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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핏불' 알롭스키…2% 부족한 맹견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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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이빨을 지지하지 못하는 허약한 턱‘

'핏불' 안드레이 알롭스키(33·벨로루시)는 국내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여전히 강한 헤비급 파이터다.

지난 4일(한국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WSOF 1 - Arlovski vs. Cole'에서도 드러났듯, 알롭스키의 화력은 여전했다. 메인이벤트에 출전한 알롭스키는 연승을 달리던 데빈 콜을 맞아 1라운드 2분 37초 만에 TKO승을 거뒀다.

한 수 위의 기량으로 어렵지 않게 압박을 가하던 알롭스키는 로우킥을 시도하던 콜에게 정확한 타이밍에서 라이트훅 한 방을 꽂았고, 경기는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 적어도 마이너 수준에서 뛰기에는 알롭스키의 기량이 아깝다는 것을 입증한 장면이다.

물론 과거 명성을 되찾지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잊히지 않고 있다. 특히, 크로캅-표도르 등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올드 팬들 사이에서 알롭스키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덥수룩한 수염에 흡혈귀를 연상케 하는 뾰족한 송곳니 마우스피스에서도 드러나듯, 알롭스키는 개성이 넘치는 파이터다. 영화 의 레오니다스 왕을 빼닮아 스파르타 전사로도 불린다.

삼보 고수로 명성이 자자했던 것과 달리 알롭스키는 종합무대에서 강력한 타격으로 입지를 다졌다. MMA 최고수준의 원투 펀치를 구사한다고 인정받았던 그는 헤비급답지 않은 준수한 스피드를 바탕으로 지능적으로 압박한 뒤 기회다 싶은 순간 몰아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펀치와 로우킥을 툭툭 던지며 상대의 체력과 데미지를 야금야금 갉아먹은 뒤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기색이 있으면 바로 폭풍 같은 펀치와 킥 연타로 상대를 눕힌다. 경쾌한 스텝과 어우러진 알롭스키의 속사포 같은 타격은 상대적으로 타 체급에 비해 느린 선수가 많을 수밖에 없는 헤비급 특성상 굉장한 강점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알롭스키는 그래플링 기량도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의 클린치나 테이크다운을 방어하는 뛰어난 수비력은 물론 기회가 왔을 때 벼락 같이 작렬하는 서브미션도 일품이다. 목-팔-하체 등 잡히는 대로 꺾어 탭을 받을 능력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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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공격적인 면만 놓고 봤을 때 '핏불'이라는 별명은 썩 잘 어울린다. 거친 맹수의 공격본능을 바탕으로 한 번 물면 놓치지 않는 결정력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맷집과 수비다. 순간의 실수가 바로 넉아웃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격투기에서 수비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아무리 강한 화력을 보유했다 해도 상대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하지 못하면 결국 차디찬 바닥에 쓰러질 수밖에 없다.

종합무대서 오랫동안 활약한 스트라이커 타입 선수들은 모두 공격 못지않게 수비에서도 강점을 드러냈다. 전성기 미르코 크로캅은 탈 헤비급 스피드를 바탕으로 현란한 사이드스텝으로 거리싸움에서 대부분 우세를 점했고, 료토 마치다는 자신만의 독특한 리듬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상대에게 변변한 공격기회를 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돌주먹으로 악명 높은 퀸튼 잭슨 역시 안면 가드 하나는 철벽으로 정평이 나있다.

그 정도 수비가 아니라면 대단한 맷집이라도 있어야한다. 척 리델-마크 헌트-세르게이 하리토노프-앤더슨 실바-주니오르 도스 산토스는 화력도 좋지만 맷집과 내구력이 뛰어나다. 안타깝게도 알롭스키는 이런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통산 9패 가운데 7패가 넉아웃으로 당했다. 페드로 히조에게 무시무시한 한 방을 허용하고 나가떨어진 것을 비롯해 표도르-실비아 등에게는 우위를 점하다가 카운터 한 방에 실신하고 말았다.

전력상 한참 아래인 브렛 로저스와의 대결에서는 초반 선공을 허용한 후 거침없는 펀치세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채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하리토노프와는 내구력에서 완전히 밀리며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알롭스키의 자신감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나 맷집이 강한 선수와의 승부에서는 먼저 공세를 펼친다 해도 한 방에 전세가 뒤집힐 수 있다. 더불어 난타전으로 이어진다면 슬그머니 두려움부터 들 수 있는 게 사실이다.

물론 타고난 맷집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약점을 안다면 어느 정도는 그것을 커버할 대책이 필요하다. 앞서 거론한 크로캅-마치다 역시 알롭스키만큼은 아니더라도 맷집이 좋은 선수들은 아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만의 디펜스 전법을 내세워 취약점을 상당 부분 보강했다. 웬만해서는 상대에게 카운터를 얻어맞거나 정타를 연속해서 허용하는 경우는 보기 힘든 게 사실이다.

알롭스키는 카운터에 잘 걸릴 뿐 아니라 상대가 치고 들어올 때의 대처 역시 좋지 못하다. 먼저 상대를 받아치면 모를까 반대의 경우가 되면 효과적인 방어를 하지 못한다. 사이드로 신속하게 빠져 공격의 각을 줄이든가 태클 시도 혹은 클린치를 통해 위기를 모면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대처가 제대로 된 경우는 드물다. 카운터를 날리려다 역으로 카운터를 맞고 실신하는가 하면 맹공에 뒷걸음질 치다가 구석에서 사냥감이 되기 십상이다.

어쨌든 알롭스키는 한때 4연패 수렁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것과 달리 최근 4경기에서 무패행진(3승 1무효)으로 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격력은 여전한 만큼 수비만 어느 정도 보강한다면 다시금 예전의 ‘사나운 핏불’로 돌아가는 것도 요원한 얘기는 아니다. 향후 알롭스키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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