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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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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2,906
추천수 :
7,088
글자수 :
1,117,113

작성
21.07.1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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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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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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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탐욕(貪慾)(6)

DUMMY

병원장이 말하는 고대식의 사연은 그 나름대로 애절했다. 그렇기에 병원장이 나서서 말리지 않은 모양이었다.

고대식의 슬하에는 두명의 아들이 있었지만 사고로 부인과 두 아들을 모두 잃고 폐인처럼 지내던 것을 문천식 병원장이 그의 실력을 아껴 스카우트 해온 것이다. 국내에서 흉부외과의 중 세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뛰어난 전문의였기에 가능한 인사였다.

문제는 그가 아이들만 보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도와주려 한다는 점이었다. 자신의 전재산은 물론이고 월급까지 쏟아부어 아이들을 도와주고 있었다.

집까지 팔아 당직실에서 지내는 날이 더 많은 고대준은 그런 이유로 다른 의사들의 미움과 질시를 받고 있었고 반대로 보호자들과 아이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다.

문제는 그 덕에 병원생활에 지장이 많았고 주변사람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친다는 점이었다.

" ···휴우, 실력은 참 좋은데. 이곳저곳에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니. 걱정이 많은 친구입니다. 이사장님. "

어느새 도착한 원장실에 앉은 백원은 직접 커피를 타온 문천식 병원장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런 고대식을 아직 쫒아내지 않고 놔두었다는 것은 병원장도 조금은 그에게 공감하고 있다는 말이었다.

" 괜찮은 사람이네요. 고대식씨는··· "

" 네, 그렇습니다. 아, 근데 저번 야유회때 말씀하신 이사장님 전담의를 추천하려고 준비했습니다. "

문천식 병원장이 조심스럽게 화제를 전환했다. 이미 비서실과 이야기가 된 사항이었지만 이사장이 직접 방문한 이상 소개를 시켜줘야 한다는 생각인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한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남자비서에게 눈짓을 하자 원장실을 나갔다가 금방 되돌아 왔다. 그렇게 함께 온 이는 이십대후반의 젊은 여성의사로 뒤로 대충 묶은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에 안경을 쓴 미인이었다.

" 문선생, 어서와요. 크음, 저 의사가 제가 추천한 사람으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수석졸업과 함께 우리 병원에서 인턴, 레지던트를 거쳐 올해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인재입니다. 응급의학과 전공이니 만큼 급박한 상황에서 누구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일 겁니다. "

백원은 전담의에 대해 그다지 관심이 없었지만 지민은 달랐다. 들어온 여의사를 찬찬히 살펴보던 지민이 되물었다.

" 문희진 선생님이네요. 혹시 병원장님과 관계가..? "

" 아하하, 역시 눈썰미가 좋으시네요. 제 딸입니다. 신원조회를 따로 할 필요도 없으니 적당한 인재가 확실하죠. "

지민은 그런 웃음 뒤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 눈치를 챘지만 그저 웃어 넘겼다. 나미녀의 매력으로도 어쩌지 못하는 백원을 너무 쉽게 본 모양이었다.

" 네, 그렇군요. 이만한 인재를 보내주시다니 감사드립니다. "

그렇게 공치사를 하며 몇가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 백원이 불쑥 끼어들었다.

" 그럼 전담의에 아까 고대식 의사도 포함시키죠. 나머지 간호사등의 인선은 병원장님께 맡기겠습니다. "

" 아··· 네. 괜찮으시겠습니까? 성격이 워낙 깐깐한 인물인지라.. "

병원장이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지만 백원의 저택에는 엄선된 전투인력이 풀무장을 한 채 경비를 서고 있는 곳이었다.

" 네, 걱정마세요. 그리고 난치병 환우들을 도울 수 있는 방향으로 계획서를 제출하세요. 돈 걱정은 하지 마시고. "

갑작스런 지시에 대답을 하지 못한 병원장을 대신해 문희진이 나서서 대답했다.

