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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연재수 :
15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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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3,597
추천수 :
7,089
글자수 :
1,117,113

작성
21.07.01 06:00
조회
3,899
추천
56
글자
20쪽

단합회(4)

DUMMY

뿌뿜! 빠빠빠~!

어느새 하늘이 어두워지자 조명 하나없는 바다위는 고요한 어둠속에 휩싸였고 오로지 배위에서 빛나는 조명만이 거대하고 넓은 어둠위의 한줄기 촛불처럼 빛나고 있었다.

그런 배위에서는 한창 콘서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대다수가 아이돌의 무대로 꾸며져 있었지만 사이사이 어른들의 시간, 트로트 가수나 유명배우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거나 흥을 돋구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국민 MC급의 남자가 유쾌한 목소리로 사회를 보고 갑판에 나와 있는 사람들은 각자 편한 자세로 자리를 잡고 음식과 음료, 술을 즐기면서 삼삼오오 모여서 관람을 하고 있었다.

연인끼리 온 남녀들은 바다에 비친 불빛을 보며 사랑의 노래를 속삭이고 있었고 가족끼리 온 이들은 오랜만에 모여 서로를 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평화로워 보였다.

" 자, 방금 노현식 대배우님의 사랑가를 들으셨습니다. 모두 박수~! 그리고 유람선 안내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뒷편에 위치한 야외수영장은 언제든지 이용가능하시니 여성분들은 비키니를 꼭 입으시고 수영을 즐기시길 바라며 지하에 위치한 뷔페식당, 오마카세나 전통 술집 역시 24시간 이용이 가능하니 애용해주세요. 아, 네.. 네. 모두 주목해주세요. 이 단합회의 주인공이자 호스트이신 백원 대표님이 인사를 하신답니다. "

MC가 어디선가 무선을 들었는지 백원의 등장을 알렸고 그의 목소리에 딴짓을 하던 관중들의 이목이 삽시간에 무대로 집중이 되었다.

몇몇 이외에 아직까지 호스트를 만나지 못했기에 그런 것도 있었지만 각자의 목적이 분명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 백원 대표와 안면을 터야해. 그가 이 모든 것들의 주인일꺼야. '

' 무조건 인상적인 인사를 통해 기억에 남겨야지. '

' 누굴까? 어떤 남자일까? 그 소문의 주인공이··· '

전면에 나설 기회가 거의 없었던 백원이기에 이곳에 모여 있는 사장들에게는 미지의 인물이나 다름없었다. 다만 소문이나 여기저기 떠도는 소문으로만 접했기에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는 인물들도 있었다.

" 몸이 좀 불편해 보여도 절대 놀라지 말거라. 알았지? "

" 아빠! 몇번을 말하는 거야? 진짜 그 대표라는 사람과 소개팅을 해야 하는거야? "

" 소개팅이 아니라! 어휴. 최대한 친하게 지내라는 말이잖아. "

" 그게 그거지. 그냥 아까본 남자랑 놀면 안돼? "

누군가는 철없는 딸을 타이르며 백원이 모습을 드러내길 기다리고 있었고 그 딸은 그저 귀찮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여러사람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백원의 등장은 화려했다. 애초 기획팀이 준비한 모든 것들을 한꺼번에 쏟아부은 모양이었다.

" 야, 이거 다 써도 되는거야? "

" 몰라, 보스가 등장하는데 이정도는 해야지 않겠어? "

" 그렇지? 가자! "

파파파팡! 팡! 팡!

원래 예정되어 있었지만 조금 빨리 폭죽이 터져나가며 하늘이 형형색색의 불꽃으로 물들었다. 굉장히 아름다운 불꽃이 사방에서 터쳐나가자 선상의 모든 이들의 머리가 하늘을 향해 치켜들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 우와! 아름다워! "

" 미쳤다! 사진! 사진 찍어야해. "

사방이 난리가 났지만 폭죽이 터지는 소음에 묻혀 퍼지지 않았다. 그 덕에 무대에 오른 백원이 뻘쭘하게 서서 그 폭죽을 한참을 바라봐야 했다. 그의 곁에서 보좌를 하던 지민이 이를 가는건 덤이었다.

" 이 새끼들··· 전부 빈이를 닮아서. 미쳐가는구나. 이 순간에 폭죽을 터트리다니 말야. "

그녀의 말에 그 뒤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비서 중 하나가 속삭였다.

