표지만 씌워졌을 뿐인 다른 책이지만.


“그래도 안 돼. 읽고 있던 거니까.”


“그래?”


신시아가 읽은 뒤에 빌리는 것도 생각을 해보았지만, 곧바로 관뒀다.

지금 이능을 얻고 수련을 해도, 1달 안에 중간고사에서 낙제점을 면할 수준까지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데 더 늦춰지는 건 곤란했다.

당장 월례평가에 포함되는 던전공략 시험이 다음 주이기도 했고.


‘좀 곤란하게 만들어볼까.’


나는 신시아에게 다가가서 조용히 말했다.


“그런데 그거 이런 곳에서 읽어도 괜찮은 거야?”


방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신시아가 들고 있는 책은 겉표지만 정마력학의 총체(2001)일 뿐인 책이다.

실제 책의 제목은 따로 있었고, 내용 또한 정마력학과 하등 관련이 없다.

설정상 해당 히든피스를 도서관에 둔 사람은 이실리라고 하는 대마법사인데, 그녀와 관련된 히든피스는 대부분 외설적인 경향이 강했다.

아무리 그래도 고등학교 도서관에 성인소설을 그냥 꽂아두는 건 그랬는지 표지는 멀쩡한 걸 씌워둔 모양이었지만.


아무튼 한 마디로 말해서 신시아가 들고 있는 책은 성인소설이란 말이었다.


“너, 너···.”


아무런 표정도 없던 신시아의 얼굴이 급속도로 빨개졌다.

귀까지 빨갛게 물든 걸 보니, 많이 부끄러운 모양.

그리고 그와 함께, 눈동자에서 푸른 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신시아의 감정이 격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장난은 이쯤 해야겠네.’


역시나지만 성인소설을 읽었다는 것을 들킨 신시아가 부끄러워하며 도망간다는 일은 없었다.

그보다는 여기서 신시아를 더 건들면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적대관계로 돌아서면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기니 여기서 멈추고 좀 더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기로 했다.


“거래를 하는 건 어때?”


나는 신시아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우연히 책을 가지고 있었을 리는 없겠지.’


우연하게 대마법사가 남긴 히든피스를, 그것도 주연 중 하나인 신시아가 빌려서 보고 있다는 건 이상했다.

그것도 그냥 일반 도서도 아니고, 성인소설을 이렇게 탁 트인 도서관에서?

말이 되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이능을 떠올렸다.


‘분석안.’


대상을 분석하고 이해하는 능력.


‘아마 분석안으로 책에 대해 뭔가 알아낸 것 같은데.’


이능으로 책을 분석하고, 무언가 알아냈기 때문에 책을 붙들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게 아니면 책을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런 점에서 웬만해서 그녀가 책을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책을 포기할 만한 메리트를 주지 않는 이상은 말이다.

거래를 제안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어차피 너는 그 책 사용 못 할 거야. 이능이 있는 사람은 아무 효과도 못 보거든.”


거래에 앞서 나는 그녀가 지닌 책의 값어치를 깎아내렸다.


“···그렇다고 내가 거래에 응할 이유는 못 되는데. 그리고 네 말대로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면 되는 거 아니야?”


금세 감정을 추스린 신시아가 차분한 말투로 말을 이었다.

내가 책의 값어치를 깎아내리자, 신시아가 받아쳤다.

값을 후려쳐서 싸게 얻어가기는 그른 것 같았다.


“사용 방법은 알고? 조건부터 들어봐.”


내가 가진 건 거의 없었다.

백선우는 고아였고, 가진 돈도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내가 줄 수 있는 건 하나밖에 없었다.


“인면삼에 대한 정보를 줄게.”


정보.

나는 인면삼에 대한 정보를 그녀에게 넘기기로 했다.


‘인면삼 보다 저 책이 더 가치가 있겠지만··· 신시아는 책의 정확한 가치도 모르고 있는 것 같고, 무엇보다 인면삼이 그녀에게는 절실할 테니까.’


인면삼(人面蔘)

사람의 얼굴을 한 산삼이다.

