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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탈 페더급' 할로웨이, 대안은 슈퍼파이트 뿐?

2011년 당시 방영되었던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는 실존 인물들과 가상캐릭터를 적절히 섞은 스토리 라인을 앞세워 큰 인기를 끌었다. 그중에서 유독 관심을 모았던 부분은 각종 무술 고수들의 서열이었다. 작품 중반기까지의 최고 고수는 단연 이방지였다. 출상술을 비롯한 다양한 신법의 대가인 이방지는 체구는 작지만 심오한 공력을 앞세워 한 시대를 풍미했다.

조선제일검 무휼이 유일하게 패한 상대라는 점만으로도 그의 위력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이방지를 패퇴시킨 또 다른 고수가 있으니 다름 아닌 돌궐족 전투병기 카르페이 테무칸이었다. 치열한 싸움 끝에 이방지는 무릎을 꿇게 되고 큰 상처를 입은 상태로 원통한 듯 한마디를 내뱉는다.

"북방의 전설이 정말 있었구나. 아쉽다. 이 나이가 되어서 이제야 만나다니…"라고 말한다. 카르페이가 워낙 강하기도 했으나 이방지 또한 전성기가 지난 상태였다. 승부의 세계에 '만약'이란 없다지만 이방지가 카르페이와 비슷한 나이대였다면 승부를 예측하기 힘들었을 공산이 컸다.

이렇듯 같은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동시에 뜨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너만 없었다면 내가 최강일 텐데…'라는 대사는 결과가 곧 명성인 스포츠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UFC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28·미국)와 전 챔피언 '폭군' 조제 알도(33·브라질)의 관계가 딱 이렇다.
 

Holloway(아시아제공).jpg
 UFC 페더급 챔피언 '블레시드(Blessed)' 맥스 할로웨이
ⓒ UFC 아시아 제공


 
알도의 전설을 넘어 이제는 할로웨이의 시대
 
알도는 UFC를 넘어 MMA 페더급의 상징 같은 존재다. '알도가 있었기에 페더급이 있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로 알도가 해당 체급에 끼친 영향력은 매우 크다. 최근 알도는 한물갔다는 혹평이 무색할 만큼 노익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야만인' 제레미 스티븐스(33·미국)를 위력적인 바디블로우로 잠재우는가 하면 지난 3일(한국 시각) 브라질 포르탈레자서 있었던 'UFC 파이트 나이트 144' 코메인이벤트에서는 차세대 챔피언 후보로 꼽히던 헤나토 '모이카노' 카네이로(30·브라질)를 폭풍 연타로 무너뜨렸다. 아무리 예전 같지 않다 해도 여전히 체급 내에서 알도를 이길 선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알도가 이렇듯 노익장을 떨칠수록 할로웨이의 명성은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은퇴계획까지 잡아놓았음에도 '최강의 2인자'로 거듭나고 있는 알도를 2차례나 패퇴시킨 선수이기 때문이다. 알도는 '악명 높은(Notorious)' 코너 맥그리거(31·아일랜드)에 대해서는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붙고 싶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다.

하지만 할로웨이에 대해서는 다르다. "그는 더 이상 동 체급에서 증명할 것이 없다"며 "라이트급으로 올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말로 리벤지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미 두 차례나 완패한지라 주최 측에서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가능성도 적거니와 알도 역시 할로웨이에 대해서는 한계를 느낀 기색이 역력하다.

젊은 지배자 할로웨이에게 알도가 확실한 존중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할로웨이 역시 알도를 존경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 모습이다. "페더급 역대 최강자는 본인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내가 알도와 비슷한 나이가 되면 그때 재평가해 달라. 현재까지는 알도가 체급 내 최고 레전드다"며 겸손하게 답하고 있다. 어쩌면 둘은 라이벌이라기보다는 황제의 자리를 이어가는 사이라고 보는게 맞는 분위기다.
 
적수 없는 할로웨이, 슈퍼파이트가 답?
 
할로웨이는 위력적인 한방이 돋보이는 하드펀처 타입은 아니다. 경기 내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수많은 유효타를 통해 서서히 상대를 잠식시켜 무너뜨리는 유형이다. 워낙 체력이 좋은지라 상대보다 더 많이 오랜 시간 동안 끊임없이 타격을 내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치열하게 맞서던 상대들도 중반 이후를 넘어가면 조금씩 질리게 되고 그러한 가운데 할로웨이의 지치지 않는 맹공에 무릎을 꿇기 일쑤다. 그야말로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 기관총을 연상시키는 화력이다.

할로웨이의 더욱 무서운 점은 안면, 복부를 가리지 않고 5라운드 내내 집중포화가 가능한 화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맷집까지 매우 좋다는 부분이다. 할로웨이의 파이팅 스타일상 정타 싸움을 걸어서는 답이 없다.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전략' 등 허를 찌르는 반전요소가 필요한데 어지간한 정타에도 꿈쩍 않는 맷집까지 가지고 있어 흐름을 뒤집기가 매우 어렵다.

거기에 테이크다운 디펜스까지 진화하고 있는지라 결국 대부분 선수들은 계속 두들겨 맞다가 경기를 포기하기 일쑤다. 가장 최근 경기에서는 맷집과 체력을 앞세운 역전승의 명수 'T-CITY' 브라이언 오르테가(28·미국)와 맞붙었는데 그 역시 아무것도 못 해보고 샌드백이 되고 말았다.

전성기가 살짝 꺾이기는 했으나 여전히 동물적인 타격 감각을 자랑하고 있는 알도 입장에서도 이같은 할로웨이의 파이팅 스타일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기 초반에는 대등하게 타격전을 가져가는 모습이었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 방전과 누적 데미지를 견디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말았다.

노련한 알도는 쉴 때 쉬고 몰아칠 때 몰아치는 적절한 리듬 조절을 통해 체력을 아껴가면서 경기를 펼친다. 하지만 이같은 패턴이 할로웨이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들어오는 압박의 강도가 매우 무거운지라 풀 파워로 충돌해야 그나마 버틸 수 있다. 결국 경기 중반에 들어서게 되면 체력에서 밀리며 백기를 들 수밖에 없다.

모이카노에게 통했던 한방 이후 연타 공격도 할로웨이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정타를 맞추고 밀어붙이게 되면 할로웨이는 더욱 강하게 저항하며 외려 전세를 뒤집어버린다. 힘을 몰아 썼던 알도 입장에서는 허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탈 페더급 전력을 자랑하는 할로웨이인지라 일각에서는 슈퍼파이트 말고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으는 분위기다. 한 체급 위인 라이트급 챔피언은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1·러시아)다. 라이트급 최강 그래플러로 통하는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체급 내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엘쿠쿠이(El Cucuy)' 토니 퍼거슨(35·미국)이라는 최후의 적수가 남아있으나 객관적 전력에서 누르마고메도프 쪽에 무게감이 쏠리는 것이 사실이다.

"짧은 기간에 급격하게 체중 감량을 하고 시합을 뛰는 것은 의학적으로 부적합하다"는 뉴욕주 체육위원회의 출전 불허 결정에 의해 무산되고 말았지만 할로웨이는 누르마고메도프의 대진에 구멍이 생기자 대체 선수로 맞붙으려고까지 했다. 누르마고메도프의 악명 높은 경기 공백을 감안했을 때 두 선수의 정면충돌 시기는 짐작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할로웨이가 슈퍼파이트에 대해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할로웨이는 1991년생의 젊은 파이터다. 신체적으로 절정기에 있으며 기량 또한 지금보다 발전할 수 있는 나이다. 젊은 지배자 할로웨이의 시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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