" 정말요?! 네, 그건 제가 준비할께요! "

이미 병원 사정에 대해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현직 전문의인 문희진은 전혀 수익이 없는 부분에 지갑을 열려고 하는 젊은 이사장의 결단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 네, 문선생. 부탁해요. "

백원은 그제야 새로이 합류한 문희진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했고 그런 백원을 보며 요상하게 표정이 변했다.

' 뭐지? 나에게 전혀 관심이 없네? 아빠가 신신당부를 하며 부탁한 전담의사인데.. 자신의 몸상태를 책임지는. '

보통의 담당의를 선택할 수 있는 재벌이라면 그 의사와 먼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을 한다. 그만큼 자신의 몸을 아끼는 습성을 가지고 있는 그들로써는 당연한 일이었다. 더군다나 자신은 의사로써는 찾기 힘든 미모를 지니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문희진도 그런 유사한 상황을 몇번이나 마주할뻔 했지만 병원장인 아빠의 도움으로 벗어날 수 있었지만 병원 이사장의 담당의는 오히려 아빠가 추천을 했고 지금 만나본 젊은 이사장을 보며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어느정도 짐작은 할 수 있었다.

그 이사장의 옆에 앉은 비서, 지민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다.

" 그럼 내일부터 고선생님과 함께 대표님 저택으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문선생님. "

" 네? 집으로··· 출근하라고요? 저는··· "

전담의라고 해서 집까지 찾아가지 않는다. 물론 찾아가는 서비스를 해야 할때도 있지만 그건 특수한 경우일뿐, 황당한 얼굴로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자신의 아버지를 쳐다본 문희진은 어이가 없었다.

" 전 여기 중앙병원 소속의 의사입니다만... "

" 문선생. 이분은 단순한 개인이 아닙니다. 이미 스케줄 조정도 완료했으니 부담없이 출근하시면 됩니다. "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버지인 병원장이 끼어들었다. 단호한 눈빛으로 딸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서 확고한 의지를 느낀 문희진은 이 황당한 상황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 뭔가 오해를 하고 계시네요. 담당의사 분들은 대표님뿐 아니라 고용인들의 건강까지 챙겨야 합니다. 물론 의료시설이나 연구시설도 내부에 있으니 문제가 없습니다. "

문희진은 집에 의료시설을 들여놓는거 자체가 불법이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그저 혼란스런 얼굴로 고개만 주억거리고 있었다.

그런 그녀는 일개 개인의 저택이 크다면 얼마나 크고, 그안 병원시설도 제대로 갖추었는지 의심스런 생각과 함께 고작 몇명만 있을 고용인들을 위해 고급인력인 의사 둘을 데려가려는 백원에 대해 이전과 달리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다.

그런 딸의 모습을 보며 눈짓으로 진정하라는 싸인을 보낸 병원장은 급히 말문을 열었다.

" 하하, 그럼 전담의 2명과 간호인력 4명을 선발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나저나 야유회때 이야기 하신 맞선프로그램은 언제쯤 계획하고 계십니까? "

그의 말에 지민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동안 잠잠해서 잊혀진듯 보였던 안건이 병원장의 입을 통해 상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그건··· 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전해지면 개별통보가 될 겁니다. 으득.. "

지민은 그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여러가지 안건이 야유회때 논의가 되었고 개중 보안과 결속을 위해 내부 중매를 위한 맞선을 하자는 제안을 미녀가 내놓았다. 반쯤 장난으로 시작된 맞선프로그램이었지만 백원이 긍정을 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공론화가 된 것이었다.

문제는 그 맞선프로그램에 백원이 참석을 한다는 이야기를 다른 장소에서 미녀가 흘렸고 점점 부풀려지면서 공식화가 되었다. 백원도 그런 이벤트에 거부감을 보이지 않아 참석하기로 한 것이 지민으로는 가장 큰 불만이었다.

