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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총알' 셰브첸코, UFC 타이틀전서 보여준 묵직한 힘의 차이

'총알' 발렌티나 셰브첸코(30·키르키스탄)가 UFC 여성부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코티아뱅크 아레나서 있었던 UFC 231 '할러웨이 vs. 오르테가' 대회 코메인 이벤트에서 요안나 예드제칙(31·폴란드)을 꺾고 공석이었던 벨트를 품에 안았다.

심판 전원일치 판정승에서도 알 수 있듯이 셰브첸코는 5라운드 내내 예드제칙을 압도했다. 비록 주 체급은 달랐지만 예드제칙이 일방적으로 끌려 다녔다는 것은 팬들 입장에서도 충격일 수밖에 없었다. 예드제칙은 2015년 3월 UFC 185대회서 '쿠키몬스터' 카를라 에스파르자(31·미국)를 상대로 여성부 스트로급 벨트를 가져온 후 무려 5차 방어를 성공시키며 롱런가도를 달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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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2월 9일 UFC 231 대회에서 여성부 플라이급 챔피언에 등극한 발렌티나 셰브첸코 선수.
ⓒ 발렌티나 셰브첸코 SNS 갈무리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활동량이 바탕이 된 유효타 위주의 인 아웃 스타일을 내세워 체급내 쟁쟁한 랭커들에게 절망을 안겨줬다. '터그(Thug)' 로즈 나마유나스(26·미국)에게 장기집권 왕조가 무너지기는 했으나 누구와 싸워도 까다로운 상대임은 분명했다. 때문에 셰브첸코가 승리를 가져간다 해도 상당한 고전이 예상됐던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예드제칙의 파이팅 패턴은 셰브첸코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입식격투기 시절에도 천적으로 군림했던 선수답게 셰브첸코는 예드제칙의 공격 동선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예드제칙의 선제 공격은 연신 빗맞거나 허공을 가르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셰브첸코는 묵직한 받아치기로 흐름을 가져갔다. 거기에 완력에서도 압도적으로 앞서며 예드제칙의 게임플랜을 산산이 박살내버렸다.
 
'이 체급의 주인은 나다' 압도적 힘 차이 보여준 셰브첸코
 
승부의 추는 경기 초반부터 갈렸다. 예드제칙이 평소의 리듬대로 타격에 발동을 걸려하자 셰브첸코는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며 사이드 포지션을 점령해버렸다. 테이크다운 디펜스가 좋은 편인 예드제칙임을 감안했을 때 양선수간 힘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예드제칙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으나 셰브첸코는 클린치 싸움을 통해 계속해서 근접전 양상으로 승부를 몰고 갔다. 예드제칙은 필사적으로 방어에 몰두했으나 수시로 케이지 구석에 몰리는 등 버거운 기색이 역력했다. 스탠딩에서 부지런히 타격을 내는 쪽은 예드제칙이었으나 셰브첸코는 한방 한방이 간결했다. 예드제칙의 로우킥에 맞서 뒷차기 카운터를 찔러 넣은 장면이 대표적이다.

예드제칙은 계속해서 치고 빠지며 공격 횟수를 많이 가져가는 방식으로 유효타를 축적시키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타격을 낼 때마다 여지없이 묵직하게 되돌려주는 셰브첸코의 타격은 매우 날카로웠다. 더 많이 움직이는 듯했음에도 예드제칙이 흐름을 잡아가지 못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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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FC 231 대회에서 타이틀 매치에 도전했던 요안나 예드제칙 선수.
ⓒ 요안나 예드제칙 SNS 갈무리


예드제칙의 타격이 다소 가볍게 느껴지는 데 비해 셰브첸코는 묵직했다. 거기에 2라운드 막판 서로 맞붙는가 싶더니 또다시 셰브첸코가 예드제칙을 테이크다운시켜 버렸다. 예드제칙은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켰으나 셰브첸코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다시금 넘겨버렸다.

3라운드에서도 경기 양상은 비슷했다. 예드제칙의 부지런한 타격은 셰브첸코의 가드에 대부분 걸렸다. 반면 셰브첸코가 강하게 돌려주는 타격은 예드제칙을 곤혹스럽게 했다. 완력 차이가 큰 만큼 테이크다운에 대한 부담감도 컸고 그로 인해 평소의 플레이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드제칙은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스탭을 밟으며 독수리 같은 눈으로 셰브첸코의 빈틈을 노렸다.

4라운드에서 예드제칙은 조금 더 전진기어를 끌어올렸다. 앞선 공격이 잘 닿지 않자 좀 더 가까운 데서 승부를 보겠다는 듯 스탠스를 오소독스에서 사우스포로 바꾸기도 했다. 셰브첸코는 마치 거대한 벽 같았다. 예드제칙의 움직임을 잘 보고 있다가 킥 캐치를 통해 다시금 그라운드로 끌고 갔다. 예드제칙이 힘겹게 탈출했으나 셰브첸코는 목을 잡고 케이지 구석 쪽으로 밀어붙이며 압박했다. 조금의 틈만 생겨도 올라오는 니킥 또한 예드제칙의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 라운드 우세도 장담하기 힘든 예드제칙 입장에서는 역전을 시키고자 한다면 5라운드에서의 모험이 필요했다. 예드제칙은 훼이크 모션과 함께 연타를 쏟아냈으나 셰브첸코는 상대가 들어오는 타이밍을 너무도 잘 알았다. 예드제칙의 속임 동작에는 전혀 반응하지 않았고 진짜로 들어오는 타격은 가드로 막아내거나 카운터 등을 통해 바로 돌려줬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들어가는 백스핀 블로우나 뒷차기 카운터도 일품이었다.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클린치 싸움이 벌어졌는데 완력 차이가 컸던지라 그런 상황에서 예드제칙이 펼칠 수 있는 움직임의 폭은 매우 좁았다.

예드제칙은 스트로급에서 강자로 군림하던 시절에도 자신의 부지런한 타격 타이밍을 잘 알고 위협적인 카운터를 날리는 나마유나스에게 약한 모습을 노출했다. 셰브첸코는 흡사 더 힘이 세지고 공격루트까지 다양해진 나마유나스 같았다. 예드제칙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성이었다.

결국 예드제칙은 5라운드 내내 무기력한 모습으로 일관하다 셰브첸코의 챔피언 등극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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