" 그게.. 진행팀 중 폭죽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이 보안팀 쪽이라 저희가 챙기지 못했어요. "

" 그 놈의 그 부하네. 언제 날 한번 잡아야 겠어. 준비해. "

" 네. 실장님. "

그 순간 오싹한 보안팀의 인원들이 옷깃을 여미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무려 삼십분동안이나 터진 폭죽은 그 이후 점점 사그라들다 완전히 없어졌다. 그제야 사람들은 무대위에 자리하고 있던 사람들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 반가워요. 여러분을 초대한 사람, 백원이라 합니다. "

그의 말소리가 마이크를 타고 선상을 울리자 모든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사방이 조용해졌다. 여러가지 의미로 놀란 얼굴들이 많이 보였다.

먼저 굉장히 어려보이는 얼굴과 상대적으로 왜소한 덩치, 어디서나 볼수 있을 법한 평범한 외모를 지닌 백원은 동네에 최소 서넛은 있을 법한 외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특이한 헤어스타일만 눈에 띄였지만 블루블랙으로 최근에 염색을 한 이후 그다지 눈에 띄이지 않게 되었다.

" ···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일주일의 시간동안 여러분들의 모든 것을 잠시 내려두고 즐기시길 바랍니다. 모두 환영합니다! "

우와아아! 짝짝짝!

본래 이렇게 환영사를 마치고 폭죽이 울려야 했지만 이미 폭죽은 저 하늘로 다 날아간 상황, 무대위 당황도 잠시 나미녀가 무대로 올라와 인사를 했다.

" 모두 반가워요! 미녀에요! "

그녀가 무대에 난입을 한후 발랄하게 웃음을 짓자 청중들의 머리속에는 백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 대표님 말씀이 끝났으니 한곡 뽑을께요! "

그녀의 말에 난리가 났다.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에서 인지도를 쌓아나가고 있는 미녀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SNS 팔로우를 보유하고 있는 스타였다. 아직 광고 몇편과 예능, 잡지등에 얼굴을 비춘것에 불과하지만 인지도와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라 할만했다. 국민 여동생이란 타이틀은 당연하게도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녀가 입는 옷부터 착용하고 있는 악세사리까지 찍히는 족족 품절대란이 이어질 정도로 히트를 칠 정도였다. 또한 얼마전 헐리웃에서 영화출연 제의까지 있었다는 소문은 당연하다는 듯이 진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내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영화출연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었고 어느정도 긍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만큼 나미녀는 충무로와 헐리웃등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였다. 그런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광경은 본적도 들은적도 없었기에 그녀의 제안에 모두가 놀란 것이다.

나미녀는 뒤를 돌아 대기하고 있던 밴드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이미 얘기가 되었는지 바로 연주가 시작되었고 그녀의 입에서 청아한 노래소리가 흘러나왔다.

고요한 바다에서 오롯히 홀로 빛나는 유람선의 불빛을 따라 노래가락이 공간을 장악하자 모두의 이목이 그녀에게로 집중이 되었다. 때마침 조명이 꺼지며 무대위만 밝혀주자 나미녀 혼자 바다위에 올라 별빛아래서 눈을 감고 노래를 부르는 모습만 남겨졌다.

" 미쳤다.. 이걸 찍지도 못하는 내가 레전드다. 씨벌. "

" 쉿, 조용히 해. 안들리잖아. "

누군가 불평을 조금맣게 했고 그러한 소음마저 용서가 안되는지 사방에서 질타가 날아올 정도였다. 애당초 배안에서 휴대폰이나 카메라를 들고 녹화를 하거나 촬영을 하는건 금지가 되었다.

이미 초대가 되기전 부터 전용앱을 통해 휴대폰의 촬영등을 막아놓았기에 나머지는 촬영도구만 경계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넋을 잃고 그녀의 노래를 듣고 있었고 그런 모습에 백원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 진짜 대단하네. 저 얘가 잘못된 길을 갔다면 정말 난리가 났겠어. "

" 후후, 그렇죠. 어릴때부터 봐온 저도 저 재능과 외모는 무서울 정도니까요. 그런 이유로 대표님을 만나 정말 다행이에요. "

언제 다가왔는지 추마담이 곁에 서서 무대를 같이 올라도보고 있었다. 비록 무대 옆쪽이라 옆모습만 보고 있었지만 은은한 조명아래 나미녀는 몽환적인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밤의 여신처럼 그렇게 말이다.