어떻게든 무효화시키려고 그동안 어떠한 보고도 하지 않고 넘어가려는 지민의 계획이 백지화되었다.

그런 지민의 감정을 눈치채지 못한 병원장은 한참을 그것에 대해 떠들어댔다.

" 허허, 젊은 사람들이 서로 만남의 장의 갖는다는게 좋은 생각인것 같습니다. 아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우리 병원 의사, 간호사, 직원들까지 흥미를 가질게 분명합니다. "

그런 병원장을 한차례 쏘아본 지민이 시간을 체크하더니 백원에게 말했다.

" 대표님. 시간이 늦었습니다. "

이미 밤 12시가 가까워진 시각이었다. 백원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지민으로써는 당연한 말이었지만 실상은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

" 그럼 중환자실만 돌아볼까요? "

백원이 본래 이곳을 방문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생각보다 잡담이 길어진 것이다.

" 아.. 네. 흠, 그럼 안내는 문선생이 해줘. 허허, 늙은이가 따라가서 불편한거 보다 전문의가 안내하는게 좋을 겁니다. 이사장님. "

백원은 아무나 상관없었기에 승낙을 하면 몸을 일으켰다. 그런 모습에 문희진이 잠시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다리를 저는 장애인 일지 생각지 못했다는 얼굴이었다.

" 큼, 문선생. 희진아! 정신차리고 이사장님을 잘 보필해라. "

" 네,네..! 아ㅃ. 아니 병원장님. "

앞서 문을 빠져나가는 백원일행을 급히 따라나서는 문희진의 모습을 보며 병원장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다. 아직까지 사회생활이 어설픈 딸내미가 못마땅한 얼굴이었다.


BW중앙종합병원, 세간에서 중앙병원이라 부르는 이곳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국내 최대의 종합병원으로 이름이 드높았다. 그 덕분에 최첨단 의료시설이나 의사들의 수준 역시 그에 비례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중앙병원의 중환자실 역시 다른 종합병원에 비해 그 규모나 시설이 앞서 있었고 그런 소문때문인지 중환자실임에도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수많은 사람들이 입원을 한 상태였다.

사방에서 뛰어다니는 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백원일행을 신경도 쓰지 못한채 바빠 보였고 가끔 문희진을 향해 고개인사를 건내는 직원들 역시 말을 건낼 시간도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곳이었다.

"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곳은 다른 곳과 달리 매우, 엄청 바쁜 곳이면서 사람의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예민한 공간이에요. "

그러니 함부러 끼어들어 민폐를 끼치지 말아라는 뜻으로 문희진이 안내를 했다. 하지만 백원은 그녀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울리는 탐욕앱의 알림음에 온 신경이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 확실히 목숨이 오가는 곳이라 구원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군.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런 심정인건가? '

보호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태연하게 의사의 안내를 받으며 중환자 건물을 걷고 있으니 뭔가 있다고 추측을 하는 모양이었다. 자신이 다리를 절고 있음에도 이렇게 알림음이 울린다는 말은 그들이 막장까지 다다랐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문제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말도 안되는 능력을 가졌다고 해도 죽어가는 사람을 일으킬 재주는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선택하지 못한 탐욕앱의 특성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 확장, 영역, 권능, 흡수.

여기에서 이들 중에서 하나를 선택을 하면 확실히 뭔가 바뀔것이라는 예감이 들었지만 선뜻 택하지 못하고 있는 백원이었다.

하지만 벽에 부딪히자 현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의 사람들이 죽을 위기에 처한다면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 아버지! 아빠! 일어나봐! 엉엉.. 이대로 가면 어떡해. "

환자의 머리까지 담요로 덮힌 채 스트레쳐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지고 있었고 그 주위에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통곡하며 따르는 모습.

그런 이들에게서 과거 할머니가 돌아가신 시절을 강제로 떠올리게 만들었다. 어린 시절이었지만 화인처럼 남아 있는 상처인 기억이었다.