먹는 이로 하여금 마력을 수월하게 다룰 수 있는 힘과, 일정량의 마력을 상승시켜준다.

비록 그 생김새와 맛이 더럽게 끔찍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영약 중에서도 최상위에 속하는 물건이었다.

남성이 먹으면 정력이 ‘크게’ 감퇴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나는 줘도 안 먹을 거지만.

아무튼 나는 그에 대한 정보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책을 교환할 것을 제안했다.


원래라면 퇴학을 당한 뒤 구해서 내다팔 영약 중 하나였다.

못 먹는 것이지 팔 수 없는 건 아니니까. 가격도 꽤나 비싸고.

그런 인면삼에 대한 정보를 신시아에게 넘기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능이라도 있어야 이도율을 막든 말든 할 수 있겠지.’


퇴학을 벗어난다고 해도, 아무런 힘이 없으면 이도율을 막을 수 없다.

녀석을 가만히 놔두면 세계가 좆되고 내가 좆될 게 뻔하다. 지금도 충분히 강하고 앞으로도 강해질 것인데 이능이라도 있어야 그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능이 있다면 월례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확률도 높아질 것이고 자연스레 퇴학과도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그런고로 정력을 감퇴시키는 반쪽짜리 영약보다는 이능이 여러모로 더 중요했다. 돈이야 나중에 얻을 수 있으니까.


여튼 신시아에게는 마력의 흐름을 제어하는 데에 도움이 되는 물건이 필요할 테니까 인면삼이 절실할 것이었다.

그녀가 강해지면 이후 에피소드를 진행하는 데에 도움이 되니까 이득이면 이득이었지 그리 손해도 아니었다.


“인면삼? 확실한 정보야?”


인면삼에 대해 언급하자 신시아는 관심을 보였다.

나는 그녀의 태도에 웃음이 나왔다.

방금까지 미묘하게 적대적이던 모습이었는데, 인면삼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태도가 바뀌었기 때문.

아직 어리긴 어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리 나이가 많은 건 아니었지만.

그만큼 인면삼이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어.”


시간상으로 인면삼은 내년 5월까지 존재한다.

그 전까지 캐지 않으면 다른 이가 캐서 가져가는 걸로 알고 있다. 내년 5월 이후에 가면 인면삼 대신 ‘누군가 땅을 판 흔적이 있다.’라고만 나오니 말이다.

그런관계로 아직 인면삼은 멀쩡히 자리에 있을 것이다.


“···그래도 조금 믿기지가 않은데.”


그녀도 의심스러운 모양이었다.

인면삼은 돈만 있다고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니 말이다.


“싫음 말고. 난 사실을 말했고, 너한텐 그 물건이 별로 가치가 없다는 것도 이야기했잖아. 내가 알기로 그 영약은 아직 있을 텐데···. 없으면 그냥 좀 손해본 거고, 있으면 대박이잖아? 이 정도 도박은 할 줄 알아야 하지 않겠어?”


신시아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말하면 거의 받아들일 게 확실했다.

이후 찾아갔을 때 인면삼이 없다면 복수를 당하겠지만, 인면삼이 있는 건 거의 확실하니 그건 문제될 게 없고.


“···받아들일게. 대신 나중에 책에 대한 걸 알려준다는 조건 하에.”


신시아는 마지막까지 책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 않았다.

그녀다운 성격이었다.


“좋은 선택이야.”


딱히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줘도 상관은 없었기에 나는 신시아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렇게 책을 넘겨받은 나는 종이와 펜을 빌려 인면삼에 대한 정보를 적어서 신시아에게 건넸다.

신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종이를 쥔 신시아는 도서관을 나가려는 듯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이상한 오해는 하지마. 그 책이 그냥 평범한 책이었다면 안 읽었을 테니까.”


신시아의 눈동자에서는 파란 빛이 일렁였다.


작가의말

*1화가 수정되었습니다.

(여자인 이도율이 남성적인 측면이 드러난 것 같아서 수정했습니다!)


이도율은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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