" 제가 아니라도, 추마담이라면 미녀를 잘 키웠을꺼에요. "

" 호호호, 절 너무 과대평가하시네요. 어떤 인간이든 자신의 한계는 존재해요. 미녀는 제 한계를 넘어서는 아이에요. 오로지 대표님만 가능하죠. "

그렇기에 추마담은 미녀를 백원에게 부탁한다는 말을 간접적으로 하고 있었다.

" 그런가요. 참으로 아름다운 밤이네요. 정말로. "

백원의 말이 아니라도 바다위에서 보이는 하늘은 설명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그에 대비해 미녀 역시 숨막히도록 아름다웠다.


단합회 일정은 오가는 시간을 제외하면 실제로 괌에서 관광을 즐기는 시간은 2박3일에 지나지 않았다. 이렇게 일정을 짠 이유는 휴식보다 관계에 집중하기 위해서 였다.

천명에 달하는 게스트는 이미 백원의 사업체이거나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가지고 있는 업체들의 최소 이사급 인물들이었고 그들이 서로를 알아가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이 자리를 통해 수많은 시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 참여를 시킨 것이었고 그런 생각은 계획대로 큰 성과로 나타났다.

" 허사장님도 이 모임의 일원이었다니 놀랐습니다 그려. "

" 허허, 장사장. 나도 놀랐다네. 가족들이랑 같이 온 모양이야. "

" 네, 허사장님의 아들도 벌써 저렇게 컸네요. 든든하시겠어요. "

" 요즘은 속을 너무 썩여서.. 큼. 가족들끼리 식사라도 한번하지. "

이런 식의 만남은 곳곳에서 진행이 되었고 다시 교차 소개되어 저절로 인맥을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넓혀가고 있었다.

그런 이들 가운데 김기남의 가족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이틀이 지나지 않아 금색 테두리의 명찰이 무엇을 뜻하는지 소문이 퍼졌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김기남의 가족들은 태풍의 중심지가 되어 있었다.

그런 가족들 중 주윤희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여자들에 휩싸여 이리저리 치이고 다녔다. 생전 이런 파티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없는 그녀였기에 유난히 피곤한 상태였다.

진수나 지유는 또래의 아이들과 친해져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그녀의 남편 역시 사업 문제로 남자들의 술자리에 참석할 수 밖에 없었기에 오로지 그녀 혼자서 몰려드는 여자들의 수다를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접근한 여자들의 대부분은 지민에 대해 궁금해 했고 자신도 얼마전에 알게 된 딸의 능력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없었다. 그 때문인지 그렇게 다가온 여자들이 금방 떠나가기는 했지만 주윤희는 그런것에 연연하지 않았다.

' 부모없이도 이렇게 잘자라다니.. 정말 고맙고 미안하구나. '

그런 그녀에게 깔끔하게 차려입은 제복의 여인이 다가와 말했다. 그 제복이 유럼선의 안내와 진행을 맡고 있는 비서실 사람이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제복의 여인은 주윤희에게 다가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 실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함께 가시겠습니까? "

" 네? 아. 그럼요. 어서 가시죠. "

주윤희는 피곤했지만 딸이 찾는다는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켰다. 이 시간을 기다려왔던 그녀였다.

여직원이 몸을 돌려 걸음을 옮기자 조심스럽게 그녀의 뒤를 따라가는 주윤희를 멀리서 김지유가 포착하고는 달려왔다.

" 엄마, 어디가? "

" 어? 지민이··· 가 불러서 만나러 가는거야. "

" 언니가? 그럼 나도 같이가자! 응? "

딸의 갑작스런 물음에 앞서가고 있는 직원을 바라보았다. 그 여직원 역시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짜피 지민이 가족이라 인정한 이상 상관이 없다는 생각처럼 보였다.

그렇게 엄마 주윤희의 팔짱을 낀 지유가 설레는 표정으로 안내하는 여직원을 따라간다. 지민과의 만남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기해 있는 지유였다.

그런 지유는 이 거대한 유람선의 어느 부분으로 들어서자 전혀 달라진 풍경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주변을 둘러본다. 애초 관계인 외에는 출입이 금지된 구역이라 이 구역에 들어서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코너마다 서 있는 사람들은 유사시를 대비한 전투원들로 보이는 총기등의 무장은 없었지만 날카로운 눈으로 경계를 하며 서 있었다. 그런 사람들은 앞서가고 있는 여직원을 보며 친숙하게 웃음을 건내며 살짝 고개를 숙인다.