그런 이들을 보며 멍하니 서 있자 앞서가던 문희진이 뒤돌아보며 소리쳤다.

" 이사장님, 왜 그러세요? 아직 다 돌아보려면 멀었는데.. "

그 소리에 백원은 코너를 돌아 사라지는 그 가족들에서 눈을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 흔하진 않지만 여기선 종종 보이는 모습이죠. 안타깝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줘. 그래야 남은 이들도 살아가야··· "

타인의 죽음을 항상 곁에서 지켜보는 의사로써 문희진이 덤덤하게 말했다. 결코 무뎌지지 않는 감정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익숙해져 버린 감정인 모양이다.

" 그렇군. 희진씨에게도 가족은 중요하겠지?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려고 항상 노력하고, 남에게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원동력이 되겠지? "

" ··· 당연한 말이네요. 가족들을 위해서는 뭐든 할 수 있어요. 저는. "

백원은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단단해진 문희진의 눈빛을 바라보며 백원은 그 동안 고민해오던 선택에 대한 결심을 굳혔다.

' 결국은 나와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이 존재해야 내가 이 자리에 서 있을 수 있는거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

살아온 환경과 그동안 거쳐온 사람들의 영향이 있었지만 결국에 마지막 버튼을 누르는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에 다른 책임도 자신이 져야 하는 것이고.

" 고맙네. 자, 가보지. "

한결 홀가분한 표정을 지은 백원이 다시 지팡이를 옮겨 길을 나서자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던 문희진과 수행원들도 그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결국 그날 마포대교는 방문할 수 없었다. 그보다 중요한 결정을 했기 때문에.


새벽이 지나 여명이 밝아오는 시간이 되었지만 백원은 잠을 이룰수 없었다. 탐욕앱의 진로를 영역으로 선택을 한뒤 머리속으로 들어오는 정보를 이해하기 위해 밤을 세운 뒤였다.

' 그 나머지 방향이 어떤지 몰라도 이건 어떠한 현대의 기술이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

영역은 말그대로 자신이 습득해 등록한 자산들과 인원들의 능력을 극대화 해주는, 일전에 해본 게임에서 말하는 버퍼와 비슷한 개념이었다.

정확히는 앱에 등록된 토지와 건물내에 등록된 인원이 들어가 있을때 능력치를 올려주는 버퍼를 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능력이 주어졌는지 알 길이 없는 백원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 마치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언하고 미리 준비를 시키는 것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어. '

차라리 다른 진로를 선택했으면 어땠을까, 잠시 고민을 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러면 이후에 나아갈 방향은 명확했다. 먼저 영역으로 만들어진 버프의 효율이 어느정도인지 알아야 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 훈련소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인원들에 대한 성적을 확인하는 것이 확실했다.

" 흐으음, 오빠, 뭐해요? 벌써 깬거에요? "

침대 한켠에서 잠들어 있던 지민이 잠에 취한 목소리로 묻는다. 그러고 보니 지민이 지난 밤에 안겨오는 힘이 다른 날과 달랐다는 것을 깨닫고 잠시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미녀가 영화 촬영때문에 집을 비울때마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오는 지민의 탱탱하고 탄력적인 나체를 떠올리며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으며 대꾸했다.

" 어, 좀 더 자. 난 할 일이 있어서 먼저 일어날께. "

" 음. 아직 새벽인데..? 씻을꺼에요? 같이 씻어요? "

" 됐어. 피곤할텐데, 좀더 눈을 붙여. 오늘도 할 일이 넘치니까. "

이불 사이로 살짝 드러난 지민의 엉덩이를 찰싹 때린 백원이 몸을 일으켜 샤워실로 들어갔다. 그런 모습을 실눈으로 바로보던 지민은 다시 눈을 감고 꿈나라로 향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백원은 조용히 잠든 지민을 위해 조심스럽게 옷을 입고 문밖으로 나섰다. 워낙 넓은 저택이었지만 이미 익숙해진 길이었고 금세 통로를 따라 저택을 빠져나오자 아직 해가 뜨지 않아 거뭇거뭇한 정경 사이로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정원이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곳곳에서 정찰을 하거나 특정 위치에 대기하고 있는 대원들이 백원을 발견하고 급히 경례를 해오고 있었다.