" 저 언니도 높은 사람인가봐요. "

" 조용. 지유야, 그런 말은 실례가 될 수 있어. "

" 네. 엄마.. "

주윤희의 약한 질책에 금세 시무룩해진 지유였지만 화려한 이 공간을 지나면서 금세 풀렸는지 다시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목표점은 그리 멀지 않았다. 화려한 장식의 문앞에 도착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이 열리며 같은 제복을 입은 미인이 문을 열며 그들을 반겨주었다.

" 수고했어. 첨 뵙겠습니다. 지민님의 직속 후배인 김미희라고 합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

그녀가 인수인계를 받자 안내를 담당했던 여직원이 고개를 숙이며 말없이 되돌아 나갔고 주윤희 부녀는 어떨결에 김미희를 따라 방안으로 들어섰다.

화려하게 꾸며진 방안은 응접실만 해도 웬만한 서른평 아파트와 비견될 만큼 넓었고 그 안에는 제복을 입은 남녀들이 돌아다니며 태블릿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문이 활짝 열린 다른 방에는 최첨단 장비들이 LED불빛을 번쩍거리며 돌아가고 있었다.

지유가 보긴엔 자유로워 보였지만 어떤 보이지 않는 규칙이 있는듯 효율적이면서 절도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법한 비밀조직의 근거지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흥분과 설렘에 몸이 굳어 버렸다.

전자기기에 일자무식인 부녀는 그게 무엇인지도 모른채 그저 멍하니 잠시간 구경을 하며 서 있자 한쪽 방문이 열리며 지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간편한 체육복차림의 그녀는 같이 따라나오는 두명의 제복차림 여자들에게 뭔가를 지시하고 있었고 곧 주윤희와 지유를 발견하자 그들에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 오셨네요. 바빠서 따로 인사를 못드렸어요. 일단 이쪽으로 장소를 옮길까요? "

끄덕끄덕.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뒤를 돌아 나왔던 문을 향해 들어가자 급히 두 부녀가 지민을 따라 방문 안으로 들어섰다.

그 방은 오롯이 지민만을 위한 공간인지 방금 벗은 듯한 드레스가 의자에 걸쳐져 있었고 침대와 책상, 티비, 쇼파등과 함께 개인물품들이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다.

특이한 것은 한쪽에 쌓여있는 상자들이었다.

" 좀 지저분하죠. 여기 쇼파에 앉으세요. "

" 어.. 바쁜데 귀찮게 한건 아닌지.. "

주윤희는 그저 미안한 마음뿐인지 눈치를 보고 있었고 딸 지유는 여전히 신기한지 언니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 괜찮아요. 급한건 처리가 되어서. 지내는데 불편한건 없죠? "

무덤덤한 지민의 말에 나지막히 안도의 한숨을 쉰 주윤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 오히려 너무 편하새 탈이야. 많은 사람들도 알게 되어서 좋았어. 혹시라도 너에게 해가 될까봐 말야... "

많은 이들이 너무 친절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온 이유가 지민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은 주윤희는 오히려 더 조심을 하고 있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는 지민은 그저 웃음만 보일뿐이었다. 그런 것들은 오로지 시간만이 해결해주기 때문이었다.

" 다름이 아니라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서요. 아, 그전에 저기에서 선물 하나 가져가세요. "

지민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에는 박스채 포장되어 있는 선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망할 프랑스 놈들이 선물이랍시고 고가의 명품백부터 시계까지 잔득 싸서 온 것이다.

비서실 측근들에게 나눠주고도 아직도 저만큼 남아 있는 것을 본 지민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평소 명품에 관심이 없던 그녀로써는 처지곤란한 아이템일뿐이었다. 심지어 명품의 이름도 몰랐다.

물론 그 덕에 비서실의 사기가 올랐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얼마전 출발한 컨테이너선에 실린 수십대의 스포츠카가 한국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에 반쯤 포기를 한 상태였다. 물론 밀수로 들어오는 것이었다.

김지유는 언니가 선물이라는 말에 신이나 쌓여 있는 박스에 달려가려 했지만 엄마, 주윤희가 막아섰다.

" 아냐. 지금까지 네가 해준것만 해도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인데.. 염치없게 무슨 선물. "

" 그래도.. 언니가··· "

주윤희가 딸을 보며 얼굴을 굳히자 깨갱한 지유가 조용히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런 모습에 절로 웃음을 지은 지민이 말했다.

" 진짜 괜찮아요. 저 선물은 제가 쓸데가 없어서 나눠주고 있는거니까. "

" 흐음, 그럼.. "

엄마의 승낙이 떨어지자마자 지유가 날듯이 박스더미로 다가가 하나둘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 철없는 딸내미의 모습에 헛웃음을 지은 주윤희는 걱정스레 물었다.

" 누굴 소개 시켜준다는··· 혹시 그 백대표님을 말하는 거니? "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녀가 누군가를 기다릴 정도의 인물은 이 배안에서 몇명되지 않았고 이렇게 지민의 친엄마인 주윤희를 소개할 인물은 백원뿐이었다.

" 네. 그게... "

" 엄마! 이거 좀 봐! 여기, 다 명품이야! 샤넬, 에르메스, 루이비똥, 프라다, 구찌··· 이건 다이아몬드 귀걸이랑 목걸이 같은데..? "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 뭐가 섞여 들어갔는지 몰랐던 지민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이건 선물이 아니라 뇌물수준에 가까웠다. 저기 몇개의 박스만 가져가도 서울에 있는 웬만한 아파트 한채는 사고 남을 것이 분명했다.

" 정말··· 아무거나 가져가도 되는거에요? "

" 응, 괜찮아. 지유 넌 이번에 대학교에 입학한다고 했지? 그럼 백 하나 골라봐. "

" ··· 네. 정말 고맙습니다. 헤헤.. "

결국 한참동안 뒤적인 지유가 선택을 한 것은 깔끔한 디자인의 프라다 백이었다. 그 나이대 소녀들의 워너비 중 하나라는 검정색 사피아노 모노크롬 디자인이었다.

밀수품이었기에 제대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았지만 넘버링카드까지 실제로 구비되어 있어 A/S를 매장에서 받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반면에 주윤희는 명품에 대해 잘 몰랐던 일반주부였기에 유명한 몇몇 외에는 이름을 몰랐다. 당연하게도 그 가치 역시 무지했기에 사백만원이 넘어가는 프라다 가방을 들고 돌아온 딸에게 별다른 말을 건내진 않았다.

" 어머니도 한 개 고르세요. 나중에 이런 파티에 참석하려면 가방정도는 하나 있어도 괜찮으니까요. "

" 맞아! 엄마, 예전에 동창회에서 무시당했다며. 빨랑 하나 골라봐. "

" 으응. 그게··· 휴우, 알았다. 넌 여자애가 왜 이렇게 촐싹되는거야. 얘도 참··· "

그렇게 말한 주윤희는 엉거주춤 일어나 박사가 쌓여 있는 곳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가방을 들고 돌아왔다. 그게 뭔지 확인도 하지 않은 그녀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 역시 엄마도 눈썰미가 있어. 나이에 맞는 가방을 들고 왔잖아. "

그녀가 들고온 가방은 루이비통 브랜드에서 S/S시즌 한정판으로 내놓은 디자인의 가방이었다. 아직 한국에 출시가 되지 않은 제품으로 해외에서 없어서 못구한다는 명품가방이었다. 물론 그런 사실은 모녀가 알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에 번쩍 일어난 지민이 상자더미로 다가가 몇가지 더 들고 와서 내밀었다.

" 여기 시계랑 구두, 선글라스도 같이 가져가세요. 어짜피 같은 곳에서 만든 것이라 잘 어울릴거에요. "

그녀가 받은 것들의 가격만 아파트 한채라는 것을 모른 주윤희는 그저 고맙다고 말할뿐이었다. 이후 사교모임에 참석해 루이비통 여사라는 별칭으로 불리기 시작했다는 것은 작은 해프닝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 문이 열리며 백원이 들어왔다. 이전까지 불편해서 쓰지 않은 작은 지팡이를 짚으며 절뚝거리며 들어선 그를 모녀가 보고 벌떡 일어나 그를 반겼다.

" 반가워요. 지민이와 함께 일하고 있는 백원이라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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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절망과 희망(3) +2 21.11.24 1,060 16 13쪽
150 절망과 희망(2) +1 21.11.23 967 16 16쪽
149 절망과 희망(1) +2 21.11.22 963 15 15쪽
148 대멸종(5) 21.11.19 1,056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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