충! 그들의 눈에 담긴 존경과 경외심은 훈련소에서부터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그들 스스로 불만은 전혀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 대원들을 지나쳐 유리 온실로 들어서자 쌀쌀한 외부와 달리 온화한 공기가 자신을 맞이 해주었다. 엄청난 규모로 지어진 유리온실안에는 온갖 화초와 나무등이 조화롭게 전시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작은 폭포까지 만들어져 습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온실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카페테리아가 마련되어 있어 직원들 복지에 이용되고 있었지만 아직 오픈을 하기 전이었다.

그때, 멀지 않은 곳에서 젊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 마스터! 새벽부터 어쩐 일로··· "

멜방바지에 정원사 도구를 허리에 두르고 있는 인물, 박 집사장의 아들이자 온실 관리자인 박만식이었다.

우직한 성격에 아버지를 닮아 꼼꼼함까지 겸비한 차세대 집사장 후보였다.

" 아, 잠이 안와서 말야. 벌써 일어난 거야? "

" 하하하, 제 할일이니까요. 집사람도 워낙 부지런해서 저보다 빨리 일어나 벌써 주방으로 출근했습니다. "

" 그래, 수고해. 난 산책이나 해야겠어. "

" 네, 이쪽으로 가시면 이번에 가져온 네들란드산 튤립으로 조경한 곳이 있습니다. 볼만하니 산책하시기 좋을 겁니다. 마스터. "

박만식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긴 백원은 사방에 보이지 않는 적외선 감시 카메라를 느끼며 천천히 걸어갔다.

아마 백원의 산책이 끝날때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은 아직 해가 보이지 않는 여명의 시간이었다. 마치 현재 자신의 인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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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절망과 희망(3) +2 21.11.24 1,058 16 13쪽
150 절망과 희망(2) +1 21.11.23 965 16 16쪽
149 절망과 희망(1) +2 21.11.22 961 15 15쪽
148 대멸종(5) 21.11.19 1,054 17 15쪽
147 대멸종(4) +1 21.11.18 1,012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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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대멸종(2) +2 21.11.16 1,047 19 15쪽
144 대멸종(1) +2 21.11.15 1,086 16 15쪽
143 혼란(5) +1 21.11.12 1,072 20 16쪽
142 혼란(4) +1 21.11.11 1,043 20 16쪽
141 혼란(3) +1 21.11.10 1,057 17 17쪽
140 혼란(2) +1 21.11.09 1,070 18 15쪽
139 혼란(1) +1 21.11.08 1,069 21 16쪽
138 징조(5) 21.11.05 1,073 20 15쪽
137 징조(4) 21.11.04 1,054 17 16쪽
136 징조(3) +1 21.11.03 1,079 18 15쪽
135 징조(2) +1 21.11.02 1,097 19 15쪽
134 징조(1) +1 21.11.01 1,235 19 16쪽
133 회동(5) 21.10.29 1,199 22 15쪽
132 회동(4) +2 21.10.28 1,167 17 16쪽
131 회동(3) +1 21.10.27 1,145 18 15쪽
130 회동(2) +1 21.10.26 1,179 16 16쪽
129 회동(1) +1 21.10.25 1,193 21 14쪽
128 사도(5) +2 21.10.22 1,219 18 15쪽
127 사도(4) +1 21.10.21 1,206 17 15쪽
126 사도(3) +1 21.10.20 1,191 21 14쪽
125 사도(2) +2 21.10.19 1,237 18 15쪽
124 사도(1) +3 21.10.18 1,304 24 15쪽
123 루인(5) +3 21.10.15 1,374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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